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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현장] 신문 인쇄 비용 증가가 가져온 파장, 가져올 파장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2-08-26

제지업계가 신문용지 가격 인상을 요구해 신문업계와 정면충돌하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을 고려하면 무리한 요구는 아니나, 종이신문 인쇄부수가 줄어든 신문업계로선 생존과 연계되는 문제다. 양대 업계의 입장과 쟁점, 해결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21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신문용지는 총 47만 4,804톤(전년 대비 –16.8%)으로 국내 소비가 41만 8,251톤(-6%), 수출이 5만 5,674톤(-48.4%)이었다. 이 수치를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신문의 대다수 판형인 대판(가로 374mm, 세로 545mm)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30면씩 발행되는 신문으로 추산하면 1톤 당 약 6,720부를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윤전기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첫 부분과 멈추는 마지막 부분, 용지를 갈아 끼우는 부분에서 파지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인쇄부수는 더 적다. 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하루 신문용지 소비량을 추산하면 30면 짜리 대판 크기 기준으로 약 937만 부로 추산된다. 20년 전인 2001년의 2,798만 부와 비교하면 1,850만 부 이상 줄었다. 물론 그사이 신문 크기를 베를린 판형이나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바꾼 신문사도 있고, 지면을 16면 내외로 발행하는 지역신문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2021년도에 신문용지로 인쇄되는 부수는 하루 평균 대략 1,200만 부 수준이다.

 

반면 신문용지 톤당 정부 공시가격(권고가격)은 2021년 89만 5,000원으로 2000년대 초반의 톤당 79만 원과 비교할 때 사실상 동결 상태다. 신문용지는 품질과 구매량, 결제 방식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제지회사의 초지기 상태와 재생펄프 제작 공정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제지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상승한 물류비용과 원목 수입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공시가격을 톤당 100만 원대로 인상해 주길 희망하고 있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톤당 가격은 이미 올랐다. 신문용지 가격이 지난 20년간 물가상승률이나 임금인상률을 고려하지 않고 80만 원대를 유지해 온 점을 고려하면,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

 

그러나 연간 3,500억 원 이상을 신문용지 구매에 사용하는 신문업계 입장에서 가격 인상은 생존과 연계된다. 어느 신문사나 신문용지와 인쇄 잉크 비용 구매에 제작 경비의 3분의 1을 지출한다. 신문사로서는 인쇄용지 가격이 인상되면, 동일 비용으로 더 적은 물량의 신문용지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3,000부에서 30,000부까지 다양하게 부수를 바꿔가며 대쇄하는 신문사일수록 늘어나는 파지만큼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자체적인 신문 인쇄 시설이 없어서 대쇄를 맡긴 지역신문이나 특수신문은 인쇄 대행료를 지금보다 인상해 주거나 종이신문 발행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파지값 수준의 대쇄비를 받고 계속해서 인쇄해줄 공장은 없다. 

 

신문시장에서 신문용지와 인쇄 잉크는 즉시 결제해야 하는 현물이다. 어음으로 구매할 수 없다. 만일 신문사가 구매 비용을 제때 갚지 않으면 관련 업계는 공급을 즉시 중단한다. 물론 신문사가 자금 여유가 있다면 미리 사둘 수도 있다. 그러나 신문용지는 부피가 크고 무거워서 며칠 사용할 분량만 보관할 수 있다. 신문용지 가격이 상승했다는 이유로 대형 물류창고를 지을 수도 없고, 짓는다고 하더라도 인쇄 공장과 가까운 곳에 습도가 조절되는 물류창고를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쩌면 지금의 신문용지난은 예견된 위기지만, 이제 위기를 내버려 뒀던 신문업계와 제지업계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이다.

 

종이신문 수요 감소 예측 못 한 제지업계

 

신문용지는 한번 사용하고 수집한 신문고지(ONP)가 주요 원재료다. 신문고지는 재생펄프(DIP)로 가공돼서, 원목펄프를 배합해 신문용지를 생산한다. 재생펄프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원목을 분쇄한 목재(GP)에 약제로 분해한 화학펄프(KP)를 20%가량 배합해 원목펄프를 만들었다. 그러나 제지기술 발전으로 지금은 원목펄프 30%와 재생펄프 70%를 섞어서 친환경적으로 신문용지를 생산한다. 폐지는 크게 폐골판지(OCC)와 신문고지, 컴퓨터 출력용지 폐지(CPO), 고급용 폐지(WL) 등으로 나뉘는데, 신문고지는 종이에 인쇄된 이물질을 화학약품으로 제거하고 재생펄프로 만든다. 여기에 최근에는 컬러로 인쇄된 광고지를 약품으로 처리해 중성용지 재생펄프를 생산한다. 그만큼 재생펄프 기술은 향상되고 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수거된 신문 폐지의 품질은 나빴다. 그래서 뉴욕타임스와 같이 원목펄프를 이용해 인쇄하는 외국신문 고지를 수입하여 재생펄프를 만들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문 폐지 분리수거와 재생처리 기술 향상으로 신문고지 수입은 거의 0에 가까워졌다. 또 신문용지 평균 무게도 1980년대에는 52g/㎡에서 43g/㎡로 경량화했다. 신문용지의 평균 무게 감축은 신문 1쪽당 대략 1g씩 가벼워진 것을 의미하며, 신문 수송과 배달에서도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한국제지연합회에 등록된 제지업체는 52개사로 총 116개의 초지기를 가동하고 있다. 제지업체에서 생산하는 골판지나 포장지, 신문용지, 인쇄용지 등 모든 제지는 초지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등록된 52개 제지업체 가운데 신문용지를 생산하는 회사는 전주페이퍼(시장점유율 51.4%, 전주 소재)와 대한제지(30.0%, 충북 청원 소재), 나투라페이퍼(18.6%, 충북 청원 소재) 등 3개사로 연간 신문용지 생산능력은 61.8만 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주페이퍼가 초지기를 1.25대(1대 중 75%는 골심지, 25%는 신문용지 생산) 가동해 하루 평균 총 95.4톤, 대한제지는 0.9대(10%는 기타용지 생산)를 가동해 하루 평균 총 55.7톤, 나투라페이퍼는 0.7대(30%는 골판지 원지 생산)를 가동해 하루 평균 34.5톤을 각각 생산한다. 3사가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가용 능력보다 적게 생산하고 있다.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이번 신문용지 가격 인상 원인의 하나는 신문 디지털화로 인한 종이신문 감소라는 소비량 예측을 못 한 제지업계에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국내 신문용지 주력 생산업체는 외국계 자본이 인수했다. 1996년 미국계 다국적 제지회사인 보워터가 한라제지를 인수해 보워터코리아를 설립했고, 1998년에는 국내 신문용지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한솔제지 전주공장이 노르웨이 제지회사인 노스케스코그와 아비티비콘솔리데이티드, 한솔제지가 합자해 설립한 팝코(PAPCO)에 넘어갔다. 한솔제지는 2001년 자기 지분을 양대 외국 기업에 매각했다. 또 다른 제지회사인 대한제지와 세대제지(페이퍼코리아로 사명 변경, 신문용지는 나투라페이퍼라는 사명으로 공급)가 외환위기로 인한 자본금 부족과 현금 흐름 문제를 증자와 인수·합병을 통한 워크아웃으로 해소했다. 이렇게 재편된 신문용지 시장에서는 이후 4대 회사가 경쟁적으로 생산 시설을 확충했고, 과잉 경쟁을 벌였다.

 

<출처 - 한국제지연합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제지계》와 홈페이지 공시자료, 관세청 통계를 바탕으로 재구성. 제지업계의 통계는 잠정집계 후 보정돼 참고자료마다 통계가 조금씩 차이가 있음. 2006년 이전 수입량은 총계를 찾을 수 없어서 빈칸으로 두었음>

 

제지업계는 신문용지 가격 인상 주장

 

[그림]에서 보듯, 2004년 국내 제지업체가 생산한 신문용지는 167만 톤으로 최고치에 달했지만, 2003년부터 내수가 줄어들면서 감산이 불가피했다. 실제로 신문용지의 국내 수요는 2008년 100만 톤 수준에서 2019년도까지 50만 톤 수준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나 제지업계는 신문용지 생산량을 2013년까지도 연간 150만 톤으로 유지했다. 국내 수요 감소로 생긴 여유분은 한국에서 생산된 양질의 신문용지를 선호하던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에 내수 가격보다 높게 수출하면서 제지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2003년부터 제지업계가 생산한 신문용지의 수출은 계속 늘어났는데,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의 해외 수출 물량은 국내 소비량보다도 많았다. 2016년에는 79만 톤(전체 수요량의 56.8%)으로 최고치에 달했다. 그러나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뉴스 디지털화로 신문용지 수요가 줄어들던 시기라는 점에서 제지업계가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수요 예측을 방만히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더욱이 해외로 빠져나간 고품질의 신문고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2020년대 들어서 신문고지 수급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도 이러한 신문용지 수출과 무관하지 않다. 

 

 


 

과잉 경쟁은 결국 2017년 업계 4위였던 보워터코리아가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일단락된다. 제지업계는 신문용지를 생산하던 초지기를 7대에서 2022년에는 3대 수준으로 줄이고, 재생펄프를 고급 인쇄지나 크라프트지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늘어난 포장지와 판지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서 초지기를 종이 생산에서 판지 생산으로 변환하기도 한다. 제지업계는 2022년 제지 생산량의 3분의 2가 판지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월간 《제지계》, 2022년 1월호, 12쪽).

 

현재 제지업에서 신문용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01년도 제지업계 총생산량의 17%가 신문용지였다. 이 비중은 2017년까지 약 10%에 머물렀다. 비록 신문용지 생산 비율은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제지업계가 신문업계 발행부수 경쟁의 수혜자였던 시절이다. 그러나 신문용지가 내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불과한 현재, 제지업계 입장에서 신문용지 생산은 계륵 같은 존재다. 하지만 가격 협상도 까다롭고, 제지업계는 자칫 협상과정에서 신문사가 여론을 무기로 압박할 수 있다고 의심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톤당 가격 인상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어차피 온라인 쇼핑·택배 증가로 포장지와 판지 수요가 늘어나고 신문이 디지털화되면서 신문용지는 굳이 팔지 않아도 되는 상품이 되고 있다. 주력 상품도 아니고, 특별히 성장 가능성도 없는 상품이다.

 

신문용지 가격 인상을 둘러싼 갈등의 또 다른 이유는 물류 대란에 있다. 2021년 3월 23일 수에즈운하에서 좌초된 에버 기븐(Ever Given)호가 운하 통행을 가로막으면서 촉발된 전 세계 물류 대란을 시작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거점 항구 봉쇄, 기후변화로 인한 대홍수로 내륙 물류기지 침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국제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키는 수많은 악재가 있었다. 이 기간에 국제 유가는 꾸준히 올랐다. 미국 경유 가격의 경우, 2020년 9월 2.41달러(약 3,100원)에서 2021년 12월에는 3.72달러(약 4,900원)로 상승했고, 컨테이너 운송 비용은 2021년 1년간 200% 가까이 상승했다. 신문용지 생산에 필요한 원목 가격도 2020년 5월 톤당 646달러(약 84만 원)였지만, 2022년 4월에는 톤당 840달러(약 110만 원)까지 치솟았다.

 

신문용지 가격 인상에 대한 대책은 신문사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나마 구독부수에 맞춰 발행부수를 줄일 여력이 있는 전국 일간신문이나 경제 일간신문의 사정은 나은 편이지만, 지역신문이나 특수신문은 여유분이 전혀 없다. 지역신문은 대부분 인쇄 시설이 없어서 도서관 납본 부수와 실제 유통 부수에 맞춰서 대쇄를 위탁하는데, 대쇄하는 인쇄공장(대형신문사)이 신문용지 가격 인상에 맞춰 비용을 인상하면 사실상 종이신문 발행을 포기하거나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표 2] 제지 생산에서 신문용지가 차지하는 비율 (단위: 만 톤) 

 

<출처 - 한국제지연합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제지계》와 홈페이지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제지업계의 통계는 잠정집계 후 보정되어 참고자료마다 통계가 조금씩 차이가 있음>

 

신문업계와 제지업계 협상 통해 문제 해결해야

 

신문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여론 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가치재다. 가치재는 시장에서 공급하기에는 비효율적이더라도 사회적 필요에 따라 공공 관리가 필요한 산업 영역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신문용지에 대한 권장가격을 정하고, 관리해온 이유기도 하다. 제지업체는 신문용지 생산량을 줄이면서, 톤당 가격은 인상하고 있다. 신문업계가 신문용지 증산을 유도하려면 신문용지 톤당 가격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인데, 그러려면 신문 구독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 바람직한 해결책은 갈등 당사자인 신문업계와 제지업계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제지업계로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을 만회할 방법이 필요하고, 신문업계 입장에서는 인상되는 신문지 가격을 지불할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문제 해결을 정부가 주도할 여지는 적다. 주무 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자원부, 환경부 등으로 다양하게 얽혀있고, 이해당사자들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는 주무 부서도 없다. 무엇보다 지원 혜택(incentive)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쉽게 나서기도 어렵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신문이라는 가치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양대 업계의 갈등이지만, 내버려 두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유럽의 사례를 참고해 한시적이더라도 지원 제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신문지원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은 제작 지원을 주된 지원 방법으로 채택한다. 제작 지원은 신문 발행을 위한 취재와 편집, 인쇄, 수송, 유통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획재정부의 엄격한 예산 통제로 인해서 직접지원 예산으로 분류되는 제작 지원이나 경영지원보다는 공동자금출자(matching fund) 방식의 배달 지원과 언론인 교육, 취재 지원과 같이 간접적인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신문용지 구매 지원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여론 다양성에 영향을 주는 일간신문과 주간신문의 신문용지 구매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는 것이다. 예컨대 신문이 유통되는 권역의 총 인구수와 지역 내 매체 경쟁 정도를 비교해 최소 부수를 책정하고, 여기에 지원 대상 신문의 발행부수와 열독률 등을 고려해 신문용지 구매 비용 비율을 정하는 것이다. 유럽 국가에서처럼 지원 신청사는 발행부수에 대한 자료를 심사 과정에서 투명하게 제출해 인증을 받도록 한다. 기준은 단순할수록 좋지만, 지원 대상과 절차는 명확해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신문사가 불필요한 유휴 부수를 줄이고, 구독료를 인상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문사로서는 독자 감소라는 위험을 감내해야 하고, 유휴 인력 발생에 따른 인사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신문용지 가격 인상 때문이 아니더라도, 종이신문 발행과 관련한 신문 인쇄·수송·유통·배달 영역 종사자의 인력 재배치와 조직 재설계 문제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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