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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언론사 인수한 사모펀드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1-09-30

최근 키스톤PE가 아시아경제 경영권을 인수해 화제가 됐다. 신임 회장은 아시아경제를 1등 경제신문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지만 이번 인수를 향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사모펀드의 미디어 기업 투자,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말 키스톤PE(Private Equity)가 아시아경제 최대 주주가 됐다. 키스톤PE에서 선임한 신임 아시아경제 회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경제를 1등 경제지로 성장시킬 것이며, 수익성 평가를 통해 아시아경제를 단기간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260명인 임직원을 500명으로 대폭 충원하고, 콘텐츠 전략 확장을 위해 논설위원실과 경제연구소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1) 또한 경제지 성격에 맞게 금융인 출신 기자를 대거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아시아경제는 향후 6개월간 종합발전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가 경제일간신문의 최대 주주가 된 것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2014년 ‘파업 투쟁 205일, 노숙 농성 177일, 고공농성 50일, 단식 10일’이라는 기록을 남긴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C&M) 사태가 보여주듯, 사적 주체들이 모집한 기금(사모펀드)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한 정서적 반감은 크다. 당시 씨앤앰의 지배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사측과 협력업체 대표, 노조 대표 등으로 구성된 3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해고된 109명 중 이직·전직 인원을 제외한 83명을 전원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장기 파업과 고공 농성에도 불구하고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던 MBK가 협상안을 내놓은 것은 노조 파업으로 씨앤앰의 고질적인 내부 문제가 외부로 드러나면 제삼자에게 매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컸다. MBK는 노조와의 잠정 합의 이전에 이미 공동 인수자인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와 협의해, 골드만삭스를 통해 씨앤앰의 다른 잠재적인 인수 기업 후보에 매각 의사를 밝혔다. 씨앤앰은 2016년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 사명을 딜라이브로 변경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MBK파트너스는 딜라이브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흔히 사모펀드로 불리는 재무적 투자자를 ‘메뚜기 떼’에 비유한다. 펄 벅(Pearl S. Buck)의 소설 《대지》에 등장하는 메뚜기 떼처럼 재무적 투자자는 산업적으로 투자가치는 있지만,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통해 투자이익을 남기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현금 흐름이 부족한 기업에 단기적인 신규 자본 투자를 통해 기업을 회생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모펀드에 자본을 맡긴 투자자의 이익을 보존해 주기 위해서 기업 자산을 매각하고, 노동생산성을 악화시키면서까지 중단기적 투자 차익을 노린다. 이러한 투자를 ‘투기’로 보기도 한다. 반면 ‘착한 사마리아 사람’으로도 비견된다.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대다수 기업은 단기적으로 현금 흐름에 문제가 발생해 설비투자를 하거나 생산수단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다. 이때 사모펀드의 투자는 부족한 현금 흐름을 단기간에 조정해 기업 경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이례적인 사모펀드의 언론사 인수

 

‘메뚜기 떼’로 비난받든 ‘착한 사마리아 사람’으로 칭송받든 기업에 중·단기적으로 자본을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기업의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재무적 투자와 재무 조정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는 보유한 생산시설과 자본보다 과대평가됐거나, 창의적인 인력의 집중적인 노동력 투자로 한계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산업 영역에는 선뜻 진출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영역이 미디어다. 미디어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은 창의적인 노동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산되는 정보다. 이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 대면 접촉으로 정보를 취합해 기사로 만들고 논평을 쓰는 일은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 인력의 영역이다. 로봇과 빅데이터가 인간의 기억력과 근육의 부담을 덜어주더라도, 창의적인 노동을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미디어 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 영역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유형의 기업이 현금 흐름의 압박을 받게 되면 가장 먼저 선택하는 전략은 인력 감축이나 간접 고용을 통해서 사회보장세 부담을 줄이는 비정규직화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저평가받는 비상장기업을 인수해, 3~7년 안에 기업의 시장가치를 높여 되팔아 투자액보다 많은 수익을 남겨야 한다. 기업의 시장가치는 통상 잉여현금흐름으로 판단하는데, 대표적인 평가 방법으로 기업잉여현금흐름(FCFF, Free Cash Flow to Firm)이나 주주잉여현금흐름(FCFE, Free Cash Flow to Equity), 투자 기간의 에비타(Ebidta) 배수 등을 고려한다. 만일 사모펀드가 미디어 기업에 투자하면 불가피하게 공익성 평가가 따를 수밖에 없어 경영상 위험 요인이 발생한다. 언론인 출신으로 2000년대 초반 유럽의 언론사들을 빠른 속도로 인수해 되팔았던 영국의 사모펀드 운용자 데이비드 몽고메리(David Montgomery)도 신문 기업을 인수해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사모펀드가 인수했던 씨앤엠의 경우도 고용 안정을 위한 일자리 보장과 공익성 평가가 맞물려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빠지지도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대상은 주로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과 같이 이미 조직된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보다는 조직화되지 않은 위험 시장인 비상장 기업이나 법정관리 기업이다. 사모펀드에 자금을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통상 3~7년 동안 투자해 기업의 시장가치를 높여서 되파는 전략을 취한다. 그래서 사모펀드는 마치 전략적 투자자처럼 투자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헤지펀드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로 돌변해 투자수익을 거두고 퇴각한다. 그래서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대다수 기업은 단기적으로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거나 생산성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다. 사모펀드는 투자 기업을 직접 경영하기보다는 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만 파견해 재무관리를 맡기거나, 자산관리를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사모펀드가 투자한 자금으로 기업이 3~4년 안에 현금 흐름이 원활해지지 않거나 생산성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또 다른 출구 전략을 고민한다. 사모펀드는 투자 중간정산 시점에서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불투명하다고 판단되면,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생산수단을 매각하거나 노동력을 감원하는 긴축경영전략을 관철하려 한다. 재무적 투자의 최종 목표는 금융 수익 창출이기 때문이다. 금융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투자기업의 시장가치를 높이기 위한 최적 수단을 찾는다.

 

사모펀드는 자기자금이나 자기자금에 외부자금을 혼합한 형태의 매자닌자금(Mezzanine Capital)을 이용해 기업에 투자한다.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은 주로 비상장기업으로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낮게 평가받고 있거나 단기적으로 현금 흐름 압박을 받는 기업이 많다. 1980년대 이후 인수합병은 기업의 현금 흐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사모펀드도 투자할 때 당장은 현금 흐름 압박을 받는 기업이지만 기술적 노하우와 경영진의 경영 능력이 뛰어나서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택한다. 이때 사모펀드는 인수 대상 기업의 다수지분을 획득하거나 지배주주로 등장해, 기업의 구조를 바꿔놓는다. 이러한 이유로 정보 상품을 생산하는 언론사를 직접 인수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반적 재무투자와는 다른 이유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때는 비교적 시장에서 안정적인 경영 구조를 가진 기업을 선택하는데, 이때 기업의 현금 흐름을 안정시킴으로써 외부자금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초기 자금 지원을 통해 회사 경영 구조를 안정시킴으로써, 추가자금의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재무적 위험 요인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투자방식을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라고 부른다. 차입매수는 사모펀드가 30%가량의 자산을 투자하고, 나머지를 매수할 기업의 장래 현금 흐름을 담보로 해 매수자가 채무배상을 부담하지 않고 차입금으로 매수자금의 대부분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사모펀드의 차입매수를 통한 기업 인수가 어려워지자, 유한책임사원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도입했다. 차입매수와 다르게 사모펀드의 자금만으로 기업을 매수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한 뒤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기관매입(IBO, Institutional Buyout)이 그것이다. 기관매입에는 다시 시장에 공개된 기업의 지배주주가 되어 비상장회사로 전환시키는 비상장화(Take Private, Going Private) 전략과 특정 산업 내에서 소규모의 개별 기업을 하나의 기업으로 통합해 수익을 올리는 산업통합(roll-up) 전략이 있다. 기관매입 전략 도입 이후 유한책임사원의 수익은 더 늘어났다는 것이 일반적이 평가다.

 

키스톤PE의 아시아경제 경영권 인수는 이러한 조건에 전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키스톤PE는 아시아경제의 경영권을 인수했을까? 아시아경제는 특별한 자산이 없다. 아시아경제는 유동성 채권과 같은 보유재산이나 높은 거래 가격이 형성된 부지에 본사 건물과 넓은 인쇄공장을 가진 언론사도 아니다. 자산이라고는 인적 자산뿐이다. 아시아경제는 오랫동안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취재 활동을 해 온 기자들이 설립해 운영하는 중견 경제지다. 유가부수도 많지 않다. 그러나 경제와 금융, 정치적 결정이 이뤄지는 웬만한 길목에서는 아시아경제가 유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키스톤PE의 아시아경제 인수를 일반적인 재무적 투자로 보기에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향후에도 사모펀드가 정보 생산 능력을 갖춘 일간신문을 인수하는 사례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광고주 확보를 통해 영향력 있는 매체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시장은 종이신문이든 인터넷신문이든 이용자의 금전적 지불 의사에 의존해 수익을 내지 않는다. 오직 그들이 주목하는 시간을 잠재적 광고주에게 판매한다. 광고주들은 이용자들이 주목한 시간에 관심이 크다. 만일 이들의 주목도를 분석해, 효과적인 광고 집행이나 정책 홍보에 활용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광고를 수주할 수 있을 것이다. 영향력이 증가하면, 사모펀드의 영업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시장 정보를 취합해 기업인수합병에 필요한 시장분석자료를 제공할 연구기지로 활용 가능하다. 만일 취재 경력이 많은 기자와 금융인 출신으로 기자들을 구성한다면, 신문사를 통해 취재하고, 연구소를 통해 기업인수합병에 활용 가능한 시장분석과 금융평가가 가능해진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언론계에서 암묵적 관행으로 지켜왔던 언론 자본과 금융 자본의 이익공동체 형성을 금지하는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관행은 관행일 뿐, 꼭 지켜진 원칙도 아니고 금지할 방법도 없다.

 

셋째는 장기적으로 사모펀드가 운용 중인 자금을 시장에서 회수하는 출구 전략을 만들어줄 전략집단으로 신문을 활용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전략적 투자자가 아니다.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해 주기 위해서는 적어도 3~7년 내에 떠나야 한다. 그 시점을 정확히 판단하는데 연구조직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인 투자를 위해 시장흐름을 알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더 많은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다. 사모펀드 가입자를 설득해 적어도 10년 정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위탁하도록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키스톤PE의 아시아경제 경영권 인수는 이례적이다. 키스톤PE는 향후 500여 명까지 전문가를 고용해 매년 적잖은 급여를 지급하면서 취재와 연구조직을 운영할 예정이다. 사모펀드로서는 새로운 전략이다. 지금까지 성공한 적 없었던 사모펀드의 미디어 기업을 활용한 재무적 투자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1) 조준혁,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왜 신문사를 인수했나>, 미디어오늘, 2021.7.30,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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