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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현장] 신문사 윤전기의 미래는
집중점검 | 등록일 : 2022-11-25

종이신문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 주요 일간지들은 서울은 물론 지역에도 인쇄 공장을 세워 신문을 인쇄했다. 그러나 신문 인쇄가 수익을 보장하던 시대는 지났다. 신문 인쇄의 역사를 짚어보고 디지털 시대를 맞아 종이신문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 본다. 편집자 주

 

신문 윤전기 고도화 시급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9월 22일 독일의 만롤란트고스(manroland Goss)사와 약 500억 원 규모의 신형 윤전기 2세트를 주문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새롭게 도입할 윤전기는 ‘컬러맨 e: 라인 4-1(COLORMAN e: line 4-1)’로 불리는 모델로 시간당 9만 5,000부(1세트)를 인쇄할 수 있고, 신문 인쇄 전 과정을 전산으로 자동 제어하는 전산제판(CtP, Computer to Plate)과 소량 인쇄판 변형이 가능하며 파지 발생률이 낮은 기종이다. 대형 윤전기의 특성상 신문사가 윤전기를 주문하면, 제작사는 미리 만들어 둔 기본 설비에 주문자의 특성을 가미해 새로운 윤전기를 제작·납품한다. 한국경제신문은 만롤란트고스사로부터 윤전기를 인계받으면 2024년 말까지 인천 부평국가산업단지에 인쇄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의 새로운 윤전기 설치가 완료되면, 국내에는 국제신문(2018년)이 윤전기 3세트를 도입한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윤전기가 도입되는 것이다. 2022년 말 현재 한국신문협회 회원사 가운데 윤전기를 보유한 신문사는 21개 사고, 여기에 신문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신문사가 보유한 윤전기와 소규모 인쇄 대행을 하는 인쇄 공장을 합산해도 신문 인쇄가 가능한 곳은 30개 남짓에 불과하다. 갈수록 윤전기 없이 타사에서 신문을 대쇄하는 신문사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인쇄 공장의 대다수 윤전기는 노후화된 상태로 30년 가까이 운행 중인 윤전기가 대부분이다.

 

1883년 10월 31일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 동문학 박문국(統理交涉通商事務衙門 同文學 博文局)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신문인 한성순보가 인쇄될 당시에는 활자로 조판해 그 위에 인쇄용지를 낱개로 볼록하게 또는 오목하게 인쇄하는 활판인쇄(typographic printing)를 했다. 이러한 인쇄 방식은 1970년대 평판인쇄(offset printing)가 보급될 때까지 오랫동안 유지됐다. 평판인쇄는 속도와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는데, 여기에 1993년 스위스인 토마스 캘린(Thomas Kaellin)이 개발한 전산제판 기술을 통해 신문용지를 자동으로 입고하고 운반하여, 둘러싼 거포를 뜯어내 윤전기에 걸어서 인쇄하는 과정, 편집국에서 출고한 기사를 전산을 통해 알루미늄판제로 만들어 윤전기에 거는 과정, 인쇄된 신문을 발송처별로 포장·출고해 발송하는 과정까지 모두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주요 신문사의 윤전기는 1987년 제정된 신문법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1987년 11월 28일 제정된 「정기간행물 등록에 관한 법률」은 신문사 설립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었지만, 제6조(기능의 보장)에서 신문 발행을 위해서는 윤전기와 인쇄 공장을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이러한 규정은 사실상 인쇄 시설을 마련할 수 있는 자본가나 기업만이 신문을 발행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당시 정기간행물법 제6조 제3항에 따라서 누구든 일반 일간신문을 발행하려면 타블로이드 2배판(대판) 4면 기준의 신문지를 시간당 2만 부 이상 인쇄할 수 있는 윤전기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수 인쇄 시설을 갖춰야 하고, 특수 일간신문 또는 외국어 일간신문이나 일반 주간신문은 윤전기 1대 이상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수 인쇄 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이 규정에 따라서 당시 신생 신문사들은 일본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중고 윤전기를 구매해 들여왔으며, 당시로서는 비교적 한가한 도시 외곽 공장 지대에 인쇄 공장을 설치했다. 국내에서 시설 기준이 없어진 것은 2005년 1월 27일 개정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을 통해서였다. 개정 법률에 따라서 시설 기준은 폐지되고, 누구나 신문을 발행하려면 사업자로 등록하고 직접 인쇄하거나 대쇄를 맡기면 된다.

 

줄어드는 윤전 공장과 대쇄의 증가

 

국내에서 새로운 윤전 시설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노태우, 김영삼 정부 시절 경제 호황을 누리면서였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 신문사들은 경쟁적으로 새로운 최신식 윤전기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시절도 잠시였을 뿐, 외환위기와 함께 자금난을 겪은 신문사들이 새롭게 구매한 윤전기 혹은 배에 실려서 갓 들여온 윤전기를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에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주요 일간지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증면과 발행부수 경쟁을 최근까지도 이어갔다. 주요 전국 일간신문은 서울 본사를 비롯해 지역에도 인쇄 공장을 설립하는 시설 경쟁을 벌이면서, 신문 윤전 시설은 급속히 늘어났다. ‘빠른 신문 전국 동시 인쇄’를 기치로 내걸었던 조선일보의 경우 한때 태평로 본사와 조광(광주), 선광(평촌), 일광(성남), 보광(부평) 등 5개 인쇄 시설을 설치했다. 국내 신문사 가운데는 최대 규모였다. 조선일보와 경쟁하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이에 못지않게 본사뿐 아니라 권역별로 지역 인쇄 공장을 갖췄고, 지금은 조선일보보다 더 많은 윤전기를 운행 중이다.

 

현재 대다수 신문 인쇄 공장 윤전기는 1990년대 초중반과 2000년대 초반에 설치됐다. 가장 오래된 윤전기는 한국경제 중림동 공장 미스비씨 기계로, 2007년 설치한 GOSS 기계와 결합해 구동 중이지만 본래 설치는 1986년에 됐다. 중앙 일간지 중에선 중앙일보(2009년, 4세트), 문화일보(2011년, 3세트), 동아일보(2014년, 2세트)가, 지역 일간지 중에선 강원일보(2017년, 1세트), 국제신문(2018년, 3세트)이 비교적 최근 윤전기를 새로 설치했다.

 

신문 윤전 시설을 갖춘 신문사와 인쇄 공장이 줄어들면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를 비롯해 일간신문 중에는 자사 발행 신문 인쇄 시간 외에는 다른 신문을 대쇄하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인쇄부수가 10만 부가 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윤전기를 운행하는 것보다는 대쇄가 효율적이다. 그래서 신문 인쇄와 합·배송이 증가하면서 신문산업 전체적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대쇄가 가능한 인쇄 공장도 무한정 대쇄를 할 수는 없다. 시설 용량과 인쇄 마감 시간을 고려하면, 현재도 대다수 인쇄 공장을 최대로 가동하는 상태이다.

 

예전과 달리 신문 인쇄가 수익을 보장하던 시대는 지났다. 전단지 인쇄와 삽지가 많던 때에는 신문 인쇄가 수익 사업이었지만, 현재는 인쇄를 담당하는 직원의 인건비 상승과 매달 최소 6억 원(윤전기 4세트 기준)에 달하는 윤전 시설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최근 신문용지와 신문 잉크 가격, 전기요금, 수송비 상승으로 인해 대쇄로 받는 비용으로는 현상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야간작업이 많은 인쇄 공장의 추가적인 수당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표] 주요 신문 인쇄 시설(2022년 11월 현재)

 

*이밖에 SRG(광주), (주)다원(광주), ㈜태산미디어(대구), ㈜제주신문인쇄, 매일신문인쇄(충남 목천) 등에서 일간신문을 대쇄하고 있다. 

 

통상 윤전기의 평균 수명은 30년으로, 유지보수를 잘하면 몇 년 더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있는 윤전기는 대부분 30년 평균 수명에 도달한 상황으로 한국경제신문처럼 윤전기를 새롭게 교체하거나 인쇄 공장을 폐쇄해야 한다. 하지만 노후 윤전기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200억 원이 넘는 신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종이신문 구독률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신문사는 극소수다. 또 노후 윤전기를 유지 보수할 부품 수급도 어려워서 자사에서 사용하지 않고 폐기한 옛 윤전기에서 부품을 해체해 가동 중인 윤전기에 달아서 쓰거나, 타사가 가동 중단한 윤전기에서 필요한 부품을 사들여 보수하는 상황이다.

 

타워형 윤전 설비에서 소형 디지털 인쇄 시설 개발로 진화

 

전 세계적으로 신문 윤전기를 제작하는 국가는 독일과 스위스, 일본 등 극소수다. 그나마 전 세계 윤전기 시장은 독일계 하이델베르크인쇄기기(Heidelberger Druckmaschinen)와 만롤란트고스, 쾨니히&바우어(KBA, Koenig&Bauer)가 과점한 상태다. 이들 3개 사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대 2/3였으나, 독일의 만롤란트와 미국의 고스가 합병해 만롤란트고스를 설립하면서 점유율이 80%를 상회하게 됐다. 물론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동경기계(TKS)와 하마다, 미스비씨 등이 대만과 한국에서 새로운 윤전기를 주문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에 납품하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버티고 있지만,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계 윤전기 제작사의 대형 윤전 설비와 소형 디지털 인쇄 시설 개발에 기술적으로 밀리고 있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40% 차지한 하이델베르크는 1850년 공장기기를 만드는 가내수공업으로 출발하여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직원 1만 1,300여 명에 연간 매출액이 23억 유로(약 3.2조 원)인 세계적 기업이다. 만롤란트고스가 전 세계적으로 직원 약 1,000명에 연간 매출액 2억 9,300만 유로(약 4,090억 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하이델베르크가 독보적인 1위다. 다만 윤전 시설만 놓고 보면 둘은 대등한 경쟁사다.

 

전통적으로 독일 기업의 윤전 설비는 견고하지만 투박하고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하이델베르크는 광학 기술과 디지털 전산 기술, 기기 제작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윤전기와 디지털 인쇄기를 출시하고 있다. 하이델베르크는 휴렛패커드(Hewlett-Packard)와 제록스(Xerox) 등 복사기 제조사가 개발한 디지털 복제 기술을 윤전시설에 접목해 소규모 출력이 가능한 버사파이어(Versafire)시리즈 디지털 인쇄기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일종의 복사기로 소량을 복제해 인쇄기에 부착시킨 접지기, 포장기기를 이용해 신문을 만드는 디지털 CtP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지금처럼 신문 이용이 지면신문에서 전자신문으로 급속하게 이동하면, 지면신문을 구독하는 독자가 급속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에 맞게 신문 윤전기도 소형화, 효율화, 간편화되는 것이다. 단점도 크다. 신문판형이 베를리너 판형보다 작아야 한다는 점이다.

 

윤전 설비 고도화를 위한 정책 지원과 디지털 혁신 필요

 

국내는 국제환경 변화와 관련 없이 하루하루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전자 구독이 많아져도 여전히 지면신문에 대한 수요는 존재한다. 그렇다면 현재 노후 윤전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신문사를 대상으로 앞으로도 윤전 시설 운영이 필요한 신문사의 윤전 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저금리 융자를 비롯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고가의 윤전기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관세 부담을 줄여줄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문 인쇄와 관련해 정책적 우선순위는 인쇄 시설 운영 비용의 절감이다. 신문 인쇄 공장은 업무 특성상 윤전기 압축기를 비롯해 설비 구동에 전기를 많이 쓴다. 현재 신문 인쇄 공장은 일반 산업용 전기요금이 적용되지만, 신문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하면 농업용이나 공업용 전력 이용처럼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

 

신문업계도 자구 노력이 더 필요하다. 신문 인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액으로 인한 특수폐기물 비용을 최소화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무현상(건식) 판제를 더 늘려가야 하고, 이를 위해 설비를 고도화하거나 전면 교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업계의 숙원 사업인 윤전 설비의 국산화를 지금이라도 추진해야 한다. 물론 국내에서 하이델베르크나 만롤란트고스의 타워형 윤전 설비를 당장 개발해 낼 수도 없고, 앞으로 수요도 딱히 많지 않다. 하지만 현상 유지를 위해서는 필요 부품을 국산화하기 위해 신문업계와 기기 제작업계가 협업할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 또 현 상황에서는 비교적 기술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무현상 판제기와 접지 및 포장 설비, 발송 설비 같은 주변기기 개발부터 서두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광학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 전자 장비 제작 기술을 신문 인쇄 기술에 접목한다면 발행부수 1만 부 내외의 일간신문이 사용할 수 있는 하이델베르크사의 버사파이어 유형의 디지털 인쇄기는 자체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굳이 종이신문의 판형이 대판(가로 374x세로 545mm)이어야 하지 않는다면,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을 시도해볼만 하다.

 

고속 윤전기가 필요했던 이유는 과거에는 매일같이 수십만 부를 새벽 2~3시까지 발행해 전국에 발송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구독료를 매월 납부하며 지면신문을 정기구독하는 독자가 많은 신문사는 수십 만 부를 발행해야겠지만, 대부분 신문사의 구독 부수는 10만 부에도 못 미치고, 지역 일간신문은 1만 부를 밑도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발행부수가 1만 부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신문 판형을 줄여서 디지털 컬러 인쇄를 할 수 있는 자체적인 시설을 갖추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어차피 대쇄해 줄 인쇄공장도 점점 줄어든다. 차라리 규모가 적더라도 확실한 자가 시설을 갖춘 회사가 생존 가능성은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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