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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8일 오전, 트래픽 양이 많은 주요 웹사이트들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가 발생한 지 약 한 시간이 지난 오전 7시 30분경(미국 중부 시간) 다운된 웹사이트들이 복구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웹사이트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비록 짧은 시간 내 복구되긴 했지만, 영향을 받은 웹사이트들이 워낙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이번 호에는 이 사건에 대한 개요와 원인을 살펴보겠다. 나아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클라우드 서비스 전반의 구조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우리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 기반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클라우드 인프라가 인터넷 전반의 안정성과 거버넌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본다.
클라우드 회사 패스틀리가 일으킨 웹사이트 다운 사태
6월 8일 오전 평상시처럼 뉴스를 읽거나 동영상을 시청하기 위해 웹브라우저를 실행시켰던 많은 사람은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고 모두 같은 종류의 오류 메시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림 1] 이번 대규모 웹사이트 다운 사태는 영향을 받은 웹사이트의 종류와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미국의 주요 언론사인 뉴욕타임스, CNN, USA투데이를 비롯해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 아마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위치, 레딧, 핀터레스트 게다가 영국 정부 대표 웹사이트 또한 한 시간가량 이용이 불가능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인 패스틀리(Fastly)로 밝혀졌다. 패스틀리는 트래픽 양이 많은 웹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자사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Content Delivery Network)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사용자와 보다 가까운 곳에 데이터 서버를 구축해 동영상 등 용량이 크고 전송 속도가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콘텐츠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해주는 형태의 데이터 전송 서비스다. 닉 록웰(Nick Rockwell) 패스틀리 엔지니어링 및 인프라부서 부사장은 이번 사태가 패스틀리의 CDN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버그가 존재했고, 서비스 사용자 중 하나가 이 버그를 활성화하면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Rockwell, 2021). 이렇듯 이번에 일어난 대규모 인터넷 마비 사태는 사이버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실수로 인한 것이었다(Heilweil, 2021; Patnaik, 2021). 비교적 빨리 복구됐지만 마이크로소프트, IBM, 아마존과 같은 널리 알려진 회사가 아닌, 소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의 작은 버그가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미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이번 사태는 언제 어디서나 항상 이용 가능할 것이라는 많은 사람의 기대와 달리 인터넷이 얼마나 불안정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De Vynck, Bella, & Bogage, 2021).
클라우드로 이동하는 인터넷 인프라, 누가, 어떻게 구성하고 있나?
인터넷은 통신 기술과 정보를 보관하고 처리하는 컴퓨터 서버 및 기기의 발전과 함께 그 기반을 다졌다. 인터넷은 1960~70년대 민감한 정보의 보관과 처리를 분산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 국방부와 학계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냉전 종식 이후 상업화됐고(Greenstein, 2015), 개인용 컴퓨터(PC)를 거쳐 고성능 모바일 개인 기기와 모바일 브로드밴드 보급을 거치며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여기서 나아가 페이스북, 구글 등 많은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 또한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영향력을 키워나감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들을 인터넷 거버넌스의 중요한 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Cohen, 2017; DeNardis, 2012; DeNardis & Hackl, 2015).
한편, 최근 사물인터넷 기기들이 빠르게 확산하고, 빅데이터, AI 등의 기술 혁신으로 인터넷 기반 환경이 빠르게 클라우드로 전환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방대한 데이터를 복잡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그 데이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연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현재 재편되고 있는 인터넷 인프라 환경을 구성하고 데이터 흐름에 영향을 끼치는 건 누구일까? 조앤 도노반(Joan Donovan) 하버드케네디스쿨 연구원은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음모론 및 가짜뉴스의 맥락에서 누가 콘텐츠 조정(content moderation)을 떠맡아야 하는가를 논하면서 현재의 인터넷 기반 환경에서 정보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그림 2]와 같이 겹겹이 쌓인 ‘기술 스택(tech stack)’으로 개념화했다(Donovan, 2019; Fowler & Alcantara, 2021). 맨 위의 ‘플랫폼’ 층은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과 가장 가까운 부분으로, 우리가 잘 아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등을 생각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층은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클라우드 드라이브 서비스나 웹사이트 호스팅 서비스 등 저장 공간이나 컴퓨터 연산 능력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들을 칭한다(예: 스퀘어스페이스(Squarespace), 워드프레스(WordPress), 쇼피파이(Shopify),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 ‘CDN’은 핵심 클라우드 서버보다 이용자에게 가까운 장소에 위치한 다수의 소규모 서버들을 이용해 정보 및 연산의 양이 많은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예: 아마존 클라우드프론트(Amazon CloudFront), 패스틀리, 아카마이(Akamai),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도메인 저장소(혹은 DNS, Domain Name System)’는 인터넷상의 주소 역할을 하는 인터넷 도메인을 관리한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s)’는 인터넷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로 통신사와 케이블 TV 회사들을 지칭한다.
이 기술 스택을 구성하는 모든 레이어는 각각 인터넷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부분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이나 학계의 주된 관심을 받고 잘 알려진 부분은 [그림 2]에서 플랫폼, 도메인 저장소,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인터넷 인프라 및 거버넌스와 관련해 브로드밴드 접근성이나 DNS,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콘텐츠 검열과 같은 이슈는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클라우드나 CDN은 인터넷의 백본(backbone)1)을 구성하는 중대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보이지 않아 그 중요성이 많이 부각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패스틀리 버그로 인한 사건은 인터넷 이면에 존재하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던 이러한 부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하나의 사례로 남을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의도적인 사이버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Smith, 2020) 속에 얼마 전 랜섬웨어 공격으로 인해 미국 최대의 송유관 가동이 중단돼 동부 연안의 기름 공급이 중단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Sanger, Krauss, & Perlroth, 2021), 최근 인터넷이 생각보다 취약하고 잘못될 경우 실제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는 모양새다.

클라우드와 인터넷 기반 산업의 집중화, 이제는 논의해야
일각에서는 이번 패스틀리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의 중요한 백본 인프라를 구성하는 클라우드 산업이 점점 소수의 회사에 집중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일례로 글로벌 리서치 회사 가트너(Gartner)의 IT 애널리스트 조시 체스만(Josh Chessman)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백본 인프라는 점점 늘어가는 데이터의 양을 처리할 수 있는 소수의 회사로 집중화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De Vynck et al., 2021). 인터넷 플랫폼과 관련된 규제적 논의는 대부분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층에 집중돼 있다. 특히 산업 집중화와 관련된 반독점법과 더불어 가짜뉴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도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 층의 회사들이 논의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보이지 않는 클라우드 회사들이나 도메인 관리 사업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도 있는데(Elfrink, 2019), 이는 상대적으로 크게 공론화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패스틀리 사태의 경우 CDN의 특성이 반영돼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 한 시간 동안의 사회적, 경제적 파장은 상당했다. 이번처럼 짧은 시간 안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인터넷의 전반적인 시스템 안전성과 보안 확보에 관련된 규제 틀을 검토하고 클라우드 백본을 구축하고 있는 산업 구조의 측면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