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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세계는 빅테크 규제 중] G7 글로벌 최저법인세 도입 의미와 전망
집중점검 | 등록일 : 2021-07-30

전 세계 많은 나라의 고민거리였던 다국적 IT 기업에 대한 과세 문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G7 정상들이 지난 6월 G7 경제장관 회의에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세제 개혁안에 합의한 것이다. 글로벌 세제 개혁의 의의와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국경이 사라진 디지털 경제 시대에 걸맞은 세제 개혁은 그동안 많은 나라의 과제였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런 고민은 더 커졌다. 전통 경제 시대와 달리 소득이 발생하는 곳과 세금을 납부하는 곳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에 따라 고민의 내용은 조금 달랐다. 거대 IT 기업들의 본고장인 미국은 거대 IT 기업들이 조세 피난처로 자꾸만 달아나는 것이 못마땅했다. 반면 유럽을 비롯한 여러 지역 국가들은 돈을 벌어간 만큼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거대 기업들의 행태가 불만이었다.

 

전 세계 대부분 나라의 고민거리였던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 문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첫 실마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마련됐다. G7 정상들은 지난 6월 G7 경제장관 회의에서 마련된 15% 글로벌 최저 법인세(Global minimal tax)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세제 개혁안에 합의했다.

 

이 방안은 7월 1일 파리에서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추인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OECD 회의에선 130개국이 서명했다. 서명한 나라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자랑한다.

 

이어 7월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제네바에서 열린 G20 경제장관 회의에서도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세제 개혁에 합의했다. G20 국가들은 전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며, GDP의 80%, 국제무역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글로벌 세제 개혁안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아일랜드, 에스토니아다. 아일랜드는 12.5% 법인세를 무기로 구글, 페이스북 등의 유럽 본사를 유치하고 있는 나라다. 반면 에스토니아는 배당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세제 개혁안이 실현될 경우 상당한 세수 손실이 우려되는 나라들이다.

 

G7과 OECD, G20 경제부 장관들이 지지했다고 해서 글로벌 세제 개혁안이 곧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OECD 차원에서 세부 핵심 사안에 대한 추가 조율을 거친 뒤 10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 뒤에는 각국 차원의 관련법 개정과 의회 비준 작업을 거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2023년부터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와 ‘소득이 발생한 나라의 과세권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전망이다.

 

 

지난 6월 4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린 G7 경제장관 회의. 리시 수낙(뒷줄 가운데) 영국 재무부 장관과 재닛 옐런(뒷줄 오른쪽) 미국 재무부 장관이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세제 개혁안, 무슨 내용 담겼나

 

글로벌 세제 개혁안은 ‘소득이 발생한 나라의 과세권 확대’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 적용이란 두 가지 대원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원칙을 담고 있는 글로벌 세제 개혁안은 필라1(pillar 1)과 필라2로 구성돼 있다. 필라1은 구글, 페이스북처럼 고정된 사업장이 없는 기업이 매출 발생지에서 세금을 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라2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 방안을 주로 규정하고 있다.

 

과세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유럽은 필라1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반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에 큰 관심이 있는 미국은 필라2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로벌 세제 개혁 방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규정할 수 있다.

 

첫째, ‘연 매출 200억 유로(약 27조 916억 원), 이익률 10%’인 기업에 적용

둘째, 수익의 20~30%는 영업이 발생한 국가에서 과세

셋째, 최저 법인세율 15%에 미달할 경우엔 해당 기업이 소속된 국가에서 차액 징수

 

과세 기준에 대한 규정도 포함돼 있다. 일단 해외 수익에 대해선 장비, 시설 같은 고정 자산과 인건비의 7.5%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 과세한다. 5년 뒤에는 공제 비율이 5%로 줄어들게 된다. 또 달라진 글로벌 법인세 기준을 7년 동안 시행한 뒤에는 ‘연 매출 100억 유로(13조 5,458억 원) 이상’으로 적용 대상 기업이 확대된다.

 

이 방안이 적용될 경우 법인세가 낮은 나라에 사무실을 두는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해당 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는 나라에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에 미달하는 부분에 대해 추가 과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두는 방식으로 12.5% 법인세를 적용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미국 정부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 15%와의 차액에 해당되는 2.5%를 과세할 수 있다. 사실상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아일랜드를 비롯한 조세 회피처를 활용해 합법적으로 탈세할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왜 글로벌 세제 개혁에 착수했나

 

국경 없는 디지털 경제가 확대되면서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본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합법적인 탈세를 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OECD는 ‘세원 잠식과 소득 이전(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으로 인해 연간 1,000억 달러(약 115조 100억 원)가량의 세금 수입이 사라지고 있다고 추산했다. BEPS는 국제 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 간 세율 차이 등을 이용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조세회피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이런 관행이 늘어나면서 소득이 발생한 나라에서 정당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다국적 기업들의 BEPS 관행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촉발했다. 낮은 법인세율을 미끼로 글로벌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경쟁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OECD에 따르면 2000년대 평균 32.2%에 달했던 국제 법인세율은 2020년대엔 23.3%까지 떨어졌다. 아일랜드를 비롯한 몇몇 나라는 이런 방식을 통해 페이스북, 구글 등의 유럽 본사를 유치했다.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유럽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달랐다. 유럽 국가들은 돈을 많이 벌어가는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 일환으로 나온 것이 프랑스, 영국 등이 적용하고 있는 ‘디지털 서비스세’다. 이 나라들은 애플, 구글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선 기존 법인세 외에 2~3%의 디지털 서비스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세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팽팽한 신경전을 이끌어낼 정도로 첨예한 갈등 요인이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오히려 글로벌 법인세 인하 경쟁에 더 큰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자국의 대표 기업들이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로 빠져나가면서 결과적으로 미국의 세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거대 IT 기업만을 겨냥한 유럽의 맞춤형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이런 고민을 담은 것이 미국 재무부가 지난 4월 내놓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택스 플랜(Made in America Tax Plan)’이다. 미국 내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는 한편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도입해 해외 여러 나라가 법인세율을 인하하려는 유인을 없애겠다는 것이 이 세제 개혁 방안의 핵심 목표였다. 이런 방안을 통해 미국 내 세수 확대와 함께 자국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방지하겠다는 복안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미국은 유럽 여러 나라가 적용하고 있는 ‘디지털 서비스세’를 무력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미국은 처음엔 글로벌 최저 법인세 21%를 제안했다. 이 세율은 지난해부터 OECD가 최초 제안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2.5%의 두 배 수준이었다. OECD는 글로벌 최저 세율이 15%로 확정된 이후 연간 세수 증대분이 1,500억 달러(약 175조 7,5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미국이 최초 제시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연간 2,000억 달러(약 230조 1,000억 원) 이상의 추가 세수를 기대할 수 있었다.1)

이 문제를 놓고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열띤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 입장에선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높이는 것이 유리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판매가 이뤄지는 곳에서 과세할 수 있는 권한’을 확충하는 쪽에 관심을 가졌다. 결국 양측은 협상을 진행한 끝에 6월 G7 경제장관 회의에서 ‘글로벌 수익의 20~30%는 거래가 이뤄진 나라가 과세’하고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15%로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제 개혁 방안에 합의했다.

 

합의 직후 유럽과 미국 경제부 장관들은 일제히 세제 개혁 방안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G7 회의 의장국인 영국의 리시 수낙(Rishi Sunak) 재무부 장관은 “글로벌 세제 개혁 방안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할 뿐 아니라 정확한 장소에서 정확한 세금을 공정하게 내도록 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부 장관은 “글로벌 최소 세율 합의에 성공한 덕분에 법인세율 인하 경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어느 쪽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논평이었다.

 

글로벌 세제 개혁의 의의와 향후 과제

 

국경 없는 디지털 경제 시대를 선도하는 것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거대 IT 기업들이다. 이들은 앱스토어나 전자상거래 플랫폼, 혹은 소셜 플랫폼을 통해 여러 나라를 넘나들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앞에서 지적한 BEPS를 통해 수익에 걸맞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조세 정의는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국내에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몇 년 전부터 계속 ‘구글세’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별 국가가 구글이나 애플 같은 거대 기업들을 규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외국에 거점을 두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합법적인 탈세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G7 주도로 시작된 글로벌 세제 개혁 방안은 개별 국가가 해결하지 못했던 이런 관행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글로벌 세제 개혁 방안이 공개된 이후 많은 전문가가 ‘100여 년 동안 이어온 법인세 징수 관행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브뤼노 르 메르(Bruno Le Maire) 프랑스 재무부 장관이 7월 10일 G20 재무부 장관 회의 직후 밝힌 소감은 이번 글로벌 세제 개혁의 의미를 잘 요약했다. 르 메르 장관은 “세금 최적화 작업을 끝냈다. 거대 디지털 기업들도 마침내 합당한 몫의 세금을 내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브뤼노 르 메르 장관은 이번 개혁이 최근 100년 사이에 가장 큰 세제 혁명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큰 틀의 합의 과정은 끝냈지만, 글로벌 세제 개혁 완성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부적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한편 각국 차원의 후속 입법이란 또 다른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글로벌 과세 분쟁의 핵심 대상인 미국 거대 IT 기업들 외에 어떤 기업들이 세제 개혁의 적용 대상이 될지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글로벌 최저 세율을 적용할 기반이 되는 과세 표준을 정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각국의 세제 시스템이나 국가 간 이중과세방지법 같은 것들을 이번 합의에 어떻게 녹여 넣을지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아일랜드를 비롯해 이번 세제 개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국가들을 설득하는 문제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유럽 국가들이 적용하고 있는 ‘디지털 서비스세’를 정리하는 문제도 있다. 현재 프랑스, 영국 등은 디지털 서비스 매출의 2~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디지털 서비스세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이 계획했던 것보다 낮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수용하고, ‘영업이 발생하는 국가’가 갖는 과세권을 상당 부분 인정한 데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자국 거대 IT 기업들을 겨냥한 디지털 서비스세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미국은 추가 과세권을 갖게 된 만큼 프랑스, 영국 등이 적용하고 있는 디지털 서비스세를 즉각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글로벌 세제 개혁 방안이 최종 확정된 이후 폐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협상 여지를 남겼다. 합의문에선 “새로운 국제 법인세 규칙 적용과 모든 디지털 서비스세 폐지 문제를 적절하게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 , OECD/G20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Project, 2021.7, https://www.oecd.org/tax/beps/brochure-addressing-the-tax-challenges-arising-from-the-digitalisation-of-the-economy-july-202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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