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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갈등 부추기는 언론] 언론은 갈등을 어떻게 다뤘나2: 젠더 갈등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1-09-03

언론은 특정 사건을 ‘논란’이라고 명명해 자주 보도하곤 한다. 이러한 논란 프레임은 없던 논란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젠더와 관련한 보도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언론이 ‘젠더 갈등’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19년 12월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서 열린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 살해)’ 철폐 시위 Ⓒ뉴스1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대해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사회 감시 의무에 해당한다. 다만, 갈등 상황을 부각하는 것만으로는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언론은 갈등의 원인과 구조, 다양한 해결 방안과 그 한계 등을 복합적으로 다루면서 해당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또 함께 해결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사회적 공론장을 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언론의 책임을 미뤄볼 때, 최근의 ‘젠더 갈등’ 보도는 성차별과 정의와 관련된 논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중계 보도와 ‘논란’ 프레임의 문제

 

2021년 8월 도쿄 올림픽과 관련된 보도에서 양궁 선수 안산의 헤어스타일을 비난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논의를 언론이 앞다퉈 중계한 사례를 예로 들어 볼 수 있다. 이 보도는 대체로 취재 보도라기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이나 SNS 메시지의 전재에 가까웠다.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이나 SNS의 메시지가 보도 가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우리 언론이 미처 바라보지 못하는 사회 현실들이 온라인 공간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의제로 설정되는 경우 역시 자주 있다고 알려져 있다.1) 하지만 여성 운동 선수의 헤어스타일을 근거로 삼아 비난하는 일부 게시물을 그대로 유포하는 보도는 사회적 의제 설정보다는 불필요한 논란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무엇보다 언론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언론 보도로 인해 논란이 만들어진 상황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발화를 보도할 때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 또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취향, 의견 등 공통의 것을 찾아 모이는 공간이며, 회원을 중심으로 운영돼 특정한 밈(meme)을 만들고 정서 구조를 공유하는 곳이다. 따라서 언론이 온라인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취재 장소로 삼으려 할 때, 해당 논의들이 대중에게 공유되거나 사회적 담론의 장에서 논의될 가치와 필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요구된다. 또한, 특정한 커뮤니티나 사이트에서 혐오와 차별 표현이 발생한 경우, 해당 이용자만 접속하는 커뮤니티를 넘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를 유포하는 것이 온라인에서 혐오의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2) 우리나라의 경우, 소셜미디어는 물론 포털 서비스가 이러한 혐오 확산의 핵심 기제가 될 수 있으며 포털 서비스를 통해 언론 보도가 주로 소비되기에 뉴스가 혐오 차별 확산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안산 선수와 관련된 게시물이 수집돼 보도된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는 한국 사회의 성차별 현실을 부정하는 주장이 주로 추천과 공유를 받는 공간으로, 반페미니즘적 정서 구조를 강하게 공유하고 있다. 만약 언론이 이 공간에서 공유되는 발화를 보도 소재로 삼고자 한다면, 이러한 정서 구조 내에서 도출되는 내용이 드러낼 편향적 태도, 성차별에 대한 오인식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등을 아울러 다뤄야 했다. 하지만 이번 헤어스타일과 관련된 보도들은 해당 커뮤니티에 어떤 게시물이 올라왔는지를 보도하면서 게시물의 내용을 사회적 사실로 승인해주는 역할을 했다.

 

한국 언론이 사실 확인을 정확하게 하기보다는, 특정한 출처에 의존하는 기사를 쓰고 교차 검증을 하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설이나 의혹 등으로 기사화한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온 바 있다.3) 이러한 관행에 대해 과거에는 출입처가 한정돼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거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정파에 유리하도록 정보를 누출하는 행위에 대해 비판받아왔다면, 최근 들어서는 사실상의 ‘취재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 전재’라는 문제 행위가 늘어난 셈이다. 이는 취재가 없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저널리즘의 성실성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한국 언론이 고질적으로 갖고 있던 병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정파적 성향에 따른 사실 선별과 사실 만들기 경향4)이 특정한 온라인 발화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쟁점 역시 야기한다.

 

이러한 발화를 전제하면서 ‘논란’이나 ‘갑론을박’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표현들은 서로 다른 주장들이 충돌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론장에서의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함의를 갖는다. 하지만 해당 사례에서 제기된 게시물 내용들이 사실상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주제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특정한 헤어스타일이 페미니스트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이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스트인 것이 문제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언론이 주목해야 할 것은 ‘왜 이것을 문제라고 하는가’에 대한 구조적 원인의 탐구이다. 더 나아가, 이번 경우는 의견이라고 제시되는 내용이 특정 개인에 대한 비난의 의미를 담고 있고 인스타그램과 같은 개인 계정에 다수의 비난 댓글을 게시했기에, 개인에 대한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자 온라인 공격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논란’이라고 해, 서로 다른 두 개의 의견이 공론장에서 충돌하는 것처럼 표현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논란’으로 표현된 많은 사건 보도들이 이처럼 개인에 대한 공격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중계한다는 언론 보도가 논란을 양산하며 특정 개인에 대한 사이버 불링에 동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갈등 원인 ‘여성’에게 두는 언론의 논란 보도

 

이처럼 논란 중심으로 페미니즘 주제를 보도하면서 페미니즘을 비난해온 것은 그 역사가 길지만, 최근 들어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청년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더욱 많아지는 양상이다. 메갈리아 사건이나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혜화역 시위(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등 많은 사건이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보도됐다. 물론 최근 들어서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촉구하거나,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성 불평등 문제와 여성의 현실을 조명하는 기획 기사들이 여러 언론사를 통해 생산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 역시 나타난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 중심으로 단순히 클릭 수를 확보하고자 하는 보도들이 갈등을 부각하고, 갈등의 양측을 각각 지지하는 뉴스 소비자로부터 적극적인 반응을 받아 조회수를 늘리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언론이 더 많아 보인다. 여기에 일부 언론사에서 페미니즘 이슈를 손쉽게 조회수를 확보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5) 언론사 내부에서 조회수가 중요한 기사 평가 원칙이 되고 이것이 수익과 직결되는 현 포털 서비스 중심 뉴스 소비 구조에 대해 기자 개개인이 저항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포털 서비스의 구조적 차원에 돌릴 수는 없다. 현재 다수 언론에서 아이템으로서의 페미니즘 관련 기사가 작성되는 방식은 단지 조회수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언론 보도는 특정한 틀을 통해 사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틀을 만든다. ‘젠더 갈등’ 보도는 여성의 발언이나 행위, 더 나아가 헤어스타일과 같은 것이 갈등을 야기한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의문 없이 승인해 내보낸다. ‘여성의 발언이 논란을 야기한다’ 혹은 ‘논란의 책임은 이런 식으로 발언하는 여성에게 있다’라는 말로, 성평등 요구나 성차별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에 따라 성평등의 사회적 이상이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페미니즘이 지목돼 페미니즘 자체가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6)


현실에 기반한 관점 필요할 때

 

최근의 ‘젠더 갈등’ 관련 보도는 사회 갈등을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관행을 반영하면서 갈등 유발 요인을 여성에게 두는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하는 모습을 보인다. 남성과 여성의 대결 구도를 젠더 갈등으로 묘사하고, 이 대결이 온라인 공간의 발화를 통해 이뤄지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성차별의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는 현실의 삶 속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에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 성차별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것으로 복잡하게 해결해야 하는데도 남녀 간의 발화를 비교하는 것으로 단순화해 이를 논란이라고 반복해 부르는 양상이 우리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저널리즘의 기본 책무를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저널리즘은 사실의 정확성을 확인하지 않는 것, 사실이 결핍된 것, 사실을 선별적으로 골라 쓰는 것, 투명하게 보여주지 않는 것7)을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온라인 커뮤니티 소재 ‘젠더 갈등’ 보도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어떤 온라인 공간의 어떤 목소리를 기사화하는지가 투명하지 않고, 선별적 목소리에 내포한 의미와 사실 여부도 해석하지 않은 채로, ‘논란’이라는 말을 반복해 논란을 만들어내는 상황이다. 얀센 백신의 접종 원칙에 대해 여성이 불만을 제기한다는 보도, 지하철에서 일어난 사고에서 남성들이 성추행범으로 몰릴까봐 대응하지 않는다는 보도 등은 사실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기본적 절차만 지켰다면 생산되지 않았을 뉴스들이다.

 

무엇보다 ‘젠더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남성 커뮤니티와 여성 커뮤니티의 발화를 대립시키는 구도가 갖는 문제가 인식될 필요가 있다. 성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는 현실에 대한 것이다. 현실의 제도, 문화, 구조가 갖는 억압성은 물론 디지털 성폭력과 같이 물리적으로 삶을 위협하는 폭력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이자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움직임들이다. 이것은 말들의 갈등이 아니며 온라인 커뮤니티의 추천 글을 확인하는 것으로는 알 수 없는 현실의 문제다. 그래서 현실을 들여다보는 관점과 직접 확인한 사실 그리고 다양한 해결책에 대해 점검하는 성실함을 요구하는 일이다. 우리 저널리즘이 성차별에 대한 논의를 현실에 기반을 두고 다시 시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1) 임종섭, <국내 디지털 뉴스의제의 흐름에 대한 거시적 분석>, 한국언론학보, 60(5), 91-120쪽, 2016.

2) Keipi, T., Näsi, M., Oksanen, A., & Räsänen, P., <Online hate and harmful content: Cross-national perspectives>, p.111, Taylor &

Francis, 2016.

3) 강상현, <의혹사건 보도의 한계와 문제점: ‘고급 옷 로비의혹사건’ 보도를 중심으로>, 저널리즘비평, 28권, 108-120쪽, 1999.

4) 김창숙·최지향, <왜 한국 신문의 문제적 사실확인 관행은 고쳐지지 않는가?: 사회부 취재기자와 에디터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나타난 구조적 원인 분석>, 언론과사회, 29(2), 5-57쪽, 2021.

5) 손가영·김예리, <살라미 전술로 젠더 갈등 키우고 ‘잭팟’ 터뜨려 환호하는 언론>, 미디어오늘, 2021.8.4. 

6) 김수아, <미투 운동 이후 한국 신문에 나타난 성별 갈등 보도 분석>, 미디어와 인격권, 5(1), 95-139쪽, 2019.

7) Kovach, B. & Rosenstiel, T., 《The elements of journalism》(3rd ed.), 이재경 역,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한국언론진흥재단,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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