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독일 공영방송이 동영상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에 나타났다. 공영방송의 대표 뉴스인 <타게스샤우(tagesschu)> 등 기존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은 물론 틱톡 전용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계정도 있다. 특히 9월 26일 새로운 총리가 탄생하는 연방하원 선거를 앞두고는 별도의 선거 정보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젊은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싶은 공영방송과 진지한 콘텐츠로 영역을 넓히고 싶은 틱톡의 욕구가 만난 결과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틱톡 진출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시청료로 제작된 콘텐츠로 사기업인 소셜미디어 채널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틱톡 진출은 ‘옵션’이 아니라 젊은 층에 가닿아야 하는 공영방송의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공영방송의 선거 콘텐츠 큐레이팅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가 16년 만에 물러나면서 올해 연방하원 선거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온라인 밈과 댄스, 코미디, 동물 영상이 주를 이루는 틱톡에도 선거 관련 콘텐츠가 많이 제작됐다. 각 정당 소개부터 총리 후보자, 정당의 선거 공약 등을 알려주는 콘텐츠다. 특이한 점은 ‘연방하원선거 2021 정보 페이지(Bundestagswahl2021 Infoseite)’가 개설됐다는 점이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가 기획한 페이지로 선거에 관한 주요 질의응답, 각 정당과 총리 후보자에 대한 소개, 독일 선거 시스템에 대한 일반 정보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예를 들어 ‘누가 투표할 수 있는가?’, ‘어떻게 투표하는가?’, ‘우편투표’ 등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고 설명은 한 문단 정도의 짧은 글과 함께 틱톡 영상으로 바로 연결해 볼 수 있다. 연결된 틱톡 영상도 모두 공영방송 계정이 만든 콘텐츠다. 또한 틱톡 검색창에 총리 후보자 이름을 입력하면 선거 정보 페이지가 자동으로 상위에 노출된다. 일반 사용자들이 만든 콘텐츠에도 접근할 수 있지만, 공영방송의 정제된 정보를 먼저 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틱톡의 뉴스 시사 콘텐츠 계정
선거 특별 페이지뿐 아니라 뉴스 및 시사 계정도 늘어나고 있다. 공영방송 대표 뉴스 <타게스샤우> 틱톡 계정은 이미 팔로워가 94만 명이고, 좋아요 수는 2,300만 명 이상이다. 인플루언서 세 명이 주요 뉴스를 설명하고, 뉴스 스튜디오의 이른바 ‘비하인드’ 장면을 소개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수자네 다우브너(Susanne Daubner) 앵커가 ‘올해의 청소년 단어’를 소개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앵커의 진지한 목소리로 청소년들의 은어를 차분하게 말하는 모습이 주목을 끌었다. 조회수 360만 회, 좋아요 수는 46만 개 이상을 받으며 <타게스샤우> 틱톡 계정에서 가장 화제성 높은 콘텐츠가 됐다.

기존의 TV 채널을 그대로 옮긴 계정 이외에 틱톡 전용 계정도 늘어나고 있다. 서독일방송(WDR)은 지난 2월 ‘알면 좋은 것(@nicetoknow)’이라는 뉴스 계정을 개설했다. 독일 인플루언서 다섯 명이 돌아가면서 영상을 제작한다. 주요 키워드는 학교의 코로나19 방역 정책, 공유 스쿠터, 게임, 스포츠, 아프가니스탄 등으로 타깃층의 관심사와 시사적인 내용이 적절히 섞여 있다. 플랫폼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상 포맷과 행동이 합법적인지 등 미디어 활용에 대한 법률적 문제도 다룬다. 9월 중순 현재 팔로워는 6만 4,000여 명, 계정의 좋아요 수는 91만여 개에 이른다.

중부독일방송(MDR)도 지난 6월 28일 ‘아마도 부끄러운(@wahrscheinlichpeinlich)’이라는 이름의 틱톡 전용 계정을 개설했다. 남성 여성 출연자가 번갈아가면서 사랑, 성관계, 사춘기 등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생리와 피임, 섹스 토이, 성관계 방법, 면도, 채취 등 사춘기 청소년들이 관심을 보이는 주제를 40~50초 내외 영상으로 소개한다. 자극적으로 보이지만 이 계정을 운영하는 건 중부독일방송의 학술 채널이다. 팔로워는 2만 4,000명, 계정의 좋아요 수는 34만 6,000개다.
공영방송의 틱톡 접근법
독일 공영방송은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써왔다. 독일 한스 브레도우연구소(Hans-Bredow-Institut)가 펴낸 <로이터연구소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독일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8~24세의 82%가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고,[그림 1] 그중 56%가 SNS로 뉴스를 본다.[그림 2] 뉴스를 접하는 경로는 연령대별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나이가 많을수록 TV, 라디오, 신문으로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젊은 세대일수록 온라인으로 뉴스를 접한다.


젊은 세대에 접근하려면 TV 화면 밖으로 나와야 한다. 독일 공영방송은 2016년 14~29세를 타깃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풍크(Funk)를 만들었다. 풍크 콘텐츠 중 하나인 학술 프로그램 마이랩(Mailab)은 독일방송상을 수상하는 등 내용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청자 접근은 결국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제삼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공영방송의 틱톡 진출 또한 그런 맥락의 비판이 이어진다. 공영방송 자체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지 않고 사기업의 플랫폼에 합류해 결국 사기업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ARD 유통 담당 이사회(Distributionsboards) 회장이자 바이에른 공영방송 디지털 플랫폼 및 유통 담당인 탄야 휘터(Tanja Huether)는 메디엔폴리틱(Medienpolitik)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틱톡은 젊은 타깃 그룹에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타게스샤우>나 연방하원선거 콘텐츠와 같이 고품질의 고급 정보를 젊은 세대에게 전달할 기회를 본다”고 설명했다. 시청료로 만든 콘텐츠로 사기업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SNS에 제공하는 ARD 콘텐츠는 광고가 없다. 물론 플랫폼이 우리 콘텐츠를 통해 이익을 얻지만, 우리가 보기에 SNS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것은 대안이 아니라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길은 (공영방송으로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고 사명을 완수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제3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에 더 가깝다”고 덧붙였다.
탄야 휘터에 따르면 공영방송의 디지털 출현 비중이 높아지면서 운영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연방제인 독일은 독립적인 지역 공영방송국 아홉 개가 모여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선형 미디어인 TV에서는 지역별로 방송국을 나누고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지만 비선형 디지털 채널에서는 더 이상 지역 구분의 의미가 크지 않다. 탄야 휘터는 “현재 공동의 (디지털 콘텐츠) 포트폴리오 경영을 개발하고 있다”고 메디엔폴리틱에 전했다.
독일 뉴스 채널의 공통점은 틱톡을 위한 콘텐츠를 별도로 기획하고 제작한다는 점이다. 모바일에 특화된 영상은 틱톡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의 영상 플랫폼 릴스에도 공유할 수 있다. 한국 뉴스 채널의 경우 영상 플랫폼 점유율이 높은 유튜브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숏폼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활동이 미비하다. 계정은 있지만, 기존의 영상 클립을 2차 편집하는 선에 머무르고 TV의 일방향적 소통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플랫폼을 분석·시도하고 적응하는 속도는 오히려 독일이 더 빠르다.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와 사명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