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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프랑스
미디어 월드 와이드 | 등록일 : 2021-10-29

드디어 프랑스의 방송규제기관인 시청각최고위원회(CSA, Conseil Suprieur de l'Audiovisuel)와 불법 콘텐츠 규제기관인 아도피(Hadopi)의 합병이 결정됐다. 지난 9월 29일 하원의회는 디지털 문화 콘텐츠 보호와 규제에 관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보호와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 설립을 법안에 포함함으로써 2022년 1월 정식으로 새로운 규제기관인 시청각디지털커뮤니케이션규제청(Arcom, Autorit de rgulation de la communication audiovisuelle et numrique)이 탄생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송, 통신 등 융합 미디어 정책 및 규제기관의 통합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서 두 기관의 합병은 바다 건너 먼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라 하겠다.

 

방송·디지털 규제기관의 합병

 

시청각최고위원회와 아도피의 합병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3년부터 아도피 폐지 논의가 공식적인 문서와 자리에 등장하면서 아도피의 규제 권한을 시청각최고위원회로 이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당시 올랑드 대통령의 의지로 아도피는 유지됐지만, 이후에도 점차 방송 콘텐츠의 디지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유튜브, 데일리모션(Dailymotion)과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가 늘고 시청각최고위원회가 온라인에서의 시청각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기를 원하면서 두 기관의 합병은 심심치 않게 논의 선상에 오르게 됐다.

 

두 기관의 합병에 관한 논의는 특히 스포츠 경기 중계 콘텐츠가 불법 유통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더 활발히 이뤄졌다. 스포츠 경기 중계권은 특정 방송사들이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콘텐츠 불법 유통은 방송사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방송 콘텐츠의 온라인 불법 유통 규제와 관련해 여러 전문가는 방송규제기관과 인터넷 불법 콘텐츠 유통규제기관이 분리된 현 상황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1년 4월 8일 의회에 두 기관의 합병을 담은 디지털 문화 콘텐츠 보호와 규제에 관한 법안이 제출됐다. 5월 20일 상원의회, 6월 23일 하원의회에서 각각 일부 법안 수정이 이뤄졌으며, 수정된 법안이 9월 21일 상원의회, 9월 29일 하원의회에서 각각 채택되면서 두 기관의 합병이 드디어 결정됐다.

 

합병은 아도피가 시청각최고위원회로 흡수되는 형태로 이뤄짐으로써 시청각최고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이 확대되도록 했다. 대신 기능과 권한의 확대에 따라 기존 명칭이 아닌 보다 포괄적 범위를 다루는 기관이라는 의미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도록 시청각디지털커뮤니케이션규제청으로 변경했다. 새로운 규제기관의 위원 구성 역시 기존의 시청각최고위원회위원 구성과 동일하게 이뤄진다.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상원의회, 하원의회, 국사원(Conseil d'tat)과 대법원(Cour de cassation)에서 각각 3명씩 지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또, 위원장 역시 의회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 아도피(Hadopi)는 2009년 당시 사르코지 정부가 불법 콘텐츠의 인터넷 유통을 규제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정식 명칭은 인터넷에서의 권리 보호와 작품 배급을 위한 고등위원회(Haute Autorit pour la diffusion des oeuvres et la protection des droits sur Internet)인데, 우리나라에도 불법 콘텐츠 이용에 대한 ‘삼진아웃제’를 주관하는 기관으로 여러 차례 소개되면서 아도피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관이 설립될 당시 프랑스는 온라인상에서 음악, 영화와 같은 문화 콘텐츠가 불법 유통되는 문제를 겪고 있었고, 프랑스 정부는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위원회를 설립했다. 위원회는 인터넷상에서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감시하고, 이를 이용하면 세 번 경고한 후 인터넷 접속 차단, 30만 유로(약 4억 1,000만 원)의 벌금형, 2년의 징역형 등의 처벌을 받도록 법원에 제소하는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설립 초기부터 ▲감시 범위를 모호하게 규정해 P2P 외에도 개인 전자메일 등 다른 서비스까지 감시를 남용할 수 있도록 한 문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불법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를 감시하지 못해 감시의 실효성 부족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헌법위원회의 위헌 결정 등 논란이 많은 기관이었다. 이에 따라 관련 부처의 수장들이 콘텐츠 저작권 및 창작자 보호에 더 무게를 두느냐, 인터넷 사용 감시와 인터넷 접속 차단 등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부침을 겪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폐지 위기를 넘기면서 그 명맥을 이어왔다. 논란이 많은 기관이었지만 어쨌든 2017년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아도피의 경고 덕분에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 복제와 이용이 감소했다. 위원회는 첫 번째 이메일 경고를 받은 이용자의 50%가 자신들의 디지털 콘텐츠 이용 습관을 바꿨다고 보고했다(Hadopi, 2017). 

미디어 융합 현상 반영한 기관 통합 

 

긴 논의 끝에 비로소 디지털 문화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기관이 탄생하게 됐다. 두 기관 합병의 목적과 의미는 법안의 명칭(Projet de loi relatif la rgulation et la protection de l’accs aux oeuvres culturelles á l’re numrique)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문화 콘텐츠 접근에 대한 보호와 규제’다. 이 법률은 새로운 규제기관의 탄생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디지털 시대에 문화 콘텐츠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프랑스 콘텐츠에 대한 프랑스인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시청각 디지털커뮤니케이션 규제에 관한 이번 법률은 프랑스의 방송 및 영화 유산의 보호에 관한 내용도 추가했다. 현재 법률로서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논리 하에 넷플릭스나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OTT 기업이 구매한 프랑스 영상 작품에 대한 프랑스인의 접근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새로운 법을 통해 프랑스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이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같은 플랫폼 기업들로 하여금 문화부에 구매할 가능성이 있는 영상 작품 목록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 로즐린 바슐로(Roselyne Bachelot) 문화부 장관은 시청각최고위원회와 아도피의 결합으로 태어난 시청각디지털커뮤니케이션규제청에 대해 “비로소 불법 콘텐츠 이용을 규제하고, 미성년자들을 보호하며, 허위 정보와 온라인 혐오로부터 공중의 권리를 방어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또, 새로운 규제기관을 통해 “방송과 영화 콘텐츠의 불법 이용을 규제함으로써 두 시청각 미디어 영역에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Le Figaro et AFP, 2021.9.29).

 

두 기관의 합병은 디지털 콘텐츠 규제기관의 탄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오늘날 방송을 비롯한 시청각 미디어 콘텐츠가 디지털 기술에 의해 경계를 구분 짓기 어려울 만큼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며, 이러한 기술 발전에 맞춰 변화함으로써 지난 세대와 결별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디지털 시청각 미디어의 새로운 융합 미디어 시대에 맞는 규제로의 도약이며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완전체’ 아니라는 아쉬움

 

한편 이전 시대의 미디어 분류에 따라 나뉘어 있던 규제기관의 통합을 목표로 한다면 ‘완전한 통합’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우편통신규제청(Arcep, Autorit de rgulation des communications lectroniques, des postes et de la distribution de la presse)은 이번 합병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겠지만 프랑스에서도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규제 필요에 맞춰 규제기관이 설립돼 왔다. 그 결과 방송규제기관으로 시청각최고위원회, 통신규제기관으로 우편통신규제청이 별도로 설립됐다. 그러나 규제기관 분리는 오늘날 미디어 융합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문제를 낳고 있었다.

 

시청각최고위원회와 우편통신규제청의 통합은 이번에 통합을 이룬 아도피와 시청각최고위원회의 결합만큼이나 빈번하게 논의됐다. 특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시청각최고위원회는 통신과 온라인 부문 규제에 대한 권한 확대를 기대했다. 특히, 시청각최고위원회는 같은 콘텐츠임에도 콘텐츠 이용이 이뤄지는 플랫폼에 따라 규제가 다르게 적용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콘텐츠 규제가 기술의 진보에 따라 달라져야 함을 강조했고, 시청각최고위원회가 플랫폼과 상관없이 시청각 콘텐츠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우편통신규제청은 콘텐츠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보다, 인터넷 중립성 원칙이나 온라인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자유에 더 무게를 두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견해차로 인해 기술 발전에 따른 통합 규제기관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통합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또한 방송규제기관과 통신규제기관의 통합이 이뤄지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도 두 기관 통합의 난제로 떠올랐다. 결국 십여 년 전 관계 부처 장관들은 좋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두 기관 각각 독립성을 유지하고 공동 업무에 대해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시청각최고위원회와 아도피의 결합이 이뤄지면서, 우편통신규제청까지 통합되지 못한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지적되거나 통합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프랑스 정부는 온라인상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관련 문제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여러 나라와 비교할 때, 최근 몇 년간 프랑스는 허위 정보나 혐오 콘텐츠 관련 법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우편통신규제청의 입장보다는 시청각최고위원회의 의지가 더 받아들여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방송, 통신 부문의 규제기관이 독립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규제 권한은 시청각최고위원회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가령,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혐오 콘텐츠에 대한 규제 권한도 시청각최고위원회에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의 허위 정보 게재와 관련한 관리 및 규제 권한 역시 시청각최고위원회에 있다.

 

프랑스 사회에서 사회적 혼란과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엄격한 규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그러한 규제 권한을 시청각최고위원회에 부여한 것으로 볼 때, 이는 시청각 미디어로 수렴하고 있는 미디어 융합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앞으로 다른 규제기관도 이번에 아도피의 권한과 기능이 시청각최고위원회로 이전되는 방식으로 통합이 이뤄진 것처럼, 시청각디지털커뮤니케이션규제청을 구심점으로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시청각디지털 커뮤니케이션규제청 설립과 관련해 채택된 이번 법률안에는 방송, 영화,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보호를 넘어 음악적 다양성 진흥을 위한 임무까지 포함함으로써 새로운 기관이 디지털 문화 콘텐츠에 관한 전반적 규제기관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영국에 이어 국제사회 주요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도 오랜 논의 끝에 미디어 융합 현실을 반영하는 통합 규제기관 설립에 한 걸음 내디뎠다. 내년 1월 새롭게 출범하는 시청각디지털커뮤니케이션규제청은 기존 두 기관의 권한을 넘어서 디지털 시대 문화 콘텐츠 전반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용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융합 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통합 정책·규제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돼 온 만큼 프랑스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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