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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가 빅테크 견제에 나선 가운데 최근 미국에선 ‘악성 알고리즘 방지법’도 등장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빅테크 기업 견제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미국 하원의원 네 명은 지난 10월 중순 ‘악성 알고리즘 방지법(Justice Against Malicious Algorithms Act)’을 발의했다. 애나 에슈(Anna Eshoo), 프랭크 팰론 주니어(Frank Pallone Jr), 마이크 도일(Mike Doyle), 잰 셔카우스키(Jan Schakowsky) 등 네 명이 발의한 이 법은 알고리즘이 심각한 정신적·물리적 해를 끼치는 콘텐츠를 추천할 경우 해당 플랫폼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와 의회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통신품위법 230조가 보장하고 있는 플랫폼 면책 대상 중 알고리즘을 제외하는 것이 골자다.1)
그렇다고 모든 알고리즘을 규제하는 건 아니다. 이 법의 규제 대상은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이 개인에 특화된 정보를 토대로 추천한 경우에 한해서 면책특권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토대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를 추천할 경우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미국 의회가 알고리즘 규제에 착수한 건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겐(Frances Haugen)의 증언이 계기가 됐다. 하우겐은 최근 미국 상원 청문회 증언을 통해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이용자 참여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춰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에서 극단적인 정치적 주장들이 더 많이 노출되는 것도 이런 알고리즘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 하우겐의 주장이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들을 견제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악성 알고리즘 방지법은 최근의 빅테크 견제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빅테크 규제에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미국 거대 IT 기업들의 지배를 받고 있는 유럽연합(EU)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구글, 애플 등의 본고장인 미국도 빅테크 규제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이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전기통신사업법에 ‘인앱 결제 강제 금지’ 조항을 포함시킨 것도 비슷한 차원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그렇다면 미국, EU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왜 ‘빅테크 견제’에 힘을 쏟고 있을까? 빅테크의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견제하려고 할까?
빅테크에 더 강한 책임 요구
빅테크 규제가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영향력이 개별 국가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메타(Meta)’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의 월간 이용자 수는 27억 명을 넘는다.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 보유 서비스 이용자를 전부 합할 경우엔 35억 명을 훌쩍 넘어선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구글, 애플,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구글이 2014년 언론사에 저작권료를 지불하도록 한 법률에 반발해 스페인에서 ‘구글 뉴스’ 서비스를 중단해버린 사건이나, 페이스북이 호주 정부와 분쟁 끝에 2021년 초 한때 호주에서 뉴스 공유를 막아버린 사건은 이들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거대 IT 기업들의 독주를 방치할 경우 더 이상의 혁신이 힘들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역시 중요한 논리적 근거 중 하나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금 상태를 방치할 경우 제2의 구글, 제2의 페이스북은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빅테크 규제는 어떤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미국, EU 등 주요 국가의 빅테크 규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흐름을 만날 수 있다.
첫 번째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빅테크들에게 좀 더 강한 책임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들은 그동안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면제받았다. 그런데 이젠 영향력이 커진 만큼 강력한 책임도 함께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미국의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 작업이다. 인터넷 초창기인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 230조는 “선한 의도를 갖고 콘텐츠 중재 작업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선 발행자에 준하는 의무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규정 덕분에 야후를 비롯한 초기 인터넷 사업자들은 제삼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면제받게 됐다. 전자프론티어재단(EEF) 같은 시민단체들은 통신품위법 230조가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법”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플랫폼 비즈니스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230조의 면책 조항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다. 이 문제가 미국에서 본격 거론된 것은 2016년 대통령 선거 때였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었던 그해 선거에서는 허위 정보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당시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등의 페이크뉴스(fake news)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무차별 유포되면서 많은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등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은 허위 정보 퇴치를 위한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러자 플랫폼에서 유포되는 각종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운영업체가 좀 더 강력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정부와 의회가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상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이프테크법(SAFE TECH Act)이다. 마크 워너(Mark Warner), 매지 히로노(Mazie Hirono), 에이미 클로버샤(Amy Klobuchar) 등 민주당 상원 의원 세 명이 추진하고 있는 세이프테크법은 “양방향 컴퓨터 서비스 제공자나 이용자는 다른 정보 콘텐츠 제공자가 제공한 어떠한 정보의 발행자나 발화자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통신품위법 230조 규정 중 ‘정보(information)’란 단어를 ‘진술(speech)’로 바꿨다.2) 이렇게 함으로써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부적절한 정보교환에 대한 면책특권을 대폭 줄였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말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과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등 두 개의 플랫폼 규제법을 제안했다. 이 법들은 연 매출 65억 유로(약 8조 7,000억 원), 이용자 4,500만 명 이상, EU 3개국 이상에서 쓰이는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문지기)로 지정하고 이들에 대해선 강력한 규제를 실시한다. 이 중 디지털서비스법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불법 콘텐츠에 대해 좀 더 강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플랫폼에 대해 불법 콘텐츠 삭제 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콘텐츠 배열 알고리즘이나 타깃 광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3)
경쟁 방해하는 자사 서비스 우대 규제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사 서비스에 대해 우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도 중요한 흐름 중 하나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상용 서비스까지 함께 운영하면서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사실상 경쟁을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에 익스플로러 끼워 팔기를 한 혐의로 법무부와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은 고전적인 사례다. 당시 쟁점도 MS가 PC 플랫폼인 윈도에 자사 상용 프로그램을 기본 탑재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방해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최근 들어 이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 상거래 플랫폼이면서 한편으론 자사 플랫폼에서 아마존베이직이라는 자체 기획 상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와 판매업자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아마존은 두 가지 방법으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우선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취득한 여러 사업자의 거래 정보를 아마존베이직 상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또 아마존베이직을 경쟁 상품보다 자사 플랫폼에 우선 노출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플이나 구글 역시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서 자사 앱을 경쟁 앱보다 우선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하원을 통과한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당 플랫폼 내에서 자신들의 상품이나 앱을 우대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또 ‘플랫폼 독점 종식법’은 경쟁 판매업자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EU에서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시장법도 문지기 역할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경쟁 방해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다. 이 법은 특히 모바일 플랫폼을 가진 구글, 애플 등이 자사 앱을 선탑재하는 행위를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지털시장법은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삼자가 제공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에 비해 노출 순서를 우대하지 말 것”이라고 규정해 플랫폼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자사 서비스 우대를 금지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경쟁 기업 인수합병도 규제 대상
빅테크 기업들이 잠재적인 경쟁 기업들을 한발 앞서 인수해버리는 방식으로 시장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 역시 중요한 규제 대상이다. 연방거래위원회(FTC) 같은 미국 규제 기관들이 합병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는 빅테크들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 문제는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FTC 같은 기관들이 합병 문제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측면도 강하다. 하지만 첨단 기술 분야 합병에 대해 기존 산업의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반독점 족쇄’를 채우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성사된 구글의 더블클릭 인수다. 더블클릭은 인터넷 디스플레이 광고 솔루션 판매업체다. 한 마디로 ‘배너 광고를 효율적으로 노출하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회사다. 구글은 그동안 이런 솔루션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전통 잣대로는 독점금지법 위반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구글은 더블클릭을 자사 서비스에 접목한 덕분에 인터넷 광고 시장의 절대 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다. 페이스북 역시 유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를 통해 소셜 플랫폼 시장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미국 하원이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은 규정을 위반한 거대 IT 기업들을 분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이 법은 특히 잠재적 경쟁 대상을 인수하는 것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구글의 더블클릭 인수는 이 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함께 추진되고 있는 ‘합병 수수료 현대화법’은 10억 달러(약 1조 1,800억 원)를 넘는 인수합병을 할 경우에는 규제 기관들이 좀 더 많은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부과한 수수료는 경쟁방해 행위 규제 기관 예산 확충에 사용된다. EU의 디지털시장법 역시 게이트키퍼 기업들의 합병 때는 사전 신고를 의무화했다.
빅테크들의 무차별 합병을 막기 위해선 합병을 일종의 ‘가석방 상태’로 묶어두는 등의 좀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런 관점을 가진 대표적인 인물이 ‘망중립성 창시자’로 유명한 팀 우(Tim Wu)4)다. 팀 우는 혁신과 역동적 효과를 측정하기 힘든 시대엔 합병을 승인할 때 좀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도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다.
“합병 기준을 더 어렵게 만들면 된다. 특히 업계를 재편할 수 있는 100억 달러(11조 8,000억 원) 이상 규모의 대형 합병은 더욱 높은 기준을 맞추게 하는 것이다. 합병을 제안하려는 주체들에게 합병으로 인해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며, 혁신을 억누르거나 공중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하라는 부담을 안긴다. 또한 의심스러운 합병은 일종의 가석방 상태로 묶어둔다. 즉 5년 후 재조사해서 명백한 반경쟁적 행위가 적발되면 해체하는 것이다.”5)
1) Rodrigo, C., <House Democrats announce bill to rein tech algorithms>, The Hill, 2021.10.14, https://thehill.com/policy/cybersecurity/576729-house-democrats-announce-bill-to-rein-in-tech-algorithms
2) https://www.congress.gov/bill/117th-congress/senate-bill/299/text
3) 김현수·전성호, <유럽연합 디지털서비스법안(Digital Services Act)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 KISDI Premium Report,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0.
4)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인 팀 우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 합류했다. 팀 우는 거대 IT 기업의 독점과 시장 지배 문제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5) Wu. T., 《The curse of bigness》, 2018, 조은경 옮김, 《빅니스: 거대 기업에 지배당하는 세계》, 174~175쪽, 소소의책,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