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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독일
미디어 월드 와이드 | 등록일 : 2022-01-28

 

2021년 9월 12일 독일 공영방송 ARD, ZDF에서 동시에 방영된 총리 후보자 TV 토론회 <출처 – ARD·ZDF TV 토론회 유튜브 화면 갈무리, https://www.youtube.com/watch?v=vUOR5y5ldDo>;

 

 

독일 유권자들은 선거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접할까? 어느 당을 뽑을지, 누가 총리가 될지 무엇을 보고 결정할까? 독일 선거 캠페인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공영방송이 진행하는 TV 토론회다. 특정 정당 지지자들은 TV 토론회를 보고 확신하거나 실망해 돌아서고, 부동층은 어느 정당에 표를 줄지 결정한다. 인터넷과 SNS 속 정보가 넘쳐나는 와중에도 독일의 TV 토론회는 굳건한 신뢰도를 지키며 유권자들을 모니터 앞으로 끌어들인다.

 

선거 캠페인의 하이라이트 ‘TV 토론회’

 

독일 총선을 2주 앞둔 지난해 9월 12일 오후 8시 15분, 독일 제1공영방송 ARD와 제2공영방송 ZDF에서 <3자 토론회-총리실을 향한 3인 경기(Das Triell-Dreikampf ums Kanzleramt)>가 라이브로 방송됐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기민당 총리 후보 아르민 라셰트(Armin Laschet), 강력한 도전자였던 사민당 총리 후보 올라프 숄츠(Olaf Scholz), 기후 의제로 급성장한 녹색당 총리 후보 아날레나 베어보크(Annalena Baerbock)가 토론자로 나섰다.1) 사회는 ZDF에서 본인의 이름을 딴 시사 토크쇼를 진행하는 방송 저널리스트 마이브리트 일네르(Maybrit Illner), ARD 편집국장인 올리버 쾨르(Oliver Khr)가 맡았다. 약 90분 동안 연정 정부 구성, 코로나19 방역, 재정 위기, 부동산 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질문하는 사회자와 답하고 논하는 후보자들은 인터뷰하듯이 마주 보고 서서 토론을 진행한다. 후보자들의 단상 위에는 물 잔 하나만 놓여있다. 토론자들은 빈 종이와 펜만 사용할 수 있는데, 가져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각 현안에 대한 명확한 지식과 이해, 철학, 자신감과 언변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무대다. 유권자들이 이 토론회를 기다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각본 없이 진행되는 90분 라이브 토론에서 누가 이 나라를 이끌지 명확해진다. 이날 TV 토론회는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의 36.6%, 1,076만 명이 시청했다.

 

독일의 TV 토론회는 2002년 처음 양자 토론이 열리면서 유권자는 물론 후보자에게도 가장 중요한 선거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전에도 다자 토론회, 주의회 선거 차원의 토론회가 있었지만, 양자 토론회는 성사되지 못했다. 2002년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도전자였던 에드문트 슈토이버(Edmund Stoiber)가 처음으로 양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첫 번째 토론회는 1,498만 명, 두 번째 토론회는 1,527만 명이 시청했다. 이후 <TV 듀엘(TV-Duell)>이라는 이름으로 현 총리와 도전자가 나서는 TV 토론회가 정착했다. 가장 주목도가 높았던 토론회는 2005년 당시 슈뢰더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기민당 대표가 맞붙은 TV 토론회였다. 5개 방송국이 함께 진행했고 사회자만 4명이었다. 독일인 2,098만 명이 시청해 역대 최대 TV 토론회 시청률을 기록했다.

 

현 집권당 총리와 유력 야당 후보자 두 명만 초대하는 TV 토론회 형식에 대한 비판2)도 물론 있다. 독일은 한국처럼 직접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게 아니다. 정당을 선택함으로써 제1정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는 의원내각제다. 그런데 2인 맞대결 방식으로 토론회가 진행되면서 정당보다는 후보 개인에 집중되고, 정책 및 정당의 개인화를 초래한다. 소수정당의 기회도 줄어든다. 하지만 TV 토론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기획하는지는 전적으로 방송국의 자유다. 방송국은 대표 후보 2인의 맞대결 TV 토론회를 계속 이어갔고, 소수정당 대표들을 따로 모아서 별도의 토론회를 진행해왔다. 지난 총선에서는 녹색당 지지율이 급성장하면서 기민당과 사민당 중심의 양당 체제에 균열을 냈다. 이번 TV 토론회가 3자 토론, 즉 TV-트리엘(TV-Triell)이 된 이유다.

 

독일의 TV 토론회는 토론회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이어서 토론회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ZDF는 이번 토론회 직후 1시간 동안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와 시사 유튜버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토론회를 평가했다. 후보 간 의견 충돌이 일어난 영상을 다시 보여주고, 팩트체크도 진행했다.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이 진행된 셈이다. 토론회의 승자도 바로 판명 난다. ARD의 대표 뉴스 프로그램 <타게스샤우(Tagesschau)>는 토론회 직후 무작위 전화 및 온라인 설문조사3)를 진행했다. “어떤 후보자가 가장 설득력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1%가 올라프 숄츠를 선택했고, 27%는 아르민 라셰트, 25%는 아날레나 베어보크라고 답했다. 부동층 중에서는 36%가 올라프 숄츠를 선택했고, 아날레나 베어보크, 아르민 라셰트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25%로 나타났다. TV 토론회의 승자로 평가받는 후보자는 대부분 총리가 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올라프 숄츠가 결국 총리가 됐다. 

 

응답자 투표 결정에 중요한 TV 토론회 

 

독일 유권자들의 TV 토론회 이용 정도와 신뢰도는 연구 결과로도 나타난다. 지난 12월 발행된 연구보고서 <2021 연방 총선 표본 설문조사 결과-미디어 선거 정보 이용과 평가>4)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TV를 통해 선거 정보를 얻었다고 답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우는 48%, 신문은 36%, 라디오는 31%, 잡지는 14%로 나타났다.[그림 1] 18~49세 유권자 40%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접했지만, TV를 이용하는 경우도 25%로 나타났다. 50세 이상 유권자는 TV(51%)를 이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신문(22%), 인터넷(13%)이 뒤를 이었다.

 

 

[그림 1] 선거 정보를 접하는 매체 <출처 – <Media Perspektiven>, ARD·ZDF, 2021.12.>

 

 

ARD는 7~9월 선거 특별 프로그램 19건을 기획했고, 평균 시청률은 11.2%를 기록했다. 3자 TV 토론회와 토론회 분석 프로그램 시청률이 각각 24.1%, 24.2%로 가장 인기가 좋았다. ZDF는 7월부터 9월까지 22건의 선거 특별 프로그램을 방영했는데 평균 시청률이 9.8%였다. 이 중 ARD와 동시 방영한 TV 토론회 시청률 11.5%, 뒤이은 분석 방송은 시청률 12.5%를 기록, 시청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외에도 주요 후보자를 한 명씩 초대해 인터뷰나 토론하는 방송이 모두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공영방송뿐 아니라 민영방송국에서 진행하는 TV 토론회도 시청률이 높다. 여러 민영 방송사가 연합하여 총 두 번 개최했는데, 시청률이 각각 18.2%, 12.8%로 나타났다.[표] 방송의 신뢰도 측면에서는 물론 공영방송을 따라오지 못한다. 선거 방송의 진지함과 신뢰성, 공평함과 객관성, 명확성과 이해도 등 대부분 지표에서 ARD와 ZDF 등 공영방송 채널이 민영방송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ARD와 ZDF가 ‘선거 보도를 균형 있게 보도했다’고 평가한 응답자가 각각 69%, 73%로 조사됐다. 신뢰도가 높은 방송은 유권자들의 선택에도 주요한 영향을 끼친다. 응답자들이 ‘나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 방송 채널은 ARD 29%, ZDF 24%(중복응답 가능)로 나타났다. 민영채널은 모두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표] 2021년 연방의회선거 <3자 TV 토론회(TV-Triell)> 시청률. 공영방송국이 1회, 민영방송국 연합이 2회 주최해 총 3회의 TV 토론회가 진행됐다. <출처 - <Media Perspektiven>, AGF·GfK, 2021.12.>

 

 

SNS 선거 정보, 신뢰도 낮아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선거 보도를 접하는 경우도 많다. 이 부분은 세대 간 격차가 나타났다. 18~49세 유권자 25%가 유튜브를 통해서 선거 관련 정보를 접했다고 답했다. 인스타그램 19%, 페이스북 17%, 틱톡 9%, 트위터 7%로 뒤를 이었다. 반면 50세 이상 유권자의 경우 페이스북 이용률 7%, 유튜브 6%, 인스타·틱톡·트위터는 각 1%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점은 SNS 이용도는 높지만 신뢰도는 그만큼 높지 않다는 점이다. 유튜브 선거 정보가 ‘믿을만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4%, SNS 선거 정보가 ‘믿을만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0%로 조사됐다.[그림 2] 라디오 68%, 인쇄된 신문 및 잡지 67%, TV 방송 63% 등 다른 매체와 비교하면 현격히 낮은 수치다. 접근성 및 편의성이 좋은 SNS로 정보를 접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전통 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으며, 신뢰도 있는 정보가 필요할 경우에는 전통 매체를 찾는다. 새로운 시대에도 독일의 TV 토론회가 중요한 기능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림 2] 2021 연방의회선거 정보 출처별 신뢰도 <출처 - <Plattform: Studie Bundestagswahl 2021>, GfK·Deutsche TV, 2021.12.>

 

 

 

 

 

 

 

1) 총선 이후 제1당이 된 사민당은 녹색당, 자민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했으며, 사민당 대표인 올라프 숄츠가 지난해 12월 8일 총리로 취임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녹색당 대표는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2) Donsbach, W., <sechs Gründe gegen Fernsehduelle>, Die politische Meinung, 47(396), pp.19-25, 2002.

3) <Zuschauer sehen Scholz bei Triell vorn>, Tagesschau.de, 2021.9.12, https://www.tagesschau.de/inland/btw21/triell-blitzumfrage-101.html

4) Geese, S. & Hess, C., <Ergebnisse einer Repräsentativbefragung zur Bundestagswahl 2021 Nutzung und Bewertung medialer Wahlinformationen>, Media Perspektiven, 12, pp.610-6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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