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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화부가 지난 연말 인쇄 매체 재정 지원 조건을 강화하는 시행령을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 인쇄 매체 지원 제도의 가장 큰 원칙은 ‘다양성’과 ‘다원성’이다. 시장 논리에만 맡겨 놓을 경우 경쟁에서 밀려나 사라지기 쉬운 언론사들에게 재정 지원을 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미디어 시장에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가진 언론사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2월 15일 발표된 시행령을 통해 인쇄 미디어가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기자’가 반드시 고용돼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프랑스 인쇄 미디어 지원 제도의 발전
1970년대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인쇄 매체 지원 제도는 크게 직접 지원과 간접 지원으로 구분된다. 언론사 운영, 매체 발행 및 배급에 대한 보조금 형태의 지원과 프리랜서 언론인에 대한 지원 등으로 직접 지원이 이뤄지고, 언론사에 대한 세금 감면의 형태로 간접 지원이 이뤄진다. 약 열 개 항목으로 구성된 프랑스 인쇄 미디어 지원 제도를 보면 미디어 테크놀로지 등의 발전과 정치적,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맞춰 지원 제도 역시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시대적 변화에 인쇄 미디어가 발맞춰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미디어 전경에서 다양한 언론사가 공존할 수 있도록, 시장에만 맡겨 두지 않겠다는 대원칙을 지켜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인쇄 미디어 지원 제도는 TV와 경쟁하는 인쇄미디어 구독 시장을 위해 신문 배달에 소요되는 우편요금을 감면해준다. 또한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온라인 언론사에도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언론사의 수익이 줄어듦에 따라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마련하도록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다. 지역의 여론 다양성과 민주적 공론장 형성을 위해 지역 방송 및 웹TV, 웹라디오를 포함한 지역 내 미디어를 지원하는 제도도 추가됐다. 문화부는 인종차별과 같은 혐오 표현이 두드러지게 문제가 되던 시기에 일부 인종차별적 관점이 문제가 됐던 언론사들에 대한 직접 재정 지원을 중단하기도 했다.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춰 인쇄 미디어 기업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프리랜서 기자들을 위한 긴급 지원을 도입하기도 했다.
“기자가 없는 언론사는 언론사가 아니다”
프랑스 문화부가 지난해 12월 21일 발표한 언론사 지원 조건 강화에 관한 시행령1)은 이와 같은 성장과 발전의 맥락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문화부는 기존의 우편 배송 지원 및 부가가치세 감면과 같은 세제 지원과 관련해, 인쇄 미디어 및 온라인 언론사의 수혜 자격 조건을 강화했다. 이로써 ‘정보의 홍수’라는 상황에서 민주주의 시민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뢰성 있고 투명한 정보 콘텐츠 생산이 관철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다. 언론사 재정 지원의 조건으로 새롭게 추가된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쇄 미디어 및 온라인 언론사가 생산하는 정보 콘텐츠가 저널리즘적 전문성을 갖추도록 했다. 특히 취재와 팩트체크 과정, 기사의 형식에서 전문성이 드러날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둘째, 이러한 정보 콘텐츠의 생산이 전문직 기자2)가 소속돼 있는 편집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프랑스 정부는 언론사 지원 제도 수혜 자격으로 편집부에 전문직 기자의 소속 여부를 고려한 적이 없다. 새로운 시행령에는 언론사의 규모, 발행목적, 발행기간 등에 따라 출판·언론공동위원회(CPPAP, Commission Paritaire des Publications et Agences de Presse)에 의해 편집부 구성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것임을 명시했다.
언론사 지원 제도의 새로운 수혜 자격 조건은 오늘날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수많은 정보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환경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언론이 생산하는 정보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언론사 및 기자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허위 정보가 난무하고 허위 정보와 진실의 구분이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변화라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언론사의 상업 전략에 대한 제동장치
한편, 언론사 지원 제도에 대한 조건 강화는 언론사의 과도한 상업적 전략에 대한 제동장치라는 의미도 있다. 이번 시행령의 도입은 지난 2021년 3월 말 프랑스 최고행정법원(Conseil d'Etat) 위원이자 출판·언론공동위원회 위원장인 로렁스 프랑세쉬니(Laurence Franceschini)가 제출한 언론사 지원 제도 자격 강화와 관련한 보고서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앞서 2020년 말 로즐린 바슐로(Roselyne Bachelot) 문화부 장관은 ‘허위 정보’ 문제와 ‘문제적인 뉴스 콘텐츠’가 늘어남에 따라 지원 제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보고서를 요청한 바 있는데, 이는 당시 발생한 ‘기자 없는 편집부’의 광고성 기사 문제로 인한 논란 때문이었다. 2019년 프랑스 미디어 그룹인 리워드미디어(Reworld Media)가 과학전문 잡지인 《시엉스에비(Science et Vie)》를 인수했는데, 당시 리워드미디어의 잡지는 뉴스 콘텐츠와 광고가 거의 구분이 없다고 비판받았고 그 원인으로 기자 없이 ‘콘텐츠 담당자’들로 편집부를 운영한 것이 지적됐다.
바슐로 장관을 비롯해 정책 입안자들은 언론사들, 특히 온라인 언론사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수익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상업적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광고와 기사의 경계가 불분명한 광고성 기사 혹은 그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네이티브 광고와 같은 상업적 선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자의 고용을 줄이는 것 역시 경제적 압박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의 고리에 진입하게 되면 기자의 고용은 줄어들고, 전문직 윤리에 기반한 저널리즘은 퇴색하며 언론 기사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는 언론사 지원 제도 자격 조건으로 ‘기자의 존재’와 ‘저널리즘’에 대한 강조를 일종의 제동장치로 도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인들은 이러한 자격 조건 강화가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Dassonville, 2021.12.24). 실제로 리워드 미디어 그룹은 프레스 카드를 소지한 500여 명의 전문 기자를 보유하고 있으며(Alcaraz, 2012.12.23.) 논란이 됐던 《시엉스에비》 역시 프랑세쉬니의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인 지난해 5월, 편집장으로 기자를 고용하면서 편집부에 최소 한 명의 기자는 남겨뒀다는 점에서 해당 조건을 꼼수로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Le Parisien et AFP, 2021.12.23).
사실, 이번 시행령을 통해 언론사 재정 지원의 조건이 강화됐다고는 하나 그 실효성은 전술한 것과 같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언론사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 언론사들이 새로운 조건으로 인해 자격이 상실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프랑스 정부의 미디어 재정 지원의 성장과 발전의 연속선상에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바라본다면 현재 프랑스 사회에서 언론에 요청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언론이 생산하고 제공하는 ‘정보의 질’, ‘언론인의 전문직으로서 책임성’, 그리고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로 그것이다.
1) Le décret n° 2021-1746 du 21 décembre 2021 modifiant le code des postes et des communications électroniques, le code général des impôts et le décret n° 2009-1340 du 29 octobre 2009, https://www.legifrance.gouv.fr/jorf/id/JORFTEXT000044546886
2) 여기에서 말하는 ‘전문직 기자(journaliste professionnel)’는 프랑스 노동법(Code du travail) 제 L711-3조에 정의된 기자를 의미한다. 이 조항에서 전문기자는 하나 이상의 언론사(일간지 또는 정기간행물) 혹은 통신사에서 정기적으로 보수를 받고 주수입을 벌어들이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