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올해 5월 호주 연방 총선을 앞두고, 지난 2월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정부는 호주 공영방송인 ABC(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와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에 향후 3년 동안 42억 호주달러(약 3조 7,9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ABC에 32억 8,490만 호주달러(약 2조 9,600억 원), SBS에 9억 5,370만 호주달러(약 8,600억 원)가 지원될 예정이다. 이 보수 집권 연립 여당은 앞서 3년 동안 8,400만 호주달러(약 756억 원)의 예산 동결을 종료하면서 이 두 공영방송에 대한 예산을 2018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모리슨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영방송의 승리”라는 목소리도 있으나 올해 5월 호주 연방 총선을 앞두고 “선거용 면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지속 삭감됐던 공영방송 예산
연립 여당은 2014년 집권이래, 공영방송에 대한 지속적인 예산 삭감을 감행해왔다. 지난 8년간 5억 1,230만 호주달러(약 4,600억 원)의 ABC 지원 예산이 삭감됐다.[표] 집권 전 공영방송에 대한 예산 삭감은 없을 것이라는 공약에도 불구하고, 집권 이후인 2013년부터 5년 동안 ABC의 예산을 2억 5,400만 호주달러(약 2,300억 원) 삭감함으로써 ABC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또한 2018년 8,400만 호주달러(약 756억 원)의 예산 동결을 발표했는데, 이중 4,300만 호주달러(약 386억 원)가 뉴스 제작 예산 삭감에 해당됐다.1) 이로 인해 640명의 ABC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됐으며,2) 일부 ABC 지역방송국들이 문을 닫게 됐다.3) 아울러, ABC의 간판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이 폐지됐으며, 몇몇 ABC 해외지국(도쿄, 방콕, 뉴델리, 뉴질랜드 등)이 문을 닫았다.

<출처 – Environment and Communications Committee, Infrastructure, Transport, Regional Development and Communications Portfolio. 2021-22 Supplementary Budget Estimates>
2013년 대대적인 예산 삭감에 앞서, 호주 언론 정책을 총괄하던 당시 통신부 장관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은 ABC와 SBS의 <예산 및 인력 운용에 대한 효율성 조사(ABC and SBS Efficiency Study)>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국영방송의 예산이 적정하게 사용되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당시 호주 야당과 공영방송사들은 이 조사가 연간 10억 호주달러(약 9,100억 원)에 달하는 ABC와 SBS 예산을 삭감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 작업이라 비판했다. 또한 이 조사 이후, 양대 공영방송사 ABC와 SBS의 합병 가능성까지 제기한 모리슨 정부는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역 콘텐츠 제작 활성화 기대
이번 예산안 발표는 2020년 11월 발표된 새 미디어 개정안(Media reform Green Paper)을 기반으로 하는데, 새 개정안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지역 언론 활성화다. 호주의 지역 언론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지속적인 하향세를 이어왔다. 지역 신문, 라디오, TV의 광고 수익은 2019~2020년 전년 대비 26% 감소했으며, 지난 10년간 5,000개의 지역 언론사 보도국 일자리가 사라졌다. 신문 산업의 경우 거의 50%에 해당하는 인력이 감소했다.4)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020년, 지역 뉴스 서비스 중단 및 사무소 폐쇄로 1,000명의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5) 향후 3년간의 공영방송 지원 예산안에는 ABC의 지역 언론 활성화를 위한 보도 지원에 4,580만 호주달러(약 411억 원)의 예산이 포함돼있다. 예산 지원과 더불어, 정부는 향후 두 공영방송의 지역 방송 콘텐츠 비율과 지역 방송사 직원 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요구했다. 공영방송 지역 언론 지원과 더불어, 정부는 추가로 1,000만 호주달러(약 90억 원)의 예산을 지역 언론사의 인턴 기자 고용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호주 국민들은 이번 정부의 공영방송 예산 회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2월 호주연구소(The Australia Institute)가 1,000명의 호주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6)에 따르면, 52%의 응답자가 ABC에 대한 지원 예산 회복에 찬성했으며, 25%가 반대했다. 진보 성향의 녹색당과 노동당 지지자들의 찬성 비율이 각각 65%, 63%로 보수 성향의 연합당 지지자들의 찬성 비율인 43%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편, 응답자의 61%는 ABC의 독립성 보장은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데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응답해, 공영방송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호주는 미디어 소유 집중이 상당히 높은 나라다.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의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과 나인엔터테인먼트(Nine Entertainment) 두 개의 미디어 그룹이 대부분의 호주 방송과 신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미디어 소유 집중은 심해지고, 동시에 공영방송에 대한 지원 예산은 지속적으로 삭감됐다. 이로 인해 호주의 미디어 환경에 대한 사회적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야당, 가디언 오스트레일리아(Guardian Australia)와 같은 진보 성향의 언론사, ABC, SBS, 비영리기관, 학계는 지난 몇 년간 공영방송에 대한 안정적 예산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공영방송 예산 발표는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호주 정부가 3년 동안의 예산 동결을 종료하며 두 공영 방송국에 대한 책임성과 투명성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제시하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7) 이번 예산을 발표한 통신장관 폴 플레쳐(Paul Fletcher)는 ABC와의 라디오 대담에서 총선 이후 연립 여당이 재집권 할 경우 향후 ABC 예산이 줄지 않을 것임을 보장하지 않았다.8) 한편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길 경우, 두 공영방송에 대한 예산을 확대해, 연립 여당 집권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올해 5월 호주 총선 이후 호주의 공영방송 예산 지원 논란은 어떤 국면을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 Morris, G., <Budget 2018: ABC funding frozen in $84 million hit to bottom line>, ABC NEWS, 2018.5.8, https://www.abc.net.
au/news/2018-05-08/budget-2018-abc-funding-frozen-in-$84-million-hit-bottom-line/9740690
2) <No More ABC Cuts Welcome, However, Time to Restore Funding>, The Australia Institute, 2022.2.7, https://australiainstitute.org.au/post/no-more-abc-cuts-welcome-however-time-to-restore-funding/
3) Wake, A. & Ward, M., <Latest $84 million cuts rip the heart out of the ABC, and our democracy>, The Conversation, 2020. 6.24, https://theconversation.com/latest-84-million-cuts-rip-the-heart-out-of-theabc-and-our-democracy-141355
4) <Media Policy Statement: Green Paper Response and Next Steps>, Australia Government, 2022.2.
5) The Guardian Australia, <Submission 13 to Media Diversity Inquiry>, 2021.
6) 2022년 1월 25~28일 동안 호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호주 통계청의 조사 자료에 따라 성별, 연령, 지역으로 할당표집 했다.
7) Meade, A., <Coalition’s new ABC and SBS accountability measures could weaken independence, Labor warns>, The Guardian Australia, 2022.2.8, https://www.theguardian.com/media /2022/feb/08/coal i tions-new-abc-and-sbsaccountability-measures-could-weaken-independence-laborwarns
8) 고직순, <ABC, SBS 향후 3년 42억불 예산 할당, 모리슨 정부 ‘지난 3년 8400만불 동결’ 종료>, 한호일보, 2022.2.10, http://www.hanhodaily.com/news/articleView.html?idxno=702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