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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미디어비평 | 등록일 : 2022-04-29

언론이 기사에 누리꾼의 말을 포함하면서 이를 해당 사건에 대한 반응이자 국민 여론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포털 서비스 뉴스 검색란에 ‘누리꾼’을 넣어보면 1시간 내에 올라온 수십여 건의 기사가 누리꾼의 말을 주요 내용으로 해 생산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기사 내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포함되는 것은 일견 긍정적이다. 미디어가 독점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독자·시청자 의견이 제시되기 어려웠던 전통적 미디어 시스템에서보다 댓글로 상호작용하고 누리꾼의 목소리가 기사로 유통되는 것이 더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문제는 이렇게 기사에 선택된 누리꾼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효과를 생산하는가에 있다. 

 

누리꾼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인터넷 공간에서 자유롭게 모이고 의견을 교환하고 집합 행동을 조직하는 디지털 시민의 이상이 담긴 표현인 누리꾼은 현재 우리 언론에서는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SNS 메시지에 댓글을 다는 사람이며, 특정 1인 미디어 제작자의 팬덤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사람들이다. 물론 문제가 익명이라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언론은 종종 익명의 출처를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누리꾼’으로 불리는 출처가 동원되는 맥락이 저널리즘의 윤리, 실천의 차원에서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비판적 시각 없는 보도가 불러온 일

 

커뮤니티 게시글이나 댓글을 주요 기사 내용으로 활용하는 보도를 예로 들어 보자. 언론이 주로 취재원으로 삼는 커뮤니티들은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곳이라고 할 수 없다. 누구나 참여하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공론장은 인터넷 공간의 이상(理想)이다. 그러나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적 접속이 가능하고 익명성을 근간으로 활동하며 느슨한 연결감으로 구성된 곳이기도 하다. 다른 의견에 다층적으로 접촉해 토론에 참여하기보다는 동조하는 의견만을 볼 수 있는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있어서, 동종애1)적인 커뮤니티와 SNS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쉽다. 커뮤니티 내 의견 다양성이 존재한다면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다른 의견이 활성화되지 않고 심지어 사이버불링 형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몰아내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만약 언론이 온라인 공간을 취재원으로 삼으면서 특정한 성향의 커뮤니티만 참고한다면, 다양한 의견을 알려주기보다는 해당 공간의 여론을 우리 사회의 여론으로 과대표하는 일이 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게시 자료의 신뢰도가 얼마나 있을지, 또한 혐오·차별적 메시지를 담고 있진 않은지를 함께 고려할 때 이 과대표성의 문제는 더 커지게 된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온라인 공간에 널리 유포되는 과정에서 언론이 비판적 시각과 취재를 동반하지 않은 채 기사화한다면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여러 가지 오정보가 사회의 혼란을 야기한 바 있는데, 이를 그대로 전달하는 행위가 문제가 되곤 했다.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는 일부 1인 미디어 제작자와 커뮤니티로부터 격발돼 언론 보도를 통해 가속화됐다. 도로교통법 개정의 계기가 된 어린이와 그 부모에게 가하는 모욕과 조롱이 뉴스 댓글을 통해 유통되는 결과가 생기기도 했다.

 

 취재 없는 보도는 진위 가리지 못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누리꾼의 정서를 전달하는 데 급급한 언론 보도는 사실 정보를 전달하고 왜 이런 주장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얻고 확산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점검하지 않고 그대로 해당 주장을 유통시켜 문제를 키우게 된다. 언론이 누리꾼의 말을 여과 없이 전달하면서 사회적 사실을 구성하고 해당 주장의 사실성과 정당성을 보증해주는 담론적 기능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사 소재로 활용하는 보도 방식에 대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분석에서, “커뮤니티발 보도는 대부분 단순 전달에 그칠 뿐 의혹 진위여부를 검증하려는 시도”가 없음이 비판된 바 있다.2) 이렇게 진위 여부를 검증하려는 시도가 없다는 것은 취재가 없다는 것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취재 없는 보도가 남발되는 문제는 저널리즘의 사실 확인 등 기본적 의무와 언론 윤리에도 관련된다. 이는 한편으로 언론 산업의 중요한 목표가 수치, 즉 클릭 수와 그에 연동된 수익으로 설정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보 전달, 사회 감시와 의제 설정 등을 위한 저널리즘 실천이 아닌, 클릭 수를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선택되는 소재들이 주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인 경우가 많다. 통상 포털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뉴스에서 댓글과 조회수는 상호 연동되는데, 기사 내용이 사회적 갈등과 관련돼 있기에 갈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려고 하거나, 누군가를 비난하게 하면 댓글이 쉽게 늘어난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의 의미, 여성가족부의 필요성,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등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이러한 보도 방식에 의해 단순히 갈등 소재로만 소비되고 사회

적 공론의 장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구조 개선과 언론인 스스로의 성찰 동반돼야

 

이는 기사 작성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기울이기 어려운 언론인의 노동 환경과도 관련된다. 2021년 기준 우리 언론인의 일주일 평균 작성 기사 건수는 신문사와 인터넷 언론 종사자의 경우 지면기사 13.7건, 온라인 기사 14.6건, 동영상 기사 0.3건으로 나타났다.3) 하루 평균으로 치자면 2건 정도에 해당하는데 이는 기획과 취재, 즉 의제의 중요성 판단, 사실 확인, 교차 검증 등 보도에 필요한 복합적 과정을 거칠 시간이 부족한, 매우 열악한 노동 환경이라는 의미가 된다. 또한 스트레이트 보도 기사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데, 지면 기사의 경우 스트레이트 기사/단신 10.8건, 기획·해설기사 및 리포트 2.5건, 사설·칼럼·논평 0.4건 등으로 분포된다.4) 이러한 경향은 포털 서비스 중심 뉴스 소비 환경에서 기획 기사가 주목을 얻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 특종과 미니 특종의 무한 반복으로 구성돼, 그 순간의 화제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미디어 환경에서5) 스트레이트 기사 생산의 중요성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스트레이트 기사 역시 중요한 보도 양식이지만, 이처럼 기사 생산 요구량이 높은 상황에서는 취재 없이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는 온라인 취재원 활용 기사가 늘어나는 결과가 되고 만다. 

 

언론인들도 이러한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취재 보도 원칙과 관련해 ‘충분한 사실 확인’과 ‘신속한 보도’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83.8%가 사실 확인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6) 이렇게 인식과 현장 간의 균열이 생김에 따라 언론인들은 종종 포털 서비스의 문제, 그리고 수치를 중시하는 데스크의 문제를 저널리즘 질적 저하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한다. 물론 현실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권김현영 교수는 이 모든 것이 네이버와 데스크의 문제라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누가 될 수 있는지 반문한 바 있다.7) 저널리즘의 실천 주체가 언론인이라면, 책임을 오로지 포털에 미루는 것으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취재 없는 보도가 양산되는 것은 산업 구조의 변화와 이에 따른 언론인 노동 환경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취재 없는 보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취재 없는 보도가 유발하는 사회적 갈등, 공론장의 편향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취재를 통한 사실 확인, 그리고 해당 내용의 사회적 중요성을 판단한 후 그 내용을 보도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러한 신중함의 요구가 언론인 개인에게 할당된 부담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노동 환경의 개선과 더불어 이뤄질 때, 언론인 스스로도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실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저널리즘 원칙의 실현이 가능해질 것이다. 

 

 

 

 

 

 

 

1) 취미나 배경 등이 비슷한 사람끼리 친해지는 것 

2)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 언론이 키운 페미니즘 백래시>, 민주언론시민연합, 2021.6.28, http://www.ccdm.or.kr/xe/watch/304257

3)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한국의 언론인》, 서울:한국언론진흥재단, 84쪽, 2021.

4) 한국언론진흥재단, 위의 책, 84쪽

5) Gillmor, D., <The coronavirus crisis demands journalism collaboration, not competition>, medium, 2020.3.8, https://dangillmor.medium.com/coronavirus-crisis-demandsjournalism-collaboration-not-competition-8ec6f5bbf3f3

6) 한국언론진흥재단, 위의 책, 92쪽

7) 전국언론노동조합성평등위원회,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 서울:전국언론노동조합, 53~58쪽,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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