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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는 위성 인터넷으로, 최근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대표에게 자국 내 서비스를 요청해 화제가 됐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전쟁 소식을 접하는 시대, 국제 정치와 테크, 언론의 관계를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며칠 되지 않아 우크라이나 지역의 주요 통신망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두절됐다. 전화뿐 아니라 인터넷까지 모든 통신 서비스가 불통이 된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 서비스, 소셜미디어, 각종 전자상거래까지 불가능해졌다.
그러자 2월 28일 미하일로 페도로우(Mykhailo Fedorov)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전환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에게 스타링크(Starlink)를 우크라이나에서 서비스해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에게는 전기자동차 테슬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는 우주로켓 제조회사 스페이스X(SpaceX) 대표기도 한데, 스페이스X의 주력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다.
그러자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 서비스는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이며 터미널(위성안테나)을 더 보내겠다”고 답했다. 이 트윗은 82만 7,000개의 좋아요와 16만 6,000개의 리트윗, 2만 8,000개의 답글을 받으면서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이후 우크라이나에 실제로 스페이스X에서 보낸 터미널들이 전달됐고 인터넷이 중단된 일부 지역에서 스타링크를 사용해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스타링크 서비스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전부 스페이스X 측에서 부담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있긴 하지만 덕분에 일론 머스크는 대중으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에 직접 도움을 주는 기업인이면서 영웅으로 그를 봤기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자사 서비스에 대한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기도 했다.
우리가 쓰는 인터넷은?
인터넷이 생활만큼이나 익숙해진 우리들은 인터넷의 모습을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이라는 (국경도 없고 국적도 없는) 큰 가상세계가 있어서 사람들이 거기에 접속할 수 있고, 그 인터넷 안에서는 시간의 격차 없이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실제 인터넷의 모습은 수많은 컴퓨터들이 연결된 복잡한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상상과 달리 탈중앙화 돼있다. 수많은 컴퓨터들을 연결해주는 광케이블(랜선)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곳이 곧 인터넷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 회사 사이트에 접속하려면 원칙적으로는 우리 컴퓨터가 랜선을 타고 통신사(KT, SK, LG)에서 제공하는 IXP(Internet eXchange Point)를 지나서 태평양 해저케이블을 거쳐서 미국까지 간 후 거기서 미국 회사의 서버까지 도달해야 한다. 지구라는 물리적 세계 안에 인터넷이 있는 셈이다. 그렇게 물리적으로 먼 길을 이동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국에 있는 서버만큼이나 빠르게 미국 회사의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은 CDN(Content Delivery Network)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중요한 데이터가 이미 한국의 다른 서버에 보관돼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터넷의 물리적 기반이 존재하기 때문에 통신회사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우리의 인터넷은 먹통이 된다. 이건 인터넷 자체가 국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타링크가 뭐길래?
스타링크는 위성 인터넷이다. 지금도 널리 쓰이는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 같은 위성을 활용한 서비스다. 다만 스카이라이프는 고객에게 방송을 제공하는 데 반해 스타링크는 인터넷을 제공한다. 어떻게 스타링크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걸까? 두 위성 서비스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가 로켓 발사 비용을 비약적으로 낮추기 전 위성의 대부분은 높은 고도(3만 5,786km)의 정지궤도위성(GEO)과 2,000km~3만 5,786km의 중궤도위성(MEO)이었다. 반면 스타링크의 위성들은 180km에서 2,000km 사이에 있는 저궤도위성(LEO)이다.
정지궤도위성이나 중궤도위성은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하나의 위성으로 지구의 많은 영역을 커버하지만 지구와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만큼 인터넷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반면 저궤도 위성은 훨씬 가깝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다. 문제는 커버하는 영역이 좁다는 것이다. 많은 지역을 커버하려면 그만큼 많은 위성을 발사해야 했다. 하지만 위성 하나의 발사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졌다. 전송하는 데이터의 양이 적은 위성방송에 비해 위성 인터넷의 현실성이 떨어졌던 이유다.
그런데 재활용 로켓을 통해 로켓 발사 비용을 비약적으로 낮춘 스페이스X가 직접 스타링크 사업에 뛰어들면서 저궤도위성 인터넷은 현실성을 갖게 됐다. 한번 스페이스X의 팔콘9(Falcon9)을 발사할 때마다 50~60개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고 스타링크는 이미 약 2,000개의 소형 위성을 궤도에 올려놔서 전 세계 주요 지역에 서비스하고 있다. 앞으로 18개월 내에 그 숫자가 4,200개가 되는데 이는 전 세계 위성 숫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엄청난 숫자다. 최종 발사 목표는 위성 약 4만 개다.
가성비 낮은 스타링크
하지만 이런 거대한 계획과 달리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이 공략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아주 작다. 먼저 스타링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위성과 송수신할 수 있는 접시안테나가 필요하다. 그래서 주로 스타링크는 가정용 와이파이로 쓰인다. 유튜브에는 스타링크에 태양열 발전기를 연결해 이동식으로 쓰는 영상도 있지만 휴대전화 4G 네트워크만으로도 빠른 인터넷이 사용 가능한 상황에서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가정용 와이파이로 쓰더라도 비효율적이다. 스타링크는 기존의 위성 인터넷에 비하면 아주 빠른 인터넷 속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광케이블을 통한 인터넷보다 속도가 느리다. 스타링크의 초기 설치비는 약 550달러(약 67만 원), 월 사용료는 110달러(약 13만 원)에 달한다. 통상적인 광케이블 인터넷 이용료의 두 배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스타링크의 주 고객은 광케이블 인터넷을 쓸 수 없는 미국의 오지다. 전반적인 인터넷 접속 속도가 아주 빠른 한국에서는 더욱 실용성이 떨어진다.
우크라이나에서 확인한 가능성
하지만 이런 스타링크의 한계점은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는 강점으로 나타났다. 국내 통신사 ISP를 거치지 않고 위성으로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전쟁으로 통신사 인프라가 파괴된 상황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의 서버에는 접속이 불가능할지 몰라도 다른 나라의 서버에는 그대로 접속이 가능했다. 트위터, 텔레그램 같은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서 우크라이나는 전쟁 상황에서도 훌륭한 심리전을 치를 수 있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스타링크를 사용한 드론으로 러시아군을 공격하기도 했다고 한다. 단순히 민간인 부대뿐 아니라 군부대도 스타링크가 제공하는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타링크도 VPN(Virtual Private Network)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규제를 우회해서 인터넷에 더 쉽게 접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성 인터넷은 빈번해지는 사이버공격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유선 인터넷 공급 회사인 우크르텔레콤(Ukrtelecom)은 지난 3월 28일 사이버 공격을 받기도 했다.

국가 장벽을 벗어난 인터넷
인터넷이란 앞서 설명한 대로 수많은 컴퓨터들을 연결한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중앙집권화된 구조로 돼있지 않다. 당연히 국가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인터넷 자체는 출범할 때부터 국가의 통제를 받았다. 그것은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는 통신회사에 국적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그들을 통제할 수 있으므로 가능했다. 하지만 스타링크 같은 위성 인터넷 업체가 등장하면 인터넷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소위 ‘스플린터넷(Splint+Internet)’이 부각되면서 더 의미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점점 글로벌로 통합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구글, 페이스북 같은 해외 IT기업들의 서비스를 중국 내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2022년에는 러시아 침공으로 서방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러시아에서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인터넷은 점점 쪼개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반면 스타링크 외에도 영국의 원웹(OneWeb),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Kuiper Progect) 등 위성 인터넷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인터넷 인프라는 글로벌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위성 업체들의 사진이 많이 등장한 것도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부분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맥사테크놀로지(Maxar Technologies)인데 직접 위성을 소유한 것은 아니지만 위성사진을 비롯해 다양한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우크라이나 도시 마리우풀(Mariupol)이 공격당하는 사진, 부차(Bucha)에서 러시아군의 학살을 짐작할 수 있는 사진 등을 언론사에 제공해 전 세계인이 마치 끔찍한 전쟁의 참상 한가운데를 직접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줬다.
미디어에게 던지는 의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사자들에겐 끔찍한 재앙이고, 전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레거시 미디어들에겐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기회였다. 많은 기자들이 목숨을 걸고 취재했고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전 세계에 전달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반대로 트위터를 비롯해 뉴미디어의 힘도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롯해 소셜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여론전에 얼마나 중요한지가 드러났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온갖 가짜 정보가 난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와중에 레거시 미디어들이 가짜 정보를 걸러내는 역할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인에게 큰 충격을 줬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이 언제든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인터넷이라는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비슷하게 언론의 자유와 정보의 투명성이라는 가치도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타링크와 같은 첨단 기술이 이런 가치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까? 아니면 스플린터넷처럼 국가의 통제하에 자신들이 보고 싶어 하는 대로만 보게 되는 세상이 더욱 강화될까? 국제 정치와 테크, 미디어가 서로 더 복잡하게 엮이면서 움직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