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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CES가 한 해의 막을 떠들썩하게 열었다. 지난 1월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는 ‘피지컬 AI’가 산업의 대세로 떠올랐음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이번 CES에서 미디어 업계가 주목해야 하는 이슈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인간은 2년 후에 일어날 변화는 과대평가하고, 10년 후에 일어날 변화는 과소평가한다.”
빌 게이츠(Bill Gates)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자주 하는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IT 전시회인 CES에 4년 연속 참여하면서 그의 말이 떠올랐다.
CES에 참가하는 테크 업계 사람들은 당장 인간의 삶이 내년이면 혁명적으로 바뀔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다음 해가 된다고 해도 그런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면 엄청난 변화가 우리의 코앞에 와 있다. 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이 그랬고 자율주행이 그랬다. 이번 CES 2026에서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그다음 차례가 될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AI가 육체노동자를 대체한다
이번 CES 2026에서 가장 많은 관심과 화제를 모은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자회사인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다. 인터넷에서 한 번쯤 보았을, 춤을 추고 공중제비를 도는 신기한 인간형 로봇이다. 그런데 이번에 현대차가 공개한 아틀라스는 기존에 우리가 봤던 아틀라스와는 완전히 다른 신형 로봇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CES 2026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연합뉴스
첫째, 신형 아틀라스는 기존과 달리 유압으로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전기 액츄에이터(작동장치)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로봇 외부에 노출돼 있던 수많은 케이블이 사라지면서 인간과 어우러져 함께 일할 수 있을 만한 모습으로 변했다.
둘째, 신형 아틀라스는 과거 아틀라스처럼 묘기를 보여주거나 춤을 추는 엔터테인먼트 목적이 아니라,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앞과 뒤의 구분이 없고, 인간이 움직일 수 없는 각도로 관절이 움직이는 등 산업적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로봇은 2028년부터 현대자동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차량 생산 라인에 투입될 예정이다.
아틀라스는 한국과 미국 거대 기업 간 협업 프로젝트다. 구글의 AI를 개발하는 구글 딥마인드와 로봇용 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가 파트너로 참여한다. 미국의 현대차 공장을 시작으로 인건비가 높은 미국의 노동자들을 대체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현대차 공장의 노동자들까지 대체하게 될 것이다.
CES 2026에서 발견한 또 다른 기술적 진보는 자율주행차다. 이미 미국 여러 도시에서 운행 중인 구글의 로보택시 ‘웨이모(Waymo)’에 이어, 아마존의 로보택시 ‘죽스(Zoox)’도 실제로 운행되고 있었다. 운전석과 운전대가 없고 네 명이 서로 마주 보고 탈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 죽스는 개인택시라기보다는 셔틀버스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자율주행 버스가 등장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CES 2026에서 귀국하자마자 서울 시내버스 파업을 경험하면서 자율주행차가 대중교통 시장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AI의 등장으로 사무직,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래머 등 디지털 기반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것처럼, 로봇과 자율주행 같은 피지컬 AI의 등장은 물리적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 역시 위협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이러한 경제적·사회적 변화는 저널리즘에도 사고의 전환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저널리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물리적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었고, 투쟁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며 근로자 전반의 권익을 높여온 주체가 육체노동자였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도 조직화된 노조는 진보적 정치 세력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노동자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대체되거나 그 숫자가 절대적으로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저널리즘의 역할은 무엇일까. 휴머노이드 로봇이 매우 높은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편의점 직원, 식당 홀 서버, 요리사 같은 직업도 충분히 대체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의 도입을 막는 21세기판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필요한 것일까. 이미 한국은 제조업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제조업 시설은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중국과 경쟁하던 기업들은 문을 닫고 있다.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기술 도입이 늦어진다면 결국 국내 기업은 도태되고, 남아 있던 일자리마저 모두 사라지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육체노동에 대해 저널리즘이 바라보는 가치 자체를 재정의해야 할지도 모른다.
AI 스마트 안경이라는 혁명적 기기
기자들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바이스는 바로 AI 웨어러블이다. 이미 AI는 기자들의 취재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음성을 녹음해 이를 노트 프로그램으로 정리하는 것이 보편화됐고,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의 장벽도 크게 낮아졌다. 녹취 파일을 기반으로 기사 초안을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CES 2026에 등장한 AI 웨어러블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핀이나 반지 형태의 음성 녹음기다. 착용자가 하는 말은 물론 주변에서 오가는 대화까지 모두 녹음해 기록해 주는 장치다. 이를 바탕으로 AI가 맞춤형 조언을 하거나 하루를 정리해 주기도 한다. 단순한 음성 노트를 넘어 24시간 영상을 촬영하는 웨어러블 기기도 등장했다. 기자의 24시간을 녹음한다면 어떨까. 취재원들은 녹음을 거부하거나 솔직한 발언을 꺼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AI가 녹취하지 않고, 회의록을 정리하듯 핵심만 기록해 준다면 어떨까.
다른 AI 웨어러블은 지난 CES 2025 참관기에서도 소개했던 AI 스마트 안경이다. 1년 사이 큰 기술적 발전이 있었다. 안경 렌즈 자체가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는 제품들이 상용화돼 실제로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키드(Rokid)와 이븐리얼리티스(Even Realities)라는 중국 AI 안경 기업들은 초록색 양안 디스플레이, 즉 양쪽 렌즈 모두에 화면이 표시되는 제품을 선보였다. 눈앞에 떠 있는 텍스트를 활용해 간단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받거나, 텔레프롬프터처럼 활용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AI 스마트 안경의 선구자인 메타의 디스플레이 안경이다. 오른쪽 하단에만 컬러 디스플레이가 표시되는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개인용 AI 안경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타는 CES 2026에서 부스를 열고 팝업스토어를 통해 이 안경을 판매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기자 역시 현장에서 이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안경을 직접 구매해 사용해 보았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가능성에 비해 아직은 제약이 있는 기기다. 메타가 만든 AI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제공되지 않고, 한국어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 안경이 한국어를 지원하고, 향후 스마트폰 앱들이 AI 안경 디스플레이를 통해 연동된다면 활용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뉴럴 밴드’라는 손목 밴드다. 이 밴드를 착용하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신호로 인식해 안경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있다. 손가락이 일종의 마우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안경 디스플레이 속 커서를 움직여 선택과 취소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글씨 인식 기능도 제공된다.
이처럼 뉴럴 밴드라는 새로운 컨트롤러를 활용해 사진을 찍거나 문자를 보내고, 음악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 눈앞의 사람이 하는 말을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받아보거나 외국어를 즉시 번역하는 기능도 제공된다. 단순히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경 디스플레이에 바로 표시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도 가능하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안경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사용자가 보고 있는 화면이 상대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종의 ‘컨닝 페이퍼’처럼 작동할 여지도 있다.
AI 안경은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사람에게는 텔레프롬프터로 활용될 수 있고, QR코드를 인식해 자동 결제를 하거나, 지도 앱의 길 안내를 눈앞에 표시해 주고, 호출한 우버가 몇 분 후 도착하는지 같은 정보도 보여준다.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한 기능이지만, 필요한 정보를 눈앞 디스플레이로 바로 보여주면서 마치 ‘초능력’을 가진 것처럼 행동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 대단한 점이다.
AI 안경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AI와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기자가 사용하는 챗GPT나 제미나이에게 언제든 음성으로 질문을 던지고 음성으로 답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구글 제미나이는 개인 어시스턴트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14일(현지 시간) 공개된 ‘퍼스널 인텔리전스’ 기능은 구글 드라이브, 지메일, 포토, 캘린더 등 구글 생태계에 저장된 개인 정보를 제미나이가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구글 검색 기록과 유튜브 시청 기록까지 포함된다.
AI가 나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수록 제공하는 답변 역시 내가 원하는 방향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기자가 과거에 작성한 기사, 검색했던 뉴스, 업무용 단체 대화방에서 나눴던 대화까지 AI가 알고 있다면 정확도는 더 높아질지도 모른다. AI가 나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는 점은 섬뜩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이미 일상을 자발적으로 공개해 온 것처럼 이를 양날의 검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개인화된 AI가 발전할수록 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유튜브와 크리에이터의 달라진 위상
미디어 환경과 플랫폼 측면에서 CES 2026에서도 강하게 느껴진 변화는 ‘크리에이터’의 부상이다. 《신문과방송》 2026년 1월호에 실린 <2025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 유튜브와 숏폼 콘텐츠는 이미 뉴스 소비의 중요한 수단이 됐다. 종이신문 열독률은 낮아지고 있으며, 대신 유튜브로 대표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숏폼을 통한 뉴스 소비가 한국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CES 역시 과거에는 텍스트 매체, 테크 전문 매체, 방송사 등 기존 미디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팟캐스트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CES는 크리에이터 전용 공간을 마련해 현장에서 편집 작업을 하거나 스튜디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 언론을 주로 상대하던 CES 참가 한국 기업들 역시 유튜버들에게 더 많은 지원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무엇보다 CES는 실물 제품이 중심이 되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이기 때문에 텍스트보다 영상의 홍보 효과가 크다. 유튜버들은 각자가 보유한 전문성 면에서도 출입처가 자주 바뀌는 기자들보다 강점을 지닌다. 조회수나 페이지뷰 같은 객관적 지표에서 유명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더 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기존의 신문과 방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미국에서도 비교적 뉴미디어에 속하는 복스미디어(Vox Media)의 최고수익책임자 제프 실러(Geoff Schiller)가 CES에서 진행한 대담 내용 중에는 시사점이 많았다. 복스미디어는 뉴욕매거진(New York Magazine)과 더버지(The Verge) 같은 전통적인 텍스트 매체를 보유하면서도 ‘투데이, 익스플레인드(Today, Explained)’와 같은 유튜브 친화형 채널, 그리고 다양한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종합 미디어 그룹이다.
복스미디어 전략의 핵심은 ‘차별화’를 제공하는 데 있다. 산하 브랜드들을 각기 독립적인 관점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운영하며, 사람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트렌드나 유용한 정보를 발견하게 함으로써 ‘놀라움과 즐거움(surprise and delight)’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의 역할 역시 명확하다. AI를 큐레이션에는 활용하지만 창작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독자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는 AI를 적극 활용하되, 콘텐츠 제작은 철저히 인간에게 맡긴다. 실러 최고수익책임자는 이를 두고 “명확한 선을 긋는다(hard line in the sand)”라고 표현했다.
복스미디어의 브랜드들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취향(taste)’과 ‘판단력(human judgment)’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는 AI가 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AI는 결코 뉴욕매거진과 같이 필력과 개성이 중요한 매체에 실릴 만한 ‘살아 있는 경험(lived experience)’에 기반한 1인칭 에세이를 써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상 CES 2026에서 느낀 점들을 정리하며 글을 마친다.
△ 피지컬AI는 AI가 육체노동자를 대체하는 시대를 만들고, 저널리즘의 사고 체계도 바꿀 것이다.
△ 스마트 안경으로 대표되는 AI웨어러블은 새로운 취재 방식, 일하는 방식을 만들 것이다.
△ 미국에도 보편화된 크리에이터 시대에는 AI에 대비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가 저널리즘에도 필요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