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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5가 지난 1월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기조연설로 화제를 모았던 이번 행사에서 미디어 업계가 주목할 만한 이슈는 무엇이었는지, 현지 참관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세계 최대 테크 전시회인 CES는 1967년 뉴욕에서 시작된 행사다.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전자제품을 다루는 행사로 TV, PC, 스마트폰, 스마트홈, XR 기기, 자동차, 디지털 헬스케어까지 모든 종류의 제품이 등장한다.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큰 기업의 CEO들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하기도 하고, 다양한 스타트업이 부스를 설치해 홍보하기도 한다. 필자는 실리콘밸리 특파원을 지내면서 CES에 3년 연속 참여했다. 2025년 CES에서 공개된 주요 기술과 트렌드는 무엇이고, 이중 우리 언론과 미디어에 영향을 미칠만한 것은 무엇인지 정리해 봤다.
젠슨 황, 로보틱스의 세상을 선언하다
2025년 CES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였다. 엔비디아는 우리가 사용하는 인공지능(AI)이 작동되는 반도체, GPU를 만드는 기업이다. 최근 5년간 주가가 20배 가까이 오르면서 세계에서 가장 기업 가치가 높은 기업이 되기도 했다.
행사 개막 하루 전날 밤 라스베이거스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는 젠슨 황 CEO를 직접 보고자 하는 1만 명의 관중으로 가득 찼다. 여기서 젠슨 황 CEO는 ‘로보틱스의 챗GPT 순간이 왔다’면서 조만간 인간형 로봇이 현실에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로봇 기업들이 로봇용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반도체와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는 지금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테슬라가 옵티머스라는 로봇으로 앞서가고 있고, 많은 스타트업들이 여기에 뛰어들었다. 미국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대주주인 현대차는 CES에서 엔비디아와 협력해서 로봇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현실이 된 자율주행차
가정에서 로봇청소기를 사용하고, 물류창고에서 물류 로봇이 일하는 것처럼 인간형 로봇도 우리 일상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CES에서 자율주행차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이 2010년 경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10년 내에 휴머노이드 로보틱스도 상용화될지 모른다. 이번 CES에서 자율주행차는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됐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젠슨 황 CEO도 기조연설에서 테슬라와 웨이모를 언급하면서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무인 차량은 이미 현실화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 LA 등에서는 구글의 로보택시 웨이모(Waymo)가 유료 운행 중이다. 테슬라가 최근 업데이트한 v13 완전 자율주행(FSD)기술은 파크투파크(Park-to-Park, 주차된 상태에서 시작해 목적 장소에 주차까지 마치는 수준의 자율주행)까지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ES에도 웨이모와 죽스(Zoox)라는 두 로보택시 회사가 참여했다. 웨이모는 중국의 지커(Zeekr) 자동차와 자율주행 차량을 만드는데, 최근에는 우리 현대차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국 전자상거래 거인인 아마존이 만드는 죽스도 곧 상업 주행을 시작할 예정으로, 무인 택시 사업은 구글과 아마존 두 빅테크 기업의 대결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제너럴모터스 등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시작했던 무인 택시 사업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자동차 회사들이다. 두 국가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이 현실화되고 이런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갖지 못한 자동차 기업들은 전 세계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자동차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부상하는 중국, 흔들리는 한국
개최국인 미국을 제외하고 CES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기업은 당시 가전 시장을 지배하는 회사들이었다. 일본 전자 기업들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2010년대 들어서 한국이 일본 기업들을 꺾으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부스가 CES 전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로 꾸려지고,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반면 이번 CES 2025는 한국 기업을 추격하는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었다.

중국의 가전업체인 TCL과 하이센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옆에 큰 부스를 내고 초대형 TV를 비롯한 첨단 제품들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부스를 통해 첨단 기술을 뽐냈지만, 인상적인 제품은 없었다는 평가다. TV 시장은 성장이 정체되면서 기술에서 중국 회사들이 한국 기업들을 쫓아왔고, 북미 시장에서 점점 점유율을 빼앗는 추세다. 중국 기업들은 원가 경쟁력이 앞서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가전이 아닌 첨단 기술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더 앞선 모습을 보여줬다. CES 2025에는 중국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와 중국장성기차(Great Wall Motor)가 부스를 열고 자동차를 공개했다. 특히 지커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부터 중국에서 자율주행을 시작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많은 기존 자동차 기업들이 여전히 자율주행 시험 운행에 머무르는 것에 비하면 큰 격차다.

중국 로봇회사 유니트리(Unitree)도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공개했다. 유니트리는 엔비디아의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저렴한 보급형 로봇이라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한국 기업은 보급형이든 고가든 CES에서 인간형 로봇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이 선진국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라는 것은 옛말이고 지금은 중국마저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CES 2025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MR 헤드셋 대신 AI 스마트안경이 대세
언론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 분야는 메타버스/XR(혼합현실)이다. VR헤드셋, 스마트안경 등 안면 착용 컴퓨터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가상세계를 만드는 기술, 사람의 행동을 디지털로 만드는 모션캡처 기술까지를 모두 메타버스/XR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지난해 CES에는 애플의 신형 VR헤드셋인 ‘애플 비전 프로’를 앞두고 이를 따라한 제품이나 기술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제품들은 줄어들고 스마트안경이 많이 등장했다. 두드러지는 점은 스마트안경에 디스플레이를 넣은 AR(증강현실) 안경이 아니라, AI를 탑재시킨 AI 안경이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큰 성공을 거둔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안경 때문이다. 일반 안경처럼 가벼우면서 통화, 음악 청취, 사진 촬영, 영상 녹음 등의 기능을 쓸 수 있는 스마트안경은 생성형 AI가 탑재되면서 사용성이 크게 높아졌다. 무엇보다 생성형 AI는 이미지 인식 능력이 뛰어나서 착용자가 보는 것을 함께 보고 이를 바탕으로 답을 줄 수 있다. 기존의 도수가 있는 일반적인 안경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안경은 상업적인 성공의 가능성이 크다. 이 스마트안경을 시작으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AR 안경으로 차츰차츰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안경이 중요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자리잡게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안경의 보편화는 미디어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먼저 음성을 통해 AI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텍스트와 영상 외에 음성이 뉴스를 접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고, 이에 맞는 포맷의 뉴스에 대한 수요도 생겨날 것이다.
스마트안경은 일인칭 시점의 동영상을 많이 생성해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포맷이 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인칭 시점의 제보 영상이나 취재 영상은 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접근 방식에 변화를 줄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레이밴과 함께 만든 스마트안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마트안경은 취재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 현재 스마트안경은 촬영 시 깜빡임을 통해 촬영 중임을 안내한다. 이는 사생활 보호 목적이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인 방침은 아직 없다. 2025년 새해 첫날 뉴올리언스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사건의 범인은 메타 스마트안경을 사용해 사전에 범행 장소를 녹화하고 범죄 계획을 짰다.
기술의 발전은 항상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많은 경우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만들어왔다. 대체로 새로운 기술은 기존 미디어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대중이나 크리에이터에게 힘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이미 기자들의 취재 방식과 기사 생성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언론사의 사업모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안경을 비롯한 새로운 XR 기기의 등장은 어떤 영향과 함께 기회를 만들지 언론사들의 선제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