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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트렌드]생성형 AI를 도입한 미국 저널리즘 스타트업
미디어 트렌드 | 등록일 : 2024-05-31

생성형 AI의 발전은 언론 환경도 바꾸고 있다. 미국에 비해 더디긴 하지만 국내 언론사들도 생성형 AI 도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기사 작성에 도움을 받는 것 외에 생성형 AI를 비즈니스 모델로 도입할 방안은 없을까. 미국 뉴스 앱 스타트업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2022년 11월 등장 이래 챗GPT는 전 세계 산업을 바꿔놓고 있다. 빅테크뿐만 아니라 언론사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는 생성형 AI가 검색 아웃링크를 줄여 언론사의 온라인 광고 매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데이터 측면에서는 언론사의 기사가 AI를 학습시키는 데 중요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결국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일부 언론사들은 챗GPT를 만든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취재 대상이라는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미국 언론사가 AI 취재기자를 늘리고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악시오스, 파이낸셜뉴스 등이 모두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저널리즘 스타트업들은 어떨까? 실리콘밸리에서도 저널리즘·뉴스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드물다. 대부분은 실패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분야에서 기술을 통해 혁신을 만들려는 스타트업들이 나오고 있다. 저널리즘과 관련된 스타트업들은 어떤 시도를 하고 있을까? 


야후에 인수된 아티팩트

 

2023년 2월 한 미디어 스타트업이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 이유는 이 회사의 창업자들이 인스타그램 공동 창업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학생이었던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과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는 2010년 인스타그램을 만들었고, 인스타그램이 급성장하자 2012년 이를 페이스북에 매각했다. 두 사람은 2018년까지 인스타그램의 CEO와 CTO를 맡으면서 이를 페이스북 그룹 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소셜미디어로 키워냈다. 하지만 결국 모회사인 페이스북에 경영권을 넘기고 회사를 떠났다. 이 두 명의 스타 창업자들이 페이스북을 떠난 이후 처음 공식적으로 다시 재창업한 곳이 바로 ‘아티팩트(Artifact, 회사명은 녹토(Nokto))’다. 

 

그런데 전 세계를 대표하는 소셜미디어를 만든 두 사람이 만든 스타트업인 아티팩트는 뉴스 추천 앱이었다. 사용자의 선호에 맞춰 주요 언론사들의 기사를 보여주고, 많이 읽은 기사를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한다. 즉, 인공지능(머신러닝)이 중심에 있는 서비스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와 정확히 같은 방식이다. 심지어 이런 뉴스 애그리게이터도 아티팩트가 처음이 아니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가 터우티아오(Toutiao)라는 앱으로 성공을 거뒀고, 일본에서도 스마트뉴스(SmartNews)라는 앱이 성공을 거뒀다. IT 전문 뉴스레터 스트래처리(Stratechery) 인터뷰에 따르면 아티팩트 창업자들은 터우티아오를 잘 알고 있었고, 이를 미국에 가져오고 싶어했다. 장기적으로는 작은 언론사나 크리에이터도 퍼블리셔로 참여시키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런 큰 그림에서 아티팩트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본다. 스타트업답게 사용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오는 여러 가지 기능을 넣어 본 것이다.

 

대표적으로 기사에 댓글 달기, AI를 통한 요약하기, 이모지로 리액션 남기기, 독자가 낚시 기사라고 표시하기, 기사 읽기에 게임 요소 도입, 다양한 목소리로 기사 듣기, 기사 링크 공유하기, 내가 쓴 글로 이미지 생성하기 등이 있었다. 2023년 부상했던 생성형 AI 기술을 기사에 많이 시도해 본 것이다. AI 요약의 경우 생성형 AI를 사용해 이모지 버전, Z세대 버전 등을 도입했다. 낚시 제목으로 판명된 기사는 AI가 제목을 다시 달도록 하기도 했다. 

 

아티팩트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필자도 아티팩트를 다운받아 뉴스 추천받는 데 사용했다. 평소에는 주로 큰 언론사들의 메인 뉴스 위주로 봤던 것이 다양한 출처의 흥미로운 뉴스까지 확대될 수 있었다. 모든 기자가 보는 기사가 아니라, 나만 발견할 수 있는 기사를 찾아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아티팩트는 구글플레이의 올해의 앱으로 선정될 정도로 미국에서 이용자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실험에도 불구하고 2024년 1월 아티팩트는 문을 닫겠다고 선언한다. 서비스를 제대로 시작하고 1년도 되지 않아서다. 창업자들은 “핵심 사용자층이 애용하는 서비스를 개발했으나, 현재 방식으로 투자를 이어갈 만큼 시장 기회가 많지 않다”라고 폐업 이유를 밝혔다. 

 

정확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용자의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거나,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기사를 대형 언론사로부터 유료로 가져오거나,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비용이 너무 커져 문을 닫기로 결정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로 끝난 듯한 아티팩트는 야후에서 회사의 기술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4월에 밝혀지면서 반전을 맞이한다.

 

우리에게는 닷컴 시대 대표 포털로 기억되는 야후는 여러 부침을 거쳐 현재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지금은 인터넷 포털·검색 기업이라기보다는 인터넷 미디어 기업이 됐다. 야후 스포츠, 야후 파이낸스, 야후엔터테인먼트 같은 주요 서비스들이 뉴스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별도의 취재와 편집기자까지 고용하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TechCrunch), 전자기기 전문매체 엔가젯(Engadget),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블로그(Autoblog)도 야후가 소유한 언론사들이다. 

 

이런 야후는 아티팩트가 다양한 실험을 통해 확보한 기술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짐 란존(Jim Lanzone) 야후 CEO는 5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제품(아티팩트)이 작동하는 방식을 좋아하고 아주 스마트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조만간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AI를 이용한 뉴스 서비스가 스타트업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은 비즈니스이지만 기존의 뉴스 미디어에는 접목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2016년에 설립된 스타트업 ‘큐리오(curio)’도 AI 뉴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30여 개 언론사의 기사를 읽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월 10달러를 내면 월스트리트저널, FT, 와이어드 등 주요 언론사들의 뉴스를 읽어준다. 선정되는 뉴스는 사람이 아닌 전문 내레이터의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읽어준다. 한 번만 구독하면 스마트폰, 패드, 워치, PC, 자동차 등 모든 기기에서 뉴스를 들을 수 있다. 

 

이 회사는 2024년 3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SXSW에서 새로운 서비스인 ‘리오(Rio)’를 공개했다. 이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관심을 두는 뉴스를 큐레이션해 뉴스 브리핑을 만든다. 뉴스 브리핑을 텍스트로 읽을 수 있고 음성으로 들을 수도 있다. 또, 챗봇에게 여러 뉴스에 대해서 질문할 수도 있다. 일종의 ‘AI 뉴스 앵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외에도 파티클(Particle), 벌레틴(Bulletin)도 AI 기반 뉴스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아직 이 회사들의 서비스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아티팩트의 공동 창업자인 마이크 크리거가 회사를 야후에 매각한 이후 AI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의 새로운 최고제품책임자(CPO)로 5월에 임명됐다는 것이다. 앤스로픽은 오픈AI 출신이 만든 스타트업으로 ‘클로드(Claude)’라고 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직접 만든다. 뉴스 큐레이션 앱을 만든 그의 경험이 앤스로픽에는 어떻게 적용될지 관심이 가는 이유다. 오픈AI와 구글이 하고 있는 것처럼 AI를 학습시키고 AI와 대화에서 나오는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언론사와의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은 세마포

 

세마포(Semafor)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언론사다. 하지만 유명 언론인인 벤 스미스(Ben Smith) 전 버즈피드뉴스 편집장과 저스틴 스미스(Justin B. Smith) 전 블룸버그 미디어그룹 CEO가 2022년 창업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는 회사다. 과거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은 뉴스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적인 영어 독자들에게 ‘고품질의 글로벌 저널리즘’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회사를 설립했다. 직원 60명 중 30여 명을 기자로 뽑고 야심차게 출발했다. 세마포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것이다. 뉴스, 추가 정보, 기자의 관점을 구분하고 글을 작성해 신뢰도를 높인다. 

 

세마포는 2024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고 콘텐츠 제작에 생성형 AI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세마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기술을 이용해 ‘세마포 시그널’이라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세마포 시그널은 기본적으로 뉴스 큐레이션이다. 하지만 하나의 뉴스에 다른 글로벌 언론사의 다른 관점을 붙인다. 예를 들어 라틴아메리카와 관련된 뉴스가 나오면 영미권 뉴스의 관점, 라틴아메리카 뉴스의 관점, 니케이아시아의 관점을 기사 아래에 포함시킨다. 생성형 AI가 다른 언론사의 뉴스를 요약하고 정리하는 일을 한다. 

 

세마포 시그널은 영미권 뉴스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정치나 국제뉴스에 대해서 영미권 뉴스와 비 영미권 뉴스의 시각은 다르다. 하지만 이를 편집자가 하나하나 가져와서 배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큐레이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세마포 시그널이 실제로 저널리즘에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 콘텐츠 제작 툴로서의 효과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후원을 받기 위한 명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왜 세마포를 후원하는 것일까? 뉴욕타임스와 저작권 소송을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언론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오픈AI는 이미 많은 언론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AI 개발을 함께하기로 했다. 기업에 친화적인 뉴미디어를 기술적으로 후원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에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세마포는 홈페이지 내 광고가 거의 없고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다. 주로 수익은 이벤트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마스터카드, 타타그룹 같은 대기업들이 주요 광고주고, 이벤트에는 하나씩 대기업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도구로서 효과가 있을까?

 

아티팩트는 저널리즘과는 전혀 무관한 벤처기업인들이 순수하게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시작한 서비스다. 유용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은 아닌 것이 입증됐다. 하지만 야후처럼 이미 트래픽과 안정적인 독자가 있는 경우는 이 기술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세마포는 저널리즘 종사자들이 만든 전통적인 언론사다. 여기에 자신들의 정체성에 맞는 적절한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했다. 기술이 저널리즘에 도움이 된 것이다. 다만 이 기술이 실제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홍보 마케팅 수단이라고 봐야 하는지는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한다. 세마포 자체도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언론사이기 때문에 당장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쳇GPT 이후 국내 언론에서도 AI의 도입이 화두다. 대부분 초점은 기사 작성 과정에서 AI가 기자를 돕는 부분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아티팩트나 큐리오, 세마포처럼 생성형 AI를 큐레이션이나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다. 생성형 AI는 모든 영역에서 지금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언론사도 이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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