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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소셜미디어의 명암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실시간 보도, 쌍방향 소통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허위 사실 유포로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전통 미디어는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검증하고 있는지 해외 언론사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22년 2월 24일 새벽,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세계가 우려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려한 불꽃은 폭죽놀이를 연상시켰고, 팝 밴드 엠지엠티(MGMT)의 ‘리틀 다크 에이지(Little Dark Age)’가 ‘지금 이 순간’이라는 자막과 함께 흘러나왔다. 940만 명이 이 영상에 ‘좋아요(공감)’를 눌렀고, 20만 명이 영상을 공유했다. 마이클 잭슨 노래에 맞춰 춤추는 우크라이나 병사의 영상은 1,400만 명의 공감을 얻었다. “러시아군이 오고 있어 아침 8시에 집을 떠나야 한다”며 노래 ‘후즈 댓 칙(Who’s That Chick)’에 맞춰 립싱크 한 여성은 아이러니하게도 틱톡 스타로 떠올랐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최근호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구촌의 첫 번째 틱톡 전쟁”이라며 관련 영상들을 소개했다. 이어 “소셜미디어의 미학적 기준들이 전쟁을 기록하는 방식을 바꿔 놨다”고 진단했다. 참고로 틱톡의 월간 이용자는 10억 명이 넘는다.
소셜미디어 혁명으로 현대인이 전쟁을 느끼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검증하기 위한 언론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비주얼 포렌식 활용한 교차 검증
기존의 전쟁 보도는 전통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선 스냅챗,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가 광범위한 정보의 출처로 떠올랐다. 문제는 흑색선전, 허위·오류 정보가 마구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2월 24일 “러시아 전투기들이 키이우 상공에 나타났다”는 글이 동영상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확산됐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2020년 러시아 국경일, 러시아 공군의 리허설 모습이었다. 중동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폭격하는 동영상도 우크라이나 상황으로 둔갑해 유통됐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미사일 공격처럼 보였지만 2016년 터키에서 촬영된 영상도 있었다.
이처럼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 CNN 등이 속속 비주얼 포렌식(Visual Forensics, 증거 분석) 기법을 보도에 도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진기자, 비디오 촬영기사, 오디오 저널리스트, 작가 등 수십 명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했다. 특히 비주얼 및 그래픽 전문가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들은 위성사진, 비디오 등을 판독해 러시아군 침입 경로, 주둔지, 어떤 건물이 파괴됐는지 등을 추적한다. 뉴욕타임스 비주얼 탐사보도팀 인원은 17명이고, 워싱턴포스트도 7명의 비주얼 포렌식팀을 운영 중이다. 비주얼 포렌식의 사례를 살펴보자. 나무로 만든 가짜 총을 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성 두 명의 사진이 2월 19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사진 1]

장난감 총 때문인지 러시아의 침공은 거짓이고, 미국 정부의 여론몰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폭스뉴스(FOX News)는 이 사진을 보도하며 자세한 맥락을 설명하지 않았고, 침공 전에 촬영됐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았다. AP통신사는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사진이 침공 전 모의 훈련 상황임을 밝히며 “가짜 총이, 전쟁이 가짜라는 주장의 근거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주얼 포렌식의 핵심은 교차 검증이다. 화염이 발생한 위치를 파악하고자 지도와 다른 포스팅을 함께 분석해 대조하는 식이다. 포렌식팀은 구글 지도, 공공 데이터베이스, 일기예보, 고화질 위성사진 등을 활용한다. 이미지가 지도상 어느 지점에서 촬영됐는지를 특정하는 위치정보(Geolocation)도 중요하다. 폭발 장소로 특파원을 보내 증언을 확보하고, 지형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이렇듯 비주얼 포렌식 검증은 포렌식팀의 전방위적 노력의 산물이다. 알라헤 아이자디(Elahe Izadi)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신뢰하는 취재원의 정보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고, 인내, 창의성, 디테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3월 24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조우해(Sea of Azov) 베르단스크(Berdyansk)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상륙함 오르스크(Orsk)를 침몰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사진 2]을 분석했고, 이를 통해 팩트체킹 기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동영상에 음성이 포함돼 있을 경우 이를 번역하고, 영상을 픽셀 단위로 분석하기도 한다.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을 추적하고, 사물의 윤곽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위성지도 서비스 구글어스(Google Earth)와 러시아 검색 서비스 얀덱스(Yandex) 등이 활용된다. 화면에 보이는 무기의 제조사, 지붕의 타일 등 작은 정보도 위치 확인의 실마리가 된다. 영상의 촬영 시점을 특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시간 정보가 포함된 CCTV 비디오와 비교한다. 언론사들은 콘텐츠를 검증하는 민간업체나 비영리기구들과도 다양하게 협력한다. 영국의 탐사보도업체 벨링캣(Bellingcat), 영국의 비정부기구 정보탄력성센터(CIR, The Centre for Information Resilience), 러시아군 동향을 분석하는 분쟁정보팀(Conflict Intelligence Team)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체는 현재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 지도[사진 3]를 운영하고 있다.

이 지도는 민간인 희생자, 러시아군 동향, 교전 지역, 군병력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언론사, 연구단체, 소셜미디어 간의 저널리즘 협업 모델인 셈이다. 특히 CIR은 3월 1일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Kherson)에서 발생한 폭격 검증 결과를 트위터에 공개했다.[사진 4] 폭격 지점이 유치원과 어린이 놀이터에서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군의 위치나 동향을 공개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적국이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민 대피에 어느 도로가 안전한지를 알려주는 등 긍정적 효과도 많다.
전쟁 보도에서의 소셜미디어 활용
미디어는 전쟁의 실상을 세상에 전하지만, 때로는 진실을 왜곡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1898년 4월 발발한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이 단적인 예다. 같은 해 2월, 쿠바의 한 항구에 체류하던 미국 군함 메인호(USS Maine)가 폭발 사고로 침몰하면서 255명의 해군이 숨졌다. 당시 미국 신문 재벌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는 옐로 저널리즘을 통해 미국이 전쟁에 나서도록 부추겼다. <전함 폭발은 적의 소행> 등의 제목과 폭발 장면을 그린 만화를 신문 1면에 크게 실었다. 자연발화로 인한 폭발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신문을 팔기 위해 선정적인 폭로성 기사를 쏟아냈다. 허스트가 쿠바에 파견된 삽화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가 이를 입증한다.
“그림만 그려 보내면 전쟁은 내가 만들어 내겠다(You’ll furnish the pictures and I’ll furnish the war).”
1925년 최초로 개발된 35mm 라이카 카메라는 스페인 내전(1936~1939)을 통해 포토 저널리즘 시대를 열었다. 전설적인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쓰러지는 병사’(1936) 사진이 대표적이다. 적을 향해 돌진하다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지는 병사의 모습을 절묘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촬영 장소와 시간이 실제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선 유럽에서 실시간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 미국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머로(Edward Murrow)가 전쟁 저널리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1955년 시작된 베트남전쟁은 TV를 전쟁 보도의 중심으로 끌어올렸고, 1990년 걸프전쟁은 CNN 등 케이블TV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최근엔 소셜미디어가 아랍의 봄 혁명, 시리아 내전, 미얀마 인종학살 등 각종 지구촌 격변을 촉발하고, 이를 증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통 미디어가 정보를 독점하고 전달하는 시대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는 파편화되고, 자극적이고, 거짓된 정보들이 넘쳐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 특히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클릭 경쟁과 나르시시즘(자기애)을 부추겨 전쟁의 참상에 공감하는 능력을 약화하고 있다. 예컨대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3월 14일 트위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일대일 결투를 신청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내기로 걸었다. 이에 맞서 러시아 측은 “애송이고 약골”이라며 머스크를 조롱했다. 이후 두 사람의 결투를 부추기는 포스터[사진 5], 머스크를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연 캐릭터로 분장시킨 사진 등 각종 밈(meme)이 쏟아졌다. 전쟁의 고통은 온데간데없고 억만장자와 독재자가 맞짱을 뜨는, 지극히 가볍고 비현실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저널리스트 해일리 펠런(Hayley Phelan)은 “전쟁 저널리즘과 소셜미디어 콘텐츠 간의 경계가 무너졌다”며 이 과정에서 정확성과 사려 깊음이 희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소셜미디어가 전쟁을 오락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사안을 다룰 때 충분한 맥락을 제공하지 않아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편향성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번 전쟁은 소셜미디어의 명암을 동시에 드러냈다. 쌍방향 소통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는 소셜미디어의 강점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마구 유통되고, 전쟁을 흥밋거리로 삼는 경향은 우려스럽다. 이런 점에서 유력 언론사들이 비주얼 포렌식으로 새로운 팩트체킹 저널리즘을 선보이고 노력하는 점은 고무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햄 라디오 운영자들과 오픈소스 그룹들로부터 수백 개의 라디오 교신 파일을 확보했다. 오디오에는 러시아군이 급하게 무기를 놓고 퇴각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교신 내용을 소셜미디어 영상, 목격자 증언과 대조해 파편화된 자료들을 훌륭한 멀티미디어 스토리로 살려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쟁 초반에 우크라이나 언론사를 비롯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기부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한 기사를 무료로 내보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통해 인류애를 실천한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연대와 소통의 수단이지만 자칫 전쟁을 희화화하고, 음모론이 날뛰는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소셜미디어 혁명은 전쟁 저널리즘에 기회이자 숙제다. 사실 검증과 진실 보도라는 저널리즘 본연의 ‘임무’에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