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커버스토리_2024 총선 보도: 변화하는 기술, 변치 않는 원칙③]미국의 선거 보도 살펴보니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4-05-31

선거 보도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오늘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는 선거 보도와 관련한 다양한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선거 보도 양상을 짚어보고 우리 언론이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2024년은 다를 수 있을까?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언론계 안팎에서 선거 보도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돕는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경쟁했던 2016년 대선은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도전했던 2020년 대선에서는 선정적 인신공격 보도가 극심했다. 이로 인해 정책 선거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다시 대결하는 이번 대선과 관련해 미국 통신사 AP는 최근 선거 보도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견을 물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인 중 53%는 언론사가 부정확한 보도를 하거나, 오정보(misinformation)를 전달할 것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답변했다. 

 

또한 응답자 중 47%가 언론사가 검증되지 않은 보도를 할 것이라고 심각하게 우려했고, 44%는 정확한 보도를 할 경우에도 편파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많은 응답자가 정책적 차별성이나 후보의 인품을 알려주는 보도보다 누가 앞서는지를 단순 전달하는 경마식 보도(horse-race reporting)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답변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양질의 선거 정보를 전달해야 할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마식 보도가 정치·언론 불신 부추겨

 

AP의 보도는 언론학자들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는 평가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쇼렌스타인 언론, 정치, 공공정책 센터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저널리스츠 리소스(The Journalist’s Resource)’는 지난해 말 선거 보도를 연구한 논문들을 분석해 발표했다. 보고서의 요지는 선거 보도가 유권자와 후보자뿐만 아니라 언론사 스스로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를 과도하게 보도하고, 1등 후보나 지지세가 상승하는 후보를 호의적으로 보도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미국 공중파 방송 CBS와 케이블채널 폭스뉴스의 선거 보도를 분석한 토머스 패터슨(Thomas Patterson) 하버드대 교수는 2016년 미국 대선 보도에서 정책 이슈를 다룬 보도는 CBS는 10%대 초반, 폭스뉴스는 20%대 초반에 그쳤고, 대부분의 보도는 누가, 왜 이기고 있는지에 관한 보도였다고 밝혔다. 예컨대 CBS 보도의 74%는 경마식 바이든 보도였고, 35%는 경마식 트럼프 보도였다고 밝혔다. 특정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해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게 패터슨 교수의 진단이다. 저널리스츠 리소스는 경마식 선거 보도는 정치와 언론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양질의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막는 등 여러 방식으로 민주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분석에 따르면 첫째, 유권자의 신뢰를 확보하고자 정책 이슈로 승부를 보려는 여성 후보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둘째, 언론이 통상적이지 않고, 신기해 보이는 후보들을 흥미 위주로 집중 보도하는 과정에서 이들 후보가 톡톡한 광고 효과를 봤다. 2016년 트럼프가 부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셋째, 여론조사 보도가 거대정당의 후보들에 집중되는 과정에서 군소 후보들이 소외됐다.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특정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을 확률로 계산해 보도하는 ‘확률적 예측(probabilistic forecasting)’이 새로운 보도 양식으로 등장했는데, 이에 따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많은 유권자가 ‘이길 확률(probability of winning)’과 ‘예상 득표율(predicted vote share)’ 간의 차이를 혼동한 나머지, 단순히 이길 확률만을 갖고 특정 후보가 쉽게 이길 것이라 단정해 투표권 행사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앤드류 겔만(Andrew Gelman) 컬럼비아대 교수는 “60%의 득표율은 압도적인 승리지만, 60%의 승리 확률은 본질적으로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경마식 보도에 치중했던 CBS와 폭스뉴스의 2020년 대선 보도<출처 - 쇼렌스타인 언론, 정치, 공공정책 센터 (https://shorensteincenter.org/patterson-2020-election-coverage/)>

 


언론인은 편향적 프레임 경계해야

 

언론인은 특정 이슈를 중요한 의제로 제기해 유권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언론의 의제 설정(agenda-setting) 역할 때문이다. 더불어 언론인은 특정 시각이나 해석을 언어나 시각화를 통해 전달하는 소위 프레이밍(framing)으로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 미디어가 편향적 시각이 담긴 정보를 계속 전달한다면, 이용자들이 그러한 편향성에 갇힌 채 자신의 믿음과 가치에 맞는 증거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거짓 정보 확산과 정치 양극화를 유발할 수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미국 언론은 힐러리 후보를 타락한 후보자로, 트럼프 후보자를 인종차별주의자로 프레이밍 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 사회는 전례 없는 국가적 분열을 겪었다.

 

플로리다대의 한 연구팀은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선거팀, 트럼프 선거팀, 미국 언론사가 어떤 언어를 사용했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양측 선거팀은 상대방이 선거에서 이긴다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보도하는 ‘종말론 프레이밍’에 몰두했고, 언론은 이런 프레이밍을 검증 없이 전달했다.1)


예컨대 바이든 측은 트럼프가 증오, 분열, 폭력을 부추기는 후보라고 몰아붙였고, 트럼프 측은 바이든이 나라를 약탈자나 무정부주의자에게 넘겨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자유, 아픔, 분열, 폭력, 감시, 보호 등의 도덕적 언어를 사용해 자신이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후보라는 이른바 ‘위해/돌봄(harm/care)’ 프레이밍을 반복적으로 시도했다. 연구팀은 언론이 후보자들의 도덕성 프레이밍에 휘말리지 않고 스스로 독립적 감시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락과 해석 제공하는 선거 보도 지향하길

 

하지만 미국 언론의 선거 보도에서 한국 언론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목도 적지 않다. 첫째, 언론의 자유가 한껏 보장되는 환경 속에서 기자들이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후보자 검증을 위해 심층보도에 힘쓴다는 점이다. 2020년 뉴욕타임스가 트럼프와 트럼프 그룹 계열사의 세금 환급 자료 20년 치를 입수해 보도한 게 단적인 사례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후에도 관례를 깨고 납세 자료를 거부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당선 전 15년 가운데 10년간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고, 이는 결국 중하위 소득자보다 적은 소득세를 낸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성공한 사업가라는 트럼프 이미지에 타격을 가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자료나, 유명 인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단순 전달한다는 비판을 받는 한국 언론은 향후 후보자 검증 보도에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 언론의 경우 공개적으로 후보를 지지하지 않지만,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편드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언론 불신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미국 언론사들은 선거 직전 사설을 통해 당당하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만, 오피니언팀이 뉴스룸의 보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한다. 상호 간 독립성을 인정해 뉴스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언론도 보도와 오피니언을 분명하게 구분해 오피니언 섹션이 뉴스 보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선거 관련 여론조사에 대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한 뉴욕타임스 <출처 – 뉴욕타임스 홈페이지(https://www.nytimes.com/article/times-siena-poll-methodology.html)>

 

 

셋째, 여론조사 보도를 금기시해선 안 된다. 여론조사 결과 또한 독자가 선거 흐름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정보다. 관건은 이러한 여론조사 보도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5월 13일 자 <트럼프가 5개 격전지에서 우세 양상을 보이고 있다>2)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보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보도는 뉴욕타임스가 시에나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를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설문 내용 외에도 주(州), 성별, 나이, 인종, 교육 수준 등에 따른 결과를 표로 상세하게 보여줬다. 특히 독자들에게 여론조사에 대해 알고 싶은 사항을 이메일과 함께 올리도록 하는 등 쌍방향 소통을 강화했다.

 

더불어 이번 조사에 대해 독자들이 궁금한 이슈들을 문답식으로 제공했다. 예컨대, 조사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실시됐으며, 전화 조사가 왜 여전히 유효한 조사 방식인지, 과연 1,000명의 응답자가 미국을 대표할 수 있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나아가 유권자들과의 상세한 인터뷰도 기사에 포함해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와 향후 전망을 자세히 설명했다. 한마디로 여론조사 결과의 맥락과 심층 정보로 독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선거의 흐름을 자세하게 짚어낸 것이다. 한국 언론도 향후 선거 보도에서 이처럼 맥락과 해석을 제공하는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시민의 신뢰를 높일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3)

 

 

 

 

1) Shaughnessy, B., Albishri, O., Arceneaux, P., Dagher, N. and Kiousis, S., <Morality on the ballot: strategic issue salience and affective moral intuitions in the 2020 US presidential election>, Journal of Communication Management, 27(4), pp.582-600, 2023, https://doi.org/10.1108/JCOM-01-2023-0006

2) Cohn, N., <Trump Leads in 5 Key States, as Young and Nonwhite Voters Express Discontent With Biden>, The New York Times, 2024.5.13, https://www.nytimes.com/2024/05/13/us/politics/bidentrump-battleground-poll.html

3) <You Ask, We Answer: How The Times/Siena Poll Is Conducted>, The New York Times, 2024.5.14, https://www.nytimes.com/article/timessiena-poll-methodology.html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하재식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4-05-31
  • 조회수 : 7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