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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1: 전쟁보도와 언론] 바람직한 전쟁 취재 환경 조성을 위한 제언
집중점검 | 등록일 : 2023-12-29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2023년 12월 17일 기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언론인은 64명이다. 이는 CPJ가 언론인 피해를 집계한 이래 최대 피해다. 생명의 위협은 물론 공정성과 독립성 문제로 싸우고 있는 전쟁 저널리즘을 둘러싼 이슈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23년 10월 13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폭격으로 로이터통신 촬영기자 1명이 사망하고 AFP통신과 알자지라 기자 6명이 다쳤다. 당시 기자들은 ‘프레스(Press, 언론)’라고 적힌 방탄조끼와 방탄모를 착용하고 있었다. 두 달간 해당 사건을 조사한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와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탱크가 계획적으로 조준해 사격한 만큼 이를 전쟁 범죄라고 결론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시작된 후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언론인들이 겪고 있는 수난을 보여준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 The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에 따르면 2023년 12월 17일 기준으로 이 전쟁에서 최소 64명의 언론인이 숨졌다. 국적별로는 팔레스타인 57명, 이스라엘 4명, 레바논 3명이다. 이는 CPJ가 언론인 피해를 집계한 1992년 이후로 단기간에 발생한 최대 규모의 피해다. 언론사들이 이스라엘에 언론인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청했지만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진실을 전달해 평화와 연대를 촉진해 온 언론인들이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시민들의 알 권리가 위협받고, 분쟁 상황에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촉진해 민주주의를 떠받쳐 온 전쟁 저널리즘이 위축되고 있다.


“전쟁 저널리스트의 안전을 보장하라”

 

미국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의 교수 16명은 지난해 11월 긴급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등 분쟁 당사국들은 기자들이 제한과 검열을 받지 않고 보도할 자유를 보장하고 기자들을 보호해 달라”고 촉구했다. 저널리즘의 기본적 책무가 부정당하고, 많은 기자가 생명을 잃고 있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이들은 “기자들이 세계인들이 꼭 들어야 하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현장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건을 취재할 기본권을 빼앗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처럼 국제 분쟁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다양하다. 첫째, 취재 중 체포·공격·살해 등의 신체적 위협에 시달린다. 심지어 그들의 가족까지 신변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둘째, 전쟁에 참여하는 국가의 정부로부터 검열·구속·소송 등의 극심한 언론 통제를 받는다. 러시아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 셋째,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인터넷 군중들이 집단적으로 언론인을 향해 벌이는 신상털기(Doxing)를 겪고 있다. 이는 기자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퍼뜨리고 집단으로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기자들의 안전 문제가 심각해지자 AP 통신은 100여 개 국가에 활동하는 자사 기자들을 보호하고자 특별 보안팀을 운영 중이다.

 

유럽 인권 감시기구인 유럽평의회의 인권 담당 위원 두냐 미야토비치(Dunja Mijatovic)는 2022년 5월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언론인이 직면한 위험이 증대했다며 “모든 위험을 미리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국가들은 기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쟁 지역에서 이뤄지는 저널리즘의 역할과 관련, 그는 “언론인은 무력 충돌에 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전파함으로써 공익적 임무를 수행한다”며 그들 덕분에 인권침해, 전쟁범죄, 기타 잔학 행위가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자들 덕분에 반인권 범죄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 안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언론감시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지난해 11월 희생된 팔레스타인 기자 7명, 이스라엘 기자 1명에 대한 전쟁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RSF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있는 50여 개의 언론사를 공격했다. ICC는 1998년 반인도적 범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 등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채택된 로마 규정을 바탕으로 2002년 출범했다. 최근 벌어진 언론인 희생은 국제인권법과 로마 규정이 명시한 ‘무차별적(Indiscriminate)’ 공격에 해당하고, 로마 규정이 금지하는 전쟁 범죄라는 평가다. 

 

이처럼 언론인을 상대로 벌어진 전쟁 범죄에 대해서는 당연히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는 사후적 조치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분쟁 상황에서 기자 본인과 취재원을 보호하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현장 취재 전에 현지인들을 취재하는 데 따르는 위험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충분한 조사를 통해 분쟁의 배경이나 분쟁 당사자들 간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둘째, 언론 보도가 분쟁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선정적 보도는 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 기자는 중재자나 해결사가 아니라 관찰자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 특정 집단을 지지하는 것은 금물이다. 셋째, 기자가 위험에 빠진 사람을 보고 딜레마에 빠질 경우 본인의 안전이 확보될 경우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 넷째,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때에는 재빨리 현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RSF는 144페이지 분량의 안전 매뉴얼(Safety Guide for Journalists)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1)

 

한편 언론인보호위원회는 위험 요인들을 판단하도록 만든 템플릿을 제공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의 표와 같다.

 

 

 식별해야 할 위험

 위험 평가 시 고려 사항

- 소형 무기, 공중폭격, 포병 사격, 지뢰, 부비트랩, 불발탄 등 전장 요인

- 자살폭탄, 총잡이, 칼날 공격, 차량 공격 등의 테러 공격

- 몸값이나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납치

- 최루탄, 미사일, 고무탄 등 군중 공격 또는 성폭행 등의 군중 혼란

- 사소한 범죄나 폭행 등의 범죄 위험

- 데이터 등의 디지털 보안

- 정부 또는 비국가 행동대원들의 협박

- 기자, 취재원, 현지 직원에 대한 장기적 위협

- 자연재해나 예방접종 요건 등 환경 요인

 - 팀의 의료 능력

- 사전훈련, 적대적인 환경에 대한 맞춤식 교육, 응급처치 훈련

- 사전 또는 도착 시 합의된 대피 지도 및 계획

- 개인 보호 장비

- 명확한 체크인, 연락 지점, 비상전화 절차 등 통신 확보

- 위험도에 따른 적절한 보험 보장. 보험 내용은 관련자 및 친척과 공유

 

분쟁지역 취재 미디어 컨설턴트 아비어 사디(Abeer Saady)는 분쟁 상황에서 진실을 감추고자 하는 세력 때문에 기자는 항상 위험에 노출된다며 “분쟁이 일어날 때 ‘진실’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만큼 전쟁 범죄를 알리려는 저널리스트가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세 가지를 조언했다. 첫째, 보호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면 기자의 위치를 노출해선 안 된다. 둘째, 정신적 스트레스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특히 분쟁 보도에 과도한 감정이입은 금물이다. 셋째, 통신 두절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안이 강화된 앱을 사용하고 데이터를 백업해 놓아야 한다.


‘프레임 전쟁’도 기자들엔 위협

 

전쟁 현장의 저널리스트들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생명의 위협만은 아니다. 국제분쟁 해석과 관련된 보도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호주의 저널리스트와 편집자들은 전쟁 보도에 대한 긴급 점검을 요구하는 서한을 공개 발표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전쟁 범죄에 해당함에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전쟁의 참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양측의 주장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호주의 ABC 방송 기자 200여 명은 방송사 고위층이 이번 전쟁을 보도할 때 침공·점령·학살·인종청소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데 거부감을 보인다고 항의했다.

 

지난해 10월엔 언론인과 작가들이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작가 모임(WAWOG)’을 구성한 뒤 발표한 연대선언문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은 인종 말살적”이라며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정당하다는 사설을 내보낸 뉴욕타임스를 비판했다. 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뉴욕타임스 기자 재즈민 휴즈(Jazmine Hughes)는 회사와의 견해 차이를 이유로 사직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제이크 실버스테인(Jake Silverstein) 편집장은 재즈민의 행위는 공적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부 정책에 반한다며 “이 정책은 언론 독립성의 근간”이라고 그 배경을 밝혔다. 영국 BBC 소속의 언론인 2명은 BBC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고 표현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사직했다. 반면 BBC 소속의 언론인 8명은 익명으로 “BBC가 러시아의 전쟁 범죄 혐의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지만, 이스라엘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며 “이는 이중 잣대”라고 주장했다. 

 

이번 전쟁으로 언론인들이 자기검열에 시달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많다. 이스라엘 언론인들이 자국 정부의 정책이나 군사적 대응을 비판할 경우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집까지 찾아와 공격하는 시위대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이로 인해 사안을 보도하고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른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가 확산하고 있다. 미디어가 사회 시스템의 일부로서 공적 사안을 토론하는 장이 아니라 갈등이 증폭되는 공간이 되고, 언론의 진실 추구와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전쟁 상황에서 언론인은 독립적일 수 있나?

 

전쟁 보도에서 언론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문제도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해 팔레스타인의 기습 공격 이후 뉴욕타임스, CNN, AP 등 서방 매체들이 하마스와 공조하고 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친이스라엘 언론 감시단체 어니스트리포팅(HonestReporting)이 하마스가 공격할 때 서방 기자들이 재빨리 현장에 도착했던 것은 하마스와 매체 간의 정보 공유 때문이라고 주장한 게 그 발단이었다. 기자들의 하마스 ‘동행취재(Embedding)’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동행취재는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국 국방부가 기자 수백 명이 미국 전투부대를 따라 현장 취재를 하도록 허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동행취재 의혹을 받는 언론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서 CNN, AP와 계약 관계에 있던 하산 에스라이아흐(Hassan Eslaiah) 기자가 프레스 방탄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데다 과거에 하마스 지도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퍼지며 논란이 커졌고, CNN과 AP는 하산과의 계약 관계를 청산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1월 9일 가자지역에 들어갈 때 CNN, 데일리메일, BBC 기자들이 동행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의 한 시민단체 인사는 “이들의 동행취재는 이스라엘의 홍보전에서 기자들이 속기사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BBC 기자는 “동행취재는 가자지구에 들어가기 위해 불가피했다”며 “이스라엘군이 우리 동영상에 작전의 세부 사항이 들어갔는지 확인했지만, 원고를 사전에 검열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사례는 언론사가 현장 중심의 취재를 위해 전쟁 당사국과 어떻게 관계를 정립하고 보도 자유를 확보할지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닿아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정부와 언론이 전쟁 상황에서 어떻게 협력할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1992년 미국 국방부와 언론사들은 전쟁 보도의 자유를 신장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미국 국방부는 2016년 ‘전쟁법 매뉴얼’을 수정해 기존에 저널리스트가 적국에 협력하거나 동조할 경우 ‘특권 없는 교전 당사자(unprivileged belligerents)’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폐기했다. 또한 저널리즘 활동을 스파이 활동과 동일시할 수 있는 표현도 삭제했다. 이는 전쟁 취재를 정보수집 행위로 간주해 언론을 검열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2015년 제정된 전쟁법은 미국 정부의 전쟁 수칙이며, 언론인이 지켜야 하는 가이드라인은 별도로 ‘언론 편’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문서 자체가 언론 자유 침해 가능성이 있으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 매뉴얼을 근거로 전쟁 취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쟁은 수많은 이들에게 비극이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특징은 이런 비극이 유독 팔레스타인 저널리스트에게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팔레스타인 TV의 살만 바시르(Salman Al Bashir) 기자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프레스 표시가 붙은 조끼를 입고 있지만, 이 조끼가 나를 전혀 보호해 줄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야말로 전쟁 저널리즘과 언론인 안전이 풍전등화인 상황이다. 국제사회가 전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헌신하는 언론인들의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연대해야 한다.

 

 

 

 

1) https://rsf.org/sites/default/files/2015-rsf-safety-guide-forjournalists.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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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하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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