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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정권 교체 이룬 노동당
2022년 5월 21일에 실시된 호주 총선 결과 9년 만에 보수 성향의 자유국민연합당(이하 자유당)에서 중도좌파 노동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노동당이 이번 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수인 앤서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가 제31대 호주 총리로 취임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에 진보적인 정책을 내세운 녹색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선전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산불과 홍수 등 이례적인 자연재해에 시달린 호주 국민의 우려가 고스란히 선거 결과에 반영된 셈이다. 특히 녹색당의 경우 최고의 선거 결과를 얻었는데, 상원의원 12석까지 차지함으로써 26석을 차지한 노동당이 자유당에 맞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새롭게 출범한 노동당 정부에서 장관급에 지명된 여성이 모두 13명(장관급 지명자 총 3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점이다. 이례적인 결과를 낳은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지난 자유당 집권 시기 정부의 공영방송 예산 삭감 등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노동당이 집권하게 되는 호주는 향후 어떤 모습일지 노동당의 공영방송과 관련한 선거 공약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공영방송에 우호적인 노동당
무엇을 약속했나?
집권 여당에 대한 비판적 보도로 적지 않은 마찰을 빚어온 호주 공영방송 ABC는 이번 선거 결과에 매우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올 초 연합 정권은 두 공영방송 ABC와 SBS에 향후 3년 동안 42억 호주달러(약 3조 7,9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년 동안 8,400만 달러(약 756억 원)의 예산 동결을 종료하면서 두 공영방송의 재정적 숨통을 틔워줬는데, 일각에서는 5월 총선을 의식한 선심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2014년 자유당이 집권한 이래 지난 몇 년 동안 두 공영방송은 정부의 예산 감축으로 상당한 재정 압박을 받았다. 두 방송사의 통폐합 논란까지 일며 한때 존립 위기론까지 있었다.
2020년 정부의 ABC 예산 삭감 결정에 대해 당시 노동당 당수였던 앤서니 알바니즈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노동당이 집권한다면 삭감된 예산을 다시 회복하겠다 약속한 바 있다.1) 몇 차례 예산 삭감으로 공영방송사들은 지속적인 감원과 일부 간판 프로그램 및 해외 지국 폐쇄를 단행했다. 지난 몇 년간 ABC는 집권 여당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로 정부와 잦은 갈등을 빚어왔으며, 노동당은 갈등이 부각될 때마다 정부의 언론 통제라 강력히 비판해왔다. 실질적으로 노동당은 ABC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두 정당 집권 시기 편성된 ABC 예산을 비교해보면, 노동당은 자유당에 비해 더 많은 예산을 ABC에 편성해 왔다.[표]
노동당은 ABC와 S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정치적·재정적 안전성이 보장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먼저 기존의 공영방송사를 위한 3년 예산 계획 대신 5년 예산 계획을 제안하며 공영방송의 안정적 예산 확보를 약속했다. 지역 언론 활성화를 위한 공약도 내세웠다. 노동당은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2,900만 달러(약 260억 원)의 지역 언론사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중 1,500만 달러(약 135억 원)는 지역신문사 지원, 1,200만 달러(약 108억 원)는 커뮤니티 방송서비스 지원을 약속했다.2) 한편, 노동당은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현재 시드니 아타몬(Artarmon)에 있는 호주 다문화 공영방송 SBS의 본사와 스튜디오를 시드니 서부로 이전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3) 타당성 조사는 SBS 콘텐츠 제작 지원과 공공 이용을 위한 다목적 공간 설립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공공 저널리즘과 미디어 다양성 위한 정책 약속
방송 영역과 관련한 선거 공약 중 하나로 노동당은 스포츠 방송 중계권 규정에 대한 재검토를 제안했다. 호주는 지상파 방송사의 스포츠 우선 중계권을 법4)으로 정해 국민의 보편적인 시청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안티사이퍼닝(anti-siphoning) 규정에 따라 두 공영방송과 50% 이상의 시청 범위가 커버되는 상업방송에 법으로 정한 목록에 포함되는 스포츠 행사 중계 우선권이 보장되는데, 2010년 기존의 유료방송사들에만 국한된 규정이 IPTV와 다른 온라인 방송 플랫폼들에까지 확대 시행되도록 한 차례 개정됐다. 하지만 그 이후 디지털 방송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에 더딘 정부에 대해 노동당은 지속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OTT 서비스 사업자들을 규정 대상에 포함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다양한 글로벌 OTT 서비스들이 호주에 진출하며, 지난 몇 년간 호주의 디지털 방송시장 경쟁은 매우 치열해졌다. 따라서 OTT 서비스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기존 법의 한계가 존재함에 따라 이들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발판 마련에 들어갔다. 2020년 11월 호주 정부는 미디어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이 개정안에는 호주의 방송법에 따라 그동안 상업방송사에만 적용됐던 호주 콘텐츠 할당 의무를 넷플릭스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에도 확대 적용하도록 제안했다. 특히 최근 들어 OTT 서비스 사업자들의 스포츠 중계 독점권 계약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현재의 안티사이퍼닝 규정에 대한 OTT 서비스 사업자들의 확대 적용을 주장해온 노동당 집권 하에 새로운 규제 마련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노동당은 뉴스 미디어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해 자료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뉴스 콘텐츠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공 저널리즘과 미디어 다양성 확대를 위해 미디어 정책 실현을 약속했다. 공영방송 예산 삭감을 단행하고 디지털 방송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자유당 정부를 비판해오던 노동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노동당에 거는 기대가 높다. 노동당이 약속한 공약이 얼마나 실현될지, 그리고 노동당이 제안한 정책이 실현된다면 호주의 미디어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1) Hunter, F., <Labor pledges to reverse ABC funding cuts if elected>, The Sydney Morning Herald, 2020.6.30, https://www.smh.com.au/politics/federal/labor-pledges-to-reverse-abc-funding-cuts-ifelected-20200630-p557nu.html
2) <Supporting Local News, Community Broadcasting and Jobs>, ALP, https://www.alp.org.au/policies/supporting-local-news-communitybroadcasting-and-jobs
3) <SBS could be moved to western Sydney under Labor proposal>, SBS News, 2019.5.13, https://www.sbs.com.au/news/article/sbs-could-bemoved-to-western-sydney-under-labor-proposal/u3w76pjbc
4) 1992년 방송서비스법(Broadcasting Services Ac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