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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와 신문사 간 신문 우송료 지원 논쟁이 뜨겁다. 신문 구독자 수 감소 및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독일 신문사의 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우송료 지원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신문사는 소도시나 농촌 등 디지털 소외 지역에 신문을 배달하는 일이 언론 다양성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정부 보조금이 언론 독립을 해친다는 우려도 크다. 우송료 지원이 기성 신문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온라인 미디어를 차별한다는 비판도 있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언론사에 직접적인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언론사 보조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언론의 정부와의 거리두기(staatsferne) 원칙 때문이다. 이 원칙은 조직, 재정, 형태, 내용적으로 정부 기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미로 판례를 통해 기본법(헌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정부가 언론에 보조금을 주는 순간 언론 독립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디지털화의 가속화, 인쇄 매체의 위기와 함께 그간 독일이 지켜온 오랜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1) 신문 우송료 지원을 둘러싼 독일의 담론을 따라가다 보면 디지털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언론 산업을 목격할 수 있다.
신문 우송료 예산 결정에서 폐기까지
2018년 출범한 메르켈 4기 연방정부는 연정협약에서 신문사 배달 지원을 위한 국가 보조금(Staatliche Subventionen)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2) 형태는 배달 직원을 위한 사회보장금액 감면 혜택으로, 간접적 방식이었다. 독일 신문사 측은 배달되는 신문 부수당 지원금을 요청했다. 녹색당과 좌파당 등 당시 야당은 정부의 우송료 지원을 반대했다. 녹색당은 배달 비용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저널리스트와 편집국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편집국과 기자들의 처우 개선을 통해서 저널리즘의 품질을 높이는 데 더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좌파당 측은 이미 배달된 신문에 대한 지원은 결국 대형 신문사에 유리하다며, ‘언론사 보조금’이 아니라, ‘언론 보조금’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듬해인 2019년 11월 독일 정부는 관련 공약을 더욱 구체화했다. 연방정부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구독 신문과 광고 신문(Anzeigenblatt)3) 등 지역 신문의 다양성을 위해 배달비 보조금 4,000만 유로(약 564억 원)를 책정했다. 다만 보조금의 개념과 명확한 콘셉트가 나올 때까지 집행을 보류하는 조건이었다.4) 해당 예산안은 연방의회에서 통과됐지만, 조건부에 대해 뒷말이 많았다. 담당 부처와 예산 당국의 이견이 컸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예산 집행은 계속 미뤄졌다. 신문사는 신속한 집행을 요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닥치면서 더욱 다급해졌다. 독일 마드작미디어그룹(Madsack Mediengruppe)은 2020년 3월 “많은 사람이 직접적인 삶의 환경과 그 너머에서 오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부터 차단되지 않으려면 신문 배달을 위한 국가 지원이 지금 당장 이뤄져야 한다. 그 어느때보다 지금의 위기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5)고 밝혔다. 마드작미디어그룹은 하노버알게마이네차이퉁(Hannoversche Allgemeine Zeitung), 라이프치거폴크스차이퉁(Leipziger Volkszeitung) 등 7개 주 15여 곳, 대부분 중소도시에서 지역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독일신문발행인협회(BDZV)도 이 같은 신문사들의 요구를 전하며 “계획돼 있는 지원을 즉각적으로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가능한 빨리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6)고 밝혔다.
신문사의 요구를 반영하듯 해당 예산은 더 늘어났다. 그해 7월 독일 연방정부는 2차 추경안을 통해 신문사에 최대 2억 2,000만 유로(약 2,937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7) 정확히는, ‘신문, 잡지, 광고 신문의 판매와 배포 촉진을 위한 출판업의 디지털 전환 지원’ 항목으로 당해년도에 2,000만 유로(약 266억 원), 2021년에 총 2억 유로(약 2,668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단순한 우송료 지원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이 적용됐다. 지원 대상에는 이전에는 없었던 잡지가 포함됐다. 하지만 갑작스런 예산 증액에 역시나 의구스러운 시선이 이어졌다. 앞서 약속한 예산 집행도 안 되는 상황에 별다른 근거 없이 액수만 늘어났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집행할 것인지 누구도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연방정부는 2021년 4월, 해당 예산안을 자진 철회했다. 경제부는 “기본법과 예산법, 보조금법적 상황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와 모든 관련자에 대한 신중한 고려 끝에 출판사의 디지털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8) 기본법적 검토는 앞서 언급한 정부와의 거리두기 원칙이다. 신문사 측은 정부에 긴급 코로나19 지원금 명목으로 보조금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년 간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신문 배송료 지원이 결국 무산되자 신문사들은 ‘충격적’이라며 비판했다.
인쇄 언론 vs 디지털 언론
신문사 우송료 보조금이 무산된 데는 인터넷 언론사들의 비판도 영향을 미쳤다. 해당 보조금은 기존 인쇄 매체 언론을 대상으로 했다. 디지털 전환이든 우송료 지원이든 기성 언론사만 혜택을 본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인터넷 언론사는 보조금이 기존의 인터넷 언론을 희생시키며 경쟁을 왜곡한다고 비판했다.9) 온라인 독립 언론사인 크라우트리포터(Krautreporter)는 2021년 3월 말 담당 부처인 경제 에너지부 장관에 공개 서한10)을 보내며 헌법 소송을 예고했다. 크라우트리포터 측은 보조금 프로그램이 언론과의 거리두기, 다양성 확보 등에 대한 대책 없이 지원돼서는 안 되며,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생각과 언론 자유를 해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보조금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공개 서한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독일 정부의 보조금 철회가 이뤄진 셈이다.
레온 프리처(Leon Fryszer) 크라우트리포터 대표는 “연방정부는 처음부터 이 보조금이 위헌이고 저널리즘의 미래를 가로막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젊은 온라인 미디어에 해를 끼쳤을 것”이라며 “엉망진창이 된 계획이 이제 끝나서 기쁘다”고 말했다.11)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퍼 부쇼우(Christopher Buschow) 바이마르바우하우스대 미디어학 교수는 “물뿌리개식으로 일반적인 신문 우송 지원을 하는 것은 미디어 다양성 유지에 기여하지 않는다. 저널리즘의 질을 높이거나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가 되지도 않는다”며 “오히려 변화할 이유가 없어지며 정부의 지원에 더 매달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12) 부쇼우 교수는 전국적인 보조금보다는 지역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예를 들어 브란덴부르크주는 주정부 차원에서 100만 유로(약 13억 3,000만 원)를 투입, 지역 저널리즘 프로젝트 35개를 지원했다. 이처럼 대형 신문사 지원보다는 지역의 자생적 저널리즘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정부까지 나선 신문 우송료 지원
이렇게 한 단락 마무리 된 신문 우송료 논쟁은 지난 7월 다시 공론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주정부가 나섰다. 작센주, 니더작센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브레멘 등 4개 연방주는 지난 7월 연방 상원에 결의안을 제출13)했다. 결의안의 제목은 ‘언론 다양성 유지를 위한 연방상원 결의-정기 간행 언론의 전국적 공급을 위한 혁신 가능하고 플랫폼 중립적인 지원의 즉각 시행’. 4개 연방주는 “독일의 언론 환경과 지역 언론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정학적 이유(전쟁)로 인한 에너지 및 연료비 상승뿐 아니라 원자재 구매 가격 상승, 신문 종이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2025년까지 독일 지역의 40%가 종이 신문 배달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언론이 전국적으로 공급을 계속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논쟁을 고려한 듯 혁신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등 디지털 전환 분야 지원을 함께 강조했다. ‘플랫폼 중립적’으로 온라인 매체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촉구했다.
신문사가 아닌 주정부가 나서서 결의안을 제출한 점이 흥미롭다. 연방 상원에서 해당 결의안이 통과돼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이슈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주정부 차원의 압박을 통해 연방 정부의 논의를 다시 이끌어 낼 수 있다. 참여한 주정부의 면면을 보면 그 뒤에 있는 신문사가 어딘지 보인다. 본 결의안은 작센주와 니더작센주 두 주정부가 먼저 시작했다. 해당 지역의 대표적인 신문을 모두 마드작 미디어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독일 7개 주에 걸쳐 15개 이상의 지역 신문을 운영하며 정부에 보조금 지원을 강하게 요구해왔던 그룹이다. 결국 이들의 로비로 주정부가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다. 신문사 보조금 요구가 기성 신문사의 기득권 지키기로 보이지 않도록 우회한 것이다.
물론 지역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신문의 가치가 간과돼선 안 된다. 마드작미디어그룹의 신문은 슈피겔(Der Spiegel), 차이트(Die Zeit) 등 전국적으로 독자를 보유한 유력지와 다르다. 이들은 인구 몇 만, 몇 십만의 중소도시 이름으로 발행되는 신문으로, 존재 자체가 곧 다양성을 증명하는 일이다. 낙후된 지역의 모든 시민에게 디지털화를 강요할 수도 없다. 이처럼 독일 언론의 우송료 지원 논쟁에는 기성 언론과 온라인 언론, 전국지와 지역지 등 독일 언론 산업의 역학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주정부가 다시 시작한 신문사 지원 논쟁이 이번에는 어떤 결론에 이를지 지켜볼 일이다.
1) 다만 정부 광고 집행과 같은 간접적 지원은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연방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코로나19 방역 홍보비로 신문사에 총 6,400만 유로(약 853억 9,000만 원)를 지급했다. https://www.kom.de/publicrelations/295-millionen-euro-fuer-corona-kommunikation/
2) Schneider, V., A. & Sterz, C., <Bundesregierung förder tZeitungszustellung>, Deutschlandfunk, 2022.7.19, https://www.deutschlandfunk.de/subventionen-fuer-verlage-bundesregierungfoerdert-100.html
3) 지역 밀착형 무가지 광고 신문. 제작비 대부분을 광고비에서 충당하며, 지면의 최소 60% 이상이 광고로 이뤄져 있다. 독일에서 대표적인 인쇄 매체 및 언론의 한 형태로 분류된다.
4) <Staat fördert Zeitungszustellung mit 40 Millionen Euro>, Spiegel, 2019.11.29, https://www.spiegel.de/kultur/gesellschaft/zei tungszustel lung-bundestag-gewaehr t-40-mi l l ioneneuro-a-1298970.html
5) <Zeitungszustellung: Medienhäuser dringen auf zügigen Start der geplanten staatlichen Förderung>, Bundesverband Digitalpublisher und Zeitungsverleger, 2020.3.27,https://www.bdzv.de/service/presse/pressemitteilungen/2020/zeitungszustellungmedienhaeuser-dringen-auf-zuegigen-start-der-geplantenstaatlichen-foerderung
6) Gammelin, C., <220 Millionen Euro für Zeitungsverlage>, Süddeutsche Zeitung, 2020.7.2, https://www.sueddeutsche.de/medien/zeitungen-foerderung-subventionen-verlage-1.4954897
7) Weiterlesen, J., <Union und SPD wollen Verlage mit 220 Millionen Euro fördern>, Handelsblat, 2020.7.1, https://www.handelsblatt.com/politik/deutschland/nachtragshaushalt-union-und-spd-wollenverlage-mit-220-millionen-euro-foerdern/25968832.html
8) Zingher, E., <Hilfspaket ade>, Taz, 2021.4.28, https://taz.de/Pressefoerderung-wird-verschoben/!5762901/
9) <Gegen eine Wettbewerbsverzerrung auf Kosten von Digitalen Publishern>, Arbeitskreis Digitale Publisher, 2020.11.25, https://medium.com/arbeitskreis-digitale-publisher/gegen-einewettbewerbsverzerrung-auf-kosten-von-digitalen-ublishernff0422887cb5
10) Fryszer, L. & Esser, S., <Ein guter Tag für die Pressefreiheit>, Krautreporter, 2021.4.27, https://krautreporter.de/3825-ein-gutertag-
fur-die-pressefreiheit
11) Zingher, E., <Hilfspaket ade>, Taz, 2021.4.28, https://taz.de/Pressefoerderung-wird-verschoben/!5762901/
12) Hartung, H., <„Eine Subvention der Zustellung gedruckter Zeitungen ist nicht funktional“>, Medienpolitik, 2021.5.25, https://www.medienpolitik.net/2021/05/eine-subvention-der-zustellunggedruckter-zeitungen-nicht-funktional/
13) ht tps: //www.bundes rat .de/SharedDocs/drucksachen/2022/0301-0400/309-22.pdf?__blob=publicationFile&v=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