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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프랑스
미디어 월드 와이드 | 등록일 : 2022-08-26

최근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연일 화제다. IPTV 채널로서는 드물게 전국 시청률 15%를 넘어가고, 분당 시청률은 20%를 기록, 넷플릭스에서도 TV쇼 부문 세계 4위의 기염을 토했다(박미향, 2022.7.31.) 시청률만 높은 것이 아니다. 판타지 같은 부분이 없지 않지만, 장애인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국내 드라마에서 담담하게 장애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도 호평을 받는다. 사회적 재현의 측면에서 볼 때, 늘 과소 재현되거나 특정한 방식으로 표현됐던 장애인 재현에 있어 달라진 모습에 대한 반가움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그간 전형적으로 이뤄졌던 사회적 소수자, 약자 재현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는 징후일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도 시청각 미디어에서의 인종, 직업, 성별, 나이, 지역, 장애인 등에 대한 사회적 재현에 관한 고민이 깊다. 방송에서 프랑스 사회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특정 집단은 과대 재현, 다른 특정 집단은 과소 재현되는 것에 대한 우려다. 방송이 먼지 한 톨 없는 거울이나 유리창이 될 수는 없겠지만 현실과 괴리가 큰 ‘TV 속 세상’은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고 차별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프랑스의 시청각디지털미디어규제청(Arcom)은 2009년부터 ‘방송의 사회적 재현 바로미터’ 조사를 실시해왔다. 나아가 평등과 시민권에 관한 「2017년 1월 27일 법률 제2017-86호」 및 방송법 「1986년 9월 30일 법률 제86-1067호」 제3-1조에 따라 시청각 미디어 규제 기관이 시청각 미디어에서 사회 재현이 다양성 원칙에 부합해 이뤄지는지 매년 모니터링하고 의회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며 제도화했다. 시청각디지털미디어규제청은 지난 7월 중순 <2022년도 시청각 미디어에서의 프랑스 사회 재현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프랑스 시청각 미디어에서 여성의 재현은 안정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그 외에 인종적 다양성, 장애인 재현, 지역, 직업 등 다른 부문에서는 실제 프랑스 인구 구성과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프랑스 미디어의 사회적 재현 제대로 되고 있나

 

전술한 바와 같이, 규제청은 법률에 근거해 매년 시청각 미디어에서의 사회적 재현을 조사해 그 결과를 의회에 보고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2022년도 시청각 미디어에서의 프랑스 사회 재현에 관한 보고서>는 2021년 1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총 19개 채널(TF1, TMC, TFX, 프랑스2, 프랑스3, 프랑스4, 프랑스5, 프랑스앵포, M6, W9, 까날+, C8, CStar, CNews, BFM TV, LCI, NRJ 12, Gulli, RMC 스토리)의 오후 5~11시에 편성된 방송 프로그램과 TF1, 프랑스2, 프랑스3, M6, C8 채널의 정오 뉴스 프로그램을 수집해 픽션 662개(약 466시간), 955개 뉴스 프로그램(약 548시간), 717개 매거진·다큐멘터리 프로그램(약 412시간), 521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약 334시간), 79개 스포츠 재전송 프로그램(약 42시간)을 모니터링해 이뤄졌다. 사회적 재현에 대한 분석은 인종, 성별, 장애, 경제적 불안정, 직업군, 연령, 거주지역 총 7개 기준으로 정량, 정성 분석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지난 10여 년간의 노력이 무색할 지경이다. 시청각디지털미디어규제청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의 TV 속 세상은 여전히 부유한 대도시 거주 백인 중심으로 묘사된다. 7가지 기준에서 그나마 안정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부문은 성별 지표가 유일하다. 실제 프랑스 사회에서 여성 인구 52%, 남성 인구 48%인 현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21년 TV에 등장하는 여성의 비율은 39%가 됐다. 2020년 대비 1%포인트 증가했다. 공중파 채널의 경우 그 비율은 44%로 더욱 높은 편이다.

 

인종의 경우 비백인의 등장 비율이 2020년 대비 2021년 16%에서 14%로 하락했다. 백인 중심의 재현을 이끈 것은 뉴스 프로그램이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비백인이 출연하는 비율은 10%에 머문다. 시청각디지털미디어규제청은 “TV 뉴스는 프랑스의 시사와 현실을 드러내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다른 프로그램보다 더욱 정확하게 프랑스 사회를 재현해야 한다”며, 뉴스에 등장하는 백인이 90%에 이르는 압도적 비율로 조사된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비백인의 과소 재현만이 문제가 아니다. 부정적인 인물로 등장하는 비백인의 비율은 43%로 전년도 대비 11%포인트나 늘어났고, 긍정적인 인물로 등장하는 비백인의 비율은 전년도 36%에서 18%로 18%포인트가 하락했다. 그나마 부수적이거나 불법적인 활동을 하는 인물과 같은 비백인에 대한 정형화는 전년도 43%에서 2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군에 있어서도 상위 직능으로 분류되는 직업군은 현실에서는 28% 정도임에도 TV 속 세상에서는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비상위 직능군 역시 현실에서 27%라는 비슷한 비율을 구성하지만 TV에서는 10%만 재현될 뿐이었다. 비경제활동인구의 경우 실제로는 45%지만 TV 속 세상에서는 15%만 드러난다. 보다 구체적으로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의 대표, 임원, 전문직 등은 현실에서 10% 정도를 차지하지만 TV에서는 65%에 이른다. 은퇴자의 실제 비율은 33%에 이르지만 TV에서는 2%만 재현된다. 우리나라 TV 속 세상에서 대부분이 검사, 의사, 변호사라는 우스갯소리가 프랑스 TV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의 상위 직능 과잉 재현은 뉴스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진다. 프랑스 드라마 프로그램에서 상위 직능의 재현은 49% 수준이라면, TV 뉴스에서 상위 직능의 등장 비율은 90%에 이른다.

 

장애인은 여전히 과소 재현되다 못해 소멸 수준이다. 2021년 프랑스 TV의 장애인 등장 비율은 약 0.8%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프랑스 인구 중 장애인의 비율은 20% 정도다. 그러나 규제기관의 모니터링이 법제화된 이후 단 한 번도 장애인 재현 비율은 1%를 넘어본 경험이 없다. 2022년 라디오-TV 유럽방송연맹(l'Union Europ enne de Radio-T lvision)의 2022년 5월 16일 조사에서도 프랑스는 장애인 재현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영국 TV 방송에서의 장애인 재현 비율은 8.3% 수준이다. 규제청은 시청각 미디어 기업의 고용 정책으로 장애인 고용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방송에서 장애인을 만나기 어려운 것은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지적하였다.

 

대도시 이외 거주자의 재현도 낮아졌다. 특히 프랑스 해외 자치령 거주자의 등장 비율은 2020년도 10%에 이르던 비율이 3%로 급격히 낮아졌는데, 이는 공영방송의 해외령 채널인 프랑스오(France )가 2021년 폐지된 것에 기인한다. 실제 프랑스 인구 중 대도시 중심부 거주자 비율은 38%인데, 이들이 TV 재현의 6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시외곽 거주자 등장은 4% 수준으로 나타났다. 거주지에 따른 재현은 인종과 결합할 때 더욱 차별적인 부분이 두드러진다. 비백인이 도시 외곽 거주자로 재현되는 경우 그 비율이 34%로 급격히 증가한다. 

 

연령 기준으로 65세 이상과 어린이들의 재현은 각각 5%, 10%로 과소 재현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프랑스 사회의 연령별 인구 구성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약 21%로 20~34세, 35~49세 인구가 각각 17%, 19%인 것보다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실제 21%에 이르는 65세 이상 인구는 5%로 재현되는 것과 달리 35~49세 인구는 과잉 대표돼 TV에서 40%에 이른다. 고령 인구의 과소 재현은 여성의 경우에 더 두드러지는데, TV 속 여성들의 40%가 35~49세로 나타났으며 50대 이후 여성은 급격히 그 비율이 줄어들어 20% 수준이었다. 이는 남성 등장 비율 중 50세 이상이 32%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할 때 그 차이를 더욱 잘 알 수 있다. 즉, 여성들의 경우 남성들에 비해 젊은 층의 등장이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규제 기관과 방송사의 노력

 

10여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작 단계에서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규제 기관이나 방송사들은 사회적 재현의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편이다. 시청각디지털미디어규제청은 ‘사회적 재현 바로미터’ 조사를 바탕으로 각 방송사에 시정을 권고하거나 방송사 협약 의무 사항에 관한 내용을 조정하기도 한다. 이 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규제청에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 조사를 통해 방송사에 제재를 하기도 한다. 2021년 한 해 동안 시청각디지털미디어규제청은 총 28건의 차별적 재현을 조사했다. 그 결과 프랑스5 채널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이스라엘 코로나19 방역 지침과 관련,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공영방송사에 다양성 원칙을 상기하도록 서한을 보냈다. 시청각디지털미디어규제청은 2019년부터 경고 제재를 지속적으로 받아온 CNews 채널에는 벌금 제재를 결정했다. 이와 같은 제재와 함께 여성 재현이 상대적으로 적은 스포츠 분야에서 더욱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여성 스포츠의 주간(Sport Fminin Toujours)’ 캠페인을 수년째 이어가고 있다. 방송사들은 매년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7월 14일 혁명 기념일을 기해 ‘우리는 프랑스’라는 사회 통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젠더 갈등, 세대 갈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있다. 이 같은 갈등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TV 속 세상과 현실 간의 괴리는 사회적 갈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타인의 존재와 상황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통합의 밑거름이 된다고 할 때 사람들의 사회 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TV 속 사회 재현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별 지표를 제외하고는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포기하지 않으며 제도화해 개선하고자 하는 프랑스 사회의 의지는 귀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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