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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언론인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소속된 비영리단체 ‘미디어 다양성 호주(Media Diversity Australia)’가 2022년 미디어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호주 언론인들이 얼마나 다양한 목소리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지를 평가하는 미디어 다양성 보고서 <누가 호주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Who Gets to Tell Australian Stories?)>1)는 2020년 이후 두 번째 발간됐다. 시드니대와 테크놀로지 시드니대 연구팀이 이끈 이번 조사는 호주 지상파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내용 분석, 기자·뉴스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포함하고 있다.
백인 기자들로 가득한 방송 뉴스
먼저 호주 지상파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들을 2주 간(6월 1~14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자. 총 103개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 2만 5,000개 방송 뉴스에 등장한 기자들의 연령·성별·문화적 배경을 분석한 결과, 무려 78%가 앵글로색슨계 출신 기자들이었으며, 다음으로 10.4%는 유럽 출신, 6.1%는 비유럽(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포함) 출신, 5.4%는 호주 원주민 혈통(Aboriginal) 출신이었다.[표 1] 2019년과 비교해 앵글로색슨계 기자들의 비율은 증가했지만, 유럽계 출신 기자들의 비율은 7.9%포인트 감소해 큰 차이를 보였다. 한편, 비유럽계와 원주민 출신 기자들의 비율은 여전히 낮지만 약간의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인구의 절반이 이민자와 다문화 배경 출신임을 감안하면, 호주 방송 언론의 앵글로색슨계 백인성이 상당히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앵글로색슨계 백인성은 특히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에서 방영된 뉴스 프로그램에 등장한 앵글로색슨계 백인의 비율은 무려 90%에 달했는데,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74.4%), 뉴사우스웨일즈(75.0%)와 비교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한편, 방송사별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그림 1] 언론인 문화 다양성 면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한 방송사는 호주의 3대 상업방송사 중 하나인 세븐네트워크(Seven Network)로 앵글로색슨계 출신 취재기자 비율이 무려 91.6%였다. 반면, 원주민 출신 취재기자는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호주 상업방송사와 호주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ABC의 경우, 앵글로색슨계 출신 비율이 70%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반면, 호주의 대표적인 다문화 공영방송인 SBS의 경우, 비유럽계 출신 기자가 70.7%를 차지했으며, 유럽계(12.1%), 앵글로색슨계(17.0%)가 그 뒤를 이으며 다른 방송사들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줬다.
언론인 절반, 뉴스 미디어의 문화적 다양성 부족하다고 느껴
호주 언론인 3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52%가 호주 뉴스 미디어의 문화적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한 명(13%)만이 뉴스 미디어의 문화적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뉴스 방송에서 호주 원주민을 잘 대변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대부분의 응답자(69%)가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한편, 설문조사는 응답자들에게 문화적으로 다양한 출신 기자들의 승진 기회 및 경력 개발 어려움에 관해 물었는데, 응답자의 무려 77%가 다문화 출신 기자들이 카메라 앞에 설 기회가 더 적으며, 승진에 있어 불이익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 언론인의 경우 이러한 인식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뉴스룸 인력 구성의 다양성 평가에 있어 응답자의 38%가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32%는 잘하고 있다고 평가해 다소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뉴스 인력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2020년 보고서 결과 대비 약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문화 배경 출신 기자들의 뉴스 산업 내 승진 장벽 존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높은 점이 눈에 띈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주류 방송매체의 뉴스룸 인력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다양한지를 조사했다. 각 매체 웹사이트를 통해 중견 언론인, 임원급 인력 37명의 문화적 출신 배경을 분석한 결과 중견 언론인 78%, 임원급 인력 70%가 앵글로색슨계였으며, 나머지는 유럽계 8%, 비유럽계 8%, 원주민 5% 순으로 나타났다. 주류 방송 뉴스룸의 백인성은 공영방송 SBS를 제외하고 모두 현저하게 나타났는데, 주목할 점은 호주를 대표하는 공영방송 ABC의 경우, 뉴스룸의 중견 언론인 중 비앵글로색슨계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비앵글로색슨계 출신 중견 언론인이 가장 많은 방송사는 상업방송 네트워크텐(Network 10)이었다. 네트워크텐은 성별 다양성에서도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여성 중견 언론인 비율이 타 방송사 대비 높았으며, 주류 방송사 중 SBS와 더불어 유일하게 남성 중견 언론인보다 여성 중견 언론인의 비율이 높았다. 반면, 상업방송사 나인(Nine)의 경우, 비앵글로색슨계 출신 중견 언론인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남성 중견 언론인 비율이 무려 86%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한편, 호주 주류 방송 뉴스룸 내 여성 중견 언론인의 수는 2020년 9명에서 2022년 15명으로 증가했다.
방송 뉴스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시청자 평가
그렇다면, 호주 시청자들은 방송 뉴스의 문화적 다양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성인 남녀 1,082명2)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호주 뉴스 방송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다양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3%는 ‘매우 다양’하다고 응답하였으며, 40%는 ‘어느 정도 다양하다’고 응답했다. 한편, 상당수의 응답자(31%)가 중간 척도(이쪽도 저쪽도 아님)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6%는 ‘다양하지 않다’라고 응답하였다.
응답자 10명 중 한 명(13%)은 호주의 뉴스 방송이 자신과 같은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제대로 대변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39%는 편파적인 방송으로 일부 특정 뉴스 프로그램 시청을 중단했다고 응답했다. 한편, 비유럽계 출신 응답자의 44%는 해외 뉴스가 호주 뉴스보다 더 흥미롭다고 응답했으며, 42%가 편파적인 내용으로 일부 특정 뉴스 프로그램 시청을 중단했다고 응답했다. 유럽계 출신 응답자의 경우 두 문항에서 모두 3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한 대부분의 비유럽계 출신 응답자(62%)의 경우, 다문화 배경을 지닌 호주인들이 호주 방송 뉴스에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같은 문항에 유럽계 출신 응답자의 37%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언론의 반응 그리고 나아갈 길
미디어 다양성 보고서가 발표된 후, 일부 언론사들은 기사를 통해 상당한 관심과 우려를 보였다. ABC는 특히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방송 언론의 문화적 다양성 부족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보도하는 한편, 방송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에 국한된 이번 조사의 대표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SBS 또한 자사가 제공하고 있는 다중 언어 뉴스 방송 프로그램이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세븐네트워크는 문화적 다양성은 자사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하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 출신 언론인 고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호주 뉴스 언론의 문화적 다양성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공영방송과 주요 상업 방송사들의 미디어 다양성 성적표는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ABC는 2021년 원주민 출신으로 풋볼 선수로 활동했던 언론인 토니 암스트롱(Tony Armstrong)을 간판 뉴스 프로그램의 스포츠 뉴스 진행자로 발탁한 바 있으며, 최근 들어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방송 기자들의 활동이 다소 눈에 띄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비주류 문화 출신 기자들의 커리어 장벽은 높아 보이며, 백인 위주 상업방송 프로그램 진행 인력 편성은 변하지 않는 관행처럼 보인다.[그림 2] 인구 절반이 이민자와 다문화 배경 출신인 호주에서 유독 미디어 산업은 백인성이 짙다.3) 호주 언론계가 다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다.
1) ht tps://www.mediadiver s i tyaustralia.org/wp-content/uploads/2020/08/Who-Gets-To-Tell-Australian-Stories_LAUNCH-VERSION.pdf
2) 응답자 문화적 배경별 분포: 앵글로색슨(38%), 유럽계(25%), 비유럽계(13%), 원주민 출신(10%), 기타(20%)
3) Wang, J., <Diversity on free-to-air TV continues to lag behind Australia’s population>, News.com.au, 2022.11.22 https://www.news.com.au/entertainment/tv/current-affairs/diversity-on-freetoair-tv-continues-to-lag-behind-australiaspopulation/news-story/044b2db57a43731454f439dd2777ac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