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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현장] 메타의 메타버스와 메타버스는 없다는 애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2-12-30

21세기 최고 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과 메타. 두 기업이 메타버스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과 여기서 벗어나 독립하고 싶은 메타의 입장 차 때문이다. 애플과 메타의 메타버스를 향한 상반된 시각과 그 이유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가 되면, 몇몇 거대 사업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인터넷과는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반면 ‘메타버스는 없다’는 또 다른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메타버스는 실체가 없다고 일축한다. 보통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모호한 말들로 범벅이 된 ‘가짜 복음’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실리콘밸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메타버스 논쟁의 중심에 메타와 애플이 자리잡고 있다. 메타는 페이스북이던 회사명까지 바꾸면서 ‘메타버스 퍼스트’를 선언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2021년 “5년 내에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애플은 최근의 메타버스 열풍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애플은 메타버스의 근간인 증강현실(AR) 기술에 대해선 아낌없는 투자를 하면서도 ‘메타버스 복음’을 전파하는 일부 기업, 특히 메타의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 같은 기술과 다를 것 없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보는 애플과 메타의 상반된 시각

 

애플과 메타의 상반된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선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뜻하는 ‘메타’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다. 현실 공간과 가상의 공간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물리적 현실과 가상현실의 긴밀한 연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의 공간에 몰입하는 게 아니다. 현실과 연결된 또 다른 공간으로 존재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공간 안에 AR, VR, 게임, 상거래, 소셜 네트워킹 같은 모든 요소가 들어가게 된다.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출간한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한동안 잊혔던 이 용어는 2020년 미국의 그래픽 칩 전문 업체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Jensen Huang) CEO가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고 선언하면서 많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때맞춰 로블록스(Roblox)를 비롯한 기업들이 인기를 끈 것도 메타버스 열풍에 큰 역할을 했다.

 

물론 메타버스에 대해선 찬양론만 있는 건 아니다. 거품이라거나, 교묘한 마케팅 용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엔비디아가 메타버스 열풍에 불을 지핀 것 역시 자신들의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교한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해선 엔비디아의 고급 그래픽 칩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메타버스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이를 데 없어 제대로 알고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팀 쿡(Timothy D. Cook) 애플 CEO뿐 아니라 에릭 슈미트(Eric Emerson Schmidt) 전 구글 CEO와 에반 슈피겔(Evan Spiegel) 스냅챗 CEO도 대표적인 ‘메타버스 비판론자’다.

 

특히 팀 쿡은 메타버스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팀 쿡이 보기에 메타버스는 AR을 비롯한 첨단 기술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쿡은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사람들이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메타버스로 구현한 VR은 일정 시간 몰입하는 것이지, 좋은 소통의 방법은 아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메타버스란 용어 자체가 모호하다”는 말 속엔 특별한 것 없는 ‘용어 거품’이란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팀 쿡 역시 메타버스의 기본이 되는 AR이나 VR 기술에 대해서는 강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AR은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치게 될 심오한 기술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Huddleston, 2022). 실제로 애플은 자체 AR 헤드셋과 스마트 글래스, 전용 운영체제(OS) 개발 작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제품들은 이르면 2023년 중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애플은 자연스럽게 AR 기술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현재 인터넷이 한 단계 진화된 새로운 세계라고 보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는 분산된 방식으로 여러 주체가 운영하는 체화된 인터넷(embodied internet)이다”라고 주장했다(Heath, 2022). 그냥 옆에서 보는 수준이었던 그동안의 인터넷과 달리 직접 그 속에 들어가는 공간 같은 존재라는 의미다.

 

모바일 생태계 가진 애플

그 생태계에 갇힌 메타


메타와 애플은 메타버스에 대해 왜 완전히 다른 관점을 보이고 있는 걸까?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모바일 생태계를 갖고 있는 애플과 그 생태계에 갇혀 있는 메타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메타는 페이스북 시절부터 늘 애플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방법을 고민해 왔다. 애플과 구글의 플랫폼은 페이스북의 성장에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존재였지만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로 성장하면서 점차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애플이나 구글이 앱스토어 정책을 바꿀 때마다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시도한 ‘페이스북 홈(facebook home)’이었다. 페이스북 홈은 스마트폰 첫 화면을 페이스북 기능에 최적화해 주는 일종의 ‘런처’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홈이 새로운 세상의 입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을 페이스북과 완벽하게 통합해 모바일 세상이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만들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시도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애플과 구글이 구축한 모바일 생태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란 사실을 확인하는 선에서 반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공존 관계를 유지해 왔던 두 회사는 2021년 초 또다시 강하게 충돌했다. 공방의 발단은 iOS14에 적용한 개인정보 추적 제한 때문이었다. 앱추적투명성(ATT)으로 명명된 이 정책은 개인정보 추적 때 이용자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다. 더 정확하게는 그 동안 ‘옵트아웃’ 방식으로 돼 있던 개인정보 수집 동의 절차를 ‘옵트인’으로 바꿨다. 옵트아웃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옵트인은 이용자가 동의한다고 의사 표시한 이용자에 한해서만 개인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

 

애플의 앱추적투명성 정책은 개인맞춤형 광고가 주 무기인 페이스북에겐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이용자들에게 자기 정보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대놓고 반대할 명분이 약한 편이었다. 결국 페이스북은 중소 사업자 피해와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란 두 가지 논리를 앞세워 애플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정책 변화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애플이 개인정보 추적을 제한한 이후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지난해 두 회사 갈등을 촉발한 앱추적투명성 공방은 페이스북의 이런 걱정이 현실화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페이스북이 2021년 ‘메타버스 퍼스트’를 선언하고, 그해 10월엔 아예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한 것도 넓게 보면 ‘플랫폼 한계’를 벗어나려는 행보와도 관련이 있다.

 

메타는 애플과 구글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의 인터넷 문법을 바꾸고 싶어 한다. 이런 메타에게 메타버스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 애플과 구글이 맡았던 역할을 자신들이 찾아올 수도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잘 아는 대로 스마트폰 시대에 애플은 ‘기기(아이폰)+OS(iOS)+장터(앱스토어)’를, 구글은 ‘OS(안드로이드)+장터(플레이스토어)+커뮤니티(유튜브)’를 무기로 양대 강자로 군림했다. 메타는 이 문법을 그대로 메타버스에 적용하고 싶어 한다. VR 기기(퀘스트) 분야에선 한발 앞섰으니 장터(퀘스트 스토어)와 커뮤니티(가상공간 호라이즌월드)까지 압도적으로 갖겠다는 야심이다. 그러자면 메타버스가 새로운 세계를 움직이는 기본 문법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애플과 메타의 ‘깊이 있는 철학 전쟁’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 구축 문제를 놓고 애플과 메타가 ‘매우 깊이 있는 철학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Heath, 2022). 이미 AR 및 VR용 하드웨어 판매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회사가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상반된 철학을 갖고 있다는 것이 마크 저커버그의 생각이다.

 

이 대목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애플 특유의 폐쇄적인 생태계 전략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특정 기업이 전체 메타버스를 지배하거나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람직한 상황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런 철학에서 출발한 것이 메타가 설립을 주도한 메타버스공개표준그룹(Metaverse Open Standard Group)이다. 사람들이 좀 더 몰입감 강한 3D 세계를 즐길 수 있는 공개 프로토콜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그룹 참여 업체들의 기본 생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에픽게임즈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이런 생각에 동조해 메타버스공개표준그룹에 참여했다. 애플은 여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애플은 메타버스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팀 쿡이 “개념이 모호하다”면서 메타버스 열풍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한 정도다. 애플이 메타버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다고 해서, 최근의 흐름에서 비켜나 있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의 근간이나 다름없는 AR 분야에 대해선 그 어떤 기업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오히려 AR 분야에서도 아이폰에서 잘 통했던 폐쇄적인 생태계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애플과 메타가 메타버스를 놓고 ‘깊이 있는 철학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애플은 AR과 VR 기술이 중심이 된 세상이 열리더라도 여전히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닫힌 정원(walled garden)’을 구축하려고 할 것이다. 팀 쿡이 ‘메타버스가 없다’고 공언한다고 해서 로블록스를 비롯한 많은 서비스가 보여준 새로운 세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기술이나 서비스를 ‘메타버스’라고 부르지 않을 따름이다. 애플이 메타버스를 새로운 세상으로 흔쾌히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바일 세상에서 자신들이 구축해 온 iOS 생태계 안에 메타버스까지 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반면 메타는 현재 모바일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질서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세상이 오면 애플 iOS와 경쟁했던 구글 안드로이드가 했던 역할을 자신들이 담당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공개 표준을 밀고 나가는 것이나, 퀘스트(Quest) 이용자들이 메타의 VR 앱스토어뿐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앱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안드로이드가 견지했던 개방 정책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Heath, 2022).

 

컴퓨터에 이어 모바일 세상까지 주도하면서 21세기 최고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는 애플과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인기 서비스를 앞세워 최고 실력자로 떠오른 메타. 두 기업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 기업의 이런 차이는 어쩌면 AR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계를 기존 생태계의 문법으로 포함하려는 쪽과 옛 질서는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쪽의 인식 차이에서 나온 것으로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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