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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분야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며, 새로운 서비스와 용어 등장도 자주 이뤄진다. 때문에 이 분야를 다루는 언론인은 누구보다 업계의 흐름을 빨리 파악하고, 본인만의 시각과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통신 전문기자가 갖춰야 할 덕목과 소양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도 기자는 앞으로 포털 업체를 담당할 거야. 알지 포털? 야후코리아, 다음커뮤니케이션, 네이버컴 같은 회사들과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야.”
1999년 정보통신 분야 전문 미디어인 <정보시대>에 입사한 후 미국 라이선스 잡지 《PCWeeK》팀 취재기자로 처음 맡게 된 취재처가 포털과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다. 입사 전에도 포털 서비스를 이용해봤던 입장에서 포털이라는 말은 낯설지 않았다.
처음 포털이란 말을 들었을 때는 ‘그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후나 네이버라는 말은 어떤가. 네이버 사전에서 ‘포털(Portal)’을 찾으면 “정문, (다른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라고 알려준다. 네이버를 소개할 때 ‘인터넷 관문 서비스 네이버’라고 하지 않고 그냥 포털 서비스, 그것도 줄여서 포털 네이버라고 한다. 당시 미디어들이 포털이라는 말 대신 관문이라는 말을 썼다면 어땠을까?
기술 보도 출발점
생소한 용어부터 이해하기
최근 구글이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창구’의 2022년 마무리 행사를 마쳤다는 자료를 전달받았다. 프로그램 이름이 정겹다. 구글트렌드 사이트에서 ‘창구’를 검색해 보면, 2004년 3월 100회 정도 검색됐고 2022년 11월은 고작 7번 검색된 것으로 나온다. 창구라는 말은 이제 잊혀져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이라는 용어는 또 어떤가? 미국과 소련의 군사 대치 중 그 어떤 공격에도 연결된 망이 끊어지지 않게 이곳저곳 다양한 지점들을 거미줄 망처럼 연결하여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물리적인 연결의 집합체를 일컫는다.
정보통신 분야는 새로운 기술과 표준, 서비스, 용어가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거나 등장한다. 용어를 모르면 대화에 끼기 쉽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스마트폰, 앱스토어, 클라우드 컴퓨팅,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메타버스, 블록체인’은 지난 10년 사이 정보통신 분야의 주요 키워드로 등장한 용어다. 물론 AI도 있다. 그나마 AI라는 용어는 등장한 지 꽤 오래됐다. 그래서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은 친숙하다.
기술 용어 등장 배경에 대한 이해
최근 등장하는 신조어들은 대부분 영어 그대로 가져다 사용되는 용어들이 많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등장하는 클라우드는 ‘구름’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름계산’이라고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예전에는 한글이나 한문을 알면 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유럽, 미국의 선진 문물이나 지식이 일본을 통해 수입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전문 분야의 용어들이 정의됐고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써 왔다. 하지만 이제 전문 용어들이 ‘영어’를 통해 바로 직수입되고 있다.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런 용어들이 왜 등장했는지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빅데이터(Big Data)’라는 용어가 있다. 큰 데이터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빅데이터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지는 10여 년이 안 됐다. 그렇다면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빅데이터는 기존에 사용하던 데이터와 무엇이 다를까. 데이터의 양과 입출력 속도, 데이터의 다양성 면에서 다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만나 명함을 교환했다고 하자. 이름, 회사명, 부서, 이메일, 휴대폰 번호 등이 명함에 있다. 이 정보들이 전통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데이터에 속했다. 은행에서 누군가에게 돈을 보낼 때 필요한 건 사용자와 그의 계좌번호, 그리고 계좌에 남아 있는 금액이 전부다. 그런데 검색 서비스 회사나 쇼핑몰 서비스 회사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사이트를 방문한 이들이 무엇을 검색하고, 무엇을 클릭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전혀 다른 성질의 데이터를 의미한다. 넷플릭스나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사용자들이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건 또 다른 일이다. 사이트에서 고객이 어떻게, 무엇을 하는지 그 흔적(로그)들을 모두 저장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미래와 혁신을 조망하는 비판적 관점 갖기
정보통신 분야에 오래 있다 보면 국내외 테크 기업들이 가져올 유토피아 세상에 기자 스스로 동조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미래의 기술과 인력에 투자하고 이전에 없던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고향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술 한잔 기울이다보면 친구들은 “도 기자는 항상 무슨 말인지도 모를 세상에 대해 황당한 이야기를 한단 말이야. 미래를 다룬 영화처럼”이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그러다가 최근 전기자동차가 나오면서 그나마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기술이나 서비스가 먼 미래가 아니라 이제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의 등장은 기존 엔진 자동차의 몰락을 의미한다. 이는 곧 해당 산업 생태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언젠가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자동차 부품이 이제는 전자 부품이 돼 산업 생태계 자체를 변화시킨다. 거기에 자율주행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운전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런 변화가 자동차에만 국한될까. 전기 배터리가 들어가는 모든 영역에서 순차적으로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문제다. 자전거, 오토바이, 낚싯배, 오징어잡이 배, 유람선, 심지어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가져왔던 것보다 훨씬 크고 넓은 차원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이런 산업 이슈 못지않게 인공지능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투자, 수많은 스타트업의 등장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미 우리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구글이 인수한 영국 인공지능 회사 딥마인드(DeepMind Technologies Limited)의 바둑 대회를 경험했다. 이세돌 9단은 딥마인드에게 한 번이나마 이긴 마지막 인류로 기억되고 있다.
유명 소설가의 소설을 학습시키면 인공지능이 이제는 그 소설가가 쓴 것과 유사한 뉘앙스의 글을 써준다. 그림 그리기는 일도 아니다. 심지어 얼마 전 ‘오픈에이아이(OpenAI)’가 공개한 ‘챗지피티(chatGPT)’ 서비스는 실제 사람이 대답하는 듯하고, 필요한 코딩을 해주기도 한다. 인류의 난제로 보였던 단백질 연구 분야에서 딥마인드는 또 한 번 혁신적인 일을 이뤄내고 있다. 구글만 그런 건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은 자사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지속적인 시장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분주하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20년 넘게 취재하다 보니 기본소득이나 로봇세, 데이터세 이슈를 주목하고 있다. 정만태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원이 쓴 <게임체인저로 기대되는 한국 로봇산업>1)에 따르면 국내 로봇 산업은 2020년 기준 5.5조 원의 매출로 연평균 5.4% 성장 추세에 있으며, 서비스용 로봇 시장의 급성장으로 전체 시장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활용 대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는 2020년 한국이 932대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강남 커피숍에 가면 무인 키오스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곱창집, 분식집에도 등장했고 심지어 식탁 위에서도 주문할 수 있게 돼 있다.
블루칼라들이 로봇이나 정보통신 관련 서비스들에 의해 일자리를 잃어가듯 인공지능은 이제 화이트칼라들의 작업을 자동화고 혁신하고 있다. 소수의 똑똑한 천재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런데 우린 이런 세상에 대해 이미 발언한 이를 알고 있다.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자신들이 뛰어든 기술의 시대가 어떤 시대가 될지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필자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시대를 ‘노동 해방의 시대’라고 떠들고 있다. 일은 로봇과 인공지능, 세계 1등이 되고 싶은 일 중독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부에 대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자고 말이다. 무인 포스를 보면서 인력의 몇 명 몫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한 후 그에 합당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논의하자는 의견도 가지고 있다. 그런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로봇에 의한 노동 해방의 시대로의 변화는 아주 빠른 속도로 사회에 확산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가 떠안게 된다. 일자리 이슈로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자 생활 초기 해외 출장을 가면 머리가 하얀 전문기자들을 자주 목격했다. 간담회가 열리면 그 기자에게 가장 먼저 마이크를 주는 것으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번은 그 기자가 아시아에선 왜 이리 젊은 기자들만 현장에 오느냐고 물었다. 기업들이 내놓은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말이다.
아마도 그때 결심한 것 같다. 아주 오랫동안 정보통신 분야 현장을 지킬 수 있길 소망한 게. 혁신의 가능성과 혁신이 가져올 문제에 대한 답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현장과 사람’에게 있다.
1) 정만태, <게임체인저로 기대되는 한국 로봇산업>, Invest Korea, 2022.6.3, https://www.investkorea.org/ik-kr/bbs/i-112/detail.do?ntt_sn=4911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