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이대남(이십 대 남성의 줄임말)’이 정치 담론과 각종 선거의 키워드가 되는 데에는 언론의 역할이 컸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2022)의 조사 연구에 따르면 실제 20대 청년층이 본인들을 이대남으로 호명하는 데 동의하는 비율은 23% 정도에 불과했다. 또한, 시민들은 이대남 담론이 세대와 성별 분열을 위한 담론이자, 언론 보도에 의해 재생산됐다는 진단에 80% 이상 동의했다.1) 이처럼 언론에 의해 강화된 세대론과 갈등 담론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2018년 이후, ‘이대남’은 언론에 의해 정치적 주체로 호명돼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등의 주요 주제가 됐지만, 상대적으로 청년 여성의 목소리는 소외됐고, 관련 의제 역시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문제도 나타났다. 언론이 사회적 의제의 편향성은 물론, 정치 주체들 간의 갈등을 유도한 것이다.
갈등 중심의 언론 보도는 해당 갈등의 원인을 해명하고 대안을 구성하기보다는 갈등 자체를 소비해, 목소리를 내는 여러 주체를 이기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주체로 만들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한계가 있다. 에피소드 중심의 감정적 접근을 부각하면서 대립과 혼란을 창출하기도 한다.2) 그리고 이와 같은 갈등 주체로 가장 쉽게 활용되는 것이 바로 세대와 성별이라고 할 수 있다. 신진욱(2022)은 언론이 세대 명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정치적 이념에 따라 이를 활용하고 있음을 비판한 바 있다.3) 즉, 세대를 구분하고 갈등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언론 보도가 언론사의 이해관계와 관련된다는 점이 문제다. 시민들이 갈등 유도 담론으로 세대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이와 같은 세대 간 혹은 세대 내 대결 구도를 활용하면서 상업적, 정치적 이득을 취한다.
언론이 주도한 MZ세대 담론
언론이 세대론을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 사례가 최근의 MZ세대 담론이다. ‘MZ세대’에 대한 보도는 언론이 마케팅을 위해 특정 세대의 특성을 일반화하고 환원적으로 설명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MZ세대 명명은 우선 이들을 하나의 세대로 명명하기에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 즉 해당 세대에 포함되는 사람들이 1980년대생부터 2000년대생까지다 보니 세대 내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세대는 연령대에 따라 공통의 경험과 정서 구조를 갖는 것으로 상정되는데, 해당 시기에는 디지털 미디어의 급격한 발전, 전 지구적 환경 변화 및 정치적 환경 변화 등이 맞물려 경험의 공통성을 가정하기 어렵다. 또한, 사실상 청소년과 청년을 모두 포괄하는 이 용어는 기성세대의 대립어처럼 사용되는데, 이렇게 대립적 구도에서 활용되면서 청년 세대 내 다양성을 가리고, 특정한 속성으로 청년 세대를 환원한다.
김수아·이설희·홍남희(2022)는 MZ세대가 소비 주체로 호명되는 경향이 언론 보도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논의했다.4) 우리 언론은 MZ세대의 소비 경향을 부각하며 이를 마케팅에 동원한다. <‘무당’에 빠진 MZ세대…소주도 콜라도 “제로요”(아시아경제, 2023.1.9)>와 같은 기사에서 단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현재의 청년 세대들은 특정한 취향, 소비 문화를 통해 획일화돼 호명된다. 하지만 해당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로 특정한 세대의 취향이 무당(無糖)이라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해당 기사에서는 특정 앱의 MZ세대 사용자 560명 대상의 조사 결과에서 새해 도전하는 분야로 운동을 꼽은 사람이 71.4%라는 것을 근거로 드는데, 운동과 무당 음료 간의 관계는 확인할 수 없다.
근거가 제시된다고 해도, 이와 같은 환원적 소비자 정체성 부여는 결국 마케팅에 대한 언론의 충실한 받아쓰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이대남 명품에는 지갑 확 연다(조선비즈, 2019.5.2)>와 같은 기사는 백화점 매출액, 쇼핑몰 사용액 증대 등을 근거로 제시하지만 그럼에도 청년 세대 내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와 같은 기사들의 마무리는 이러한 소비 경향에 따라 기업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제시하면서 해당 상품에 주목하도록 만든다. 이처럼 특정한 세대를 소비 주체로 호명하는 언론 보도의 효과는 간접적인 광고, 마케팅에 가깝다. 특정 세대에 대해서 소비 경향으로 환원해 표현하면서, 해당 세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FOMO(fearing of missing out) 증후군, 즉 뒤처지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을 자극하려는 것이다.
세대 갈등 유발하는 언론 보도
또한, 세대 명명의 정치적 활용 역시 언론 보도가 야기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신진욱(2022)은 이와 같은 소비화된 MZ세대 담론의 주변부 사례지만 결국 MZ세대에 부여된 소비자 정체성에 근거해 해당 세대를 판단하게 만드는 기사로 ‘MZ세대 노조 관련 보도’를 제시했다. MZ세대 노조는 언론에 의해 이제까지 이익을 누린 기성세대에 반기를 들고 공정성을 주장하는 새로운 노조로 표상된다. <MZ세대 노조의 특징은? “기성노조에 불합리·불공정 맞서는 활동”(문화일보, 2022.6.4)>과 같은 식의 보도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노동 현장의 요구들은 반드시 세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직군별 요구이거나, 노동 현장의 변화에 따른 것일 수 있다. 언론이 이를 다른 요인에 대한 종합적 논의 없이 단순히 세대 갈등으로 보면서 MZ세대라는 틀로 환원해 설명하면, 세대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세대를 호명하는 경우 많은 언론은 ‘대결’ 구도를 선택한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을 넘어, 서로를 적대하는 대상으로 삼는다. 이에 MZ세대는 기성세대와 소통이 되지 않는 혹은 소통하려 하지 않는 존재로 묘사되는데, 여기서 ‘소통이 되지 않는다’를 주제로 삼는다면 기성세대를 ‘꼰대’로 묘사하며 기성세대를 악의 축으로 설정한다. 반면 MZ세대가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주제로 삼을 경우는 이 세대가 소통 역량이 떨어지거나 이기적인 것으로 묘사하곤 한다. 갈등 구도와 선악 구도를 결합하는 이와 같은 단순화된 보도 방식 때문에 세대 갈등이 유발되는 것이다.
특히 에피소드 중심으로 흥미를 자극하는 방식의 보도에서 취재원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 의식 역시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커뮤니티와 SNS에서 취재원을 찾는 데 대한 저널리즘 차원의 점검이 필요하다. <“신입 없는 신입 환영회 될 판”… ‘회식이 싫다’는 MZ세대 사연(조선일보, 2021.11.5)>과 같은 기사는 커뮤니티 글을 그대로 전달하고 이에 대한 댓글 반응 등을 중계하는 기사로, 흥미를 끌기 위한 보도에 해당한다. 2021년과 2022년 있었던 여러 ‘논란’은 세대 간, 혹은 성별 간 갈등 구도를 언론이 만들어낸 것으로, 해당 기사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게시물 인용에 불과한 경우도 많았다. 후속 취재 노력 없이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언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사들이 양산된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갈등과 관련해 언론이 대결 구도와 함께 감정적 용어 혹은 격화된 용어를 동원하면서 기사의 이해와 수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열받는”, “부글 부글”, “우글 우글”처럼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 “갈라졌다”, “저격하다”처럼 대립을 강조하는 표현이 세대 간, 세대 내 의제를 설명하는 기사에 흔히 동원되고 있다.5)
다양한 취재원 확보, 여러 목소리 담아야
이렇게 특정 세대를 호명하고 이들의 갈등을 중심으로 기사를 구성하는 것이 언론의 정파성과 맞물려 있음은 ‘86(586)세대’의 호명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앞서 인용한 신진욱(2022)의 분석에 따르면 86(586)세대는 민주당이 집권할 때 부정부패, 좌파와 관련해 호명된다. 또한, 세대 갈등을 중심으로 꼰대와 청년이 대비돼 나타나면서, 불평등과 불공정의 속성이 86(586)세대에게 부과된다.6) 물론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세대 효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해당 세대의 다양한 목소리와 경험이 이와 같은 단순화된 대결 구도에서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은 사회적 의제 설정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저널리즘적 실천의 맥락에서 볼 때 무척 큰 손실이다.
포털 서비스 중심의 뉴스 수용과 빠른 뉴스 소비 속도에 맞추기 위한 기자 노동량의 증가 등이 이와 같은 세대 대결 중심, 흥미 중심 기사 양산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갈등 중심의 보도는 갈등 주체로 설정된 세대들의 즉각적 반응을 유도하게 되고, 이에 따라 조회수가 높아지면서 언론의 수익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가 유도하는 뉴스 생산 과정의 변화, 그리고 언론사 수익 확보를 위한 조직의 요구가 존재하는 것은 현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즘 원칙에 대한 재확인은 여전히 중요하다. 언론이 취재원을 다양하게 확보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 손쉬운 일반화와 세대에 대한 환원적 설명, 갈등 중심형 대결 구도 양산이 아닌 다른 방식의 보도가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짚어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함께 고민하도록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는 언론의 책임에 대한 환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면 손쉽게 접근 가능한 주변의 취재원, 수도권 중심의 목소리, 이미 설정된 갈등 구도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계층·세대·성별·지역·장애·인종 문제가 고려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1)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이대남 현상에 대한 인식>, 미디어 이슈, 8(2), 2022, https://www.kpf.or.kr/front/research/issueDetail.do?miv_pageNo=&miv_pageSize=&total_cnt=&LISTOP=&mode=W&seq=592512&link_g_topmenu_id=&link_g_submenu_id=&link_g_homepage=F®_stadt=®_enddt=&searchkey=all1&searchtxt=
2) 남종훈, <사회갈등 이슈에 대한 방송뉴스보도 비교 연구>,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논문지, 12(4), 475-483쪽, 2011.
3) 신진욱, 《그런 세대는 없다》, 개마고원, 2022.
4) 김수아·이설희·홍남희, <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 한국언론진흥재단, 2022.
5) 김수아·이설희·홍남희, <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 한국언론진흥재단, 2022.
6) 신진욱, 《그런 세대는 없다》, 개마고원,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