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미디어 월드 와이드] 독일
미디어 월드 와이드 | 등록일 : 2023-01-27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첫 2년 동안 대규모 봉쇄와 정기적인 코로나19 테스트를 기반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데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전염성이 훨씬 강력해진 오미크론 변종의 출현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경제적·사회적 비용은 계속 증가했지만 그 효과는 수명이 길지 않았다.

 

결국 작년 12월 초를 기점으로 중국은 지난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급히 해제하고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향후 로드맵이나 일정이 사전에 공유되지 않은 가운데 진행된 재개방은 중국인은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갑작스러운 정책 선회의 배경

 

작년 11월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최고위급 회의에서 엄격한 전염병 통제 조치가 점진적으로 철회될 것이라는 신호가 나오긴 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당국에서는 여전히 제로 코로나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미크론 변종은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감염이 급증하면 중국의 제한된 의료 자원을 고려할 때 더 많은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모든 변화의 시발점이 된 것은 2022년 11월 24일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우루무치의 주거 단지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었다. 전염병 통제 조치로 봉쇄된 상황에서 화재로 인한 수십 명의 사상자 발생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분노가 군중 시위를 촉발했다. 당국은 봉쇄와 사상자 발생 간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다음 주말에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제로 코로나 전략의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사람들은 언론 자유 제한에 대한 분노의 상징으로 백지를 들었다. 일부 군중은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의 퇴진을 요구했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여러 대학 캠퍼스에서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작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샤를 미셸(Charles Michel) 의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학생을 포함한 대중이 중국의 전염병 통제 정책에 대해 불만이 있음을 인정했다고 전해졌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제로 코로나 전략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그 한계점을 이미 넘어섰다는 것이었다. 대규모 봉쇄 조치로 인해 많은 생산·물류 시설이 가동되지 않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중국은 개혁 개방 이후로 가장 낮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2개월간의 상하이 폐쇄는 특히 글로벌 해운과 자동차 제조 분야에서 외국 기업의 신뢰를 흔들었다. 상하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이자 폭스바겐 중국 본사와 대규모 테슬라 생산기지 등이 있는 곳이다.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 시설인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관련 혼란은 공급망 위험을 더욱 부각시켜 애플 같은 다국적 기업의 생산 다각화 계획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와 함께 지방 정부는 대규모 검사와 검역 시설 건설 등 코로나19 방역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으로 인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중국 공산당이 통치의 정당성을 유지하는 데 활용한 경제적 번영과 생활 수준 향상이라는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광범위한 시위로 인한 정치·사회적 압력과 지방정부의 재정난을 비롯한 경제적 압력은 중국이 아직 준비 전임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지도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하도록 밀어붙였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 하이주구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설치됐던 가림막이 철거된 채 거리에 놓여있다. Ⓒ연합뉴스

 


정책 급선회로 인한 충격과 그 대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철회가 체계적인 준비 없이 실행됐다는 점은 여러 측면에서 드러난다. 여러 정황은 올해 3월이 ‘점진적인’ 코로나19 정책 전환의 기점이 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3월은 국가 입법부와 국가 최고 정치 자문 기구의 연례 회의가 진행되고 중국 내각인 국무원의 주요 임명이 확정되는 시기다. 보다 명확한 행정 체계 수립과 업무 진행이 가능해지는 시점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3월의 기온은 감염의 확산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 덕분에 노인 인구의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통제 해제 이후 전국적인 감염 확산으로 중국의 공중 보건 시스템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는 항바이러스제, 해열제와 같은 의약품의 부족, 환자들로 넘쳐나는 병원, 장례식장의 끝없는 대기줄 등에 대한 게시물들이 현 상황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와 좌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국가보건위원회는 더 이상 일일 감염 및 사망자 수를 발표하지 않지만, 국제 보건 전문가들은 긴급 조치 없이는 올해 중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최소 100만 명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 전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인 인구의 낮은 백신 접종률과 선진국 대비 턱없이 부족한 중환자실 병상 수를 주로 언급했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동안 격리와 봉쇄에 자원을 쏟아부었지만 의료 인프라 개선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았고 노인 백신 접종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많은 국가와 달리 중국은 중장년층에 대한 예방 접종에 중점을 뒀다. 또한 세계 최대의 이부프로펜(해열제) 생산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을 늘릴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덜 효과적인 중국의 비활성화 백신의 대안이었던 미국과 독일의 mRNA 백신 수입을 거부했다.

 

많은 전문가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으며 결국 그로 인한 상처와 후유증이 상당 기간 지속되리라 예측한다. 경제적 손실은 사람들이 보복 소비 등으로 지출액을 늘림에 따라 부분적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정부의 능력에 대한 신뢰가 손실된 것을 회복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당면 과제와 전망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로 코로나를 장기적으로, 또 엄격하게 고수했던 중국은 정치·사회적 요인에 의해 아무런 경고나 정당성 없이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장기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이번의 갑작스러운 정책 해제 과정은 국가 운영의 효율성과 정책의 예측 가능성 관점에서 중국의 명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2022년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121조 207억 위안(약 2경 2,152조 8,300억 원)으로, 공식 목표치인 5.5%를 크게 밑돌았다. 2022년 중국이 연간 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지난 30년 동안 처음이다(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 연간 성장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일본 경제연구센터(JCER)는 매년 12월 아시아, 태평양 지역 18개국의 장기 경제를 전망해왔는데, 작년 12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2035년까지 미국 경제를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2021년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고 경제 재개가 이뤄지면 2029년경에 중국의 명목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한 내용을 뒤집은 것이다. JCER이 중국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한 이유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제로 코로나 정책, 중국 IT업계 위축, 미·중 간의 경제 갈등 등이다. 중국의 미래는 제로 코로나로 실추된 세계 각국의 중국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사회 안정을 유지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중국 당국은 이해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는 작년 12월 16일 베이징에서 이틀간 진행된 중앙 경제 작업 회의(Central Economic Work Conference)에서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글로벌 시장 경쟁에 참여하는 데 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앙 경제 작업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연례 회의로, 경제정책 초안과 지침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 회의에서 중국 당국은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권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사교육과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장려하는 등 이전의 정책 기조에 반하는 내용을 다수 발표한 것은 물론 민간 부문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방지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2년에 걸쳐 지속된 강도 높은 규제와 단속이 끝났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중국 당국은 콘텐츠, 데이터 보안에서 인수합병 활동에 이르기까지 중국 빅테크 기업 활동의 전 분야에 대한 전례 없는 규제와 단속을 진행해 왔고 이 조치로 인해 선도적인 기술 회사의 시장 가치가 수십 억 달러 감소하고 여러 대형 IPO가 연기되기도 했다. 텐센트는 다른 인터넷 회사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축소해 전반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배적인 시장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알리바바와 배달 서비스 기업 메이투안(Meituan) 등에 막대한 벌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가 시장에 보낸 또 다른 신호는 승차 공유 서비스인 디디추싱의 신규 고객 등록 재개를 18개월 만에 허용한 것이다. 디디추싱은 2021년 6월 30일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의 IPO 직후 사이버 보안 심사국(Cyber Security Review Office)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는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기술 회사에 대한 공개 조사를 시작한 첫 번째 사건으로, 당시 뉴욕과 홍콩 등의 주식시장에서 중국 기술 관련주의 매도를 촉발했다. 인터넷 감시 기관인 중국 사이버 공간 관리국(CAC)은 2021년 7월 중국의 모든 앱 스토어에서 디디추싱의 앱을 제거하도록 명령했으며 데이터 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80억 2,600만 위안(약 1조 4,7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신규 고객 등록 재개는 디디추싱이 새로운 정리 해고를 시작한 시점에 이뤄졌다. 디디추싱의 감원은 중국 정부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제하기로 한 이후에도 소비지출 부진과 경제 침체 속에서 중국 빅테크 기업의 구조 조정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이유진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3-01-27
  • 조회수 : 12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