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지난 1월 23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언론에 대한 신뢰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2018년 말 대규모로 전개된 ‘노란 조끼 시위(mouvement des gilets jaunes)’ 시기에 거의 최저점으로 떨어졌던 언론 신뢰도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오르락내리락하던 가운데 모든 매체에서 전년 대비 상승한 수치를 나타냈다. 이 조사에서는 수년간 프랑스인의 미디어 신뢰도가 뉴스 및 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와 비례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인의 언론 신뢰 상승
프랑스는 우리나라만큼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은 편이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Digital News Report 2022)>에 의하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30%, 프랑스는 29%로 46개국 평균 42%을 크게 밑돌고 있으며 46개국 중 각각 40위, 41위를 차지했다(Reuters Institute, 2022). 이러한 프랑스인의 언론 신뢰도에 변화가 생겼다.1) 여론조사 기관인 칸타 퍼블릭(Kantar Public)이 지난 1월 4~8일 18세 이상 프랑스인 1,5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전화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매체별 언론 신뢰도가 일제히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 결과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1987년 이래로 36년째 미디어 신뢰도를 실시한 칸타의 조사를 살펴보면, 매체별 신뢰도는 TV 49%(전년도 44%), 라디오 54%(전년도 49%), 인쇄 미디어 52%(전년도 49%), 인터넷 33%(전년도 24%)로 네 개 매체 모두 신뢰도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Kantar Public, 2023).
프랑스의 칸타 퍼블릭은 매년 매체별 신뢰도를 조사·발표하는데, 2023년 가장 큰 폭으로 신뢰도가 상승한 것은 인터넷 매체다. 인터넷 미디어에 대한 신뢰는 2015년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2016년 대선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는 당시 대선 후보들을 둘러싼 허위 조작 정보가 검색 엔진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대량 생산·유통된 것에 기인한다. 이후에도 인터넷은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바이러스와 백신을 둘러싼 허위 조작 정보로 인해 신뢰도에서 큰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2017년의 경험을 통해 전염병을 둘러싼 인포데믹을 선제적으로 경계한 덕분에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었고 이러한 상승세가 지난해 대선 시기에 잠시 주춤했다가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에 대한 신뢰도는 허위 조작 정보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라디오, 신문, 텔레비전과 같은 전통 미디어들은 과거에 비해 전체적으로 신뢰도는 낮아진 편이나, 인터넷 미디어가 2016년 허위 조작 정보의 영향으로 신뢰도 하락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과 달리 2017년에 신뢰도 상승을 보였다. 2018년 말 다시 전통 미디어들의 신뢰도가 하향 곡선을 그린 것은 노란 조끼 시위와 관련이 깊다. 당시 마크롱 정부가 부유세는 인하하면서 유류세나 자동차세와 같이 서민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는 세금은 인상하는 조세 개혁을 시도하면서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가 이뤄졌고 주변국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격렬한 양상을 띠었다. 당시 공영방송사의 화면 편집 문제를 비롯해 일부 언론사들의 편파적 보도가 문제가 되면서 언론인을 매국노 혹은 부역자를 의미하는 ‘콜라보(collabos)’라고 부르고 시위 도중 언론인에게 물리적 공격을 하며 불신을 드러낼 만큼 언론 신뢰도가 하락했다. 그러나 바로 뒤이어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다시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정보를 찾게 됐고, 전통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보이기 시작했다.
전통 미디어 중 신뢰도가 가장 낮은 미디어는 TV다. TV는 1990년까지 가장 높은 신뢰를 얻는 미디어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래로 라디오에 그 자리를 빼앗겼으며, 2004년부터는 인쇄 미디어보다도 신뢰도가 낮아졌다. 흥미로운 점은 신뢰도가 전통 미디어 중에서는 낮은 편임에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정보를 얻는 미디어가 TV라는 점이고, TV 뉴스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높은 편(66%)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뉴스나 정보를 얻기 위해 이용하는 미디어가 무엇인지 묻는 문항(중복 응답 허용)에 대해 87%의 응답자가 TV 뉴스 프로그램이라고 응답했다. 여기에 76%가 응답한 뉴스 전문 채널, 72%가 응답한 TV의 시사·토론 프로그램까지 고려하면 사람들이 TV 정보에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연령대에서 일상의 정보와 뉴스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TV 뉴스 프로그램이라고 조사됐다. 연령에 따라 18~24세는 25%, 65세 이상은 44%로 절대적인 수치는 차이가 나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TV 뉴스 프로그램이 뉴스를 접하는 가장 중요한 미디어로 꼽혔다는 것은 정보 미디어로서 TV의 영향력이 여전히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미디어 신뢰도와 뉴스에 대한 관심
이러한 미디어 신뢰도 상승은 뉴스 이용자들의 뉴스에 대한 관심의 정도와 상관관계를 보인다. 프랑스인들의 미디어 신뢰도 변화를 보여주는 [그림 1]과 프랑스인들의 뉴스 관심 정도를 나타내는 [그림 2]를 보면 변화의 추이가 대략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뉴스에 대한 신뢰가 낮아 뉴스 관심 정도가 낮아진 것인지, 뉴스 관심 정도가 낮아 신뢰도 역시 낮아진 것인지 인과관계는 알 수 없지만 둘 간의 상관관계가 있음은 알 수 있다.
미디어 신뢰도가 높아진 2023년에도 약 76%의 응답자가 뉴스 및 정보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했다. 약 31%는 매우 관심이 많다고 응답했으며, 45%는 상당히 관심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지난해 62%와 비교할 때 크게 높아진 수치라고 할 수 있다.2) 또한, 몇 년 전에 비해 뉴스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묻는 질문에도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21%인 것에 비해 관심이 늘어났다고 하는 응답이 43%로 두 배 정도 많았다.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5%였다. 물론 뉴스에 대한 관심의 크기는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뉴스에 관심이 있는 65세 이상은 83%, 35세 이하는 66%로 조사됐다. 칸타 측은 이러한 프랑스인의 뉴스 관심도 상승에 대해 코로나19로 뉴스 의제가 감염병 중심이 됐다가 다소 벗어나게 된 것, 예상치 못하게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을 그 이유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치러진 대선과 총선을 통해 정보나 뉴스에 대한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분석하는 경우도 있다(Laemle, 2023.1.23). 아마도 최근에는 범국민적 차원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안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감염병만큼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뉴스 의제가 다양해지면서 뉴스에 대한 관심 역시 확대되고 그 가운데 뉴스 신뢰도도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보에 대한 적지 않은 피로도
언론인 독립성에 대한 낮은 인식
뉴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뉴스나 정보에 대한 피로감도 함께 나타났다. 2023년 이전에 조사가 되지 않아 변화 추이를 추적하기는 어렵지만 응답자의 51%가 정보와 뉴스에 대해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매우 자주 피로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22%, 상당히 자주 피로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29%에 이르렀다. 때때로 피로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32%나 된다. 정보에 대한 피로감은 2022년 장조레재단(Fondation Jean Jaurs)의 보고서에서도 53%로 유사하게 나타났다(Gault et Medioni, 2022).
칸타 퍼블릭은 사람들에게 뉴스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도 질문했는데(중복 응답 허용), 응답자가 가장 많이 지적한 이유는 미디어에서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45%)이었다. 두 번째로 많이 답변한 이유는 뉴스로 인해 무기력을 느끼거나 걱정을 하게 된다는 점(35%)이었다. 여기에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22%로 나타났다. 또, 미디어가 나에게 중요한 주제를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19%, 뉴스가 일상에서 그다지 유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10%에 이른다. 이러한 응답으로 미루어 볼 때, 나와 무관하거나 나의 관심 밖의 주제로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뉴스, 편파적이거나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뉴스들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앞에서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일 뿐 엄밀히 그리고 달리 말하면 여전히 약 50% 정도의 프랑스인들은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라디오에서 말하는 것과 실제가 꽤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29%,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5%로 나타났다. 신문에 대해서도 신문의 정보와 실제가 꽤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32%,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6%이며, TV의 정보가 실제와 꽤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35%,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9%에 이른다. 인터넷 정보에 대해서는 실제와 꽤 다른 정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40%이며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무려 15%에 이른다. 프랑스인이 미디어에 대해 신뢰를 갖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언론인들이 정치적 압력이나 금전적인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생각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약 59%의 응답자가 기자들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고 했고, 54%의 응답자가 언론인들이 경제적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프랑스인들의 약 24~26%만이 언론인들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라고 보았다. 특히,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인식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지속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디어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절반 이상의 프랑스인이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신뢰를 갖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프랑스인들은 매일 TV(71%)와 인쇄 미디어(49%), 라디오(39%)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 또한, 전국 일간지, 주간지, TV 뉴스, 시사 프로그램,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 등 매일 평균 3.7개의 미디어를 접하며, 일주일에 최소 6.4개의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결국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고,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에 피로를 느끼기도 하지만 미디어를 완전히 외면하지 못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미디어가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권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언론으로 거듭나며, 반복적인 내용으로 단순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심층 취재를 통해 중요하고 사실 확인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 또한, 이용자들의 삶에 밀접한 주제를 중심으로 뉴스 의제를 삼아 뉴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1) 로이터 연구소의 조사 결과와 칸타 퍼블릭의 조사 결과는 조사 방식이나 질문 항목이 다르므로 수치로 직접 비교할 수 없다.
2) 조사기관은 2023년 이전에는 조사 문항의 선택 항목에 ‘의견 없음(sansopinion)’이 없이 ‘매우 관심있음(tr s grand)’, ‘상당히 관심 있음(assez
grand)’, ‘상당히 관심 없음(assez faible)’, ‘매우 관심 없음(tr s faible)’만으로 조사가 진행돼 해당 결과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조사에서 ‘의견 없음’에 해당되는 응답 비율은 2%로 낮게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