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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월드와이드] 일본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3-03-31

“방송의 공정성은 해석에 의해 변경 가능한가”

“방송의 공정성은 법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가”

 

최근 일본 정치계와 언론계가 이 문제로 떠들썩하다. 방송법에 기술된 방송의 공정성에 대해 일본 정부가 해석을 바꿔 언론에 압력을 가하려 했음이 국회에서 폭로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일 일본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고니시 히로유키(小西洋之参) 참의원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총무성1) 문서에 의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수상 재임 기간, 보좌관이 총무성에 압력을 가해 법 해석을 변경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당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은2) 문서가 날조됐다며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직을 포함한 의원직을 걸겠다고 강력히 반발하는 등 정부 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일본 국민도 해석 변경을 요구한 아베 정부의 대응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3)

 

문제의 발단은 2014년 11월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의원선거를 앞두고 아베 전 수상은 TBS의 보도 프로그램 <NEWS23>에 출연했다. 아베 전 수상은 뉴스에서 다룬 거리 인터뷰가 정권에 비판적인 내용이 많은 것을 두고 “전혀 여론이 반영되지 않은 것 아니냐. 이상한 것 아니냐”라고 반발했다.4)


정치적 공평성에 대해 일본 정부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유지해 왔다. ‘방송법 4조에 의거하여 방송사업자는 프로그램을 편집할 경우 정치적으로 공평성을 요구받고 있다. 정치적 공평성은 (1)정치적 문제를 취급하는 방송을 편집할 경우, 불편부당의 입장에서 특정 정치적 견해에 치우치지 않고 방송 프로그램 전체에서 균형을 유지할 것과 (2)공정성은 개별 프로그램이 아닌 방송 사업자의 프로그램 전체를 보고 판단한다.’ 5)


고니시 의원이 관련 문서를 폭로하고, 문서의 진위를 따지자 총무성은 지난 3월 7일 해당 문서가 총무성이 작성한 행정문서라는 것을 인정하고 전문을 공개했다.6) 공개된 문서에는 2014~2015년에 걸쳐 이소자키 요우스케(礒崎陽輔) 당시 수상 보좌관이 방송의 정치적 공평성 해석에 대해 총무성에 문의하기 시작하면서 다카이치 총무성이 기존의 정부 견해를 변경하는 발언을 하기까지의 경위가 정리돼 있다. 이소자키 수상 보좌관의 발언을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7)

 

2014년 11월 28일

- 지금까지 국회 답변을 포함해 오랫동안 쌓인 방송법의 해석이 이상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방송법에 대한 기존 해석이 모든 경우를 다 포괄하고 있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나의 문제의식이다.

- ‘전체적으로 보면, 종합적으로 보면’이라고 총무성은 답변하고 있지만, 이런 답변은 도망가기 위한 논리를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닌가.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 개별 프로그램에도 분명 공평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까지의 운용을 처음부터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1964년의 국회 답변에 있듯이, 확실히 이상한 프로그램, 극단적인 사례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유권해석에 대한 권한은 총무성에 있기 때문에 방송법 해석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2014년 12월 18일

- 프로그램 전체에서 균형을 잡았다는 설명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프로그램 전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방송 사업자가 책임을 가지고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답변은 할 수 없나.

- 예를 들면, 해설자가 “내일은 자민당에 투표합시다”라고 말해도 총무성은 프로그램 전체를 보고 판단한다고 말할 것인가. 반대 입장은 전혀 소개하지 않고 특정 정당과 파벌에만 편향된 프로그램이 있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사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생각해 보길 바란다.

 

2014년 12월 25일

- 국민 여론이 나뉘는 문제에 대해, A방송 프로그램이 A라는 주장만 하고 B방송 프로그램이 B라는 주장을 한다고 해서 정치적 공평성이 보장되는 것인가(보장된다고 할 수 있나), 정도의 말도 못하는가.

- 국민 여론이 양분되는 문제에 대해, 다른 주장은 전혀 다루지 않고, 특정 주장에 찬동하는 방송을 집요하게 반복하는 프로그램은 일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정치적 공평성의 관점에서 보면 프로그램 준칙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가.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가. 한 개의 프로그램만으로는 극단적인 내용을 방송하더라도 정치적 공평성의 관점에서는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국회에서 답변할 것인가. 이소자키 보좌관은 다음과 같이 기존 방송의 정치적 공평성에 대한 정부의 견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총무성 장관이 발언하도록 안을 제시했다.

- 지금까지 한 편의 프로그램이 아닌 방송 사업자의 프로그램 전체를 보고 정치적 공평성을 판단한다는 답변을 유지해왔지만, 어떻게 방송 편집을 하면 방송 사업자의 프로그램 전체가 정치적으로 공평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

- 정치적 공평성에 대해 누가 설명할 것인지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 방송 사업자의 프로그램 전체를 보지 않아도, 개별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정치적인 공평성’에 위반되는 극단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문서에 대한 진위 여부 인정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총무성 장관은 3일 열린 예산위원회에서 “문서의 정확성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 “행정문서(공문서)인지는 관리 규칙에 따라서 판단할 수 있다”8)고 문서의 진위에 대해 조사할 의향을 밝혔다. 마쓰모토 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전부 총무성의 행정 문서인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서에 등장하는 다카이치 당시 총무상은 문서의 내용이 날조됐다며, 날조가 아닌 경우에는 의원직을 사직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문서에 의하면, 아베 전 수상이 다카이치 장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지금까지의 (방송의 공평성에 대한) 해석이 이상하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기술되어 있다.

 

보고서에서 아베 정권은 두 가지 프로그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일본의 대만 통치를 다룬 <NHK 스페셜>로, 문서에 의하면 아베 전 수상은 “명백하게 이상하다”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TBS 계열의 <선데이모닝>으로, 이소자키 보좌관은 “출연한 평론가 전원이 같은 내용(입장)을 말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특정 방송사의 프로그램명이 구체적으로 거론됐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사의 반응은 대조적이다.

 

아사히신문(27건), 마이니치신문(11건), 닛케이신문(10건)은 중요하게 기사를 다룬 반면, 요미우리(6건), 산케이(1건)는 사실을 전하는 것에 그쳤고, 기사의 내용도 대조적이다.[표 1]

 

 

 

아사히신문은 아베 전 정권 때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수면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던 것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9) 이번 사태는 이소자키 보좌관이 총무성 방송정책과에 ‘정치적 공평성에 대해서 국장으로부터 설명을 받고 싶다’는 전화 연락을 하면서 시작됐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전 정권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기 힘든 분위기(공기)10)가 언론계에 점점 퍼지고 있다’는 텔레비전 아사히 보도국원의 의견을 전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방송법의 해석 변경, 간과할 수 없는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적인 사설을 게재했다.11) 사설은 총리관저의 개입으로 정치적 공평성에 대한 해석이 변경된 것은 방송법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과정은 총리관저와 총무성 간의 밀실 교섭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의 심의회에서 절차를 밟아 진행돼야 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장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가 문서가 날조됐으며 부정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닛케이신문은 방송법 해석을 둘러싸고 아베 전 정권하에서 부당한 정치 압력이 있지 않았느냐는 야당의 추궁이 있다면서, 방송의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면 정부는 사실을 검증하고 국민에게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미우리는 4건의 기사에서 <종래의 해석에는 변함없다>는 수상의 답변을 제목으로 달았다. 3월 15일 자 사설에서는 “문제의 소재를 정리하고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또, 문서에 등장하는 내용에 대해 당사자가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문서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산케이는 3월 8일 자 조간에서 공개된 문서를 총무성이 행정문서로 인정했다고 전하면서도 문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하는 총무상의 발언과 문서 내용에 대해 부정하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의 발언을 소개했다. 마쓰모토 총무상은 “기재된 내용의 정확성이 확인되지 않고, 작성 경위가 판명되지 않은 것이 있다”고 의문을 표했다. 기사는 정부 당국자의 의견을 소개한 반면 야당이나 방송사의 입장은 일체 소개하지 않았다.


 


 

학계는 반대 입장 

 

스나가와 히로요시(砂川浩慶) 릿쿄대 교수는, 문서가 사실이라면 ‘정권이 방송국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압력을 가했구나’라는 구체적인 사례가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민당 정권이 특정 방송국을 규제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설명은 명백히 해석 변경이라는 주장이다. 지금까지는 한 개의 프로그램으로는 정치적 공평성을 판단하지 않는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충적 설명’은 해석 변경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오토 요시히로(音好宏) 상지대 교수는 2016년에 다카이치 총무상이 정치적 공평성이 유지되지 않는 방송을 거듭할 경우 정파 명령도 내릴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방송사들은 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방송면허를 정지할 수도 있다는 말은 방송사를 위축시키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공평성을 요구하는 방송법 4조가 방송국이 지켜야 하는 노력 목표를 제시한 윤리적인 규범인지, 아니면 위반 시 제재를 가해야 하는 대상인 법 규범인지에 대해서는 연구자에 따라 견해가 나뉜다.12) 법률을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서 언론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부는 법 적용에 대한 판단을 신중하게 한 것이 기존의 해석이었다. 그러나 아베 전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법을 해석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번 폭로는 아베 정권의 과거의 유산이 드러난 것이다. 방송의 공평성 문제는 비단 방송에만 해당되지 않고 여타 미디어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문제다. 일본 언론계가 이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로 대응하지 않고 일부 언론이 ‘무엇이 문제냐’라는 입장을 보이거나 여야의 정쟁으로만 보도하는 태도는 언론에 대한 정치적 간여를 허용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총무성은 지방재정, 선거, 소방방재, 정보통신, 우편 업무, 국민의 경제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기본 시스템에 관한 사항을 다루는 거대 부처다. 방송국의 인허가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2) 현재는 경제안전보장담당 대신임.

3) 마이니치신문이 18일, 19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 의하면 ‘문제다’라는 응답은 43%,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2%가 나

왔다.

4) 자민당은 이틀 뒤인 11월 20일 “선거기간 중 보도의 공정성 확보에 대한 요청”이라는 문서를 도쿄 소재 전국방송국 보도국장, 편성국장 앞으로 발송했다. 발신인은 자유민주당 필두부 간사장 하기우다 고이치, 보도국장 후쿠이 데루였다. 놀라운 것은 이 내용이 같은 날 어떤 주요 언론에서도 보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5) 2014년 11월 28일 총무성 정보유통행정국 문서에서 인용.

6) 관련 문서의 전문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soumu.go.jp/main_content/000866745.pdf

7) 도쿄신문 3월 7일 자 보도 내용 인용

8) 일본의 내각부는 공문서의 조건으로 다음 3가지를 들었다. (1)직원이 작성 및 취득한 문서, (2)조직적으로 사용되는 문서, (3)행정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문서다.

9) <시시각각, '관저의 압력 극명'>, 아사히신문, 2023.3.8.

10) 압력을 가진 여론의 분위기를 뜻하는 말로, 일본어로는 ‘구우키’라고 발음함.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는 사회적인 제재가 뒤따름

11) 마이니치신문 3월 8일 자

12) 방송법 1조는, 방송법이 방송국의 자율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본 법률은 다음에 제시한 원칙에 따라서 방송을 공공 복지에 기여하도록 규율하고, 건전한 발전을 만들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생략). 방송의 불편부당, 진실 및 자율을 보장하는 것으로 방송에 의한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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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이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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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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