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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활동에 첫 등장한 챗GPT
“신종 코로나19 대책 특별조치법 개정은 지방자치단체와 의료 현장 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 개정안에 대한 관계자의 반응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나카타니(中谷一馬) 입헌민주당 의원)
“감염병 대응에 나서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입안됐다. 접수된 의견, 요청을 충분히 반영한 개정안이라고 생각한다.”(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지난 3월 29일 일본 중의원 내각위원회1)에서 기시다 수상과 나카타니 입헌민주당 의원 사이에 오고 간 질의응답의 한 장면이다. 이날 질의는 일본 국회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챗GPT가 작성한 감염병 대책에 관한 질문이 일본 국회사상 처음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AI가 일본 정치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에 대해 일본 언론은 “장단점을 검토한 AI 규범에 대해서 냉정하게 논의를”(닛케이), “확산되는 챗GPT (이용) 편리성만 부각되지 않는 논의를”(마이니치신문)이라는 보도를 통해 규제와 활용의 양면을 같이 검토해야 한다는 논의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에, AI의 이용에 대해 연일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곳은 요미우리신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안이한 활용은 폐해가 크다>(4월 2일 자)라는 사설에서 “안이하게 AI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등 문제점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 경제산업상이 AI를 국회 답변 작성에 활용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직후에는 “전문가들은 정보 관리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의견을 보이거나, 도입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국회) 답변의 무게감을 잊은 것은 아닌가>(4월 14일 자)라는 사설을 통해 “국회 답변은 단순한 발언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방침의 표명으로, 사회나 (일상) 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 무게감을 잊은 것은 아닌가”라고 혹평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왜 국회 활동에 AI 도입을 반대하는 것인지, 또 일본 미디어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근 보도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눈에 띄는 요미우리신문의 챗GPT 때리기
AI가 작성한 답변에 대해 기시다 수상은 [표 1]과 같이 답변했다. 나카타니 의원은 “국회에서 AI가 생성한 질문을 질의하고, 총리가 답변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AI의 답변 작성을 위해 입력한 프롬프트(prompt)2)는 다음과 같다.
“당신(챗GPT)이 일본 중의원 의원이라면, 신종 인플루엔자 대책 특별 조치법 및 내각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에 대해 국회에서 기사다 총리에게 무엇을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나카타니 의원은 생성된 질문 중 한 개를 선택해 수상에게 질의했다. 기시다 수상의 답변이 끝난 후에 나카타니 의원은 자신의 질문에 대한 챗GPT의 답변을 공개했다.[표 1] 나카타니 의원은 AI 답변이 “수상 답변보다, 어찌보면 성실하고 요점을 정확하게 짚고 있지 않나”라고 평가하면서 “총리는 자신의 대답과 AI의 대답을 비교한 소감이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기시다 수상은 “(자신의 답변이) 챗GPT 답변보다 관계자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실체를 반영한 답변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답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정치권의 AI 이용에 대해 다섯 건의 사설을 게재했다. 한 달 정도의 기간에 이렇게 많은 사설을 게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학교 네트워크 단말기에서 챗GPT 접속을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일본 국회에서 안이하게 AI를 사용하면서 이를 예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AI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를 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4월 2일 자).
또, 4월 11일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이 기자회견에서 “꼭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싶다”며 국회 답변 작성에 AI를 활용하면 관료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자,3) 4월 14일 자 사설에서 “답변의 무게를 망각해서는 안된다”면서 G7의 의장국인 일본은 규제와 검증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4월 25일 자 사설에서는 AI 등장으로 인해 교육 현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AI가 인간의 사고 능력을 대체하기에는 문제가 많아 하루빨리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5월 1일에는 “AI 규칙, G7은 적정한 규칙을 만들라”고 주문했으며, 5월 5일 자 <가짜 정보 대책, 국익을 해치는 확산을 방치하지 마라>에서는 “가짜 정보가 상대국의 여론에 영향을 주는 정보전의 움직임이 각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일본도 정보전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4) 사설은 “일본은 내각 정보조사실을 사령탑으로 외무, 방위성이 밀접하게 연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교육 현장에서 ‘정보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또 4월 25일부터 3일간 연속 시리즈를 게재했다. <충격 생성 AI>라는 시리즈를 1면에 게재하면서 25일부터 27일까지 각각 <질문에 따라서는 범죄 악용도>, <저작권 보호 경계 흐릿>, <이용 선행, 규제 뒷전>이라는 시리즈를 내보냈다.
25일 자 기사에서는, 챗GPT가 질문에 따라서는 “(저작권의) 검열을 피하는 방법”이나 피싱 메일 제작에 사용되거나, 기업의 기밀 정보나 저작권 등이 챗GPT에 의해 침해당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소프트뱅크와 혼다, 히타치제작소 등은 직원들에게 챗GPT 사용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자 시리즈에서는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기존 저작물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이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또한 AI 기술 이용으로 아티스트들이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27일 자에서는, 4월 10일 기시다 수상과 오픈AI의 최고 경영자의 면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개 신흥 기업 경영자를 수상이 만날 이유가 있느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자민당 디지털사회추진본부가 강하게 밀어붙여 만남이 성사됐고, 자민당 내에서도 별다른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시리즈가 끝나자마자 다음날 1면에 <저작권 이용(보호) 느슨한 일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해 “왜 이렇게까지 AI를 우대하는가”라는 의문을 표시하는 등 AI에 대한 부정적인 톤을 감추지 않았다. 기사는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 저작권에 관한 법 규제가 가장 느슨하고, AI가 거의 무조건적으로 저작물을 학습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AI 기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창작 활동에 피해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트(창작 활동)와 AI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27일 도쿄 나가타쵸에서 내각부 및 문화청의 담당자, 국회의원 등과 면담하고 “AI에 의한 저작물의 무단 학습이 창작 활동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본은 해외의 IT 기업에 대항하는 검색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저작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IT업계의 규제 완화 요청으로 2009년, 2012년에 걸쳐 저작권법이 순차적으로 완화됐다.
한편, 다른 언론사들의 챗GPT 이용에 대한 논조를 알아보면, 닛케이신문은 4월 10일 자 <공과(功過) 검토한 AI 규범으로 냉정한 논의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신기술은 장점과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국경을 초월한 규범 확립을 위한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일본이 국제적 논의를 이끌기 위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은 5월 19일 자 <이용 규칙 논의 서둘러야>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4월 23일 자 <퍼져가는 챗GPT, 편리성에 치우치지 않는 논의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AI의 등장은 신산업혁명이 도래한 것과 같다”면서도 “개인정보 노출 가능성과 함께 여론이 조작되거나 정보 공작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부작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4월 10일 자, <챗GPT 이용 규칙을 위한 논의 서둘러라>라는 사설에서 챗GPT 등장으로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요미우리의 안티 AI 보도 논조에 대해 챗GPT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요미우리신문은 챗GPT 등 AI 서비스 이용에 대해 다른 신문사보다 비판적인 논조인데, 왜 이런 논조를 보이는가?”
챗GPT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먼저, 요미우리신문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에서 긴 역사를 가진 신문사의 하나로, 전통과 신뢰성을 지키는 것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나 수법을 도입하는 것에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어서, 다음과 같이 보도 기관으로서의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관적으로 저널리즘의 윤리규범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있고, AI에 의한 정보 수집과 분석이 이런 기준에 따라서 행해져야 하기를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챗GPT는 요미우리신문이 일본 최대 구독 부수를 가진 신문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정부의 입장과는 일치하지 않아
이상 요미우리신문의 AI 비판 내용과 타 언론사들의 입장을 살펴봤다. 보도 내용을 보면 요미우리신문은 타 언론사에 비해 AI 비판에 대한 보도량이 많고 질적인 면에서도 비판적 입장에 치우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챗GPT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지만,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해 정부에 질문을 해야지, 정보기술의 힘을 빌려 질문하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꾸짖고 있다. 정부에 대해서도 답변 작성에 AI를 이용하는 것은 답변의 책임성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입장은 요미우리신문의 지적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데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각 인사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료들은 답변 작성에 하루 7시간 정도를 사용하고 답변은 위원회가 개최되는 당일 오전 3시경에 완성된다고 한다.5) 일본 정부는 챗GPT가 과중한 업무를 경감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IT기술 도입에 소극적인 일본 국회에서 답변 작성에 AI 도입이 허용될지는 미지수다. 일본 국회에서는 아직도 본 회의나 상임위원회에 스마트폰을 지참하지 못한다. 요미우리신문의 챗GPT 때리기는 이와 같은 국회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조만간 요미우리신문 지면에서 의정 활동에 AI를 이용한다면 국회의원 세비를 삭감하라는 주장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 중의원 내각위원회는 정부 각료와 각 부처 주요 공무원들을 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주로 정부의 정책과 법안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주목받는 상임위 중 하나다.
2) 프롬프트는 채팅을 위해 질문을 입력하는 것을 말한다. 좋은 대답을 AI로부터 끌어내기 위한 형식이며 사용자의 의도를 AI에게 전달하
는 역할을 한다.
3) NHK에 따르면 4월 11일 기자회견에서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고도의 언어 AI들은 더욱 성능을 높인다면, 언어를 사용하는 업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행정에 이용하는 것은 업무상의 필요성과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 이용 가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기밀 정보 취급에는 적절히 대응하는 한편, 국가공무원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활용 가능성을 추구하고 싶다”, https://www3.nhk.or.jp/news/html/20230411/k10014035011000.html
4) 2021년 8월에 키시 노부오(岸信夫) 수상 보좌관(당시)을 사칭한 트위터의 가짜뉴스가 있었다. 이 트윗은 우크라이나가 미사일로 자포리
자 원자력 발전소를 파괴하려 한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키시 노부오 보좌관이 투고한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이 가짜뉴스를 재 영국 러시아 대사관이 확산시키는 것을 발견하고 삭제했다.
5) <官僚の国会答弁づくり、1日平均7時間内閣人事局>, 日本経済新聞, 2023.1.20,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UA203YN0Q3A120C200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