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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일본은 이시카와현에 위치한 노토 반도(能登半島)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2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해(원고가 작성된 2024년 1월 16일 시점) 우울한 한 해를 시작했다. 한국 신문사들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새해 첫 지면에 공을 들인다. 새해에 발행하는 첫 신문이란 의미도 있겠지만, 한 해에 대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각 언론사의 신년호에서는 언론사마다 다른 양상이 눈에 띈다.
이번 호에는 아사히·요미우리·마이니치·닛케이·산케이 신문 신년호를 대상으로 1면 톱에 어떤 기사를 실었으며 광고 지면을 어떻게 채웠는지, 어떤 주제의 사설을 다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1면 톱에 대한 내용은 전국지를 대상으로, 사설은 전국지와 더불어 도쿄, 홋카이도, 니시니혼신문 등 블록(block)지1)도 대상으로 삼았다.
진보, 보수 구분되는 1면 톱 기사
주요 전국지 1면은 신년호 특집 사진으로 채워지기보다는 다양한 편집 지면을 구성했다.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은 보도 기사를 게재했고, 닛케이신문, 마이니치신문은 기획 기사를 1면 톱으로 게재했다.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 모두 자민당의 정치자금 문제를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아사히신문이 자민당의 주요 파벌인 아베파의 정치자금 문제에 초점을 맞춘 반면 산케이신문은 모리 전 총리의 자금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비된다.
아사히신문은 아베파 의원들이 정치자금 파티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할당된 파티 참석권 판매 초과 금액을 파벌에 전달하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챘고, 파벌은 이렇게 모인 자금을 소속 의원들에게 비자금으로 제공했다. 이런 돈들이 합계 각각 8,000만 엔에서 5억 엔(약 7억~45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이 금액은 정치자금수지 보고서에는 기재되지 않았고 보도된 금액은 의원들의 자발적 신고에 의한 것으로, 실제 금액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산케이신문은 파티 참석권 판매를 통한 정치 비자금 조성 과정에 모리 전 총리가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도쿄지검 특수부가 사실 확인에 나섰다는 점을 단독 보도했다. 특수부는 아베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리 전 총리가 비자금 조성 구조 유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또, 아사히신문과 닛케이신문은 일본의 인구 구성비를 토대로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면에 <미래는 행복한가. 희망은 말속에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며 2040년에는 고령자 비율이 35%에 달하고 노동인구는 현재의 20%에 해당하는 1,200만 명으로 줄어드는 변화를 소설 <헌등사(献灯使)>를 인용해 설명했다. 건강한 시니어와 체력이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병약한 젊은이의 대비를 통해, “늙은이가 약하고, 젊은이가 강하다는 기존 관념은 통용되지 않는다”면서 일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90대 고령자가 돌보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닛케이신문은 2027년 2030세대 인구 비율이 37.7%로 바닥을 치고 상승할 것이라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세계에 대한 희망을 싣고 있다.
1면 톱 기사는 진보지(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와 보수지(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아사히신문 1면 톱 기사는 사회 정의 및 인권에 초점을 맞춰 정치적 부패 및 투명성을 강조하며 분석적이고 비판적 논조를 보인 반면, 요미우리신문 1면 톱 기사는 장기 이식 및 의료 인력 부족 문제와 같은 공공정책 관련 내용을 사실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경제지답게 쇼와 시대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화(기사에서는 반전이라고 표현)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물가와 임금 상승이 사회에 활력을 줄 것이라는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사설에서는 평화와 기후변화 대응 위한 지혜와 노력 강조
아사히·요미우리·마이니치·닛케이 신문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했고, 산케이는 “이 지구 각지에서 사람들이 폭발음이나 총성에 떨며 새해를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만이 아니다”라면서 국제 안보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촉구하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우크라이나나 가자의 전장에서 일어나는 야만적 폭력이 최신 기술의 지원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불편한 현실”이라면서 평화·자유·인류애를 기본으로 기술 발전을 이루는 현대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망자가 2만 명을 넘는 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 지구에서, 사람들은 이스라엘 군의 공격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장기화 되는 러시아의 침공에 점점 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류의 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닛케이신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분쟁을 지적하며 평화는 무력에 의해 갑작스럽게 파괴되기도 하고, 전쟁이 시작되면 간단히 수습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게 됐다고 경고했다. 사설은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적 분열에 우려를 표하면서,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도쿄신문과 홋카이도신문은 글로벌한 환경 문제를 다뤘다. 도쿄신문은 환경에 대한 책임, 미래 세대에 대한 영향, 정치적인 근시안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지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선물이 아니다. 자손으로부터 맡겨진 것이다”라는 미국 원주민의 속담을 인용하면서, 지금 세대가 욕망을 충족하고 편리함을 누리게 되면 병든 지구를 떠안게 되는 것은 다음 세대라고 경고했다. 홋카이도신문은 기후변화, 격차, 정치의 각오라는 키워드로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후변화는 그 자체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감염병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초래하는 온상이 될 수 있으며, 심각한 식량 부족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기후변화는 21세기에 나타나는 세계적인 격차와 연동돼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홋카이도신문은 무엇보다도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는 정치적 각오가 중요함을 역설했다. 니시니혼신문은 사설에서 인간성, 대화와 협력, 인권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사설은 “전쟁은 최대의 인권 침해다. 세계인권선언이 1948년 12월 유엔에서 채택된 것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반성해서였다”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신년호의 지면 절반은 전면 광고
신년호는 광고 협찬(특히 전면 광고)을 받기 쉬운 몇 안 되는 호다. 때문에 신문사들은 신년호에 전면 광고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기사 지면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6개 신문을 확보해 전면 광고 페이지를 모두 합해 보니 총 142페이지였다. 지난 6년 동안 증가해 왔던 신년호 광고는 올해 처음으로 감소했다. 광고 시장이 인터넷으로 옮겨가고 있는 중에도 신년호 광고만큼은 증가해 왔지만, 올해는 작년 164페이지에서 13.4% 줄었다.
2024년 신년호에서 전면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30%(도쿄신문)에서 48%(닛케이신문)까지 다양하다. 5단 광고가 게재된 지면 비율까지 더하면 신년호의 절반 이상이 광고로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면 광고 지면 수를 보면 닛케이신문이 23면(48%)을 차지했고, 요미우리신문이 18면(45%), 아사히신문이 17면(45%), 마이니치신문이 15면(47%), 산케이신문이 14면(44%)을 차지했다. 도쿄신문은 가장 적은 9면(30%)이었다. 도쿄신문은 전체 지면이 30페이지로 타 신문에 비해서 적은 편이나, 광고 게재 비율은 30%로 가장 낮았다. 즉 기사 게재 비율만 본다면 가성비가 가장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5단 광고 게재 지면을 보면 아사히신문이 21면, 요미우리신문이 22면, 마이니치신문이 17면, 닛케이신문이 25면, 산케이신문이 17면, 도쿄신문이 21면이었다. 닛케이신문은 전면 광고와 5단 광고 모두 타 신문사에 비해 높은 게재율을 보이고 있다.
신문사에 따라 다른 신년호 전면 광고 내용
전면 광고 내용은 신문사별로 차이를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상대적으로 교육 관련 전면 광고 비율이 높았고, 요미우리신문은 제조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마이니치신문은 출판 관련 전면 광고 비율이 타 언론사에 비해 높았고, 닛케이신문은 제조업 관련 광고 비율이 높았다. 산케이신문은 제조업 비율이 높은 반면 교육 관련 광고는 한 건도 없었다. 도쿄신문은 제조업 광고 비율이 높은 반면 교육, 출판 관련 광고는 게재되지 않았다.
전면 광고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거나 소비자와 공감하는 이미지를 내세운 광고가 늘어난 반면 단순한 물건 판매나 기업의 자기 자랑은 줄었다. 지난해 등장한 신년 첫 세일 광고는 줄었다. 작년에 게재되지 않았던 야마토 운수는 24년도 신년호에는 전면 광고를 다시 출고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3)
“야마토 운수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안심. 친절함. 마음 씀씀이”
지난해 ESG에 대한 오너의 시점을 독점 인터뷰한 광고를 게재했던 도요타 자동차는 올해는 다른 콘셉트를 선보였다.4) 도요타는 미래는 방향성이 없다는 광고 메세지를 강조하면서도 게재되는 신문사에 따라 광고 그래픽을 다르게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미래에 대한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상으로 일본의 주요 신문들의 신년호를 살펴봤다. 신년호 1면을 기획 사진과 한 해의 전망을 수록하는 대신 신문사가 정체성을 반영한 지면을 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사히·요미우리 신문이 정치자금에 대한 기사를 1면 톱으로 게재한 것은 올 한해 일본 정치에 대한 이사히의 보도 방향을 예고하는 것 같다. 신년호 광고는 신문사마다 다른 특징을 나타내고, 기업체들이 자신들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 몇 개의 현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신문
2) 기사는 소리가 아닌 텍스트 위주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인터넷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다.
3) 야마토 운수는 택배와 이사를 비롯,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신문뿐만 아니라 방송 등에도 적극적으로 광고를 게재하고 있어 야마토의 신년호 광고는 소비자 동향에 대한 선행지수로 볼 수 있다.
4) 도요타는 한국의 삼성과 같은 일본의 국민 기업 중 하나다. 도요타는 매년 신년호를 통해 한 해의 사업 방향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2024년 도요타의 사업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