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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월드와이드] 프랑스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3-04-28

프랑스는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는 국가 중 하나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이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프랑스 정부는 꾸준히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국민들도 비교적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다. 의제와 여론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기업, 방송사 등도 발 빠르게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환경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일상적으로 시청자들에게 기후변화 위기를 전달할 수 있는 날씨 뉴스도 진화하고 있다.


텔레비전 날씨 뉴스의 진화

 

가장 빠르게 변화한 곳은 민영방송사 떼에프앙(TF1)이다. 떼에프앙은 지난해 10월부터 방송사 차원에서 환경전문가위원회 구성, 환경 관련 콘텐츠 확대 등 생태학적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날씨 뉴스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 날씨 뉴스에 친환경적 에너지 소비 및 절약 방법을 더한 것이다. 공영방송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지난 3월 13일부터 <기후날씨뉴스(Journal de la météo et du climat)>를 프랑스2(France 2)와 프랑스3(France 3) 저녁 메인 뉴스 직후에 편성했다. 새로운 날씨 뉴스의 가장 큰 변화는 방송 시간이다. 1, 2분 남짓 다음 날의 날씨를 전달하던 것에서 4~5분으로 늘렸다. 이는 날씨 뉴스의 내용 구성 변화에 따른 결과다. 새로운 기후변화 날씨 뉴스는 매일의 날씨와 기상예보를 넘어 기후변화와 직접 연결해 날씨 변화 이유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다. 즉, 날씨가 좋으면 왜 날씨가 좋은지, 비가 오면 왜 비가 오는지 등을 기후변화와 연결해 설명한다. 또, 폭염, 강추위, 홍수, 화재 혹은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면 이러한 추세를 과거와 비교하고, 기후변화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다. 일상적으로 지구 온도가 얼마나 상승하고 있는지를 숫자와 그래프로 보여줘 기후위기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고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보다 흥미로운 점은 시청자들로부터 기후변화 관련 질문을 받아 날씨 전문 기자 혹은 기후학자와 같은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기상이변이 일회적이거나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고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기후변화에 의한 것임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날씨 뉴스의 진화는 방송사로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전략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날씨 뉴스 프로그램은 기후변화에 대한 의제 설정, 여론 형성에 영향을 주는 데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기본적으로 날씨와 기후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황금시간대인 저녁 메인 뉴스 프로그램 이후 편성돼 본래 시청률이 높았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한다. 지상파 민영채널인 떼에프앙의 저녁 날씨 뉴스는 매일 약 390만 명이 시청하는 것으로 집계된다(Sallé, 2023.3.13). 다른 한편, 시청자들이 기후변화 위기를 중요한 문제로 여기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방송사 내부적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알렉산드르 카라(Alexandre Kara) 공영방송사 뉴스국장은 한 인터뷰에서 날씨 뉴스의 변화 시도와 관련하여 방송국 차원에서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취재와 보도를 위해 가까운 대도시로 이동하고자 비행기를 이용하는 일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GEO avec AFP, 2023.3.16).

 

지상파 방송사의 날씨 뉴스 변화는 이미 지난해 겨울 에너지 위기가 예측되면서 시작됐다. 작년 10월부터 떼에프앙과 공영방송사는 프랑스 전력 관련 공공기관인 송전네트워크(RTE)와 파트너십을 맺어 채널별로 뉴스 프로그램 후 이어지는 날씨 뉴스에서 에너지 소비 지표를 시각적 기호로 보도하는 새로운 ‘전력 소비 날씨(météo d’energie)’를 도입했다. 전국적인 전력 소비 상황을 주황색이나 빨간색으로 보여줘 전력 소비를 잠시 멈추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오전 8시~오후 1시, 오후 6~8시에는 전력 소비가 큰 시간대라는 것을 알려 최대한 전력 소비를 피하도록 경고하고, 이를 위해 휴대전화 충전을 이 시간대에 하지 않도록 하거나 단열이 되도록 덧창문을 닫는 등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행동 지침을 안내한다.


프랑스 미디어의 기후변화 대응

 

방송사들의 날씨 뉴스 진화는 단순히 프랑스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차원이 아닌 미디어 기업으로서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프랑스 미디어 기업들은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책을 내놓는 가운데 정부 제도에 따라, 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명분하에 자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해왔다. 프랑스는 국가적 차원에서 일찌감치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를 바탕으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시작했으며 이를 반영한 환경 및 에너지 관련 법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다. 그에 발맞춰 떼에프앙은 2003년부터 뉴스에서 ‘지구를 위한 좋은 행동(C’est bon pour la planète)’이라는 코너를 운영해왔다. 미디어 그룹 엠시스(M6)와 떼에프앙은 2013년부터 <지속가능한 개발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매년 발표해왔으며, 공영방송사 역시 2015년부터 5년간 자체 탄소배출 3.5% 감축 목표 정책을 실천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또한, 2009년 공영방송사, 떼에프앙, 까날쁠뤼스(Canal+), 프랑스 수도권영화위원회(Commission du Film d'Île de France) 등 방송사와 영화 관련 단체 등이 공동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협회 ‘에코프로드(Ecoprod)’를 만들어 영화, 방송 제작 분야에서의 친환경 제작을 위한 경각심 제고 및 교육, 투자 권장 등을 위해 힘쓰고 있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는 프랑스 정부와 국민은 물론 미디어 분야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프랑스 정부는 이 총회에서 한층 강화된 파리협정 체결을 이끌면서 198개국이 참여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제한하기 위한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어서 환경 선진국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2019년에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감축하는 목표를 담은 기후, 에너지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2021년에는 기후를 위한 시민협약(Convention citoyenne pour le climat)에서 논의된 약 146개의 제안을 담은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법률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이 법률을 통해 2022년부터 탄소배출량이 높은 항공사 광고는 제한하고 있으며, 2028년부터는 공기오염이 심한 자동차 광고 역시 규제할 예정이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관한 지면광고 역시 우편함에 광고를 받을 것이라는 표시를 한 가구에만 배달되도록 하고 있다.

 

또, 방송규제기관은 환경문제와 관련해 행동강령을 홍보하고, 방송사 및 온라인 플랫폼에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품 관련 상업적 커뮤니케이션을 줄이도록 하며, 지속가능개발에 관한 보고서를 매년 의회에 제출하도록 한다. 더불어 공영방송사를 비롯한 방송사들이 환경 교육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미디어 관련 분야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과 제도들을 적용하고 있다. 가령, 떼에프앙은 앞서 소개한 날씨 뉴스의 변화와 함께 떼에프앙 그룹이 소유한 종합편성채널 및 뉴스 전문 채널의 뉴스 프로그램에 <우리의 지구(Notre Planète)>라는 코너를 만들어 날씨 및 환경 관련 보도를 확대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시청자들의 질문에 기자가 답하는 포맷을 추가하는 등 솔루션 저널리즘 차원에서 기후변화 관련 뉴스에 접근하기로 했다. 또, 뉴스 전문 채널인 엘쎄이(LCI)에 매주 토요일 오후 12시 45분에 환경 및 에너지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이 밖에도 생태적 전환과 관련된 주제와 논의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TF1, 2022.9.27).

 

 


 

 

광고계, 방송사에 이어 언론사들 역시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하고 있다. 2022년 9월 프랑스 언론인 약 1,200명과 150여 개의 언론사는 기후변화 및 환경 보도에 관한 저널리즘 원칙 마련을 위해 ‘생태적 위기 대응 저널리즘 헌장(Charte pour un journalisme à la hauteur del'urgence écologique)’에 서명했다. 또, 올해 2월 언론사 발행 부수 조사 및 미디어 이용 조사기관(ACPM, Alliance pour les chiffres de la presse et des médias)이 발행한 백서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기 위해 언론사들은 환경을 위해 심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보도, 언론사의 탄소발자국 줄이기 실천, 지속가능한 방식의 생산, 친환경적 배포, 효율적인 디지털 배급, 광고주와의 책임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여 등 여섯 가지 공약을 실천하기로 했다.

 

 

 

 

최근 프랑스 미디어 기업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디즈니 등 세계 여러 미디어 기업들도 환경문제나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추세다. 미디어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텔레비전 날씨 뉴스의 변화는 다수의 시청자에게 적극적으로 문제를 인식하도록 의제화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며 이해를 도와 여론을 형성하고 행동 변화를 촉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스 미디어로서의 근본적 역할에 충실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도 눈여겨볼 만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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