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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다시 살아나는 메타버스? VR 미디어 동향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3-07-28

지난 6월 애플이 비전 프로를 공개한 데 이어, 오는 9월에는 메타가 퀘스트3를 출시할 예정이다. 메타버스와 XR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든 요즘, 잇따른 XR 기기 출시가 반전을 가져올 수 있을까. 그 전망과 미디어와의 연결고리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애플이 이 시장에 진출하기를 수년간 기다렸다”

 

지난 6월 5일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애플이 공개한 ‘비전 프로(Vision Pro)’의 소식을 들은 국내 VR1)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이런 말에는 그동안 붐앤버스트(급등 후 폭락하는 것)를 반복해 온 XR 업계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처럼 거대한 산업이 될 것 같던 XR은 만개하지 못하고 미완의 상태에 있다. 그 가능성을 보고 진입한 기업과 인력들은 여전히 겨울을 지내고 있다. 애플이 마침내 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그들은 다시 XR 산업이 부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두 번의 버블을 거친 XR 

 

XR의 첫 번째 붐앤버스트는 2017년경으로 메타 오큘러스, HTC 바이브 같은 대중적인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기기들이 나오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삼성전자도 오큘러스와 손잡고 기어VR 이라는 HMD를 내놓을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VR이 대중화할 것 같은 분위기에 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했고 투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일부 게이머를 제외하고는 VR 수요는 미미했고 거품은 금방 꺼졌다. 두 번째 붐앤버스트는 2020~2021년으로,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XR 전반이 부상했다. 메타버스는 XR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3D 가상 세계 전반’으로 마케팅이 됐고, 기술적 기반으로 ‘블록체인(웹3.0)’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바꾸기도 했고, 로블록스·마인크래프트를 따라한 수많은 메타버스 앱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2022년 테크와 암호화폐 버블이 붕괴되면서 메타버스의 거품도 함께 꺼졌다. 

 

이처럼 메타버스·XR은 개념을 달리하면서 유행을 탔지만, 거품이 꺼지고 나면 ‘의미 있는 대중적인 시장’은 아직 없다는 현실만 반복해서 확인됐다. 유일하게 확인된 것은 VR 게임에 대한 수요뿐이었다. 이런 배경 아래에서 비전 프로의 등장과 XR의 재부상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애플이 2023년 6월 공개한 비전 프로 Ⓒ연합뉴스

 

 

 

메타가 2023년 9월 출시하는 메타 퀘스트3 <출처 – 메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공간컴퓨팅 내세운 애플 

 

지난 6월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애플은 메타버스·XR을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으로 정의했다. 공간 컴퓨팅은 평면이 아닌 입체 세계에서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와 스마트폰이 혁명적이었던 이유는 이 두 가지가 컴퓨팅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UI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와 만나 컴퓨터의 세계를 극적으로 확장했다. 애플은 매킨토시로 GUI를 만들었고,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던 회사다. UI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회사이므로, 비전 프로로 새로운 UI를 제시한 것이다. 

 

기존의 XR 기기들이 몰입감, 가상현실을 내세웠던 것에 비해 애플은 비전 프로를 새로운 형태의 입출력 방식을 가진 ‘컴퓨터’로 정의했다. 지금의 컴퓨터 유저들이 사용하는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눈앞에 바로 비치는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로 대체하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눈동자와 손, 목소리가 대체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초기의 비전 프로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있는 앱들을 이식해오는 것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애플 생태계에서 애플의 서비스를 경험하는 새로운 기기 정도로 비전 프로를 초기에 포지셔닝한 것이다. 

 

초기의 킬러 콘텐츠는 비디오 스트리밍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TV를 구매하는 수요를 비전 프로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애플TV+는 비전 프로에서 시청할 수 있을 것이고, 디즈니와 손을 잡은 만큼 디즈니의 OTT인 디즈니플러스도 비전 프로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전 프로가 아이폰처럼 혁명적인 기기가 되려면 비전 프로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3,500달러(약 447만 원)에 달하는 고가로 인해 기대되는 유저 수도 많지 않은 비전 프로에 앱 개발 회사들이 뛰어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경쟁 제품인 메타 퀘스트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들을 애플 비전 프로 생태계로 유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3D 게임엔진 업체인 유니티(Unity)와 파트너를 맺은 것도 이런 노력의 연장선인 것으로 보인다. 유니티는 게임 개발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엔진으로 VR 게임뿐만 아니라 앱을 제작하는 데에 많이 쓰이고 있다. 


게임과 소셜 중심으로 가는 메타

 

메타는 1차, 2차 붐앤버스트의 중심에 있었지만 한 번도 XR을 포기하지 않고 미래의 신사업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그런 점에서 애플 비전 프로가 성공을 거두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기업이기도 하다. 애플이 성공하면 메타도 반사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는 2020년 출시한 헤드셋 히트작인 메타 퀘스트2의 후속작인 퀘스트3를 오는 9월 500달러(약 64만 원)에 출시할 예정이다. 퀘스트3는 기존 퀘스트2의 개발 환경을 그대로 가져온 상태에서 ‘패스 스루’와 같은 MR 기능을 추가했다. 메타 퀘스트의 주 사용자는 여전히 VR을 게임으로 즐기는 소수의 마니아층이지만 애플로 인해 XR 기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사용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메타의 XR 기기 중심에는 여전히 게임이 있다. 오큘러스는 시작부터 게임 개발자들이 만든 헤드셋이었다. 또한, 소비자들을 VR로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가 게임이라는 것도 입증됐다. 이런 점에서 메타는 게임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가 관심을 보이는 XR 앱 중 하나는 소셜VR이다. VR을 장착하고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과 만나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가 본업인 만큼 소셜 활동이 유저를 재방문(리텐션)시키는 강력한 콘텐츠임을 메타는 잘 알고 있다. 메타가 직접 내놓은 소셜VR인 메타호라이즌(Meta Horizon)은 실사용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일 사용자가 3만 명에 달하는 소셜VR인 VR챗 같은 성공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메타는 소셜VR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VR 미디어 재부상이 언론계에 주는 시사점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의 등장은 저널리즘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TV의 등장이 방송 뉴스를, 인터넷의 등장이 인터넷 뉴스를 만들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모바일 뉴스 소비와 유튜브의 시대를 열면서 신문과 방송에 큰 타격을 줬다. 비전 프로, 메타 퀘스트3 같은 HMD 형태의 디바이스를 통한 개인의 미디어 경험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여기에 저널리즘의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2021 해외 미디어 동향: 메타버스는 저널리즘을 구할 수 있을까?: 메타버스 저널리즘의 부상과 한계》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이미 나온 AR·VR 기기를 바탕으로 한 저널리즘은 큰 반향을 만들지 못했다. 이것은 ‘메타버스 저널리즘’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설명했듯이 XR은 무엇인가, 메타버스는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붐앤버스트와 함께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정의는 애플도 메타도 아닌, 앱 개발사들과 사용자들에 의해서 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 비전 프로가 일반 대중에게 판매되는 것은 내년 초, 비전 프로보다 저렴한 보급형이 나오는 것은 내후년에나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XR은 이번에는 붐앤버스트의 급등락을 겪기보다는 탄탄한 바닥 다지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점에서 언론사들이 XR·메타버스를 공부할 시간은 충분하다.


3D 플랫폼이 가져올 혁신적인 저널리즘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전 프로나 메타 퀘스트3 같은 헤드셋이 XR의 주류가 된다면 언론사는 좀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춰야만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3D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3D 플랫폼에 맞게 제작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 만들어진 HBO의 다큐멘터리 <우리는 가상현실에서 만났어요> <출처 – HBO 유튜브 화면 갈무리>

 

 

특히, 비전 프로나 메타 퀘스트3처럼 MR 기기가 보편화되면 현실 위에 가상을 덧붙이는 것이 XR 기기에서 중요한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국이라면 기존에 보유한 기술과 영상에 3D 카메라, 3D 렌더링, 모션캡처 같은 XR 업계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신문 등 텍스트 기반의 언론사라면 3D 플랫폼에서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풀어낼지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전 프로는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높은 해상도를 제공한다. 비전 프로의 사용자가 뉴스를 읽기 위해 좋은 인터페이스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점에서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되고 7월 HBO 맥스(HBO Max)를 통해 방송된 <우리는 가상현실에서 만났어요(We Met in Virtual Reality)>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XR·메타버스 시대의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을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가장 많은 이용자가 사용하는 소셜VR인 VR챗 속의 사람들을 VR 속에서 촬영해 만든 다큐멘터리다. 코로나19로 실제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실이 아닌 VR 속에서 사랑을 찾고, 인간관계를 맺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는 꼭 만화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VR챗에서는 만화풍의 아바타가 인기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상 세계가 커질수록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현실의 자기 모습은 숨기고 싶어지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그들을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이 다큐멘터리는 모든 과정을 VR 속에서 촬영했다. 그렇다면 이 결과물도 2D 화면이 아닌 XR헤드셋을 착용해 3D로 경험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는 저널리즘에 새로운 포맷과 문법을 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뉴욕타임스처럼 성공적으로 적응한 기존 미디어도 등장하고, 수많은 1인 저널리스트·크리에이터도 등장했다. XR·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혁신적인 저널리즘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1) VR·AR·MR·XR 등 용어의 혼란을 막기 위해 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VR(가상현실): 머리에 헤드셋(Head Mounted Display)을 착용하고 외부 세계와 차단된 채 몰입된(Immersive) 경험을 하는 것

- AR(증강현실): 스마트폰, AR 글래스 등을 통해 현실에 가상을 추가해 경험하는 것. 게임 ‘포켓몬고’ 가 대표적이다. 

- MR(혼합현실): 최근 VR 헤드셋에 카메라를 통해 외부를 보는 기능(시스루)을 추가해 AR 기능이 더해진 것

- XR(확장현실): VR·AR·MR 기술과 산업 전반을 부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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