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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 디지털 뉴스 유료화 향방은] 디지털 구독제 폐지한 타임지
집중점검 | 등록일 : 2023-07-28

세계적 명성을 지닌 잡지 타임지가 최근 디지털 구독제를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콘텐츠 유료화를 목표로 하는 현시점에서 타임지의 전략은 무엇인지, 그 내막과 전망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2022년,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 수익이 광고 수익을 넘어섰다. 디지털 구독 모델은 광고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언론에 한줄기 희망으로 여겨지고 있다(Tracy, 2022). 이 와중에 전 세계적 인지도를 지닌 잡지 타임지가 디지털 구독제를 전면 폐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시카 시블리(Jessica Sibley) 타임지 CEO는 4월 뉴욕에서 열린 연례행사에서 2023년 6월 1일부로 타임지의 전 콘텐츠를 모두가 무료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TIME, 2023). 이는 앞으로 발간될 콘텐츠뿐만 아니라 지난 100년간 타임지가 발간해 온 모든 콘텐츠의 디지털 아카이브까지 포함한다.


유료 구독? 광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인터넷과 개인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되고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플랫폼이 뉴스 생태계에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언론사들은 여전히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의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은 양면시장의 특징이 있다. 콘텐츠나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이용자로 이뤄진 시장과 그 이용자들의 ‘관심’을 구입하고자 하는 광고주로 이뤄진 광고 시장이 그것이다. 메타의 페이스북과 구글의 과점으로 오랜 시간 견고했던 수익 모델의 두 축 중 광고 시장이 붕괴했고, 언론사들은 디지털 환경 적응과 더불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라는 쉽지 않은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에 언론사 대부분은 이른바 ‘페이월(paywall, 지불장벽)’을 다양한 형태로 도입하며 콘텐츠를 유료화했다. 차별화된 유료 콘텐츠와 과도한 광고를 줄인 쾌적한 사용자 경험은 유료 구독을 지속하는 데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고(Kim et al., 2021), 전국구 언론사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사들에도 페이월을 통한 유료 구독제는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로이터연구소(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의 설문에 따르면 2023년 대부분의 언론사는 구독제가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하지만 유료 구독과 광고 수익 모델 간 비율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예를 들어 미국 최대 지역 언론사인 가넷(Gannett)은 소유 계열사 중 페이월이 없던 특정 언론사에서 새로운 구독 기반 프리미엄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다른 언론사들은 구독해야 접근 가능한 기사의 숫자를 줄이는 등 전략적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Fischer, 2023; Fischer & Flynn, 2023). 이는 비단 언론사뿐만 아니라 구독과 광고에 대해 고민하는 미디어 업계 전반에 적용된다. 유료 구독만을 고집하던 넷플릭스도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기 시작했고, 디즈니플러스나 스포티파이도 페이월을 낮추거나 광고가 섞인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하고 있다.

 

 

이렇듯 아직 유료 구독과 광고 수익 모델 간 균형에 대한 업계의 실험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수 언론사가 온라인 페이월을 통째로 들어내는 선택을 하고 있다. 타임지의 이번 시도 또한 이 중 하나다. 유료 구독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언론사의 탈플랫폼 돌파구로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이는 이례적인 시도다. 이번 타임지 외에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온라인 뉴스 웹사이트 쿼츠(Quartz)와 시카고선타임스(Chicago Sun-Times)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쿼츠는 구독제 폐지를 통한 트래픽 증가를 기대했지만 폐지 1년이 지난 현재 트래픽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Robertson, 2022; Stenberg, 2023a). 시카고트리뷴(Chicago Tribune)과 함께 시카고 지역 2대 언론사인 시카고선타임스(Chicago Sun-times)는 2022년 10월 디지털 구독제를 폐지했는데 이 배경에는 언론사의 비영리 법인으로의 전환이 있었다(Wright et al., 2022).


타임지의 디지털 구독제 폐지 배경

 

명목상 타임지(그리고 쿼츠와 시카고선타임스 모두) 디지털 구독제 폐지의 주된 동기는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함이다(Robertson, 2022; TIME, 2023; Wright et al., 2022). 시블리 타임지 CEO는 디지털 구독제 폐지 관련 성명에서 이번 구독제 폐지는 보다 큰 맥락에서 디지털 포용(digital inclusion)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버라이즌(Verizon) CEO와의 인터뷰를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Sibley, 2023; TIME, 2023).

 

디지털 포용이라는 대의 이면에 타임지가 이러한 대담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타임지가 가진 브랜드 자산(brand equity) 덕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로 창간 100주년이 된 타임지는 전 세계적인 인지도와 명망을 지닌 잡지다. 일간신문이 아닌 주간 잡지로,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한 영향력 있는 보도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포맷으로의 전환은 타임지 출판 형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했고, 웹사이트 형식이 다른 일간지와 비슷해지면서 차별화는 더 어려웠을 것이다. 

 

2011년경부터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페이월을 통한 유료 구독제를 유지했지만 창간 100주년을 맞아 획기적인 탈바꿈을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구독제 폐지의 배경에는 타임지의 브랜드 자산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있다.

 

첫째는 이벤트 등 체험적(experiential) 마케팅 요소다. 1999년부터 타임지는 ‘당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 이른바 ‘TIME 100’을 발표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100인에 선정된 인물들이 초대되는 이벤트인 ‘TIME 100 Gala’를 매년 개최했고, 2019년 타임지는 이 행사를 ‘TIME 100 Summit’으로 확장하는 한편 ‘TIME 100 Next’, ‘TIME 100 Health’ 등의 체험적 이벤트를 추가했다. 코로나19 시국에는 ‘TIME 100 Talks’라는 비대면 이벤트를 추가하기도 했다. 타임지는 이러한 체험적 이벤트를 2022년에는 10개 이상으로 확장했다(Stenberg, 2022). 늘어난 이벤트는 더 많은 국가에서 개최되고, 더 다양한 매체 경로를 통해 제공된다. 이에 텍스트나 이미지를 넘어 영상 콘텐츠의 제작을 위해 산하에 TV 및 영상 스튜디오인 타임스튜디오(Time Studios)를 론칭하기도 했다.

 

둘째로 이벤트에서 나아가 타임지는 자신들이 지닌 이른바 ‘텐트폴(tentpole)’ 프랜차이즈들을 디지털 환경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수익화하는 방안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TIME 100이나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Time Person of the Year)’, 그리고 상징적인 잡지 표지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임지는 2021년 잡지 표지 세 개를 디자인해 NFT로 내놓아 43만 5,000달러(약 5억 6,000만 원)에 낙찰시키면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크립토미디어(cryptomedia)’의 가능성을 탐색한 출판사 중 하나가 됐다(Southern, 2021). 2023년 타임지의 COO로 고용된 마크 하워드(Mark Howard)는 타임지의 브랜드 자산이 결국 가장 중요한 차별점이며 NFT나 AI 등의 혁신을 적용해 수익화하는 방향을 찾는 것이 향후 중요한 전략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Stenberg, 2023b).


잡지사에서 브랜드 중심 비즈니스로

 

2018년 타임지는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창업자인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에게 인수됐다. 세일즈포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소프트웨어 플랫폼 중 하나다.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마케팅 비즈니스 플랫폼 중 하나의 설립자가 타임지의 오너라는 점에서 이미 타임지가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번 타임지의 디지털 구독제 폐지는 타임지가 ‘잡지사’에서 ‘브랜드’ 중심 비즈니스로 본격 전환하는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100년간 식자층과 글로벌 리더를 대상으로 정제된 콘텐츠를 제공해 명성을 쌓았다면 이제는 그 명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브랜드 자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현재까지는 이벤트나 스폰서십과 더불어 보유하고 있는 IP(지식재산권) 등에 혁신을 입혀 수입원을 다각화하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구독제를 폐지함으로써 타임지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구독 페이월 바깥에 있지만 타임지의 콘텐츠나 브랜드에는 관심이 있었던 독자·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무료 뉴스레터를 통해 이들이 웹사이트에 ‘등록’할 수 있게 한다면 타임지는 이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이는 타임지가 진행하고자 하는 이벤트 및 다른 상품 기획에 핵심적인 퍼스트파티 데이터(first-party data)1)가 될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유료 구독제를 폐지했다고 해서 유료 구독 수입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일 수 있다. 매일 접할 수 있는 ‘뉴스’는 인터넷 어디서든 무료로 구할 수 있지만, 보다 세부적인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믿을 수 있는 심층적인 보도는 더욱 접하기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 미디어 환경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이슈에 대한 차별된 콘텐츠나 구독 상품들이 나타나고 있고, 타임지 또한 사업체들의 환경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론칭한 플랫폼 ‘CO2’와 관련해 유료 구독제 전략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Felsenthal, 2022; Tobitt, 2023). 

 

대부분의 언론사는 타임지와 같은 글로벌한 명성과 브랜드 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타임지의 디지털 유료 구독제 폐지가 업계에 일으킬 단기적인 파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축적된 브랜드 자산이 구독과 광고 이외에 수입원 다각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중소 규모 지역 언론의 경우 해당 지역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명성과 신뢰를 쌓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브랜드 자산을 수익화하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특히 미국 사회에서 지역 언론들은 지역 공동체를 엮어주는 하나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곤 한다. 타임지가 다양한 이벤트 등을 통해 글로벌 지식인과 리더 사이에서의 브랜드 입지를 견고하게 하듯, 지역 언론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동체 이벤트들을 더 확장하고 이를 통해 언론사 ‘브랜드’의 가치와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면 장기적인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타임지의 디지털 유료 구독제 폐지를 단순히 구독 기반 비즈니스 모델의 위기 정도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배경이 미디어 산업 전반에 가질 수 있는 시사점에 대해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1) 데이터를 이용하는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서 수집한 고객 정보 데이터.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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