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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월드와이드] 호주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3-08-25

호주의 공영방송 ABC(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가 미국의 공영방송 NPR과 PBS에 이어 자사의 트위터(현재 ‘X’) 계정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ABC의 간판 시사 토론 프로그램인 <큐 앤드 에이(Q+A)> 트위터 계정(@qanda)을 비롯한 총 20개의 트위터 계정 중 ABC뉴스(@abcnews), ABC스포츠(@abcsport), ABC중국어(@abcchinese), ABC오스트레일리아(@abcaustralia)를 포함한 4개 계정만 남기고 모두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ABC뉴스 트위터 계정은 팔로워 수가 220만에 달하며, ABC스포츠는 16만, ABC중국어는 38만, ABC오스트레일리아는 12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일찍이 NPR, PBS와는 달리 ABC는 자사의 트위터 계정을 삭제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1) 바가 있어, ABC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적잖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ABC 기자에 대한 인종차별 공격 논란

 

이번 ABC 트위터 계정 삭제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 논란이 있다. 그중 하나는 ABC 기자들을 둘러싼 인종차별적 공격이다. 지난 5월 호주 간판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큐 앤드 에이>를 진행하는 호주 원주민 출신 대기자(大記者) 스탠 그랜트(Stan Grant)가 찰스 3세의 대관식 중계방송에 게스트 중 한 명으로 출연해 해설하던 중, “영국 왕실은 원주민 침략과 토지 강탈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중계방송에서는 호주의 공화제 전환이라는 매우 민감한 문제 또한 패널들 사이에서 논의되기도 했는데, 방송 이후 영국 국왕의 대관식 중계방송에서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보수 성향 미디어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또한 대관식 중계방송 중 총 1,832건의 시청자 불만 의견이 접수됐다. 이 발언 후 스탠 그랜트에 대한 비난과 인종차별적 공격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됐다. 그가 진행하던 <큐 앤드 에이> 트위터 계정에는 그를 향한 인종차별적 글이 쏟아졌으며,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그러나 이 사태의 발단은 스탠 그랜트에 대한 호주 언론의 집중적인 공격에 있다. 중계방송에는 다른 기자와 전문가들도 출연해 논란이 된 사안들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으나, 언론은 유독 스탠 그랜트에 초점을 맞췄다. 대관식 중계방송 중 언급된 호주의 식민 역사, 공화제 전환 등과 같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집중되는 동안 호주의 주요 신문 1면에는 스탠의 이름만 11차례 언급됐는데, 이는 그와 같이 출연한 다른 패널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집중을 받은 것이다.2) 특히 호주 주요 신문들은 이번 ABC의 중계방송 논란에서 스탠 그랜트 개인에 집중해 이슈를 개인화시키는 보도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소셜미디어에서 그를 향한 대중의 인신 공격적 반응에 불을 지핀 셈이었다. 언론의 집중적인 공격과 더불어 소셜미디어에서 행해진 자신과 가족을 향한 인종차별적 댓글 공격을 견디지 못한 스탠은 결국 <큐 앤드 에이> 사회자 자리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스탠 그랜트가 호주 언론계에서 몇 안 되는 원주민 출신 언론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사퇴가 호주 언론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무겁다. 원주민 및 인종 관련 사회적 이슈의 공론화에 미치는 언론의 영향력과 더불어 소셜미디어에서 행해지는 대중의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이 논란 확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스탠 그랜트는 기고문에서 이번 논란의 과정에서 사측(ABC)으로부터 어떠한 권익 보호도 받지 못했으며, ABC는 이번 사태 해결에 제도적으로 실패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ABC 기자들 또한 사측에 강력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며 공개적으로 스탠 그랜트 지지 시위를 열기도 하였다.3)


인신공격에 대한 대처는 기자 개인의 몫

 

원주민 출신 유명 언론인에 대한 호주 보수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대중의 집중적 공격은 작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 때도 문제가 됐다. 원주민 출신 호주 원주민 방송(NITV, National Indigenous Television) 뉴스 진행자 나렐다 제이콥스(Narelda Jacobs)는 영국 여왕 서거 방송 보도 중, 영국 왕실은 영국이 자행한 식민 역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나렐다의 발언은 호주 주요 언론의 비난을 받았으며, 더불어 소셜미디어에서 대중의 반응이 과열되며 파문은 커졌다. 영국 여왕의 서거 날 호주 식민 역사에 대한 사과 요구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셌으며, 그중 많은 댓글은 나렐다에게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호주에서도 언론인들을 향한 온라인 인종차별 및 인신공격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다. 호주 원주민계, 이민자, 다문화 출신, 성소수자, 장애인 기자를 대상으로 심층 조사한 언론인 온라인 안전성(Online Safety of Diverse Journalists) 보고서4)에 따르면 조사 대상 언론인 중 85%가 온라인에서 인신공격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50%는 온라인에서의 인신공격이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진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42%는 이러한 온라인 인신공격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11%는 매일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주목할 점은 특정 공휴일에 비주류 출신 배경의 언론인들에 대한 공격이 고조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인데, 특히 호주 건국기념일인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5)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을 기리는 앤잭데이(ANZAC day, 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 취재 보도 시, 자신들의 코멘트가 언론 및 대중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조심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비주류 출신 배경의 언론인들이 겪고 있는 온라인 인종차별과 인신공격이 일상화되면서 이것이 ‘직업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공격에 대한 대처를 기자 개인의 몫으로 간주하면서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기자로서 자질이나 직업 정신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선입견으로 인해 기자들 대부분이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온라인 인신공격에 대응해 누구에게 지원을 받고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대부분이 친구·가족·동료라고 언급했지만, 사측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는 응답자는 26%에 불과해 언론사의 인종차별 및 인신공격에 대한 안전과 권익 보호 장치가 매우 미흡함을 보여주었다. 조사에 참여한 한 언론인은 인터뷰에서 언론인들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장려하는 반면, 플랫폼에서 행해지는 인종차별과 인신공격으로부터 언론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장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2022년 미디어 다양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공영방송 ABC의경우, 뉴스룸 내 중견 언론인 중 비앵글로색슨계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주 주요 방송사 뉴스룸에서 원주민계 언론인은 극히 드물다. 호주와 같은 다문화 사회에서는 언론이 다양성을 대변하고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을 통해 다양한 인종, 문화, 신념 그리고 관점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주민계, 이민자 및 다문화 배경 출신 언론인 부족은 호주의 역사와 문화적 복원에 대한 논의와 함께 더 많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갈등 막고 해결책 찾는 언론의 역할 중요


호주는 올해 원주민 대변 헌법 기구 ‘보이스(Voice)’ 설립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를 앞두고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원주민 대변 기구 신설과 더불어 그 어느 때보다 호주의 원주민 식민지 역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란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스탠 그랜트의 방송 사퇴는 이러한 이슈를 중심으로 호주 정치사회의 갈등이 얼마나 고조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언론인이 특정 이슈에 대해 보도한 후 온라인에서 그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면 일부 분노한 사람들이 실제로 언론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위협할 수 있고, 이러한 위험은 언론인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 이용 확산은 개인의 소통 창구를 열어주는 동시에, 빠른 정보 공유를 통해 급작스러운 분노와 확산을 유발하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특정 이슈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과 논란의 뒤에는 언론인들이 있다. 언론인을 온라인 인신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적·기술적·사회적인 다양한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정 사안을 둘러싼 분노와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이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해석을 제공하고, 대화를 통해 이해와 해결책을 찾는 언론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1) Meade, A., <ABC rejects claims it was ‘swamped’ by complaints about King Charles III coronation coverage>, The Guardian, 2023.5.24,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3/may/24/abc-rejects-claims-it-was-swampedby-complaints-about-its-coverage-ofcharles-iiis-coronation

2) Muller, D., <Stan Grant’s treatment is a failure of ABC’s leadership, mass media, and debate in this country>. The Conversation, 2023.5.22, https://theconversation.com/stan-grantstreatment-is-a-failure-of-abcsleadership-mass-media-and-debatein-this-country-206080

3) Shields, J., <ABC staff rally in show of support for Stan Grant>, ABC, 2023.5.22, https://www.abc.net.au/news/2023-05-22/abc-staff-alkout-of-offices-in-support-of-stangrant/102377628

4) 언론인 온라인 안전성 조사는 2023년 원주민, 다문화 출신, 성소수자, 장애인 기자 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개별 인터뷰를 실시

했다. https://www.mediadiversityaustralia.org/online-safety-of-diverse-journalists/

5)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1788년 1월 26일 영국의 아서 필립(Arthur Phillip) 선장이 이끄는 첫 선단이 시드니 보타니 베이(Botany Bay)에 도착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를 영국의 식민지로 선포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1994년에 국경일로 제정됐다. 호주 원주민 관련 단체들은 이날을 ‘원주민 침공의 날’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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