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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월드와이드] 프랑스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3-08-25

올여름도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홍수, 자연발화 산불 등의 재난을 겪고 있다. 유럽과 북미는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사망자들이 발생하고, 하와이의 마우이섬에서는 100년 만에 발생한 미국 최악의 화재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우리나라 면적의 약 40%가 두 달 넘게 불탔다는 캐나다의 산불 역시 이례적인 참사로 기록된다. 여름 내내 언론을 통해 접하는 자연재해 소식에는 항상 이 모든 것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이제 기후변화는 교과서에서 남의 일처럼 접하던 스모그, 대기오염, 온실가스 같은 표현을 넘어 모든 인류의 일상 그리고 생명과 직결된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UN 차원에서 기후 협약을 맺고, 매년 당사국총회를 개최해 머리를 맞대고 있으며 관련 법을 제정하는 등 인류 공동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가장 앞서 참여하고 있는 나라가 프랑스다.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이미 환경법, 에너지법,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법률 등을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을 넘어 개별 시민, 지역공동체 등 많은 이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에 기업들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굳이 ESG 경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실천하고 있음을 매년 연차 보고서를 통해 알리고 있다. 프랑스 미디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방송사, 영화제작사 등은 자신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문과방송》 2023년 5월호에 실린 프랑스 방송사들의 날씨 뉴스 개편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이어 이 글에서는 프랑스 인쇄 미디어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후변화 대응 1: 의제 설정과 공론장 역할

 

인쇄 미디어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의제를 형성하는 것과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언론사에게는 전자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일 것이다. 지난 2월 ACPM(l’Alliance pour les Chiffres de la Presse et des M dias)1)이 발행한 <언론사의 기후변화 대응 참여 백서>에서도 언론사들이 실천하고 있는 여섯 가지 약속 중 첫 번째로 제시된 것이 바로 “믿을 수 있고, 심도 있으며 지속적인 정보 제공”이었다. 이를 통해 언론사 본연의 역할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 언론사들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기후변화와 생태전환 등에 관한 의제 설정 역할을 해오고 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개최된 것을 계기로 프랑스에서 기후 및 환경문제가 사회적 중요 의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또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불거진 유럽의 에너지 문제도 한몫했다. 이에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관련 법 제정은 물론 기후 문제를 학교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사회 전반에서 기후변화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언론사들 또한 다양한 보도를 통해 시민들이 기후변화 및 생태전환(transition cologique)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도록 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년간 알리앙스프레스(Alliance Presse) 회원사 278곳에서 발행한 1억 8,000만 건의 기사를 분석한 아데이(Aday)와 사회및소비연구소(l’Observatoire Soci t & Consommation)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생태전환을 주제로 한 기사 수가 9,300여 건에서 2020년 26,300여 건으로 약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Aday·ObSoCo, 2022). 2021년 1월~2022년 9월 30일까지의 생태전환에 관한 기사 약 10만 건을 분석한 또 다른 조사(ObSoCo, 2023)에서는 2022년 매월 평균 5,000여 개의 관련 기사가 보도됐고, 전년도 대비 보도 건수가 11% 이상 늘어난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보도량은 2022년 가장 중요한 이슈였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기사와 비슷한 비중이라는 점에서 프랑스 언론사들이 기후 및 생태전환의 의제 설정에 얼마나 책임의식을 갖고 앞장서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프랑스 언론사들은 언론사 단체 차원에서 지난 2022년 7월부터 가시적으로 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프랑스 지역 일간지들은 ‘내일을 찾아(En Qu te De Demain)’ 프로젝트를 시작해, 올 5월까지 총 4회째를 맞았다. 약 50개의 지역 일간지가 모여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기후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적절한 해결책,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생태전환 등을 주제로 특별판을 발행하는 프로젝트다. 식품, 농업, 순환 경제, 소비, 쓰레기 배출, 종 다양성, 기후 등과 관련된 150여 건의 기사를 약 16페이지의 종이신문과 디지털 신문으로 연 2회 펴낸다. 참여 언론사들은 엄격한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과학적인 사실에 입각한 기후변화 관련 사실을 전달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긍정적인 사례를 발굴·소개한다. 인류 당면 과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Ouest-France, 2023).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역 일간지 50여 개의 구독자를 합하면 약 4,000만 명에 이른다. 기후변화의 대응 방법과 전략을 널리 알리겠다는 의도와 목적 달성에 유의미한 숫자다. 또한 최근 탐사 저널리즘이나 솔루션 저널리즘 영역에서 주목하고 있는 여러 언론사와 언론인이 연합해 공동 문제의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맥락에서도 중요한 도전이기도 하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은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유의미한 시도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 2: 탄소 배출 줄이기

 

프랑스 인쇄 미디어 언론사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의제 설정의 역할을 넘어 업계의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탄소 배출량을 직접 줄이는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전술한 <언론사의 기후 변화 대응 참여 백서>에 따르면 프랑스 인쇄 미디어 기업들은 여섯 가지 실천 영역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네 가지가 언론사 탄소 배출 감소, 지속가능한 생산, 친환경적 배급, 효율적인 디지털 유통 등 언론 기업으로서 정보의 생산·유통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 

 

탄소 배출 감소 노력은 이미 여러 언론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언론사들은 최근 탄소 배출량 계산 시 직접 에너지 배출인 범위 1(Scope 1)과 간접 에너지 배출 범위 2(Scope 2)뿐만 아니라 조직의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 범위3(Scope 3)까지 계산에 포함하고 있다. 광고 배포에 따른 탄소 배출량까지 계산에 포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광고주 및 광고사에게 친환경 정책을 유도할 수 있다. 탄소 배출 계산 도입 정책은 가시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 등을 확인하고 감축 목표를 설정해 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021년 알리앙스프레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일간지의 70%가 자사 탄소 배출량을 계산한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2022년에는 잡지사연합(SEPM), 전문지연맹(FNPS)도 탄소 배출 계산을 시작하면서 탄소 배출량 감축 정책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ACPM, 2023).

 

인쇄 미디어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정책은 다양한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생산 공정 관련 정책으로, 최대한 친환경적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활용하는 동시에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프랑스 인쇄 미디어 기업들은 종이신문과 잡지를 발행할 때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종이와 잉크 사용에 적극적이다. 유럽에서는 새로운 나무를 심고 나무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종 다양성 존중, 토양과 수질 보호, 양질의 풍경 및 경관 유지 등 헬싱키 기준에 의한 지속가능한 산림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2020년 발행된 프랑스 잡지의 98.3%가 지속가능한 관리가 인증된 산림의 종이로 만들어졌다. 

 

또 2021년 종합일간지에 사용된 종이 100%가 산림인증승인프로그램(PEFC)의 인증을 받은 산림에서 생산된 종이였다. 재활용 종이 사용도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2021년 유료 일간지의 95%, 잡지의 31%가 50% 이상 재활용 종이를 포함한 종이로 발행된 것으로 조사됐다(Goux, 2023). 인쇄 단계에서도 미네랄 오일 함유가 높은 잉크 사용을 줄이고, 식물성 잉크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2022년 ‘블루 앤젤’ 인증을 받은 친환경 잉크 사용이 97%까지 높아졌다. 그리고 오늘날 프랑스 신문 인쇄소의 95%가 ‘녹색 인쇄’ 인증 혹은 ISO 14001 인증을 받은 윤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발행한 종이신문과 잡지의 처리도 중요한 문제다. 인쇄된 신문이 사용 이후 재활용될 수 있도록 친환경적으로 제작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잡지에 사용되는 스테이플러 철심 대신 재활용에 문제가 되지 않는 접착제를 사용하거나 잡지 표지 코팅을 UV 코팅 대신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바꾸는 것 등이다. 그 결과 2012년 약 47%의 신문과 잡지가 재활용된 것에 비해 2021년에는 62%까지 재활용 비율이 늘어났다. 판매되지 않은 발행본은 프랑스 신문배급협회(SADP)와 재활용 회사가 참여해 수거와 재활용 과정을 최적화하고 있다. 판매처로 신문과 잡지를 배송하고 남은 부수는 바로 신문사로 보낸다. 폐지는 인쇄 현장에서 재활용 업체와 계약을 통해 바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재고는 거의 전부 재활용되고 있다. 또한 일부 언론사는 구독자가 읽은 신문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구독자와 함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에 있다(ACPM, 2023). 

 

 

알리앙스프레스의 ‘내일을 찾아’ 프로젝트 포스터 <출처 - 알리앙스프레스>2)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인쇄·유통·배급 과정에서 주로 이뤄진다. 언론사들은 인쇄소에서 에너지를 덜 사용하고, 물과 잉크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인쇄 시설 현대화에 투자하고 있다. 또, 인쇄 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사무실 난방에 활용하거나 다시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안에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신문 유통 및 배급을 위한 이동 거리를 줄이기 위해 전국지와 지역지 간 인쇄소 및 공동 배급소 재구조화를 통해 이들을 분산시키고, 지역 일간지와 잡지사 네트워크 간에 공동 배급과 유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 재편성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 단위 수준에서 최적화된 판매처 및 배급소 지점을 찾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는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언론사에게도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 

 

유통 및 배급사 차원에서도 배송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천연가스 혹은 전기차 구입을 진행 중이다. 가정으로 배달되는 인쇄물은 우편시스템을 활용하는데 우정 당국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5% 감축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국내 비행기 수송을 줄이고 전기차, 전기 자전거 배달을 실시하고 있다. 포장재 역시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 종이봉투나 셀룰로스 포장재를 개발해왔다. 특정한 종류의 발행물에 대해서는 포장없이 발송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는데, 2022년부터는 주간지, 일간지의 70%를 포장 없이 발송하고 있다. 디지털 발간물의 경우에도 인터넷과 서버 사용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보다 효율적이고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 가령, 웹사이트나 앱에서 데이터를 전환하거나 처리할 때 탄소 배출이 적은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ACPM, 2023).

 

이 밖에도 언론사들은 사무실을 적정 온도로 유지하거나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으며, 언론인들의 국내외 출장 등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 10여 년째 광고 지면을 통해 분리수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 국가 중 프랑스 언론사만이 유일한 사례다. 2020년에 진행된 재활용 캠페인은 89%의 프랑스인들에게 노출됐으며, 어린이 및 청소년 인쇄 미디어를 통해 약 100만 명의 어린이, 청소년에게도 전달됐다. 올해부터는 캠페인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ACPM, 2023). 

 

프랑스 인쇄 미디어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사의 사회적 책임이나 미디어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논의와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언론사 역할에 우선 충실하라는 충고를 받거나, 선언적 수준이나 미온적 태도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프랑스 인쇄 미디어 기업의 다양한 시도에서 시사점을 얻어 우리 미디어 기업들도 창의적인 방안을 고안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주길 바란다. 

 

 

 

 

 

1) 한국의 ABC협회와 유사한 프랑스 기관으로 2007년 설립된 인쇄 미디어 구독자 수 집계 기관 아우디프레스(Audipresse)와 1923년 설립된 인쇄 미디어 발행부수 집계기관 OJD가 2015년 합병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전국종합일간지연합(APIG, Alliance de la Presse d'Information G n rale), 잡지사연합(SEPM, Syndicat des Editeurs de la Presse Magazine), 전문지연맹(FNPS, F d ration Nationale de la Presse d'information Spcialis e), 무가지연합(Apgi, Associaton de la presse gratuite d'information) 등의 대표들로 구성된 인쇄 미디어 관련 대표 조직이다.

2) 알리앙스프레스(Alliance Presse)는 2018년 설립된 시사 종합일간지 연합이다. https://www.alliancepresse.fr/actualite/la-pressese-mobilise-face-a-lurgence-clima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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