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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월드와이드] 미국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3-08-25

지난 8월 11일 금요일, 미국 캔자스주 중부에 위치한 소도시 매리언(Marion)의 소규모 언론사 매리언카운티레코드(Marion County Record) 사무실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경찰은 언론사 사무실에서 컴퓨터, 휴대폰 등의 장비를 압수해 갔다(Andrade & Farhi, 2023). 급습 당일 경찰은 본사뿐만 아니라 매리언카운티레코드 편집장의 자택에도 예고 없이 방문해 수색하고 편집장의 어머니이자 언론사 공동 소유자인 조앤 마이어(Joan Meyer)를 조사했다. 경찰이 언론사를 급습해 압수수색하는 경우는 미국에서 드문 데다가 다른 범죄에 대한 증거 때문이 아니라 기자 활동을 이유로 수색을 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Bauder & Salter, 2023). 이 때문에 해당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뉴욕타임스, CNN 등 대형 매체의 관심을 끌었고,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지역 소상공인과의 갈등이 급습 배경

 

이번 매리언카운티레코드 급습의 배경에는 한 지역 소상공인과의 갈등이 있었다. 매리언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캐리 뉴웰(Kari Newell)은 2008년 자신이 음주운전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에 대한 정보를 매리언카운티레코드가 불법적으로 입수해 보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뉴웰의 주장에 한 지역 판사가 매리언카운티레코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의 급습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매리언카운티레코드의 편집장이자 공동 소유자인 에릭 마이어(Eric Meyer)는 경찰의 행위가 위법이라고 비판하며 해당 정보를 불법적으로 입수한 적도 없을 뿐더러 실제 보도된 바도 없다고 맞받았다. 게다가 98세의 고령이었던 조앤 마이어가 경찰 급습 다음날 사망했는데, 에릭 마이어는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슬픔이 주요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며 경찰의 이번 행위를 비난했다.

 

캐리 뉴웰과 매리언카운티레코드 간의 갈등은 경찰 급습이 이뤄지기 약 일주일 전부터 급격히 고조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음주운전 정보가 유출된 것을 알게 된 후 캐리 뉴웰은 경찰을 통해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이뤄진 캔자스주 제2선거구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제이크 라터너(Jake LaTurner)의 캠페인에 에릭 마이어와 매리언카운티레코드의 기자 한 명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며칠 후 열린 시의회 회의에서 시의원 루스 허벨(Ruth Herbel)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입수해 매리언카운티레코드 기자와 공유했으며 이는 캔자스주 개인정보보호 및 신원 도용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뉴웰은 자신의 요식업 사업을 위한 주류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음주운전 유죄판결 기록은 허가를 받는 데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에릭 마이어는 기사를 통해 이를 정면 반박했다. 뉴웰에 대한 정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문사와 시의원에게 독립적으로 전달됐고, 매리언카운티레코드는 정보원에게 해당 정보를 팩트체크한 후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매리언카운티레코드는 뉴웰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채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매리언시 경찰과 보안관에게 전달했다(Meyer, 2023). 또한 마이어는 시의회 회의 이후 매리언카운티레코드와의 대화에서 뉴웰이 음주운전과 관련된 정보가 사실임을 인정했고 현재 이혼 소송 중에 있는 남편이 자신이 보유한 차량 소유권을 얻기 위해 이러한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Meyer, 2023).

 

나아가 매리언카운티레코드가 최근 매리언시 경찰서장으로 부임한 기디언 코디(Gideon Cody)가 매리언시로 오기 전 캔자스 시티에서 직장 내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었고 이에 대한 반향을 피하기 위해 매리언시로 왔다는 제보 내용을 조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수색에 대한 의문점이 더해지는 모양새다(Rice & Nozicka, 2023). 기디언 코디는 이번 수색을 진두지휘했고 코디에 대한 취재 내용들은 매리언카운티레코드사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었다(Kabas, 2023). 압수수색 당시 뉴웰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던 기자뿐만 아니라 별도로 코디에 대해 취재를 진행하던 기자의 컴퓨터 또한 같이 압수된 것에 대해 코디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다른 개인적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Hanna & Salter, 2023).

 

캔자스주 소도시, 수정헌법 1조 관련 논란의 한가운데에압수수색이 이뤄진 다음 주 매리언 카운티 검사 조엘 엔시(Joel Ensey)는 압수수색한 대상과 제기된 혐의 간 연관성을 확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압수된 매리언카운티레코드의 컴퓨터 등을 반환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경찰 급습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캔자스주 수사 기관(KBI, Kansas Bureau of Investigation)이 개입했고, KBI는 여전히 매리언카운티레코드에 제기된 혐의에 대한 수사 또한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Farhi & Andrade, 2023; Hanna & Slater, 2023).

 

금요일 경찰의 갑작스러운 압수수색 이후 일요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의 유수 언론사들과 언론 단체들은 매리언 경찰서장 코디를 수신인으로 한 공동 서한을 통해 뉴스룸에 대한 압수수색이 “자유 언론과 관련해 법 집행 기관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침입적인 행동 중 하나며, 언론과 대중들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억압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번 급습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Reporters Committee for Freedom of the Press, 2023). 캐린 장피에르(Karine Jean-Pierre) 백악관 공보관마저 16일 일일 브리핑에서 이 사건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모양새다(Hanna & Salter, 2023).

 

 

압수수색 후 발간된 매리언카운티레코드 지면 Ⓒ연합뉴스

 


작은 시골 마을 언론의 위치와 역할

 

캔자스주 매리언시의 인구는 2,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매리언 카운티로 확장해도 총 인구가 1만 1,000명에 불과하다.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주간지 매리언카운티레코드는 25년 전 현재 편집장의 부모인 빌과 조앤이 인수해 운영을 시작했고, 2021년 에릭 마이어가 넘겨받아 운영해오고 있다. 매리언에서 자란 에릭 마이어는 매리언카운티레코드를 넘겨받기 전 밀워키 저널 센티널(The Milwaukee Journal Sentinel)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역임하고 일리노이대(University of Illinois)에서 26년 동안 저널리즘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특히 매리언과 같은 작은 시골 마을의 경우 지역언론은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다. 마을 주민 모두가 서로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시장, 경찰서장, 소방서장, 시의회 의원 등 도시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이웃사촌이다. 사회 통념적으로 언론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권력에 대한 감시자, 즉 워치독(watchdog)임을 생각할 때 매리언과 같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매리언카운티레코드와 같은 언론사는 마을 주민들과 애증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극명하게 드러난다(Draper, 2023). 특히, 현재 편집장인 에릭 마이어가 오랫동안 마을을 떠나 ‘엘리트’ 커리어를 이루고 돌아온 ‘외부인’이라는 면 또한 일부 마을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지점으로 다가온 듯하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인용된 매리언시 교회 목사 제레마이아 래인지(Jeremiah Lange)는 에릭 마이어 부임 후 지난 몇 년간 시의회와 매리언카운티레코드 간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고, 이번 사건은 그 긴장감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Draper, 2023). 지역언론의 역할은 비단 권력에 대한 감시와 같은 정치적 측면에 멈추지 않는다. 지역언론은 지역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사회적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Lowrey et al., 2008). 다시 말해 지역언론은 지역사회 구성원 간 상호 소통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매개된 사회적 자본(mediated social capital)’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Hess, 2015).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언론의 자유 억압 가능성 측면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향후 수사의 방향이나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헌법과 직접적으로 연관 지을 수 있는 사건인 만큼 논란은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 내, 특히 매리언과 같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지역언론이 시민사회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정치적인 감시자와 지역사회 통합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은 어떻게 정의돼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사건으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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