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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팩트체크 콘퍼런스인 글로벌팩트10이 지난 6월 28~30일 서울에서 개최됐다. AI 시대를 맞아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보다 정교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 팩트체크 현황과 새로운 기술 등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던 이번 행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세계 각국의 팩트체커가 서울에 모였다. 지난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포인터연구소(Poynter Institute) 산하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가 주최하는 연례 콘퍼런스인 글로벌팩트 열 번째 행사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글로벌팩트가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80여 개 국가 1,500명 이상의 언론인, 팩트체커, 연구자, 플랫폼 관계자 등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허위·조작정보에 맞서 싸운 경험을 공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익히면서 AI 시대 새로운 도전에 대해 논의했다.
정보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팩트체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부당한 정치·국가권력이나 전시 상황에서도 물리적, 정신적 위협을 감수하고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힘쓰고 있는 팩트체커들의 경험이 공유됐다. 둘째 날 기조 발표에서는 오랜 기간 친러시아 인터넷 트롤1)들의 활동을 끈질기게 조사해 허위·조작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포하며 선전·선동하는 ‘트롤 공장’의 정체를 밝힌 핀란드 탐사보도 언론인 예시카 아로(Jessikka Aro)의 취재 경험담이 소개됐다. 그는 러시아가 허위 정보를 이용해 브렉시트(Brexit) 선거 과정에서 영국의 탈퇴를 부추기고, 유럽연합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전쟁을 시작했다거나, 푸틴은 평화를 원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계속 전쟁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허위 정보를 각국에 조직적으로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로 기자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허위·조작 선전물을 퍼뜨리는 러시아 트롤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트롤 공장의 구직자로 위장해 잠입 취재를 시도했다. 또한 핀란드 대중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사례를 공개적으로 수집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과 보도를 토대로 2019년에 《푸틴의 트롤(Putin’s Trolls)》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러나 그녀는 이 보도로 핀란드 안팎에서 많은 괴롭힘을 당했다. 스무 살에 마약 관련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이 유포되는 등 소위 ‘신상 털기’를 당했고, 직간접적 신체적 위협도 받았다고 했다. 그러다 핀란드를 2년 이상 떠나게 됐고, 그러면서도 취재 활동을 이어갔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괴롭힘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기조 발표가 끝나고 각국에서 온 청중들이 그녀의 용기에 기립박수를 보내자 그녀는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아로 기자는 언론인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글을 계속 써야 한다. 흥미로운 글을 써야 한다”며 허위 정보에 맞서 지속적으로 독자들에게 사실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잔해 속 진실’이라는 제목의 세션에서 조지아 팩트체크 기관 미스디텍터(Myth Detector)의 타마르 킨수라슈빌리(Tamar Kintsurashvili) 편집장은 러시아의 허위 정보 공격에 더해 자국 정부로부터도 압박받는 이중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조지아 정부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에 대해 러시아 등 다른 나라로부터의 허위 정보 공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팩트체크 기관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여당 주도로 팩트체크 기관을 설립해 친정부적 메시지를 확산시키고 있으며, 그러면서 재원이 부족한 독립적인 팩트체크 기관의 활동은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친러시아 허위·조작정보 유포 단체(Putin’s Troll)의 정체를 밝힌 핀란드 탐사 언론인 예시카 아로가 대담을 하고 있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플랫폼 기업의 허위 정보 대응 정책과 팩트체커 협력
플랫폼을 통한 허위 정보 생산과 확산이 전 세계적 문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팩트체커와 어떤 협력을 하고 있는지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틱톡의 유해·허위 정보 글로벌정책 책임자인 니샤 쿠탄(Nisha Khuttan)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따라 게시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개인이나 사회에 위해를 미칠 수 있는 허위 정보를 차단한다고 말했다. 위해의 범주에 물리적 피해뿐 아니라 허위 정보가 이용자에 끼칠 수 있는 심리적·사회적·자산적 피해 등을 포함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자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또 생성형 AI로 만든 영상에는 이용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레이블을 부착(예: 합성, 허구, 실제 아님, 변형됨 등의 스티커나 자막)해야 하며, 미성년자·공인 합성, 성 착취, 특정 후보자 지지 등의 콘텐츠는 허용하지 않는다. 팩트체크를 위해 15개 기관 100여개 국가에서 협업하고 있으며, 틱톡 투명성 센터 발행 보고서를 통해 허위 정보 삭제 관련 사항
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IFCN의 인증을 받은 90여 개 팩트체크 기관과 협력해 60개 언어로 허위 정보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팩트체크 기관이 허위 정보라 판단하면 페이스북에서 콘텐츠 배포를 제한하고 AI를 사용해 해당 콘텐츠에 경고 레이블을 적용한다. 앨리스 부디사트리조(Alice Budisatrijo) 허위정보정책 매니저는 생성형 AI에 대해 “이를 활용한 영상과 사진으로 관련 정책에 위배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의 유튜브 뉴스·팩트체킹 전략파트너 책임자 루시 궈(Lucy Guo)는 유튜브를 통한 허위 정보 유통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머신러닝으로 권위 있는 출처의 정보를 사용했는지 판단하고, 이러한 영상이 검색 결과 혹은 다음 영상 추천에 우선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허위 정보가 담긴 영상은 정책에 따라 자동 삭제하거나 신고받아 확인 후 삭제하고 있다. 허위 정보를 지속적으로 유포하는 경우 주의-경고-계정 삭제 조치가 내려진다. 한편 그레이스 호이트(Grace Hoyt) 계정보안파트너십 책임자는 팩트체커와 언론인들이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어 개선된 사이버보안 보호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보안 툴들을 소개했다.

팩트체크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면
허위 정보와 팩트체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3개국(영국, 미국, 인도) 6,0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로지컬리팩트(Logically Facts)의 캐서린 왓슨(Katherine Watson) 글로벌마케팅 부사장이 발표했다. 허위 정보가 자국의 정치와 사회를 훼손하고 있는지에 대해 72%가 그렇다고 답했고, 허위 정보의 가장 심각한 부정적 영향은 건강과 인권에 영향을 미치고 때론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팩트체크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응답자는 74%로 높은 편이었다. 팩트체크가 필요한 영역은 선거 및 정치 이벤트, 의료 서비스 및 건강 선택권, 개인 안전 및 보안, 기후변화 및 환경 이슈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사람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팩트체크 방식은 기술을 사용하되 인간이 개입하는 방식(47%)이었고, 이어 인간의 개입 없이 기술만 사용하는 방식(24%), 전문가 검증 방식(14%) 순이었다. 팩트체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주된 이유는 팩트체크 관련 과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며, 또한 팩트체커가 편향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왓슨 부사장은 인공지능 기술과 팩트체커의 팩트체킹이 병행될 수 있어야 하며 팩트체크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보다 투명하게 사실 검증 과정을 공개해야 함을 강조했다.
새로운 팩트체크 도구들 소개돼
AI가 허위 정보 생산과 확산에 이용됨에 따라 팩트체커와 언론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챗GPT, 미드저니(Midjourney), 달리(DALL-E) 등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저비용으로 허위 정보를 대량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합성 미디어(synthetic media) 식별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팩트체크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도구를 활용해 허위 정보를 파헤칠 필요가 있다. 미국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기자 크레이그 실버맨(Craig Silverman)과 AFP미디어랩 R&D 책임자인 데니스 테이수(Denis Teyssou)가 그 방법을 소개했다.
특정 이미지의 조작 여부 판단에 필요한 맥락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구글 팩트체크 탐색기(Fact Check Explorer)의 이미지 검색 기능2)을 활용할 수 있다. 사진 등 이미지를 업로드하거나 URL을 입력하면 역이미지 검색(reverse image search)을 통해 해당 이미지의 진위, 즉 조작 여부를 팩트체크 탭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용된 날짜 정보와 사진 내용, 참조 사이트를 이미지 맥락 탭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사진이 처음 제공된 시점과 사용 맥락 등에 대한 이력을 추적해 팩트체크하는 방식이다.
웹페이지의 변경 이력을 추적해 팩트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 비영리재단 인터넷 아카이브(Internet Archive)에서 제공하는 웨이백 머신(Wayback Machine)3)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확인을 원하는 웹페이지의 URL을 입력하면 ‘변경(Changes)’ 탭에 웹페이지가 변경된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달력에 표시된다. 해당 날짜들을 클릭해 비교하면 웹페이지상에서 어떤 부분이 변경됐는지 표시된다. 이용자가 수집을 원하는 웹페이지가 있다면 직접 입력·저장해 관리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이미지, 비디오에 대한 팩트체크를 돕는 인비드(InVID)-위베리파이(WeVerify) 툴킷4)의 기능 중 원본 이미지와 조작 의심 이미지를 비교하는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CheckGif’와 딥페이크 영상을 감지해 분석하는 기능, 특정 인물에 대해 온라인상에 등록(registration)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왓츠마이네임(WhatsMyName)5), 특정 이메일과 전화번호가 사용된 SNS와 웹사이트를 확인할 수 있는 에피오스(Epieos)6) 등의 사용법이 소개됐다. 이런 방법들은 시간과 기술이 부족한 언론인과 팩트체커가 사실 여부를 빠르고 정확하게 검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1) 일반적으로 트롤(troll)은 온라인상에서 괴롭히거나 말꼬리 잡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러시아 허위·조작정보를 조직적으로 생산·유포하는 행위를 러시아인들이 트롤이라 일컬었다.
2) 팩트체크 탐색기의 이미지 검색 기능은 2023년 6월 29일에 오픈한 베타 서비스이므로, 사용을 위해선 별도 신청해 승인을 얻어야 한다. 신청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shorturl.at/cASVY
3) 인터넷 아카이브 사이트(https://archive.org)와 웨이백 머신 크롬 확장 프로그램(https://shorturl.at/bACXZ)을 활용하면 된다.
4) 크롬 확장 프로그램 ‘Fake news debunker’(https://shorturl.at/hkwFM)를 활용하면 되며, 일부 기능에 한해 승인 받은 언론인이나 연구자에게만 클로즈 베타 서비스 형태로 제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