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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유튜브 채널의 영향력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후보 대부분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을 홍보하고, 개표 방송 시청률 또한 방송사를 앞질렀다. 기존 미디어가 담당했던 공론장이 이제 유튜브로 옮겨간 것인지, 이번 선거에서의 양상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유튜브 총선’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자들이 선거운동 기간 언론에 나와 인터뷰한 것보다 시사·정치 유튜브 채널이나 후보자 개인 채널에서 발언한 내용이 더 화제였고 파장도 컸다. 기성 언론들도 유튜브에서 후보자들이 얘기한 내용을 받아 적기에 바빴다. 사실 대다수 후보자는 기성 언론의 마이크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언제든 자신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유튜브는 후보자들에게 하나의 기회였던 셈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언론의 역할을 되짚는 기사만큼이나 유튜브의 역할을 다룬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띈다. 심지어 유튜브가 총선 당락을 갈랐다거나, 기존 미디어에서 주도하던 공론장이 유튜브로 넘어갔다는 평가도 있다. 다소 과장된 해석이라 할지라도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유튜브 정치 시대가 개막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몇몇 장면들을 포착해 소개하고자 한다.
날것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라이브로
이번 총선에서 유튜브를 가장 잘 활용했다고 평가받는 정치인은 구독자 100만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후보(인천 계양을)가 꼽힌다.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활용해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고, 이것이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피곤한 듯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차에서 간단히 식사하는 모습을 노출하면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넌지시 전했다. 유튜브 생리를 잘 파악해 영상 시작이나 끝에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아시죠?”라는 멘트를 한다.
지지층 결집에도 한몫했다. 차로 이동하는 와중에 소위 격전지를 거론하며 후보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고 투표를 독려하면서 꾸준히 지지층을 모으고자 힘썼다. 수도권 유세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면서도, 총 17회에 걸쳐 유튜브를 통해 격전지 후보들과 통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유튜브 원격 지원’을 하기도 했다. 재판 출석으로 선거 유세에 나서지 못해도 휴정과 재판 후 이동하는 상황에서 라이브 방송을 직접 켰다.
언론에 이중으로 노출되는 효과도 톡톡히 봤다. 현장 유세는 현장 유세대로 언론에 보도되고, 개인 유튜브 방송 역시 언론의 관심을 받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 된 것이다.
라이브 방송 중 나온 실언은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류삼영 후보(서울 동작을)를 지원하면서 맞상대인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를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해 막말 논란이 일었고, 지지를 호소하고 차량에 탑승하면서 “일하는 척했네”라고 말해 유권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젊은 세대 공략 위해 쇼츠로 친근하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설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젊은 유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모습들도 역력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후보(부산 북갑)는 음원 차트 상위의 인기곡인 가수 비비의 ‘밤양갱’을 개사해 자신의 서부산 고속철도 건설 공약을 설명하고자 했는데, 그 가사에 맞춰 연기하는 쇼츠를 올렸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남구)는 동일한 곡을 개사해 직접 노래 부른 쇼츠 영상을 올려 젊은 감각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숏폼에서 유행하는 챌린지를 활용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조해진 국민의힘 후보(경남 김해을)는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는 심정을 유권자에게 전하며 지지를 호소하고자 두 딸과 함께 가수 TWS(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의 주요 파트 안무를 따라 하기도 했다(#첫만남챌린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후보(충남 아산을)는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춤인 #슬릭백챌린지를 활용해 염수 분사 장치 및 열선 설치와 같은 빙판길 대책을 홍보하기도 했다.
한편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경기 성남분당을)의 맞상대로 주목받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출마 지역구의 프로필을 다시 쓰겠다며 최근 몇 년 새 유행인 바디프로필을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언론은 이런 장면들을 이색적인 선거운동이라며 보도에 담아 후보자들은 더 많은 유권자에게 노출되는 효과를 거뒀다.
정치·시사 유튜브 전성시대
정치 영역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확장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듯하다. 언론 신뢰의 하락과 정치적 양극화가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에서 생산하는 콘텐츠 소비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또렷해진 이러한 현상을 일본의 한 유력 일간지가 포착해 분석 기사를 내기도 했다.1) 유튜브에서는 자신의 정치 성향에 부합한 콘텐츠만을 이용하는 경향이 지속적으로 관찰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후보자들은 확실한 표를 잡기 위해 정치·시사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
과거 이러한 유튜브 채널에서 발언한 내용 때문에 진땀을 뺀 후보도 있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경기 수원정)는 2022년 8월 유튜브 방송 <김용민TV>에 출연해 소위 이화여대 성상납 발언을 한 바 있다. 이화여대 동문 700명은 집회를 열어 사퇴를 촉구하고, 사퇴 촉구서에 약 1만 1,000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한 실언이 반대 여론을 만들어 내고 관련 유권자들이 행동하게 만든 것이다.

개표 방송도 유튜브로
각 방송사의 개표 방송을 유튜브로 보는 시청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MBC 개표 방송 라이브는 동시 접속자 38만 명을 기록해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SBS는 7만 8,000명, KBS는 4만 9,000명, JTBC는 3만 7,000명, 채널A는 3만 2,000명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2)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의 개표 방송뿐만 아니라, 유튜브 방송인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개표공장>에 20만 명이 넘는 접속자가 동시에 몰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3)
개인화된 모바일 시청 패턴 때문에 유튜브 시청자 수가 증가한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유권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실시간 댓글을 통해 파악하고 그들과 토론하는 과정이, 수 시간 동안 연속 시청하는 지루함을 잊게 해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튜브 라이브를 염두에 두고 MBC는 TV 방송과 별개로 라디오 개표 방송을 분리해 유튜브로 송출했는데 출연 패널들의 심층 분석과 해석이 풍성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향후 유튜브 정치의 진화 양상이 궁금해진다.
1) 정원석, <믿을 건 유튜브밖에…韓총선과 유튜브 영향력 조명한 日아사히>, 중앙일보, 2024.4.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1285#home
2) 금준경, <총선 개표 방송 TV·유튜브 모두 MBC 1위>, 미디어오늘, 2024.4.11,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
html?idxno=317304
3) 금준경, <[2024 총선 기획] 언론보다 유튜브를 더 신뢰하십니까?>, 미디어오늘, 2024.4.27,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6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