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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유튜브가 바꿔놓은 미디어 판도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3-08-25

유튜브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검색엔진 역할까지 도맡으며 인터넷 관문 역할을 하고 음악, 영화, 라이브 커머스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뉴스도 유튜브로 보는 시대, 그 영향력은 얼마만큼이고 어디까지 확대될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 4월 백상예술대상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유튜브 채널인 <피식대학>이 TV 부문 예능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피식대학>은 지상파 공채 개그맨 출신인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 세 명이 시작한 웹 예능 채널이다. 출범 초기부터 지상파 방송에선 쉽게 보기 힘든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예능을 선보인 <피식대학>은 유튜브 구독자가 22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피식대학>은 웬만한 지상파 방송 못지않은 섭외력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방탄소년단 RM을 비롯한 인기 스타들이 출연할 정도였다. 이처럼 유튜브에서는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했던 <피식대학>이지만 국내 최고 권위 종합 예술상을 받은 것은 또 다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상파TV가 주도하던 방송 권력이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피식대학> 사례는 유튜브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유튜브는 이미 검색엔진까지 대체하면서 인터넷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9년 실시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관심 있는 주제를 검색할 때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답변이 37.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포털 및 검색엔진에서 찾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3.6%였다. 

 

처음엔 단순히 영상을 보는 플랫폼에 불과했던 유튜브가 실생활의 거의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 곳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유튜브는 이제 기존 미디어 권력과 미디어 소비 행태까지 바꿔놓고 있다. 뉴스나 드라마 같은 각종 방송 프로그램도 TV 대신 유튜브에서 보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 예능이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예전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유튜브로 무대를 옮긴 많은 예능인은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한 <피식대학> 외에도 래퍼 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가수 뱀뱀의 <뱀집>을 비롯해 많은 인기 채널이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 열풍은 일반인 창작자들에게도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다. 최근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란 콘텐츠 제작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 3조 9,000억 원대였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은 2021년엔 6조 원대로 성장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는 이 시장이 올해는 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콘텐츠 제작자만 1,750만 명에 이른다. 한국인 열 명 중 세 명은 콘텐츠 제작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장벽을 허물다

 

포털이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뉴스 소비 시장에서도 유튜브의 약진은 눈에 띈다.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튜브가 중요한 뉴스 소비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는 한때 대표적인 뉴스 유통 채널 중 하나였던 페이스북을 제쳤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2016년에는 유튜브(16%)보다 페이스북(24%)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2022년에는 오히려 유튜브(44%)가 페이스북(16%)을 압도했다. 2017년부터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이 매해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페이스북 뉴스 이용은 2017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오랜 기간 영상, 특히 방송 소비 시장은 프로그램 편성표를 중심으로 한 선형적인 콘텐츠 소비라는 기본 문법이 강하게 작동했다. 이 문법은 다매체 시대가 되면서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어떤 콘텐츠를 어떤 순서로 소비할지는 상당 부분 거대 방송사들이 규정했다. 하지만 유튜브가 영상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이런 문법이 무너져 버렸다. 방송사가 만든 ‘묶음 상품’이 해체되고, 이용자가 취향에 따라 소비 순서를 정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 역시 시청 권력의 무게중심이 소비자 쪽으로 급속도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는 단순히 편성표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었다. 개별 프로그램 내에서도 ‘순서의 해체’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방송사들이 유튜브의 특성에 최적화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짧게 분리해 올리기 시작하면서 개별 프로그램 내에서도 ‘묶음의 해체’가 새로운 현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튜브의 어떤 매력이 수십 년 동안 유지해온 미디어 권력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일까? 가장 중요한 점은 유튜브가 텍스트나 이미지보다는 영상 콘텐츠를 훨씬 더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취향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유튜브는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콘텐츠 제작의 제약이 훨씬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 방송 심의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한 표현이 가능하다. 

 

거대 시청자 군을 대상으로 꽉 짜인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방송사와 달리 환경 변화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유튜브의 장점이다. 소규모 맞춤형 제작이 가능해 그때그때 변화하는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이용자들을 공략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방송 같은 레거시 미디어는 쉽게 흉내내기 힘들다. 

 

이런 장점 덕분에 유튜브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장벽을 허물어버렸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열정과 감각만 있다면,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콘텐츠 생산자들에게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26억 명에 달하는 유튜브는 굉장히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순식간에 자신의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10대의 검색 채널은 유튜브

 

이런 여러 장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튜브가 소비자들과 좀 더 긴밀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해피투게더> 등으로 KBS 예능 전성기를 이끌다가 유튜브 제작자로 변신한 김광수 PD가 잘 지적했다. 

 

“댓글을 달 수 있다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댓글을 보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있어요. 피드백이 그만큼 빨리빨리 오는 거죠. 댓글에 또 댓글이 달리면서 댓글창 전체가 하나의 소통의 장, 공론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1)

 

사실 독자(시청자)와의 자유로운 소통은 유튜브만의 장점은 아니다. 모든 소셜미디어는 소통을 중요한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의 무게 중심을 텍스트·이미지에서 영상으로 옮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유튜브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시간 소통’이라는 장점은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구글이 2006년 처음 인수할 때만 해도 유튜브는 창업 1년이 채 안 됐던 비영리 무료 채널이었다.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을 뿐 아니라, 저작권 침해 문제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유튜브는 구글의 또 다른 미래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 사이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고 콘텐츠 소비의 무게중심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이젠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수 초기 각종 소송과 구설수에 휘말렸던 유튜브는 이제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중요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유튜브는 텔레비전과 PC가 중심이던 시절까지만 해도 ‘놀이 공간’ 이상의 존재감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제1의 스크린’으로 자리 잡으면서 일과 놀이의 주된 무대일 뿐 아니라 새로운 정보의 산실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20세기 인간들이 무심코 텔레비전을 켜는 것처럼, 21세기 모바일 인류는 습관처럼 유튜브에 접속한다. 처음엔 아마추어들이 올린 이용자 제작 콘텐츠(UCC)가 주류를 이뤘지만, 점차 레거시 미디어들도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면서 지식 플랫폼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유튜브는 이제 라이브 커머스, 유튜브TV 등 다양한 영역으로 존재감을 확대하면서 탄탄한 지위를 자랑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가 무르익으면서 유튜브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터넷 초창기 모든 정보의 관문 역할을 했던 야후를 능가할 정도다. 미래 정보 사회를 주도할 10대들이 네이버보다 유튜브를 더 중요한 검색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 역시 유튜브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분간 유튜브의 이런 위상을 위협할 존재도 눈에 띄지 않는다. 구글이란 막강한 배경을 갖고 있어 많은 사람의 여가를 놓고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정도다.


새로운 강자, 틱톡의 등장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유튜브의 미래도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유튜브의 텃밭인 동영상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새로운 강자는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서비스하고 있는 틱톡이다. 틱톡은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에 흥미로운 음악을 곁들인 ‘숏폼’ 영상을 앞세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음악을 곁들인 흥미로운 짧은 영상을 즐기는 플랫폼 정도로 받아들여졌던 틱톡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면서 뉴스 유통 플랫폼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틱톡의 전유물인 숏폼 동영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일단 롱폼 영상에 비해 만들거나 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쉽게 공유할 수 있어 정보 확산 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에 특화된 점 역시 젊은 층 공략에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숏폼 영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세로 영상 제작이 늘어난 점 역시 스마트폰 세대의 콘텐츠 소비 풍속과 잘 맞아떨어진다. 세로형 영상은 스마트폰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시청자들이 훨씬 더 잘 몰입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숏폼 동영상은 Z세대나 알파 세대들의 콘텐츠 소비 성향과도 잘 들어맞는다. 이 세대들은 두세 시간씩 계속되는 스포츠 중계 대신 흥미로운 장면을 담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훨씬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2030년이 되면 숏폼 동영상 콘텐츠의 가치가 실시간 중계권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2)

 

동영상 시장에서 절대 강자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유튜브지만, 숏폼 영상 분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선발 주자인 틱톡이 워낙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 분야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유튜브로서도 승부를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유튜브가 2021년 7월 ‘유튜브 쇼츠’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이런 상황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서비스하고 있는 메타도 각각 페이스북 릴스와 인스타그램 릴스를 출시하면서 숏폼 영상 대열에 합류했다. 

 

숏폼 동영상 분야에선 틱톡이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유튜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쇼츠는 벌써 월간 로그인 이용자 15억 명, 하루 시청 건수 500억 뷰를 넘어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월간 이용자 26억 명에 달하는 유튜브가 숏폼 영상을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 추천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 투자 대비 성과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숏폼 영상 시청 시간이 유튜브 전체 시청 시간의 57%를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젊은 층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틱톡과 달리 55세 이상 장년층 이용자가 적지 않은 점도 유튜브 쇼츠의 또 다른 강점이다.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중국 기업이란 점 역시 숏폼 영상 시장에서 틱톡과 경쟁하는 유튜브에겐 유리한 조건이다. 미국 정부가 ‘틱톡 금지령’을 발령하고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유튜브를 위협하는 존재는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1) 박세희, <“유튜브 예능, 많은사람·긴 시간 필요없어… 지상파 뒤집은 원동력”>, 문화일보, 2023.5.8,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3050801032312082001

2) Greenberg, D., <Short-Form Video Rights Could Be Worth More Than Live Rights by 2030>, Front Office Sports, 2022.6.15, https://frontofficesports.com/short-form-video-rights-could-beworth-more-than-live-rights-by-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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