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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온라인 안전 법안(Online Safety Bill)이 2023년 9월 19일 최종 통과됐다. 이 법안으로 영국의 온라인 환경은 이용자 안전과 관련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미디어 소비자들을 더 안전한 디지털 시대로 안내하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이전까지 없었던 “합법이지만 유해”한 콘텐츠를 적절히 처리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글에는 이 온라인 안전 법안의 주요 내용과 이것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자 한다. 또한 영국의 언론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의 역할과 온라인 안전 법안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법적 효력 가지게 된 온라인 안전 법안
지난해 평민 의회(House of Commons)를 통과한 이 법안은 지난 7월 19일 귀족 의회(House of Lords)의 보고 단계(Reporting Stage)를 거쳐 9월 6일 3차 독회(3rd Reading)를 끝냈다.1) 이는 법안 통과의 마지막 단계인 최종 수정(Consideration of Amendment)과 마지막 절차인 국왕의 승인(Royal Assent)을 거쳐 최종 승인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지지부진하게 형식적인 절차를 끌어왔던 온라인 안전 법안이 비로소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영국 정부가 밝힌 온라인 안전 법안의 취지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각종 유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이 문제들은 온라인상의 괴롭힘, 혐오, 아동 성착취, 디지털 성폭력, 가짜뉴스, 불법 유해 콘텐츠 등으로 그 범위가 넓다. 이 법안을 통해 과연 영국 정부의 당초 의도대로 미디어 이용자, 특히 미성년자 및 사회적 약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인지 혹은 불필요한 규제만 늘어날지, 미디어 소비자들은 물론 추가적 의무 당사자인 온라인 플랫폼 등 테크 회사들도 주목하고 있다.
미디어 이용자의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위해
이 법안의 목적은 온라인 미디어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보다 자세히는 온라인에서 미디어 이용자의 안전성을 높이고 법 집행 기관의 불법 콘텐츠 처리 권한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스스로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온라인에서의 위험한 상황에 대해 영국 사회의 이해를 높이는 것도 주요 목적이라고 밝혔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이용자의 안전 관련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 예를 들어 유튜브 및 왓츠앱 등은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해 내용 전달에 대한 책임이 없었다. 법안의 통과로 이제 영국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도 불법 콘텐츠, 음란물 및 기타 유해 콘텐츠로부터 어린이와 미디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플랫폼들은 불법 및 유해 콘텐츠를 사전에 예방해야 하는데, 문제가 되는 내용을 미리 인지하고 삭제하며 이에 대해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둘째, 온라인상의 사기 근절 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기범들이 이용자의 개인·금융 정보를 도용하거나 악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온라인 플랫폼이 위험과 피해에 대한 평가 및 보고를 하도록 요구했고,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셋째, 법안은 익명의 트롤2)을 단속하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감시하는 새로운 조치를 도입한다. 이 법안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여러 가지 새로운 범죄가 규정되고 처벌이 강화된다. 예를 들어 여성이나 장애인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거나 선동하는 콘텐츠, 심각한 오보나 자해를 유도하는 내용, 간질환자의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이미지를 전송하는 행위 등을 범죄로 인식하는 것이다.3)
마지막으로 이 법안은 사이버 플래싱(cyber flashing)을 범죄로 규정해 온라인에서의 성적 괴롭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 사이버 플래싱은 온라인상에서 남들에게 음란하거나 성적으로 도발적인 이미지나 영상 혹은 메시지를 무단으로 보내는 행위를 말한다. 오프라인에서 ‘플래싱’이라는 단어는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를 말하는데, 디지털 맥락에서는 수신자의 동의 없이 음란한 콘텐츠를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규제 기관에 부여된 강력한 권한
영국 정부는 온라인 안전 법안이 실행될 수 있도록 규제 기관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 영국의 미디어 관련 규제 기관은 흔히 통신청 혹은 방송통신규제기관이라고도 번역되는 오프콤(OFCOM, Office of Communications)이다. 2003년 영국 통신법에 의해 설립된 오프콤은 처음에는 방송·라디오·통신 서비스의 감독을 담당하며 주로 방송 통신 분야에 중점을 뒀다.4) 원래 영국 방송 시장의 조정, 감독 및 개선을 담당해 방송 사업자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는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디지털 시대를 맞아 통신 기술과 미디어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오프콤의 역할 또한 확대·변화하게 됐다.
특히 온라인 안전 법안이 발의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해졌는데, 기존 방송 시장의 규제 기관이었던 오프콤이 온라인 플랫폼과 서비스 규제까지 담당하게 됐다. 사실 이번 법안의 원문 제목은 ‘오프콤의 인터넷 및 통신 규제 권한 부여 법안’에 가깝기도 하다.5)
온라인 안전 법안에서 오프콤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온라인 안전 기능 수행: 오프콤은 온라인 안전 기능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이 온라인 환경에서 이용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원하고 감독한다. 이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유해 콘텐츠 및 위험을 감지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콘텐츠 분류 및 평가: 오프콤은 온라인 서비스 콘텐츠를 분류하고 평가해 그중에서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를 식별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어린이 및 다양한 이용자 그룹에 적절한 콘텐츠가 제공되도록 하고 유해 콘텐츠의 유포를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안전 조치 강화: 오프콤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안전 조치를 강화하도록 권고하고 지침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에서의 부적절한 행위나 유해 콘텐츠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며, 이용자 보호를 강조한다.
△보고 의무: 오프콤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유해 콘텐츠 또는 위험한 상황에 대한 보고 의무를 부과한다. 서비스 제공자들은 그들이 발견한 유해 콘텐츠나 위험 상황을 오프콤에 보고해야 하며, 오프콤은 이를 조사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규정 준수 감독 및 제재: 오프콤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이 온라인 안전 법안에서 요구하는 규정을 준수하는지 감독하고,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벌금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용자 교육 제공: 오프콤은 이용자들에게 온라인 안전 및 위험과 관련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한다.
△감시 및 보고: 오프콤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의 온라인 안전 조치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평가한다. 또한 규정 준수 및 효과적인 조치에 대해 보고하며, 법안의 적절한 시행 및 개선을 위해 관련 기관과 협력한다.
△일반적 의무: 오프콤은 규정된 서비스에서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일반적 의무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온라인 환경에서의 이용자 보호와 안전을 증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와 같이 온라인 안전 법안의 발의와 통과로 오프콤의 역할이 대폭 늘어났으며 감독과 규제 권한도 커졌다. 예를 들어 법을 준수하지 않는 회사에 최대 매출액의 10%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행을 개선하고 법안 미준수 사이트를 차단하는 권한도 가지게 된다. 또한 법안 준수에 협조하지 않는 경영진은 법안 제정 후 2개월 이내에 기소 또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이용자의 안전 vs 표현의 자유와 보안
온라인 안전 법안이 온라인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원칙과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고는 해도, 표현의 자유와 기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로 많은 비판도 받고 있다. 일부는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와 온라인 플랫폼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주장했다.
그중 가장 큰 반대 의견의 근거는 개인정보와 보안 관련 위협이었다. 귀족 의회의 3차 독회에 이르기까지 이 법안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암호화를 해제(breaking end-to-end encryption)하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몇몇 플랫폼들은 이용자 간의 메시지들을 암호화하고 있어, 메시지를 직접 보내거나 받은 사람이 아니면 제삼자가 그 내용을 알 수 없다.6) 그런데 이 법안은 이 암호화를 해제 혹은 약하게 해 메시지를 열람 가능하게 했는데, 이것이 사생활 침해 이슈로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해커나 범죄 조직이 개인의 민감한 내용 및 신상 정보를 유출할 수 있음이 문제가 됐다.
지난 9월 5일 3차 법안 독회에서 영국 정부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할 때까지(technically feasible)’ 유해 콘텐츠에 대한 메시지 스캔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메시지 암호화에 대한 규제를 양보하고 테크 회사들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영국 정부가 논란이 되는 암호화 위험 요소와 직접 충돌하는 것을 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7)
개인 간의 메시지 검열 이외에도 법안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아왔다. 유해 콘텐츠 규제가 이 법안의 주요 목적인데, 이 법안에 따르면 ‘유해한(harmful)’ 콘텐츠를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 성인에게 심각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영향을 미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모든 내용’8)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이 정의는 그 기준이 주관적이고 모호하며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누군가에게 불쾌함을 유발한다거나 논란이 되는 모든 콘텐츠를 포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플랫폼 및 규제 기관인 오프콤에 과도한 권력을 부여한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9) 게다가 이 법안은 플랫폼의 과도한 중재 조치로 인해 미디어 이용자의 권리가 침해될 경우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를 마련해 놓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 내부적으로는 이 법안이 온라인 플랫폼의 혁신과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영국 내 기업에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시된다. 글로벌 기업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현실 속에서, 자국 기업만 비즈니스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거나 법안 대응과 관련한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10) 이 법안은 대형 플랫폼뿐만 아니라 미디어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에 적용되는데 특히 블로그, 팟캐스트, 포럼 등의 소규모 콘텐츠 생산에 침체가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법안에서 강제하고 있는 의무 조항 중에는 위험성 평가 및 보고서 발행, 안전 담당 직원 지정 등이 있는데, 이는 소규모 회사 혹은 서비스에 심각한 행정 및 재정적 부담을 안겨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1) <Online Safety Bill>, UK Parliament, 2023.9.8, https://bills.parliament.uk/bills/3137
2) 부정적이거나 선동적인 글 및 댓글을 인터넷에 게재하는 사람
3) <Online Safety Bill: New offences and tighter rules>, BBC, 2021.12.14, https://www.bbc.co.uk/news/technology-59638569
4) <Communications Act 2003>, UK Legislation, 2003, https://www.legislation.gov.uk/ukpga/2003/21/contents
5) 원문 제목은 “A Bill to make provision for and in connection with the regulation by OFCOM of certain internet services; for and in connection with communications offences; and for connected purposes”로 “통신 범죄 관련, 특정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오프콤의 규제 조항을 만드는 법안”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6) 왓츠앱(WhatsApp), 시그널(Signal), 그리고 텔레그램(Telegram) 등이 이러한 플랫폼에 해당된다.
7) Lomas, N., <Ministerial statement on UK’s Online Safety Bill seen as steering out of encryption clash>, TechCrunch, 2023.9.7, ht tps://techcrunch.com/2023/09/06/osb-encryptionscanning-feasibility/
8) “harmful content as any content that has, or could have, a significant adverse physical or psychological impact on an adult of ordinary sensibilities”
9) Scott, J., <Why the Online Safety Bill is proving so controversial>, Sky News, 2022.11.29, https://news.sky.com/story/why-the-online-safety-bill-isproving-so-controversial-12757804
10) Jones, J., <Online Safety Bill: UK tech superpower dreams could be crushed by over-regulation>, City A.M., 2023.8.24, https://www.cityam.com/online-safety-bill-uk-tech-superpowerdreams-could-be-crushed-by-overregul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