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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언론계 논의는 흔히 ‘AI가 기자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최근 영국 언론계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점은 기술이 기자를 대체하는지의 여부가 아니다. 오히려 AI가 뉴스 생산보다 뉴스 유통을 먼저 바꾸고 있다는 것이 쟁점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영국의 디지털 뉴스 산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 위에서 성장해 왔다. 언론사는 뉴스를 생산하고, 검색엔진은 이를 독자와 연결했다. 영국에서는 구글 검색이 뉴스 소비의 관문(gateway) 역할을 수행했고, 언론사는 검색엔진 최적화(SEO, Search Engine Optimization)를 통해 독자를 확보했다. 광고 수익과 디지털 구독 역시 이러한 검색 기반 유통 구조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AI 검색의 등장은 이 질서를 흔들고 있다. 이용자는 더 이상 수십 개의 링크를 비교하며 정보를 찾지 않는다. 대신 AI가 생성한 답변을 읽는다. 검색(search)이 답변(answer)으로 대체되는 과정인 것이다. AI는 단순한 검색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뉴스 중개자(news intermediary)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뉴스 산업의 경제적 기반과 민주주의적 기능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색엔진에서 ‘답변엔진’으로
구글 AI 오버뷰(AI Overviews), 챗GPT(ChatGPT), 퍼플렉시티(Perplexity)와 같은 AI 서비스는 전통적인 검색엔진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존 검색은 이용자가 다양한 출처를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링크를 제공했다. 반면 AI 검색은 여러 출처를 종합해 하나의 답변을 생성한다. 출처의 링크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누락·변형 혹은 심지어 허구의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기술적 진화 이상의 정보 권력의 재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구글 AI 오버뷰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AI 검색이 “이용자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알게 되는지에 대해 구글이라는 테크 기업이 전례 없는 편집권editorial control)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1) 과거 검색엔진은 정보를 배열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사용자의 관심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정보가 우선적으로 등장하는지가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AI 검색은 정보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언론사가 담당했던 편집 기능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편집 기능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뉴스 사이트 방문 감소와 ‘제로 클릭’ 시대
AI 검색 확산과 함께 영국 언론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용어 가운데 하나는 ‘제로 클릭’이다. 이는 이용자가 뉴스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은 채 검색 결과 페이지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모두 소비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언론사 입장에서 이는 뉴스 사이트 방문 감소와 트래픽 하락 가능성을 의미한다. 뉴스 생산 비용은 언론사가 부담하지만, 이용자는 플랫폼 안에서 요약된 결과만 소비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구글 AI 오버뷰 분석에서 구글이 제공한 답변 가운데 상당수가 언론사 콘텐츠였지만, 막상 사용자가 원문 기사로 이동하지 않으며 이런 경향은 가속화하고 있다. 문제는 그에 따른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이 AI 엔진 혹은 플랫폼에 속해 있으므로 언론사 수익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개별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상원 통신·디지털위원회(House of Lords Communications and Digital Committee)는 보고서 <더 퓨처 오브 뉴스(The Future of News)>에서 AI가 뉴스 산업의 수익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탐사보도와 지역 언론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2)
뉴스 회피와 AI 요약의 결합
영국 언론계가 우려하는 또 다른 문제는 AI 검색이 이미 진행 중인 뉴스 회피(news avoidance) 현상과 결합할 가능성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Reuters Institute)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Digital News Report)>는 최근 수년간 영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뉴스 회피가 증가하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보고해 왔다.3) 많은 이용자가 뉴스를 피하는 이유로 피로감, 부정적 정서, 정보 과부하 등을 꼽았다.
AI 검색은 이러한 이용자들을 아주 쉽게 흡수한다. 길고 지루한 기사 대신 몇 문장의 요약만 읽으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뉴스가 단순한 정보의 집합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저널리즘은 사실 전달뿐 아니라 맥락 제공, 권력 감시, 공적 토론 형성이라는 기능을 수행한다.4) 그러나 AI 검색은 정보를 압축할수록 효율적인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배경 정보가 사라지고 비판적인 견해가 들어 있지 않은 요약이 제공된다. 결국 독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적은 해석을 소비하게 될 위험이 있다.
AI는 새로운 게이트키퍼가 되고 있는가
영국 언론계의 우려는 경제적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AI 검색은 새로운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등장이라는 정치적 의미도 갖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다양한 언론사가 서로 경쟁하며 뉴스 의제를 형성했다. 그러나 AI 검색 환경에서는 테크 기업의 플랫폼이 어떤 출처를 선택하고 어떤 정보를 강조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인 카이청 양(Kai-Cheng Yang)은 주요 AI 검색 서비스의 뉴스 인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소수의 뉴스 매체에 인용이 집중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의 연구는 AI 검색이 새로운 정보 관문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특정 출처에 대한 집중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적 양극화와도 연결될 수 있다. 이용자가 다양한 언론을 비교하기보다 하나의 AI 답변에 의존하게 될 경우 정보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상원 역시 <더 퓨처 오브 뉴스> 보고서에서 전문 저널리즘을 소비하는 시민과 그렇지 않은 시민 사이에 ‘2계층 정보 환경(two-tier media environment)’이 형성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영국 정치에서도 일부 관찰된다. 2025년 지방선거에서는 영국 개혁당(Reform UK)과 녹색당(Green Party) 등 기존 양당 체제 밖의 정당들이 약진하며 정치적 분절화와 양극화에 대한 논의가 확대됐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AI 검색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보 소비가 더 파편화되는 환경에서 공통의 뉴스 경험(shared news experience)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생성형 AI 연구에서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AI 검색이 새로운 정보 게이트키퍼로 기능하는 과정에서 특정 출처에 대한 인용 집중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5) 거대언어모델(LLM) 자체도 사회적·정치적 편향을 내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6) 이용자가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제시할 경우 이러한 특성이 확증편향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 규제로 확대된 뉴스 저작권 논의
더욱 심각한 문제는 AI가 뉴스를 중개하면서도 여전히 상당한 오류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BBC와 유럽방송연맹(EBU, European Broadcasting Union)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주요 AI 서비스의 뉴스 관련 응답 가운데 45%는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중대한 오류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전체 응답의 81%는 어떤 형태로든 문제를 포함하고 있었다. 또한 31%는 출처 인용 오류를 보였다. 뉴스 소비가 AI 플랫폼으로 이동할수록 오류의 영향력 역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7) 특히 정치·선거·공중보건과 같은 영역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사회적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AI의 정확성 문제는 단순한 품질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2025년 영국 언론계의 ‘메이크 잇 페어(Make It Fair)’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전국 주요 신문들은 이 캠페인을 통해 AI 기업이 언론 콘텐츠를 활용하면서도 적절한 보상과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좌우 성향이 다른 전국지들이 동일하게 캠페인 메시지를 1면에 실었다는 점이다. 이는 AI가 언론 산업 전체의 생존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혁신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저널리즘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8)
이후 논의는 저작권을 넘어 시장 규제로 확대됐다. 2026년 영국 경쟁시장기구(CMA, 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는 구글 AI 오버뷰와 관련해 중요한 조치를 내렸다. 언론사들이 일반 검색 결과에서는 노출을 유지하면서도 AI 요약본 활용에서는 제외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CMA는 이 조치가 콘텐츠 출판사, 특히 뉴스 기관이 자사 콘텐츠 사용 방식에 대해 적절한 협상권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9)
현재 영국 언론계가 직면한 문제는 AI가 뉴스를 쓸 수 있는가를 넘어 AI가 뉴스의 관문을 장악하게 될 것인가에 있다. 검색엔진 시대에 언론사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플랫폼은 이를 연결했다. 그러나 AI 검색 시대에는 플랫폼이 뉴스를 요약하고 해석하며 재배포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언론의 경제적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정보 다양성, 공적 토론, 민주주의의 미래와도 연결된다. 문제는 결국 기술이 아니라 권력이다. 미래 뉴스 산업은 누가 뉴스를 생산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시민과 뉴스 사이의 관계를 통제하는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1) Xu, H., Iqbal, U., & Montgomery, J. M.(2026), <Measuring Google AI Overviews: Activation, Source Quality, Claim Fidelity, and Publisher Impact>, arXiv, https://arxiv.org/abs/2605.14021
2) House of Lords Communications and Digital Committee(2024), <The Future of News>, UK Parliament
3) Le Poidevin, O., <AI assistants make widespread errors about the news, new research shows>, Reuters, 2025.10.22, https://www.reuters.com/business/media-telecom/ai-assistants-make-widespread-errors-about-news-new-research-shows-2025-10-21/
4) McQuail, D.(2010),《McQuail's Mass Communication Theory》, 6th edn, Sage
5) Yang, K. C.(2025), <News Source Citing Patterns in AI Search Systems>, arXiv, https://arxiv.org/abs/2507.05301
6) Hu, T., Kyrychenko, Y., Rathje, S., Collier, N., van der Linden, S., & Roozenbeek, J.(2025), <Generative language models exhibit social identity biases>, Nature Computational Science, 5, pp.65–75, https://doi.org/10.1038/s43588-024-00741-1
7) BBC·EBU(2025), <News Integrity in AI Assistants: An International PSM Study>, 2025.10, https://www.ebu.ch/Report/MIS-BBC/NI_
AI_2025.pdf
8) News Media Association(2025), <Make It Fair Campaign>
9) Partridge, J. & Milmo, D., <UK media websites given power to block Google using their articles in AI search>, The Guardian, 2026.6.3, https://www.theguardian.com/business/2026/jun/03/uk-media-groups-power-opt-out-google-ai-search-summari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