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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르몽드의 언어권 확장 시도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3-09-27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는 프랑스어뿐 아니라 영어로도 읽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영어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어에 대한 자부심을 뒤로 하고 영어판 서비스에 나선 르몽드가 구상하는 ‘큰 그림’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2022년 4월 7일 프랑스 대표 일간지이자 유력 언론 중 하나인 르몽드(Le Monde)가 영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어에 대한 자부심과 프랑스어의 세계적 영향력을 위해 프랑코포니(Francophonie)1)를 주도하는 프랑스에서, 그것도 가장 유명한 언론사가 영어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은 이목을 끌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르몽드는 영어판을 통해 구독자 수를 확대하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꿈꾸고 있다.


영어판을 위한 별도의 뉴스룸은 없지만

 

르몽드 영어판은 온라인으로만 발행되는데, 르몽드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첫 화면 상단에서 프랑스어와 영어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별도의 뉴스룸을 꾸려 단독으로 영어판을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어로 이미 발행된 기사를 영어로 번역해 제공한다. 즉, 영어판 독자를 위해 새로운 의제를 발굴·취재해 기사를 작성하고 발행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추가로 취재기자를 고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영어판 발행을 위해 8명의 전담기자가 배치됐으며, 그중 두 명은 영어 모국어 사용자고, 또 다른 두 명은 르몽드 로스앤젤레스 지사에 소속된 기자들이다. 

 

프랑스어 기사를 영어 기사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다. 전담팀에서 번역할 프랑스어 기사들을 선택하면 교정·교열 및 번역 서비스 전문 회사 두 곳에서 이를 AI로 번역한 후 사람이 번역 내용을 감수하고, 기사를 파리 본사와 로스앤젤레스 지사로 송고한다.2) 이후 전담기자들이 재차 기사 내용과 문장 등을 확인하고 편집을 진행한다. 

 

기존 발행 기사를 번역하는 방식으로 제작하지만 영어판과 프랑스어판의 기사 배열까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영어판 구독과 프랑스어판 구독은 별도인데, 프랑스어판 구독자들은 영어판까지 이용할 수 있다. 프랑스어판 구독 비용은 월 5.99유로(약 8,500원)인 것에 비해 영어판 구독은 지역별로 가격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현재 한국에서 영어판 구독료는 9.99유로(약 1만 4000원, 첫 1년은 2.49유로)로 책정돼 있다. 영어판 구독자 역시 프랑스어판 구독자와 마찬가지로 뉴스레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영어판 발행의 목적은?

구독자 확대와 영향력 증가

 

르몽드 영어판 발행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갖는다. 첫 번째는 영어권 독자에게 프랑스와 유럽의 시각으로 세상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루이 드레퓌스(Louis Dreyfus) 르몽드그룹 대표는 “르몽드 영어판은 유럽과 기후 위기, 경제, 문화, 정치, 국제 문제에 관한 대안적 시각을 알고 싶어 하는 영어권 독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Kerkour, 2022). 이러한 목적은 르몽드가 영어권 기자들을 고용해 그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의제를 그들의 관점에서 기사화하는 대신 기존 프랑스 국내 독자를 위해 발행한 기사들을 번역·제공하는 방식을 정당화한다. 프랑스 국내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는 기사들은 프랑스 중심 관점에서 작성될 수밖에 없으므로 영미권 독자들에게는 대안적 시각으로 다가간다. 두 번째 목적은 구독자 수 확대다. 

 

르몽드는 영어판 발행을 알리면서 2025년까지 영어권 구독자 수를 포함해 인쇄 및 온라인 발행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새로운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지의 구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22년을 기준으로 르몽드의 온라인 신문 구독자 수는 47만 2,000명이고(Kerkour, 2022), 종이신문 구독자 수는 2021년 기준으로 약 8만 7,000명이다(van Kote, 2021). 영어판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 후 6개월 동안 신규 구독자의 10%가 영어판 서비스 구독자였다(Wyss, 2022).


르몽드 구독자 확대 전략의 역사

 

사실 르몽드가 해외 구독자 확대 전략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르몽드는 2013년부터 일부 기사에 대해 영어로 번역된 기사를 제공해왔다. 르몽드 기사 중 영어로 처음 번역·제공된 기사는 2013년 다마스(Damas) 지구의 화학무기 공격에 관한 것이었다. 또 2015년 1월부터 르몽드아프리카(Le Monde Afrique)3)를 통해 독자 국제화 전략을 시도했다. 이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르몽드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시도로, 르몽드 웹페이지에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아프리카 지역 관련 기사를 발행하고 있다. 르몽드아프리카는 르몽드 영어판과 달리 프랑스어 기사를 번역만 한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내 특파원들을 통해 아프리카 독자를 위한 독자적 기사를 발행한다. 기사는 아프리카 지역 내 프랑스어권 독자를 겨냥해 프랑스어로 작성된다. 트위터의 르몽드아프리카 계정 팔로워 수는 60만 명, 페이스북 르몽드아프리카 계정의 팔로워 수는 30만 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략적 시도는 의미 있었다고 할 수 있다(Tellier, 2022). 

 

 


 

 

이 밖에도 르몽드는 주요 프랑코포니 국가들의 기사를 모아 제공하는 서비스도 마련하고 있다. 웹페이지 하단에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벨기에, 캐나다, 스위스 등의 국가 목록이 있으며, 이를 클릭해 접속하면 해당 국가에 관한 르몽드 기사 목록을 제공한다. 이 역시 프랑스 영토 밖 독자들에게 그들에 관한 기사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해외 독자들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영어판 서비스, 그 속내는

 

하지만 르몽드 영어판 서비스는 이전의 시도들과는 차이점을 보인다. 우선, 모든 기사를 전체 영어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기존의 해외 독자 유입을 위한 서비스들은 새로운 언어 서비스는 아니었다. 특히 르몽드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독자들을 위한 별도의 기사 발굴과 작성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제공된 기사의 언어는 프랑스어라는 점에서 프랑코포니 강화라는 목적도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앞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확장 전략이었을 수도 있지만 프랑스어 신문이라는 정체성에 기반해 프랑스어 중심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라는 목적이 두드러졌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번 영어판 서비스는 프랑스의 시각을 담은 기사를 영어권 독자 및 비프랑스어권 독자에게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르몽드가 명실상부 전 세계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영어판 편집국장에 따르면 르몽드 영어판은 미국과 영국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영어판 구독자 수를 따져보면 일본 국적 이용자가 가장 많다고 한다(Tellier, 2022). 이렇듯 르몽드의 속내는 구독자 수 확대를 통한 수익 확대가 가장 큰 목표일 수 있지만, AI 기술을 통해 과거보다 쉽게 영어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을 통한 세계적 차원의 소통을 국제 뉴스 방송만의 전유물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렇듯 구독자 수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삼은 것은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목표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광고 수익보다는 구독 모델에 집중하는 수익 창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구독자 수가 늘어나면 광고 수익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별개로 볼 일은 아니지만 우선 안정적인 구독자 수를 기반으로 한 구독 모델을 궁극적 수익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다. 르몽드 영어판 책임자인 아르노 오브론(Arnaud Aubron) 역시 인터뷰를 통해 르몽드의 성장 동력은 구독 모델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Wyss, 2022).

 

르몽드 영어판 서비스를 담당하는 전담팀은 취재와 기사 작성을 위한 팀이 아니라 언어 변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팀이다. 이는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해 수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르몽드아프리카는 아프리카 지역 내 독자들을 위해 현지 상주 기자들이나 특파원을 통해 별도로 취재와 기사 작성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또, 프랑스 언론은 아니지만 이미 2004년부터 영어판 서비스를 하고 있는 독일의 델스피겔(Del Spiegel)이나 2012년, 2016년부터 각각 중국어, 영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자국 언어로 작성된 기사를 사람이 직접 번역한다는 점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이번 르몽드 영어 번역판은 차별점을 갖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1) 전 세계에서 프랑스어를 쓰는 국가의 모임

2) 영어판 서비스가 시작된 지 1년이 된 현재 르몽드에 따르면 1년 동안 약 1만 3,000개의 기사가 영어로 번역·발행됐으며, 이는 1년치 르몽드 기사의 72% 수준이라고 한다(Camus, 2023).

3) https://www.lemonde.fr/afr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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