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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의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역언론 기사는 전국 단위 언론의 기사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통해 드러난 지역언론의 한계와 향후 개선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새만금에서 개최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전라북도가 유치를 위해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인 국제 행사다. 당시 전라북도는 군산 새만금 농업용지 3공구 일대 1,157만㎡(350만 평) 부지에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이승석, 2015). 전라북도가 대회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새만금 활성화 때문이었다. 새만금 개발 사업은 시작된 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오랜 기간 지지부진한 상태였고, 지역은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새만금 개발을 촉진할 기회라고 판단했다.
2015년 9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유치 후보 중 새만금이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2023년 8월 개최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준비가 부족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다수 국가가 조기 퇴소를 결정했고, 세계스카우트연맹도 예정보다 이른 행사 종료 방안을 조직위원회에 요청하기도 했다(사공성근, 2023).
행사 종료 이후 일어난 논쟁은 더욱 뜨거웠다. 온라인에서는 정파적이고 자극적인 혐오 발언이 잇따랐다. 현정부의 관리 소홀로 행사가 부실 운영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명예총재로 추대된 대통령의 사진을 올리며 정부의 무능력함을 비난했다. 그동안 준비하지 못한 전정부의 잘못이라는 반박에서부터, 사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지원이 이뤄졌으니 박근혜 전 대통령 잘못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며 혼란은 더해졌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부패한 지방정부 때문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전라도가 문제라는 지역감정 조장 혐오 발언이 이어졌고, 지방정부의 예산 활용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앙일보에서 보도한 지역공무원의 잼버리 관련 해외 출장 기사는 지역 문제를 부각하며 지역언론에 관한 논쟁까지 덧붙였다(김준영, 2023). 여성가족부와 같은 중앙부처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으나 온라인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담론은 ‘지역언론과 지방정부의 카르텔로 인해 국제 행사가 처참하게 실패한 것’이라는 의제를 이끌었다.
본래 권력을 감시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여론을 형성하는 것을 언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중에서 언론을 감시자에 비유하는 오랜 전통은 저널리즘이 민주적 시스템의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정부의 활동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대중에게 전달하며,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비판적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
지역언론의 역할과 지역 생태계
미국의 경우 지역 뉴스의 부재가 가져오는 다양한 문제에 주목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지역언론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지역언론사 직원 수가 57% 감소했고(Walker, 2021), 이로 인해 지역사회 이슈를 거의 다루지 않는 수천 개의 유령 언론이 탄생했다. 지역언론의 사막화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언론의 감시 기능 약화다.
권력을 감시하는 탐사 저널리즘이 적절하게 작동했을 때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주의 라틴계 저소득층 밀집 지역은 지역신문 폐간 후 시정 담당자와 경찰서장의 급여를 비정상적으로 대폭 인상했다. 이는 LA타임스의 폭로 보도 이후 해결됐고, 일부 공무원들은 징역형을 받았다. 이 사건을 두고 “연봉이 6만 달러(약 8,000만 원)인 기자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550만 달러(약 73억 3,000만 원)를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Waldman, 2023). 미디어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언론이 기업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보도한 경우 배출량이 29% 감소했다고 밝혔다(Campa, 2018). 이를 통해 지역언론의 보도 효과가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지역 주민의 건강 증대와 의료 비용 감소로 이어지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언론의 긍정적 기능과 지역언론이 존재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국내 지역언론 생태계 역시 쉬운 상황은 아니다. 지역언론이 온라인을 통해 충분한 광고 수익을 얻기에는 지역 뉴스를 보는 독자의 규모가 너무 작다.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방법도 있으나 독자들은 필요할 때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한다. 따라서 온라인 기반 지역 뉴스의 미래가 소규모, 이메일 기반, 품질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Edwards, 2023). 만약 지역언론의 상황이 나쁘지 않아 탐사 저널리즘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면 세계스카우트잼버리와 같은 국제 행사를 더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을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주요 의제 되기 어려운 지역 이슈
“언론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생각할지 알려주는 데 성공하지 못해도 무엇에 대하여 생각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데는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다(Cohen, 1963)”라는 버나드 코헨(Bernard Cohen)의 언급은 미디어의 의제 설정을 설명하는 유명한 인용문이다. 언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들어본 적이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내용이고, 혹자는 어젠다 세팅 이야기가 지겹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어젠다 세팅과 게이트키핑이 가장 중요하고, 어떻게 보면 결국 언론의 역할은 이 두 가지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워터게이트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워싱턴포스트의 칼 번스타인(Carl Bernstein)과 밥 우드워드(Bob Woodward)는 이에 대해 꾸준히 보도했고, 결국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든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불러왔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보도와 관련해 고민할 부분 역시 어젠다 세팅에 있다. 만약 지역언론이 충실하게 보도했다고 하더라도, 지역의 이슈가 전국 단위의 이슈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대회 개최 약 1년 전인 2022년 10월 25일 여성가족부 국정감사가 열렸다. 당시 전북 부안 지역구 국회의원인 여성가족위원회 이원택 상임위원은 준비 과정의 부실을 지적하며 “나중에 역사가 장관님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보도는 일부 언론에만 기사화됐고, 그것도 전주MBC·전북도민일보·전민일보·전북중앙·전북의소리와 같은 지역언론사가 대부분이었다. 지역언론을 제외하고 잼버리 관련 문제점을 보도한 언론사는 뉴스1, 뉴스핌과 같은 통신사와 국민일보, 노컷뉴스 정도였다.
국정감사 발언이었기 때문에 취재의 접근성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영상회의록 시스템은 국정감사 내용을 모두 기록하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보도가 이뤄진 것은 지역언론사 일부에서였을 뿐, 전국 단위 언론사에서는 이러한 이슈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당 사건은 잼버리 행사가 부실 논란을 맞은 이후 다시 화제가 됐다. 예를 들면 서울신문은 2023년 8월 5일 <잼버리 1년 전 소름 돋는 예견... 당당했던 김현숙 장관 재조명>이라는 이름으로 SBS 뉴스의 현장 영상을 풀어쓴 기사를 올렸다. 의제를 설정하기 위한 보도라기보다는 화제가 되는 이슈를 바탕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기사였다. 과거 국정감사장 대화는 잼버리 행사가 모두 끝나고 난 뒤 수백 건의 기사에 다시 등장했다.
혐오와 갈등 조장에 머무른 언론
지역언론의 역할은 일반적으로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왜 언론이 해야 할 일이 잘 이뤄지지 않았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관련 보도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국정감사에서 이뤄진 잼버리 준비 부실 지적은 지역언론만 가능했던 보도가 아니다. 단지 다수 언론에서 해당 이슈를 기사화하지 않은 것뿐이다. 그렇기에 여러 차례 제기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관련 문제는 어젠다가 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과거부터 여러 번 제기됐다. 지역언론 기사는 포털 제휴가 이뤄지지 않아 전국 단위로 노출될 방법이 부족하고, 다수가 지역 이슈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상황에서 어젠다가 되기 어렵다. 만약 중앙언론이 본격적으로 보도를 시작하면 어젠다로 자리잡을 수 있지만, 지역언론의 기사 자체보다 오히려 지역언론의 기사를 받아쓴 중앙언론 기사가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
어젠다를 만들어내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지역언론이 가지는 영향력은 한계가 명확하다. 그럼에도 지역언론이 하나라도 있을 때와 전혀 없을 때를 비교해본다면, 지역의 뉴스 사막화를 막는 구조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실 운영을 두고 벌어진 논쟁은 지역언론의 현실을 진단하고 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기보다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기 위해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했고 혐오를 조장하거나 갈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 언론은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데 지역언론이 지방정부와 결탁해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언론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비난의 대상을 찾고자 하는 시각에 머무른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사실은 2022년도 국정감사 내용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다수 언론이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는 점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하는 방향보다 단기적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보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본질적인 어젠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문제점에 집중하지 못하는 언론은 우리가 언론의 역할을 기대할 때 떠올리는 모습과 거리가 멀다. 이는 온라인에서 만들어진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시각의 연장선으로, 문제 해결보다는 비난의 대상을 탐색하는 과정에 동참하는 방식은 언론과 관련해 풀어야 할 문제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