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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BBC의 공적자금 의존 감소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3-10-27

대표적인 공영방송으로 영국 문화의 정체성을 대변해 온 BBC가 위기를 맞았다. 창립 이래 지금까지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수신료 징수제 지속이 불투명하고, 미디어 환경 변화로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BBC의 현황과 위기 해결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언론사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뉴스를 제공하며 영국 문화와 정체성을 대변한다. 현대 언론사(史)에서 BBC는 수준 높은 저널리즘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1)2)

 

BBC의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주요 수입원은 수신료다.3) 현재 영국의 수신료는 연간 154.5파운드(약 26만 원)며4) 이로 인해 BBC는 매년 약 35억 파운드(약 5조 8,000억 원)의 수입을 얻는데, 이는 BBC 전체 수익의 70% 정도를 차지한다.5) 수신료 제도는 왕실 칙서(the Royal Charter)에 따라 2027년 12월 31일까지 보장되지만 그 이후에도 지속될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6)


 


 


유서 깊은 수신료 제도


영국 정부기관인 수신청(TV Licensing Authority)이 운영하는 이 수신료 제도(TV licensing system)는 BBC의 탄생과 역사를 같이 했으며, 시행한 지 110년이 넘는 오래된 제도다.7) 이 제도에 따라 텔레비전이 있는 가정은 예외 없이 연간 사용료를 낼 의무가 있었다. 물론 텔레비전은 있으나 절대 BBC를 시청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내지 않아도 되지만, 필자가 영국에 거주하면서 그런 경우는 보기 드물었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는 가정에 정부 기관 공무원이 사전 통보 없이 방문해 집에 텔레비전이 있는지 확인하고 수신료를 징수하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공중파 텔레비전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연결된 다른 기기에서도 방송사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어 예전처럼 직원이 방문해서 확인하는 경우가 드물고, 큰 의미 또한 없어졌다. 그럼에도 영국 국민은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관련 기관 공무원이 자택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수신료 미납 시에도 그러한 경고문이 발송되고 있다. 

 

그동안 이 수신료 시스템으로 BBC의 수익이 유지되기는 했지만,8) 사실 수신료 제도에 대한 비판은 늘 있어왔다.9) 그중 가장 큰 비판의 근거는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이다. 수신료 제도는 국민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텔레비전을 가진 가정 단위로 부과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불평등하다는 것이다.10) 때문에 일부는 가정의 소득 수준과 납부 능력을 고려한 보다 공정한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BBC는 정부와의 갈등 외에도 미디어 환경의 급변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11) 스트리밍 서비스의 엄청난 인기와 인터넷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방송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 특히 젊은 시청자들은 넷플릭스·애플TV·아마존 프라임·디즈니플러스와 같은 플랫폼을 선호하며,12) BBC의 서비스를 아예 이용하지 않거나 적게 이용하고 있다. 

 

또한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콘텐츠와 소통하는 방식을 바꿨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등에서 인플루언서·유튜브 스타·독립 콘텐츠 제작자가 부상하며 미디어 풍경이 파편화되어, BBC와 같은 전통적인 방송사들이 미디어 이용자들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거기에 더해 최근 BBC는 수신료를 동결한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다. 수신료 제도를 2027년까지 보장받았지만, 현재 보수당 정부는 그 이후에도 이 같은 제도를 유지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수익 모델 찾아나선 BBC

 

때문에 지난 100년이 넘도록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던 BBC는 수신료 이외의 수익 모델 및 운영비용 절감 방안을 다급하게 찾고 있다. 그 방안은 다음의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인기 있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BBC 아이플레이어(iPlayer)와 오디오 콘텐츠를 위한 BBC 사운즈(Sounds)를 통한 콘텐츠 제공에 집중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와 경쟁하고자 했다.13) 

 

둘째, 상업적 수익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는 국제적으로 콘텐츠를 판매하는 BBC 스튜디오(Studios)와 BBC 월드와이드(Worldwide)와 같은 상업 자회사가 포함된다.14) BBC의 콘텐츠와 지적재산 수익화가 이 자회사들의 주목표다. 예를 들어 BBC 스튜디오는 국내외에서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판매하거나 합작 투자회사인 브릿박스(BritBox)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BBC는 노년층에 제공하던 수신료 면제를 폐지하면서 추가 수입을 얻기는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찾아온 고물가 시대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에게 텔레비전을 시청할 권리를 빼앗아 갔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셋째, 외부 기업 및 미디어 조직과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탐색하고 있다.15) BBC는 미디어 관련 기관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력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는 구글 등 미디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는 물론이고, 바클레이스(Barclays PLC)와 같은 금융기관, 삼성 및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술 기업 등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파트너십을 통해 비용 공유 및 수익 모델의 다양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BBC가 제작한 드라마 <보디가드>는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으며, BBC에 약 1억 파운드(약 164억 원)의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마지막으로, 회사 내부에서 발생하는 비용 감소를 위해 노력했다. 직원 감축과 운영의 간소화를 추진한 것이다. 2020년 BBC는 당장 회사 내 약 450명을 정리해고하고 몇 가지 프로그램들을 폐지하면서16) 약 8,000만 파운드(약 1,300억 원)의 비용 절감을 목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러한 조치에 대한 사내 노동자들의 저항과 비판에 직면했고, 콘텐츠의 질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BBC는 공영방송의 역할에 충실해왔다. 정부나 정당, 기업, 단체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방송을 제공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BBC는 사실과 의견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다양한 관점과 정보를 소개하며, 오류나 편견을 바로잡음으로써 세계적인 영향력과 명성을 쌓았다. 이러한 BBC가 상업적인 수익 모델에 집중하고 각종 기업 및 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단기간의 수익성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행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아직도 BBC가 강조하는 것은 타 방송사가 제작하지 못하는 교육·문화·과학·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하면서,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콘텐츠로 젊은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공중파 TV로 콘텐츠를 수신하던 시대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BBC가 이러한 위기 속에서 거대 공영방송이라는 권위의식을 내려놓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상업화 이전에 다음 시대 방송사로서의 정체성과 콘텐츠의 품질 유지, 파급력 확대에 대한 논의에 더 큰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1) Hendy, D., <Public service broadcasting in the United Kingdom: A brief history>, Routledge, 2013

2) The Editors of Encyclopædia Britannica, <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 Britannica, 2023.10.21, https://www.britannica.com/topic/British-Broadcasting-Corporation

3) <Licence fee and funding>, BBC, 2023.10.21, https://www.bbc.com/aboutthebbc/governance/licencefee

4) <TV Licence>, GOV.UK, 2023.10.21, https://www.gov.uk/findlicences/tv-licence

5) <Licence fee freeze will hit programmes, BBC director general says>, BBC News, 2023.10.21, https://www.bbc.co.uk/news/entertainment-arts-60036446

6) Waterson, J., <BBC licence fee to be abolished in 2027 and funding frozen>, The Guardian, 2023.10.21,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2/jan/16/bbc-licence-fee-to-beabolished-in-2027-and-funding-frozen

7) 영국 정부는 BBC를 운영할 목적으로 영국 국민에게 1922년부터 수신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이는 BBC가 설립된 해이기도 하다.

8) TV Licensing, 2023.10.21, https://www.tvlicensing.co.uk/

9) Chivers, T. & Allan, S., <BBC funding: licence fee debate risks overlooking value of UK’s public broadcasters>, The Conversation, 2023.10.21, https://theconversation.com/bbc-funding-licence-fee-debate-risks-overlooking-valueof-uks-public-broadcasters-175128,

Syal, R., <BBC faces financial ‘uncertainty’ due to reliance on licence fee – report>, The Guardian, 2023.10.21,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1/jan/20/bbc-faces-financial-uncertainty-due-toreliance-on-licence-fee-report

10) Cummins, J., <What is the future of the BBC’s funding model?>, Journalism.co.uk, 2023.10,21, https://www.journalism.co.uk/

news/what-is-the-future-of-the-bbc-s-funding-model-/s2/a895526/

11) <Traditional UK broadcasting at risk without radical shakeup, Ofcom warns>, Ofcom, 2023.10.21, https://www.ofcom.org.uk/news-centre/2020/traditional-uk-broadcasting-at-risk

12) Cremona, P., <Best UK streaming services 2023: Netflix, Amazon Prime, Disney Plus>, Radio Times, 2023.10.21, https://www.radiotimes.com/tv/what-to-watch-tv/best-streamingservice-uk/

13) <BBC World Service outlines move to digital-first service>, BBC Media Centre, 2023.10.21, https://www.bbc.com/mediacentre/2022/bbc-world-service-outlines-move-to-digitalfirst-service

14) Panjwani, A., <How the BBC makes money>, Full Fact, 2021.5.10, https://fullfact.org/news/bbc-income

15) <Partnerships>, BBC Media Centre, 2015.3.12, https://www.bbc.co.uk/mediacentre/mediapacks/makeitdigital/partnerships

16) 영향을 받은 프로그램으로는 BBC 투(Two)의 <Newsnight>, <BBC Radio 5 Live>, 그리고 BBC 월드 서비스(World Service)의 <World Update>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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