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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미디어 업계에서는 한 뉴스 앵커의 행동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2023년 12월 6일 BBC 메인 뉴스 앵커인 마리암 모시리(Maryam Moshiri)가 가운뎃손가락을 펴 보인 것이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방송인의 행동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1) 현재 찬반 여론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 내에서는 이 사건을 어떻게 조명하고 있으며 관련 논란의 핵심 사항이 무엇인지, 나아가 영국에서는 이런 사례를 어떻게 규제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논란의 중심 된 BBC 뉴스 앵커들
사건의 발단은 앵커 모시리가 생방송 시작 직후 만연한 미소와 함께 가운뎃손가락을 펴 보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습은 생방송 직전 카운트다운을 따라 손가락을 접어가는 모습인 듯해 고의적인 행동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모시리는 재빨리 손을 내렸고 차분하게 뉴스를 진행했다. 이후 그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 행동은 방송 스탭들과 장난을 치다 발생한 실수이며, 생방송 되는 줄 몰랐다고 사과했다.2)
그럼에도 영국 내 여론은 이 사건을 조용히 지나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모시리의 행동이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고 비난했으며, 심지어 일부에서는 이 사건이 BBC가 공적자금으로 운영될 이유가 없는 단적인 예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반면, 이것은 사사로운 장난이 실수로 방송된 해프닝에 불과하니 유능한 방송인이 쌓아올린 전문성을 의심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은 아니라는 여론 또한 커졌다. BBC의 유명 기자인 로버트 콕스웰(Robert Coxwell)은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재미 삼아 직원들끼리 하던 행동이 실수로 방송된 것(a bit of fun that should have been private but regrettably it went out)”이라며 모시리를 변호했다.3) 콕스웰의 주장대로 이번 사건은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영국에서 유명 방송인들의 도덕성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를 들어 모시리와 마찬가지로 BBC 메인 뉴스 앵커였던 휴 에드워즈(Huw Edwards)는 지난해 성범죄 의혹을 받았다. 논란은 영국의 대표적인 대중지 더선(The Sun)이 어느 유명 BBC 뉴스 앵커가 10대 소녀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사진을 찍게 했다는 것을 보도하면서 발생했다.
더선의 제보자는 본인 딸이 코카인 중독인 것을 알게 돼 구매 통장 내역을 통해 자금 출처를 알아보던 중 유명 앵커로부터 지속적으로 거액의 현금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딸이 최소 만 17세가 되던 시점부터 그가 3만 5,000파운드(약 6,000만 원) 이상의 현금을 주고 부적절한 사진을 찍게 했다는 것이다.4)
더선의 보도 이후 의혹을 받은 사람은 에드워즈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BBC의 유명 앵커들이 거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예를 들어 게리 린커(Gary Lineker), 라일런 클라크(Rylan Clark), 그리고 제레미 바인(Jeremy Vine)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했다. 특히 BBC 라디오 5의 대표 앵커인 니키 캠벨(Nicky Campbell)은 의혹을 부정함과 동시에 본인의 이름이 거론된 것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강한 행보를 보였다.5)
그러던 와중에 에드워즈의 아내인 비키 플린드(Vicky Flind)는 그 의혹의 대상이 바로 자신의 남편이라고 밝혔다. 보도자료에서 에드워즈의 아내는 의혹의 진실 여부는 밝히지 않았고, 남편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신병원 입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심적 고초를 겪고 있어 가족을 보호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6)
경찰7)은 이 사건을 조사했지만 범죄 사실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영국에서 만 16세 이상은 독립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성인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자의에 의한 결정이라면 범죄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BBC는 방송국 자체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또 다른 의혹이 있다며,8) 같은 달 에드워즈를 바로 파면했다. 이에 대해 도덕적 책임은 있으나 법적 책임이 없는 상황에서 파면 처분은 지나쳤다는 여론도 제기됐으며, 이 사건이 한 개인의 정신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에 대해 일부 대중은 분노하기도 했다.9)10) 또한 공익을 앞세운 대중지의 개인에 대한 섣부른 보도가 당사자와 가족에게 입히는 피해에 대한 경각심도 지적됐다.
언론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어디까지?
영국에서도 공인(public figure)이라는 이유로 언론인의 도덕성을 강한 잣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인은 대중에 비해 영향력이 높고 노출 빈도가 잦아 방송과 상관없이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BBC의 경우 자사 뉴스 앵커들에게 그들의 행동 자체가 언론사의 신뢰성을 대표한다고 교육한다.
영국 언론인의 도덕적 의무에 관한 교과서로 알려진 《미디어와 문화의 이해(Understanding Media and Culture)》에서는 시사 보도에 있어 ‘최초’ 혹은 ‘단독’ 보도를 해야 하는 환경과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하는 점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논한다.11) 그러나 일반 대중과 마찬가지로 공인도 그들에게 제기된 범죄 의혹에 대해 공정하게 수사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언론사들은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정확하게 보도할 의무가 있으며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성급하게 노출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또 다른 언론 서적 《언론 및 예술인들의 도덕성에 대한 고려점(Ethical Considerations for the Presenter and Performing Artist Dynamic)》에서는 공인에 대한 도덕적 판단에 대해 언론인과 순수예술인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12) 이에 따르면 공인의 도덕적 측면에는 ‘의무’, ‘초래하는 결과’, ‘사회적 계약’, ‘개인적 도덕성’ 등 다양한 프레임이 적용된다. 뉴스 진행자의 전문성은 개인의 행동과 상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친한 동료들과 손가락 장난을 하는 것을 제삼자가 목격하는 것과, 뉴스 앵커가 같은 행동을 한 것이 공중파로 방송되는 것이 초래하는 결과는 매우 다르다.
BBC 자사 정책(BBC Editorial Guidelines)에는, 언론인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BBC는 간판스타였던 에드워즈를 신속하게 파면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독립언론기관13)(IPSO, The Independent Press Standards Organisation)이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언론인의 행동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시리의 방송 중 행동의 적절성에 대해 누군가 불만을 제기했다면, 편집자 실천 강령(Editor’s Code of Practice)에 따라 ISPO 차원의 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14) 그러나 실제로 방송사 및 언론인에 대한 규제는 공식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의 판단에 따른다.
영향력 높은 언론인, 신중한 행동은 당연하지만…
2010년 이후 보수당이 집권하고 있는 현재 영국의 미디어와 광고 환경은 점점 더 강력한 법과 규정을 따르는 모양새다. 영국에서 방송 및 언론의 내용 관련 규제는 ‘소셜 미디어 및 기타 전자 소통(Social Media and other Electronic Communications) 관련 법’에 근거한다.15) 또한 지난해 승인된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Bill) 또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영국 사회의 강력한 의지가 표명된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안전법의 핵심 규제기관인 오프콤의 가이드라인에는 뉴스 콘텐츠의 공정성에 대해선 엄격하게 명시돼 있지만(due impartiality), 뉴스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는 주관적인 부분으로 남아있다. 예를 들어 모시리의 손가락 모욕 사건 같은 경우다. 의도하지 않았고 당사자가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불특정 다수가 불쾌감을 느낀 부분에 대해서는 규제 여부가 불분명하다. 다만 오프콤은 공정성에 위배되고 대중에 해(harm)를 가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해’ 또한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어 향후 법적인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더선은 ‘한 유명 BBC 앵커에 대한 폭로성 보도’를 공공의 이익 때문이라고 정당화했지만, 그 결과는 많은 언론인의 정신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해를 끼치기도 했다.
이번 BBC 손가락 모욕 사건의 당사자였던 모시리는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방송되는 BBC 뉴스 채널의 간판 앵커 중 한 명이다. 그는 2001년 만 16세의 나이로 언론계에 입문해 일찍부터 각종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16) 유능함을 인정받았다. 손가락 논란 사건이 일어나기 전 지난해 영국에서 방송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 진행을 맡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도 많은 편이었다.
인지도가 높고 영향력이 높은, 소위 공인이 공적인 미디어를 통해 방송할 때 신중히 행동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순간의 행동이 그가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성을 무너트릴 정도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도덕적 판단은 주관적이며 에드워즈·모시리 사건의 핵심 사안이 다른 것처럼, 각 사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난해 더욱 강력해진 영국의 미디어 관련법이나 공영방송의 도덕적 기준에 따른 즉각적인 조치와 별개로 여론은 언론인의 실수 혹은 사생활은 다른 영역의 문제로 판단하는 듯하다.
1) Topping, A., <BBC presenter apologises after giving middle finger at start of live broadcast>, The Guardian, 2023.12.7,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3/dec/07/bbc-presenterapologises-after-giving-middle-fingerat-start-of-live-broadcast
3) Dimsale, C., <BBC News presenter Maryam Moshiri ‘sorry’ for giving middle finger live on air>, iNews, 2023.12.7, https://inews.co.uk/news/bbc-newspresenter-maryam-moshiri-sorrymiddle-finger-2795951?ico=most_popular
4) Howes, S., <SEX PICS PROBE Top BBC star taken off air after ‘paying teenager for sexual pictures’ in under wear on video’>, The Sun, 2023.7.7, https://www.thesun.co.uk/tv/22978239/bbc-star-payingteenager-sexual-pictures/)
5) Dimsdale, C., <Everything we know about the BBC presenter accused over sexual photos, and what happens next in the scandal>, iNews, 2023.7.11, https://inews.co.uk/news/bbcpresenter-accused-sexual-photoswhat-happens-next-scandal-2469202
6) Flind, V., <Vicky Flind’s statement on husband Huw Edwards in full>, BBC News, 2023.7.12, https://www.bbc.co.uk/news/uk-66182922
7) The metropolitan Police, South Wales Police
8) Bubalo, M., <BBC resumes Huw Edwards inquiry as no criminality found by police>, BBC News, 2023.7.13, https://www.bbc.co.uk/news/uk66186092.amp
9) Osborne, S., <Huw Edwards scandal: ‘An awful and shocking episode’ - What friends and colleagues have said about presenter>, Sky News, 2023.7.13, https://news.sky.com/story/huw-edwards-scandal-an-awfuland-shocking-episode-what-friendsand-colleagues-have-said-aboutpresenter-12919981
10) Waterson, J., <‘No one expects him back’: what now for the BBC’s Huw Edwards?>, The Guardian, 2023.9.2,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3/sep/02/no-one-expectshim-back-what-now-for-bbc-huwedwards
11) <14.3 News Media and Ethics>, 《Understanding Media and Culture》, 2016.3.22, https://open.lib.umn.edu/mediaandculture/chapter/14-3-newsmedia-and-ethics/
12) Fung, A., <Ethical Considerations for the Presenter and Performing Artist Dynamic>, 《Encyclopedia of Business and Professional Ethics》, Springer,
2020, https://doi.org/10.1007/978-3-319-23514-1_353-1
13) 영국의 신문 및 잡지 산업에 대한 독립적 규제 기관. 회원사의 편집자 실천 강령 준수 여부 확인, 위반 사항 조사 및 시정 요구, 중재 제도 운영 등 업무를 맡고 있다.
14) <Editors’ Code of Practice>, Independent Press Standards Organisation, 2021, https://www.ipso.co.uk/editorscode-of-practice
15) <Social Media and other Electronic Communications>, The Crown Prosecution Service, 2023.1.9, https://www.cps.gov.uk/legal-guidance/social-media-and-other-electroniccommunications
16) <The Business Briefing, Work Life>, <Talking Business> 등 모두 BBC를 대표하는(flagship) 프로그램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