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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호주 공영방송 ABC는 앙투아네트 라투프(Antoinette Lattouf)라는 기자를 해고했다. 그런데 그 배경에 외부 세력인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의 개입 의혹이 제기돼 언론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앙투아네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권 감시단체(HRW, Human Rights Watch) 보고서를 공유한 것이 발단이 됐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굶주림을 전쟁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해당 내용을 게시한 다음날 그녀는 ABC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에 앙투아네트는 부당 해고를 이유로 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에 제소했고, 현재 청문회가 진행 중이다.
레바논 난민 출신 기자 앙투아네트 라투프
이번 사태의 중심인 앙투아네트 라투프는 레바논 난민 출신으로 사회 활동가이자 작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호주 주요 방송사의 다양한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ABC에 계약직으로 채용돼 몇몇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앙투아네트는 미디어 다양성 호주(Media Diversity Australia)1)라는 단체를 공동 창립한 바 있는데, 이 단체는 호주 미디어 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하기 위한 연구·교육, 그리고 정책 변화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대표적인 연구 조사 활동으로는 호주의 미디어 다양성 보고서 <누가 호주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Who Gets To Tell Australian Stories?)>2)가 있다. 앙투아네트는 이 보고서에 공저자로 참여하면서 호주 언론 및 방송계 인종차별에 대한 데이터 및 사례 조사를 통해 2022년 인종차별에 대한 지침서와 같은 책 《How to Lose Friends and Influence White People(국내 미번역)》을 발간하면서 호주 언론계의 다양성 증진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3)
그는 기자로 활동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다. 전 세계 곳곳에서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위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몇 차례 관련 내용을 담은 게시글을 공유했는데,4) 여기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활동이 정치적 논란을 불러온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5)
ABC 기자들의 소셜미디어 이용 지침
ABC의 행동 강령에는 기자들의 소셜미디어 이용 지침(Personal Use of Social Media Guidelines)이 명시돼 있다. 기자를 포함한 모든 직원의 개인 소셜미디어 활동이 다음 경우에 해당할 경우, 행동 강령 위반으로 정하고 있다.
△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ABC의 명성을 손상하는 경우
△ 업무 수행 능력에 저해되는 경우
△ ABC를 대표하는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경우
△ 개인적 의견이나 활동이 ABC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보이는 경우
△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의 기밀성을 지키지 않을 경우
△ ABC 콘텐츠가 자사 채널을 통해 발행되거나 배포되기 전 개인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경우
ABC 직원들은 개인 소셜미디어 활동 시 이러한 행동 강령을 유념해야 한다. 직원들은 ABC의 명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행동을 피해야 하며, ABC 직원으로서 소셜미디어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할 때도 공정성과 진실성을 유지해야 한다. 자신의 전문적 삶과 개인적 삶 사이의 경계를 인식하고, 소셜미디어 사용이 이 두 영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
ABC는 업무나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대부분의 개인 소셜미디어 활동은 허용하지만 각별히 신중할 것을 요구한다. 업무 목적(ABC 콘텐츠 홍보 포함)으로 대중에 공개된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 사용은 장려하지 않는다. 특히 뉴스 진행자와 기자들을 ‘고위험 대상(high risk worker)’으로 간주하고, 다음과 같은 추가적 행동 강령을 요구한다.
△ 개인 소셜미디어 콘텐츠 게시는 ABC 플랫폼 게시·배포와 동일한 주의를 요한다.
△ 개인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게시물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오래전에 게시된 내용은 자동 삭제해야 한다.
△ 개인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콘텐츠가 ABC의 견해와는 무관함을 명시한다.
△ 온라인 토론에 관여할 경우, 욕설이나 비난조 언어 사용을 피한다.
△ 공적 인물의 정책이나 활동에 대한 개인적인 반대나 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게시하지 않는다.
△ 논쟁의 여지가 있는 문제에 대해 옹호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개인적 견해며, ABC를 대표하지 않음을 명시한다.
기자의 소셜미디어 활동, 기자만의 책임일까?
기자들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개인적 의견과 신념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물론, 기자 개인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신뢰성과 직업적 명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러한 권리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 ABC의 기자 행동 강령과 기준은 기자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만, 문제는 이번 앙투아네트 기자 해고 사태가 여실히 보여주듯 행동 강령 위반을 판단하는 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앙투아네트는 ABC 고용 당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에 대해 개인 소셜미디어에 게시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러한 지침은 상당히 모호할 수밖에 없다. 주관적 견해 차이가 고려되지 않은 사측의 일방적 해고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자들의 개인 소셜미디어 활동은 고용주에 대한 의무와 기자라는 직업으로서의 공정성에 대한 의무 사이의 딜레마를 낳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자유로운 발언 권리와도 대립된다. 기자가 자신의 전문적인 역할과 개인적인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언론사는 기자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지침을 명확하게 제공하고, 그들이 사회·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ABC의 기자 해고 결정은 이러한 언론사의 역할과 의무보다는 오로지 기자 개인의 책임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6) 또한, 해당 기자가 레바논 출신이라는 점에서 과연 호주의 공영방송인 ABC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자사 기자들을 존중하고 지원할 능력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한편, ‘이스라엘을 위한 변호사들(Lawyers for Israel)’이라는 로비 그룹이 메시징앱 왓츠앱(WhatsApp)을 통해 앙투아네트 해고에 대한 조직적인 캠페인을 벌인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앙투아네트 기자 해고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들 그룹은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ABC 측에 기자의 소셜미디어 활동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으며, 해당 기자를 해고하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7)
이를 두고, ABC 전현직 기자들은 외부 공격에 직면했을 때 ABC가 자사 기자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드러냈다. 작년 ABC의 호주 원주민 출신 기자 스탠 그랜트(Stan Grant)는 찰스 3세의 대관식 중계방송 중 영국 왕실의 원주민 침략에 대한 책임을 언급해 보수 성향 미디어와 일부 대중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고, 결국 ABC에서 사임했다.8) 이 사태는 언론사가 자사 직원, 특히 사회·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기자들을 어떻게 지지하고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촉발했다.
언론사는 기자들이 외부 공격, 특히 온라인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판이나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기자 개인뿐만 아니라 언론사 전체의 명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스탠 그랜트의 사임과 이번 앙투아네트 기자 해고 사태는 ABC가 직면한 과제와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기자 개인의 소셜미디어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논란과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기자는 물론 언론사의 역할과 책임의 정의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1) https://www.mediadiversityaustralia.org
2) https://www.mediadiversityaustralia.org/who-gets-to-tell-australian-stories-2-0/
3) Touma, R., <Antoinette Lattouf on writing a guide to anti-racism: ‘I was sitting there and sobbing>, The Guardian, 2022.5.16,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22/may/17/antoinette-lattouf-on-writing-aguide-to-anti-racism-i-was-sitting-thereand-sobbing
4) <Strike threat over claim pro-Israeli lobby forced out Australian journalist>, Al Jazeera, 2024.1.16, https://www.aljazeera.com/news/2024/1/16/high-profile-hostssacking-from-australian-broadcastersparks-outrage
5) Printcev, S., <Free speech? Racism? Antoinette Lattouf's dispute with the ABC explained>, SBS News, 2024.1.18, https://www.sbs.com.au/news/article/free-speechracism-the-antoinette-lattouf-disputewith-the-abc-explained/3yqvbim7e
6) <ABC should back its employees when they are under attack>, Meaa Media, The Sydney Morning Herald, 2023.12.21, https://www.meaa.org/mediaroom/abc-should-back-itsemployees-when-they-are-under-attack/
7) Bachelard, M. & Jaspan, C., <Secret WhatsApp messages show co-ordinated>, 2024.1.16, https://www.smh.com.au/business/workplace/secret-whatsappmessages-show-co-ordinated-campaignto-oust-antoinette-lattouf-from-abc20240115-p5exdx.html
8) 이지영, <온라인 인종차별 및 인신공격 언론인도 자유롭지 않다>, 《신문과방송》 2023년 9월호, https://blog.naver.com/kpfjra_/2232050171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