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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_TV의 종말? 스트리밍 시대의 생존 위기]유럽의 방송 지원 정책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4-06-28

방송 미디어가 뉴미디어와 경쟁하는 상황은 유럽도 다르지 않다. 유튜브, OTT 등에 비해 상대적 열세에 놓인 방송 미디어를 위해 유럽연합은 다양한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진행·추진하고 있는 시청각 미디어 지원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오늘날 미디어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미디어 산업 역시 급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데, 모든 나라에서 경험하는 가장 두드러지는 경쟁은 국내 미디어와 해외 미디어,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경쟁이라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텔레비전’으로 대변되는 방송 미디어는 국경을 넘나들며 수익을 만들어 내는 해외 미디어와 경쟁하는 동시에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한 뉴미디어와도 경쟁해야 하는 가장 열악한 위치에 놓여 있다. 물론 최근 기존의 방송 미디어도 VOD 서비스, 유튜브 채널, OTT 등을 통한 비선형적 콘텐츠 제공 방식을 도입하고 있지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여론의 다양성, 보편적 시청권 등을 고려하면 마냥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유럽에서도 방송 미디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유럽 여러 나라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유튜브 등 미국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문화·언어적 다양성과 미디어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청각 미디어의 경쟁력 강화를 중요 정책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여러 유럽 주요 국가들의 방송, 시청각 미디어에 대한 지원 정책을 모두 다루기에는 지면의 한계가 있어 유럽연합이라는 주체에 의해 이뤄지는 지원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미디어와 시청각 부문 실행 계획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202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와 시청각 부문 실행 계획은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집행위원회의 방송 미디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의 핵심은 회복(recover), 전환을 통한 혁신(transform), 역량 강화(empower)로 요약된다(European Commission, 2024). 

 

회복은 미디어 기업의 재정적 지원 가능성과 기회 확대를 의미하고, 전환을 통한 혁신은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녹색 전환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유럽 시청각 미디어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럽 시청각 미디어와 관련해 유럽 시민과 기업의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총 10개의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 이 정책의 특징은 시청각 미디어의 가치 사슬을 바탕으로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촘촘한 실천 과제를 구성했다는 점, 유럽 내 제작사, 유통사 등 미디어 기업 간, 회원국 규제기관 간 협업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집행위원회의 미디어와 시청각 부문 실행계획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European Commission, 2024). 

 

① 미디어 기업의 유럽연합 차원의 재정 지원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함, ② 유럽 시청각 미디어 활성화를 목표로 한 미디어 투자(MEDIA INVEST) 마련, ③ 뉴스 미디어 부문에 대한 지원, ④ 유럽 미디어 데이터를 통해 혁신 및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장려, ⑤ 유럽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산업 연합 육성, ⑥ 시청각 미디어 부문에서의 기후 대응 지원, ⑦ 유럽연합 전역에서 시청각 콘텐츠 접근성과 가용성 개선, ⑧ 유럽 미디어 인재 육성, ⑨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한 시민 역량 강화, ⑩ 유럽 미디어 시장 기능 보장이다. 

 

▲ 재정 지원 및 투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시청각 미디어의 위기 탈출과 디지털 전환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이고 오래된 재정 지원은 창의적 유럽 미디어 프로그램(Programme MEDIA d’Europe creative)이다. 이는 1991년부터 이뤄지고 있는 영화와 방송 부문 지원 정책인데, 최근에는 디지털 환경을 고려해 유럽의 영화, TV 드라마, 다큐멘터리, 비디오 게임 및 몰입형 콘텐츠 등의 개발· 배포 및 홍보를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창의적 유럽(Creative Europ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건축, 문학, 디자인, 문화유산, 음악, 공연예술 등 광의의 문화 콘텐츠 관련 지원 프로그램 중 시청각 미디어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집행위원회는 ‘창의적 유럽’ 프로그램에 2021년 약 24억 4,000만 유로(약 3조 6,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향후 7년간의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성했는데, 이전 프로그램(2014~2020년) 예산 14억 7,000만 유로(약 2조 1,700억 원)와 비교할 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보다 적극적이고 대규모로 지원을 확대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21~2027년에는 무엇보다 시청각 미디어의 경쟁력과 경제적 잠재력을 높이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특히 유럽의 시청각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럽 내 제작자 간 공동 작업과 협력을 권장하고, 혁신을 강화하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n.d.). 문제는 이러한 재정 지원과 관련해 시청각 미디어 관련 기업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이에 집행위원회는 미디어 기업들이 참조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인터넷 페이지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 차원의 재정 지원 이외에도 투자자와 시청각 미디어 기업 간의 연결을 높일 수 있도록 투자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집행위원회는 유럽 내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독립 제작사가 적지 않음에도 재정 부족으로 국제적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 투자자들에게 이들의 잠재력을 알리고 투자자와 미디어 기업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 이렇게 설계된 프로그램은 유럽투자기금(EIF)이 관리해 투자자들이 금융기관을 통해 지분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뉴스 미디어 부문에서도 재정적 지원이 절실한 바, 유럽연합투자청(Invest EU)을 통해 대출을 확대하고 지분투자를 개방하고 있다. 뉴스 미디어에 대해서도 투자자와 미디어 기업의 연결, 미디어 기업 간 협업 혁신을 위해 국경을 넘어서는 저널리즘 파트너십에 대해 2021년 7개 사업, 2022년 12개 사업, 2023년 8개 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이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시청각 작품의 탄소배출량 통합 측정을 위한 계산기 개발에 2024~2027년까지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2024). 

 

▲ 기술 혁신 및 인재 양성 지원

앞서 설명한 재정적 지원과 투자가 집행되면 미디어 기업 내 여러 분야의 기술 혁신에 활용되겠지만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미디어 혁신을 위한 기술 혁신 직접 지원 역시 강화하고 있다. 

 

집행위원회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미디어랩 프로젝트를 위해 2022년 말 4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으며, 유럽 내 가상·증강현실 생태계에 대한 시장 평가를 포함한 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2022년에는 가상 및 증강현실 산업 연합(European Virtual and Augmented Reality(VR/AR) industrial coalition)을 출범해 관련 행위자들이 협업하고 시장 동향에 대해 발 빠르게 정보를 습득해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 내 미디어 데이터 스페이스(Trusted European Media Data Spaces)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의 시청각 미디어 기업들과 데이터를 공유하여 새로운 솔루션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창의혁신랩(Creative Innovation Labs)을 통해 유럽 시청각 미디어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혁신 기술 개발을 위한 25개 스타트업 프로젝트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2024).이러한 기술 혁신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이에 집행위원회는 창의적 유럽 미디어 프로그램(Programme MEDIA d’Europe creative)을 통해 2021~2022년 약 66개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특히, 인재 양성과 관련해 다양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12명의 여성 전문가가 참여해 미디어 산업의 양성평등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European Commission, 2024). 

 

▲ 콘텐츠 유통과 소비 지원

집행위원회는 유럽 전역에서 시청각 콘텐츠 확산을 위해 접근성과 가용성 개선을 위한 고위급 회의를 2021년 개최했으나, 아직 합의된 방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추후 온라인상의 불법 유통을 개선하고 국경을 넘어서는 콘텐츠 유통을 위한 실행 계획 수립을 합의한 상황이다. 또, 집행위원회는 시청각 콘텐츠를 국경과 플랫폼을 초월해 초국가적으로 유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기업 간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소비와 관련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한 이용자 역량 강화 역시 지원책 안에 포함돼 있다. 또, 유럽 내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를 위해 유럽 미디어 규제기관 간의 협력을 강화해 유럽의 미디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기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집행위원회는 유럽 회원국 및 규제기관 간 협력 강화 내용을 포함해 2022년 유럽언론자유법(European Media Freedom Act)을 제안했고, 올해 3월 유럽의회와 이사회에서 이를 채택했다(European Commission, 2024).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 개정

 

유럽의회가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AVMSD, Audiovisual and Media Services)을 개정한 것 역시 시청각 미디어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의회는 기존의 텔레비전 방송에 관한 유럽 차원의 지침이었던 1989년 ‘국경 없는 텔레비전 지침’을 이미 2010년 주문형 비디오(VOD)를 포함한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으로 내용과 이름을 변경했다. 이 개정안에 이미 비선형적 방식의 새로운 시청각 미디어를 포함해 함께 다룬다는 점은 의의가 있지만 당시로서는 여전히 영향력이 더 큰 기존의 방송 미디어에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었다. 

 

이후 2013년 유럽의회는 주문형 비디오 및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등 시청각 미디어 및 플랫폼 개념이 확장되는 상황을 반영한 개정의 필요성에 따라 논의를 거듭했고, 방송사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유튜브, 페이스북 등 VOD 및 동영상 공유 플랫폼과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라이브 온라인 스트리밍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내용을 포함, 2018년 지침을 개정했다. 이에 미성년자 보호, 혐오 표현 규제, 광고 규제 등과 함께 방송 및 동영상 플랫폼 기업 모두 유럽연합에서 서비스할 때, 라이브러리의 30% 이상을 유럽 콘텐츠로 편성하도록 했다. 

 

이는 그동안 방송사에 엄격히 적용되던 규정이 새로운 서비스에 적용되지 못하여 오히려 기존 미디어가 역차별받는 문제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집행위원회가 수행하고 있는 재정적 지원과는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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