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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4일, 영국에서 총선이 열렸다. 결과는 기존 집권당인 보수당의 참패였다. 야당이었던 노동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영국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국가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곧 대선을 의미한다.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의 당수(黨首)가 영국을 대표하는 총리로 임명되기 때문이다. 영국은 정치 구조상 여당이 장기 집권하기에 유리하다. 실제 영국은 최근 14년을 보수당이 집권했고, 그 전 13년은 노동당이 연속으로 집권했다.
이제 정권이 바뀌었으므로 영국의 정책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집권당의 정책 방향은 언론 및 미디어 분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국의 새로운 여당인 노동당의 기존 정책과 이번 선거공약을 토대로 선거 결과가 향후 영국 언론에 미치게 될 영향을 알아보자.
노동당의 압도적인 승리
한국과 달리 영국의 총선 날짜는 특정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선거일을 통상적으로 정부가 정해서 발표한다. 즉, 집권당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이상 총선을 늦출 수 없는, 이른바 데드라인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데드라인 안에서는 전적으로 집권당, 혹은 총리의 재량으로 선거일을 공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집권당은 데드라인까지 총선을 최대한 늦출 수도 있으며 전략적으로 조기 총선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는 여당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 총리의 결정이 큰 역할을 한다. 이번 총선의 데드라인은 2025년 1월이었는데,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날짜를 최대한 연기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이 예측을 완전히 벗어난 지난 7월 초 총선이 실시되었다. 브렉시트 이후의 경제적 불안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여론은 집권당이었던 보수당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7월 총선은 의외의 결정이었으며 영국 국민의 정치적 관심도 또한 매우 높았다.
선거 전 여론 조사에서는 노동당과 보수당의 지지율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키어 스타머(Keir Starmer)가 이끄는 노동당은 경제 회복과 사회적 평등을 강조했다. 스타머는 법률가 출신이며, 저성장 및 사회적 정의 실현과 복지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1) 기존 총리이자 보수당의 수장인 리시 수낵(Rishi Sunak)은 여전히 재정 긴축 정책을 강조함으로써 스타머의 정책 노선과 분명한 대조를 이뤘다. 수낵은 과거 정부의 재무장관 출신으로, 경제적 성장과 재정 긴축을 강조해 왔다.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은 단연 경제 회복과 사회 복지에 대한 논쟁이었는데 그 결과는 노동당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로 인해 노동당의 리더인 스타머의 총리직이 확정됐으며, 동시에 지난 14년간의 보수당 지배가 막을 내렸다. 이는 영국 사회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브렉시트에 찬성했던 영국 국민들의 생각이 이제는 서민경제 회복과 사회적 평등을 중시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재정 긴축보다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정책이 확대될 것인데, 이 때문에 언론 정책에 있어서도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영국 노동당의 역사적 배경
영국 노동당은 1900년 설립됐으며, 그 시초는 노동조합과 사회주의 단체들의 연합이었다. 초기의 노동당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2) 노동당은 1945년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였고 클레멘트 애틀리(Clement Attlee)의 지도 아래 이듬해 국민의료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창설하는 등 영국의 주요 사회 개혁을 이뤘다.3) 전통적으로 영국 노동당은 주요 정책 방향으로 사회적 평등, 공공 서비스 강화, 노동자 권리 보호, 그리고 경제적 재분배에 중점을 둬 왔다.4) 특히 공교육 및 전 국민 무상의료와 같은 공공 서비스를 강화하고, 고소득층의 과세율을 높였으며,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또한,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5)
그러나 지난 십수 년간 영국 국민은 논란이 많았던 브렉시트와 팬데믹을 겪는 과정에서도 노동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노동당이 마지막으로 집권했던 시기는 1997년부터 2010년까지였다. 사실상 지난 한 세대를 보수당이 집권한 것이다.
새 영국 정부의 미디어 관련 공약 및 정책
이번 총선에서 영국 노동당은 신문과 방송에 대한 특정 정책이나 공약을 자세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대신 미디어와 디지털 정책에 포괄적으로 접근했다. 미디어 환경이 기존의 신문과 방송이라는 특정 매체에 국한된 환경을 벗어난 지 오래이므로 이 변화에 대응하고, 디지털 포용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물론 기존 노동당의 정책 구조에 맞게 디지털 시대에서 영국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부분도 강조됐다. 노동당이 선거 전 공식적으로 공약한 미디어 관련 정책을 보면 크게 디지털 접근성, 미디어 교육 및 기술 개발, 규제 및 소유권,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 등의 네 가지 항목으로 구분된다.
△디지털 접근성 및 인프라
먼저 노동당의 주요 미디어 정책은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브로드밴드의 접근성 확대를 약속했는데, 노동당은 모든 가정과 사업체가 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특히 도서 지역 및 소외계층 등 자원이 부족한 지역이 타깃이다. 새 정부는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 경력 개발 및 일상생활에서의 디지털 접근성이 필수적이라고 파악한 듯하다. 공약에서 노동당은 이 정책이 디지털 포용성과 영국 전역의 경제적 참여를 촉진하려는 상위 목표의 일환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6)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저소득 가구를 위한 인터넷 보조금 지급을 제시했다.
△디지털 교육 및 기술 개발
그다음으로 눈에 띄는 정책은 포괄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이다. 노동당은 현대 경제에서 디지털 리터러시가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와 마을회관 등의 커뮤니티 센터에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모든 연령대의 개인이 웹서비스 및 소프트웨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약속했다. 이 정책들은 기존 디지털 미디어에서 소외된 고령층을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면서, 동시에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자 하는 의도 또한 포함돼 있다.7)
특히 창의적 산업에 대한 기획을 산업 전략의 일환으로 포함시켰는데, 예를 들면 영화, 음악, 게임 및 기타 창의적 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산업 성장을 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파악했다. 이에 맞춰 노동당은 공영방송인 BBC 및 다른 공공 서비스 방송사들과 협력해 영국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집권당인 보수당이 공영방송과 지난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압력을 시사한 점과 비교해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다.
노동당은 공교육의 중요성을 밝히면서 BBC의 역할을 직접 언급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공영방송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 외에도 노동자가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이 또한 기술 격차를 해결하고 테크 관련 분야에서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미디어 규제 및 소유권
노동당은 공영방송의 역할에 힘을 실어준 것에 비해 상업적 미디어에 대해서는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미디어 소유권의 다각화를 강조했는데, 미디어 채널의 독점을 방지하고 다양한 시각이 미디어 환경에서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공익 저널리즘(Public Interest Journalism)에 대한 지원 정책을 포함하기도 했다.
이는 민주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이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익 저널리즘이 중요하며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기반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탐사 저널리즘과 지역 뉴스 채널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개인정보 보호 및 사이버 보안
새 정부의 미디어 관련 정책 중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사이버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제안한 것이다. 노동당은 디지털 세계에서 증가하는 위협을 고려하여, 데이터 보호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8) 개인적인 데이터를 침해하거나 오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미디어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에 따른 기존 법률의 강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포함할지 주목할 일이다.
또한, 노동당은 주요 인프라와 개인 사용자를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인 보안 전략을 개발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보장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Bill)의 기본적인 내용에 새 집권당도 동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규제혁신기관(Regulatory Innovation O䞵ce)의 설립을 명시한 점에는 주목할 만하다. 노동당은 새로운 기술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혁신기관을 새로 설립해 규제를 업데이트하고 간소화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에 맞춰갈 계획이라고 밝혔다(The Labour Party, 2024c). 노동당은 이 규제혁신기관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규제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것을(speed up approval timelines) 약속했다.
“노동당은 가장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소수 기업에 구속력 있는 규제를 도입하고, 성적으로 노골적인 딥페이크 제작을 금지함으로써 AI 모델의 안전한 개발과 사용을 보장하겠습니다(Labour will ensure the safe development and use of AI models by introducing binding regulation on the handful of companies developing the most powerful AI models and by banning the creation of sexually explicit deepfakes).”9)
영국 미디어 정책의 시사점
영국과 한국의 미디어 정책은 각국의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 왔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국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디지털 인프라 확장, 디지털 문해력 향상, 미디어 규제, 개인정보 보호 및 사이버 보안 강화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미 상대적으로 빠른 인터넷 인프라 구축과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 문해력 향상과 정보의 공공 접근성 보장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영국 노동당의 공공 서비스 방송 지원 정책은 한국의 공영방송의 역할 강화에 대한 논의와도 연결될 수 있다. 특히, 공영방송의 교육적 기능과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 접근은 한국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미디어 소유권의 다각화와 공익 저널리즘 지원 정책은 한국에서도 언론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영국 노동당의 2024년 총선 미디어 정책은 미디어 환경의 현대화, 디지털 접근성 및 문해력 향상, 시민의 권리 보호를 목표로 하는 다각적인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정책들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기술 발전에 대비해 영국의 미디어 환경을 강력하고 포용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 기반한다.
디지털 인프라, 교육, 규제 및 사이버 보안을 중점으로 하는 노동당의 미디어 관련 정책은 디지털 시대 모든 영국 국민이 정보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영국이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정보의 접근성과 다양성을 보장하여 미디어 생태계를 발전시킬지, 앞으로 이러한 정책이 실현되면서 미디어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도전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글에서는 영국 노동당의 미디어 정책의 향후 영향을 분석했는데, 추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과 그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겠다.
1) <Labour Party Manifesto 2024>, The Labour Party, https://labour.org.uk/manifesto-2024
2) Stephen Meredith, 《Labours Old and New: The Parliamentary Right of the British Labour Party 1970-79 and the Roots of New Labour》, 2008, https://doi.org/10.7228/manchester/9780719073229.001.0001
3) Michelle Clement, <The founding of the NHS: 75 years on>, GROV.UK, 2023.7.13, https://history.blog.gov.uk/2023/07/13/thefounding-of-the-nhs-75-years-on/
4) Jennifer Lees-Marshment,《The Politics of Marketing the Labour Party》, Twentieth Century British History, 2005, pp.516–518, https://
doi.org/10.1093/tcbh/hwi041
5) Lewis Minkin, 《The Blair Supremacy: A study in the politics of Labour’s party management》, Manchester University Press, 2014, https://doi.org/10.7228/manchester/9780719073793.001.0001
6) Katie Neame, <Labour general election manifesto 2024: What policies will the party include?>, LabourList, 2024.5.26, https://labourlist.org/2024/05/labour-party-general-election-manifesto-2024-launch-policies/
7) <General Election 2024: How Labour will change Britain – and everything else you need to know about this election>, Labour Party, 2024.6.13, https://labour.org.uk/updates/stories/general-election-2024/
8) <Labour Party Manifesto 2024: Our plan to change Britain>, The Labour Party, 2024.6.13, https://labour.org.uk/updates/stories/
labour-manifesto-2024-sign-up/
9) <Change>, The Labour Party, 2024, p.35, https://labour.org.uk/wp-content/uploads/2024/06/Labour-Party-manifesto-2024.pdf



